주문
피고인을 벌금 200만 원에 처한다.
피고인이 위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하는 경우 10만 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피고인을 노역장에 유치한다.
벌금에 상당한 금액의 가납을 명한다.
사건정보
서울남부지방법원
판결
사건
2021고정858
판결선고
2022. 1. 13.
서울남부지방법원
판결
범죄사실
피고인은 서울 강서구 B건물, C호에 있는 D 주식회사(이하 ‘D’)의 대표이사로서 상시 86명의 근로자를 사용하여 정보시스템 유지보수업을 경영하는 사용자이다.
사용자는 근로자가 퇴직한 경우에는 그 지급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14일 이내에 퇴직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다만, 특별한 사정에 있는 경우에는 당사자 간의 합의에 따라 지급기일을 연장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위 사업장에서 2018. 3. 2.부터 2020. 5. 31.까지 근로하고 다음 날 퇴직한 E의 퇴직금 12,599,399원을 당사자 간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증거의 요지
증인 E의 법정진술
용역계약서, 일일자금일보, 그룹웨어 전자결재 처리, 그룹웨어 결재 내역, 기안서, 품의서, 법인등기부등본, 폐업사실증명원, 명함사본, 업무일정 및 연차휴가 사용기록, 사무실 출퇴근기록, 통화녹취록
법령의 적용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및 형의 선택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44조 제1호, 제9조, 벌금형 선택
노역장유치
형법 제70조 제1항, 제69조 제2항
가납명령
형사소송법 제334조 제1항
주장에 관한 판단
주장 요지
E는 D과 용역계약(도급계약)을 체결한 별도의 사업자일 뿐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
판단
관련 법리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 그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 위에서 말하는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하게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노무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다만,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사회보장제도에 관하여 근로자로 인정받는지 등의 사정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크다는 점에서, 그러한 점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하여서는 안 된다(대법원 2010. 10. 28. 선고 2010도9240 판결 등 참조). 또한 전체적으로 보아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다고 인정되는 이상, 근로자에 대한 여러 징표 중 일부 사정이 결여되었거나 다른 지위를 아울러 가지고 있다고 하여도 그러한 사유만으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라고 할 수는 없다(대법원 2009. 4. 23. 선고 2008도11087 판결 등 참조).
인정사실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 사실들이 인정된다.
F 그룹의 계열사인 G 주식회사로부터 IT관련 업무를 위탁받아 처리하던 주식회사 H(이하 ‘H’)과 주식회사 I가 2018. 2.경 폐업을 하자, F 그룹은 H 등이 하던 IT관련 업무를 D에서 진행하도록 하기 위하여 2018. 1.경 피고인을 D의 대표이사로 발령하였으며, D은 그 무렵 H에서 근무하던 근로자들 중 상당수와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다.
E는 2015. 2.경 H에 입사하여 상무로 근무하면서 경영관리 및 사업관리 업무를 담당하다가 2018. 2.경 H의 폐업으로 퇴사를 하게 되었고, 그 무렵 D에서 경영관리 및 사업관리 업무를 담당하기로 하고 ‘J’이라는 상호로 사업자등록을 한 후 다음과 같은 내용의 용역계약서를 작성하였다.
E는 2018. 3. 2.경 D에서 업무를 시작하였으나, 위 계약서는 E가 사업자등록을 한 후인 2018. 4. 10.경 2018. 4. 1.자로 작성되었고, 피고인은 위 계약서를 작성하기에앞서 경영관리 및 사업관리 업무 용역에 대하여 견적금액을 5,600만 원으로 기재한 견적서(증거기록 612쪽)를 제출하였다.
E와 D은 2019. 4.경 계약금액을 68,544,000원(월 지급액 5,712,000원)으로 하고, 나머지 내용은 기존의 계약과 동일한 용역계약서를 2019. 1. 1.자로 새로 작성하였고, E는 D으로부터 해지 통보를 받고 업무를 종료한 2020. 5. 31.까지 계속하여 D에서 근무하였다. E는 근무기간 동안 H에서 하던 업무와 동일한 업무를 하였고, 매달 D에 세금계산서를 교부하며 계약에서 정한 금액을 지급받았다.
판단
위 인정사실 및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 사정들을 종합하면, E는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피고인이 대표이사로 있는 D에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D과 E 사이에 작성된 계약서에 의하면, 비록 그 명칭은 ‘용역계약서’로 되어 있으나, 그 내용상 E의 업무를 D의 경영관리 및 사업관리로 정하면서 대금으로 매월 일정금액을 지급하고, D이나 E가 계약기간 만료 1개월 전에 상대방에게 통지함으로써 계약을 종료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민법상 도급은 당사자 일방이 어느 일을 완성할 것을 약정하고, 상대방이 그 일의 결과에 대하여 보수를 지급할 것을 약정하는 것이므로, 일의 완성 여부를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용역의 내용이 특정되어야 하는데, ‘경영관리 및 사업관리 업무’만으로는 업무의 내용이 구체적으로 특정되었다고 볼 수 없고, 해당 업무의 성격상 업무가 특정될 수도 없다고 보인다. 또한, 도급은 일의 완성이 목적이므로 그 특성상 일의 완성 내지 완성율에 따라 대금을 지급하며, 도급인은 수급인이 일은 완성하기 전에는 손해를 배상하고 계약을 해제할 수 있고, 수급인은 도급인의 파산 등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일의 완성 전에 계약을 해제할 수 없는 것이 원칙인 점에 비추어 볼 때, E와 D 사이의 관계를 도급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E는 D에서 직원들에 대한 노무관리와 회계관리 등 H에서 근로자로서 하였던 업무와 동일한 업무를 하였고, ‘관리담당/상무’라는 직책이 기재된 D의 명함을 사용하였다.
