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남부지방법원판결

서울남부지방법원 2024. 4. 4. 선고 2022가합107914 판결

주문

1.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당사자의 지위

피고는 국내외 항공 운송업 등을 주로 영위하는 주식회사이고, 원고들은 피고에 입사하여 근무하여 왔던 피고의 전직 또는 현직 근로자들로서 2015년부터 2020년까지 기간에 만 55세 이상이 된 자들이다.

나.

피고의 임금피크제 도입 경위 등

1)

구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개정 전·후를 불문하고 위 법률을 지칭할 때는 '고령자고용법'이라 한다) 제19조는 "사업주가 근로자의 정년을 정하는 경우에는 그 정년이 60세 이상이 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었다. 그런데 고령자고용법이 2013. 5. 22. 제11791호로 개정되면서 동법 제19조 제1항은 "사업주는 근로자의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동조 제2항은 "사업주가 제1항에도 불구하고 근로자의 정년을 60세 미만으로 정한 경우에는 정년을 60세로 정한 것으로 본다."라고 규정하게 되었고, 위와 같이 개정된 고령자고용법은 2014. 5. 23.부터 시행되었다.

2)

피고는 종전까지 근로자의 정년을 55세로 정하고 있었는데, 위와 같은 고령자고용법 제19조의 개정에 따라 피고의 사업장 내 복수의 노동조합과 여러 차례 교섭 절차를 거쳐 2015. 1. 1. 취업규칙을 개정하여 근로자의 정년을 60세로 연장하면서 임금 피크제 근거 규정을 신설하였고, 같은 날 아래와 같은 내용을 포함한 '임금피크제 운영규정'을 제정함으로써 임금피크제(이하 '이 사건 임금피크제'라 한다)를 도입하여 시행하였다.

3)

피고는 2019. 1. 1. 다시 위 '임금피크제 운영규정'을 개정하여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적용대상자에 대한 각 연차별 임금 지급 비율을 아래와 같이 각 그 대상자에 대한 평가 등급별로 달리 적용하는 '평가등급별 차등 감액제'를 도입하여 시행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4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를 포 함한다. 이하 같다) 및 을 제8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들 주장의 요지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오로지 인건비 절감을 위하여 도입되었으므로, 그 목적이 타당하지 않다.

또한 원고들은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적용된 이후에도 그 전과 동일한 업무를 동일한 시간동안 수행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원고들을 비롯한 피고의 근로자들은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시행으로 임금이 매년 10%씩 감액되는 큰 불이익을 입었다.

나아가 피고는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시행하면서 원고들의 정년을 55세에서 60세로 연장하여 주기는 하였으나, 이는 강행규정인 고령자고용법에 따른 정년 규정의 개정에 따라 이루어진 조치에 불과하다. 따라서 피고의 정년 연장 조치를 두고 이 사건 임금 피크제 적용에 따른 충분한 대상조치라고 할 수 없고, 그 밖에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시행에 따른 대상조치는 없었다.

이상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원고들을 차별한 것으로서 강행규정인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제1항 제2호에 위반되어 무효이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들에게, 이 사건 임금피크제로 인하여 삭감된 원고들의 임금, 퇴직금, 연장 및 야간수당을 미지급 임금 등으로 지급할 의무가 있다[다만 원고 C을 제외한 나머지 원고들이 이 사건에서 구하는 임금은 소멸시효가 완성된 부분을 제외한 2019. 8. 및 그 이후 발생 분에 한하고, 2020. 2.부터 임금피크제가 적용된 원고 C이 이 사건에서 구하는 임금은 위 2020. 2.부터 발생한 것이며, 원고들이 구하는 돈의 항목(임금, 퇴직금, 연장 및 야간수당)별 금액의 내역은 별지 2 표 기재와 같다].

3.

판단

가.

관련법리

고령자고용법은 제4조의4 제1항에서 "사업주는 모집 · 채용(제1호), 임금, 임금 외의 금품 지급 및 복리후생(제2호), 교육 · 훈련(제3호), 배치 · 전보 · 승진(제4호), 퇴직 ·해고(제5호) 분야에서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근로자 또는 근로자가 되려는 자를 차별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하고, 제2항에서 "제1항을 적용할 때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 외의 기준을 적용하여 특정 연령집단에 특히 불리한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에는 연령차별로 본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제1항은 강행규정에 해당하므로 취업규칙에서 이에 반하여 임금, 임금 외의 금품 지급 및 복리후생 등과 관련하여 근로자를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차별하는 내용을 정한 조항은 무효이다.

한편, 연령을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는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제1항에서 말하는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경우란 연령에 따라 근로자를 다르게 처우할 필요성이 인정되지 아니하거나 달리 처우하는 경우에도 그 방법 · 정도 등이 적정하지 아니한 경우를 말한다. 사업주가 근로자의 임금을 특정 연령부터 정년 전까지 일정 기간 삭감하는 형태의 이른바 '임금피크제'를 시행하는 경우 연령을 이유로 한 차별에 합리적인 이유가 없어 그 조치가 무효인지 여부는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의 타당성, 대상 근로자들이 입는 불이익의 정도, 임금 삭감에 대한 대상 조치의 도입 여부 및 그 적정성, 임금 피크제로 감액된 재원이 임금피크제 도입의 본래 목적을 위하여 사용되었는지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2. 5. 26. 선고 2017다292343 판결 참조).

나.

구체적 판단

1)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시행으로 정년 퇴직일로부터 5년 이전의 시점에 달한 일정한 연령의 근로자들은 대체로 근로자가 일정한 연령에 이르렀다는 사정만으로 임금이 감액되므로,<1>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연령을 이유로 근로자의 임금에 관하여 차등을 두는 경우에 해당한다.

2)

그러나 앞서 든 증거들, 을 제5 내지 7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을 종합하면,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합리적인 이유로 연령차별을 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따라서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고령자보호법 제4조의4 제1항을 위반하여 무효라는 원고들의 주장은 이유 없고,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무효임을 전제로 한 원고들의 이 사건 청구 역시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모두 이유 없다.

가)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정년을 기존 55세에서 60세로 연장함과 아울러 56세부터의 급여를 순차적으로 감액하는 것이 그 주된 내용이다.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적용함에 따라 피고의 직원들은 정년이 늘어나 지속적인 경제활동을 보장받고, 사용자인 피고는 풍부한 경험과 숙련도를 갖춘 인력을 경제적인 인건비로 고용할 수 있다. 피고는 근속연수에 따라 급여가 상승하는 연공급제(年功給制) 임금체계를 운영하였던 것으로 보이는데, 피고로서는 증가한 정년에 따른 고령자의 급여 부담을 완화하기 위하여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도입할 합리적 이유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 피고의 2015. 7. 임금피크제 운영 규정(案) 역시 근로자의 안정적인 고용 보장과 기업의 인건비 부담 경감을 시행 취지의 하나로 명시하였다.

한편, 고령자고용법은 2013. 5. 22. 법률 제11791호로 개정되면서, 사업주로 하여금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하도록 의무화하되(제19조 제1항), 사업주와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으로 하여금 정년연장에 따른 임금체계 개편 등의 조치를 하도록 하였다(제19조의2 제1항). 이는 정년연장에 따라 사업주의 재정적 부담이 증가할 것이 당연히 예상되므로, 기존 인력에 대한 구조조정·신규 채용의 감축 등의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하여 사업주로 하여금 임금체계 개편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위와 같은 임금체계 개편 등 조치를 사업주뿐만 아니라 노동조합의 의무로도 규정함으로써 정년 연장에 따른 편익뿐만 아니라 사회적 비용도 노사가 함께 분담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정년을 5년간 연장하면서 연장된 정년 도래 5년 전부터 임금의 일부를 삭감하는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도입은 2013년 개정된 위 고령자고용법 제19조의2 제1항이 규정한 "임금체계 개편 등 필요한 조치"에 해당함이 명백하다. 따라서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법정 정년 연장과 유기적으로 연계되어 정년 연장의 부작용을 방지 또는 완화하기 위하여 도입된 것으로서 고령자고용법의 목적에 부합하고, 고령자고용법 제19조의2 제1항의 '임금체계 개편 등 필요한 조치'에도 해당하여 그 목적의 타당성이 인정된다.

나)

최초 시행되었던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기준으로 하더라도 이에 따른 임금 감액은 매년 최대 10%씩 이루어졌고, 5년 간 연평균 임금 감액 비율 역시 최대 30%였다. 더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는 2019. 1. 1.부터는 평가등급별 차등 감액제를 시행하였고, 이에 따라 이 사건 임금피크제 적용 대상자로서 4 내지 5 등급을 받은 피고 근로자들의 매년 임금 감액 속도 및 5년 간 연평균 임금 감액 비율은 기존과 동일하였지만, 1 내지 3등급<2>을 받은 피고 근로자들의 임금 감액 속도 및 비율은 매년 5% 정도, 5년 간 연 평균 임금 감액 비율은 10 내지 20% 정도에 그치게 된다.

이러한 임금의 감소 속도 및 비율이 과도한 것으로 보이지 않고, 연평균 임금 감액 비율 역시 지나치게 크다고 보기는 어렵다. 여기에 앞서 본 평가등급별 차등 감액제의 도입 경과 및 운용실태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시행으로 인하여 피고 근로자들이 입게 된 불이익이 지나치게 크다고 볼 수 없다.

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고령자고용법 개정에 따른 정년 연장의 합리적인 시행을 위해 도입된 조치로 정년 연장과 유기적 연관성을 가지므로, 비록 원고들의 정년 연장이 법률 개정에 따른 당연한 결과로 기대되었다고 하더라도, 원고들에게 유리한 정년 연장의 측면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임금 감액만을 이유로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원고들에게 일방적으로 불이익하다고 평가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기존 정년인 55세까지는 기존 임금체계에 따른 임금을 그대로 지급하고, 정년 연장된 5년의 기간에 한하여 직전 임금 대비 최소한 90%, 80%,70%, 60%, 50% 이상의 임금을 각 지급하는 내용으로, 정년 연장된 기간에 대한 새로운 임금제도를 신설하였다고 볼 수 있다.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시행됨에 따라 원고들은 기존 정년인 55세까지의 근무로 인한 임금이 삭감되지 않으면서도 55세 이후 근로의 제공 및 임금 수령의 기회가 생겼으므로,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시행 이전보다 '임금 총액' 측면에서 더 많은 이익을 얻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즉, 정년연장 자체가 임금 삭감에 대응하는 대상(代償)으로 볼 수 있다.

라)

나아가 피고는 이 사건 임금피크제 적용 대상인 근로자들로 하여금 이 사건 임금피크제 적용 시점에 확정기여형 퇴직 연금으로 변경 가입할 수 있도록 하고, 이 사건 임금피크제 적용 대상인 근로자들의 복리후생 역시 종전과 동일하게 유지하는 등이 사건 임금피크제 도입으로 인하여 그 근로자들이 입게 될 불이익을 경감하기 위하여 나름대로 적절한 조치도 취한 것으로 보인다.

4.

결론

그렇다면 결국 원고들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윤찬영(재판장) 이현우 김보운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