E는 D의 다른 직원들과 동일하게 본사 사무실에서 매일 08:30부터 17:30까지를 근무시간으로 하여 근무하였고, 회사에서 제공되는 책상 등 비품들을 사용하였다. 이 사건 용역계약서에는 E의 근무시간 및 근무장소가 명시되어 있지 않지만, E가 담당한 노무관리, 회계관리 등은 D의 인사 또는 회계 담당 직원에게 업무지시를 하고, 직원들의 전자결재나 품의가 올라오면 검토 후 피고인의 결재를 받는 등의 일상적인 내 부 경영 업무였으므로, 근무시간과 근무장소가 다른 직원들이 근무하는 시간과 장소로 동일하게 정해져 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간혹 E가 08:30보다 늦은 시각에 출근한 날이 있으나 2년이 넘는 근무기간 동안 수일에 불과하고, 늦는 경우에는 미리 회사에 고지를 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E는 다른 직원들과 달리 출장, 휴가에 대해 서면결재를 받지 않았으나, 이는 다른 직원들에 대한 근태관리는 E의 업무인 반면 E의 근태관리를 하는 주체가 설정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이고, E는 업무일정 및 연차휴가사용실적 일정표를 통해 업무일정, 휴가, 출장 등 세부적인 업무계획을 회사와 공유하였다.
D의 일일자금일보는 매일 오전 E의 검토 및 결재를 거친 후 대표이사의 결재가 이루어졌고, E는 기안서, 품의서를 작성하여 피고인의 결재를 받거나, 피고인으로부터 전화 등을 통하여 직원관리에 대한 점검을 지시받는 등 업무 수행 과정에서 상당한 지휘․감독이 이루어졌다.
E는 2018. 3. 2.부터 2020. 5. 31.까지 새로이 용역계약을 체결하거나 계약기간 만료로 자동갱신하는 등 계속하여 D의 업무를 수행하였고, D으로부터 매월 고정된 금액을 지급받았다.
이 사건 용역계약에 의하면 상호 협의 하에 투입인력을 변경할 수 있는 것으로 정하고 있으나, 피고인으로서는 H에서 경영관리업무를 하였던 E의 역할이 필요하였던 것이므로, 실질적인 계약당사자인 E와 피고인의 의사는 E가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하게 하는 등 독립하여 사업을 영위하는 것은 예정하지 않았다고 봄이 타당하다. 실제로 E의 개인사업체인 J은 E 외에 다른 직원은 없었고, E는 D의 계약해지 통보 후 2018. 6. 2. J을 폐업하였다.
E가 용역대금에 대한 견적서를 작성하여 D에 제출하고, 같은 금액으로 용역계약서가 작성되었으나, 위와 같이 견적서를 제출하고 계약서를 작성한 것은 E가 D에서 근무를 시작한 이후이므로, 그 견적서를 제출하기 전에 E와 피고인 사이에 계약금액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졌던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과 변호인은, E가 근로자라고 주장하면서 퇴직금의 지급을 구하는 동시에 하도급 거래상 부당행위를 당했다고 주장하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한 행위가 모순된다고 주장하나, E가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한 것은 피고인이 E의 퇴직금 및 간접비용 청구에 대하여 근로계약이 아니라는 이유로 거절을 하였기 때문이므로, 이러한 E의 태도가 모순된다고 볼 수 없다.
피고인과 변호인의 주장과 같이 E와 D 사이에 근로계약서가 아닌 용역계약서를 작성하고, E가 사업자등록을 하여 세금계산서를 발행하는 등 사업주로서의 외관을 갖추고, D의 취업규칙, 복무규정의 적용을 받지 않았으며, E가 작성한 인원현황표나 조직도에 본인을 ‘도급직’으로 표시하고, 회사나 그룹 내 인사평가 대상자가 아니었던 사정 등이 있다 하더라도, 이러한 사정들은 실질적인 노무제공 실태와 부합하지 않거나 사용자인 D이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에서 정할 수 있는 사항들로서 E의 근로자성을 뒤집는 사정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판사 이재경
각주1) 계약서에는 2019. 12. 31.로 기재되어 있으나 계약기간을 9개월로 부기한 점에 비추어 볼 때 2018. 12. 31.의 오기임이 분명하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