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남부지방법원판결

서울남부지방법원 2024. 4. 26. 선고 2023가합104196 판결

주문

1.

이 사건 소 중 해고무효확인청구 부분을 각하한다.

2.

피고는 원고에게 17,691,782원을 지급하라.

3.

원고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4.

소송비용 중 30%는 원고가, 나머지 70%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5.

제2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이유

1.

기초 사실

가.

피고는 중소기업협동조합법에 의하여 설립된 특수법인이고, 원고는 2022. 12. 9. 피고와 사이에 아래와 같은 내용의 근로계약(이하 ‘이 사건 근로계약’이라고 한다)을 체결하고 상시 4인 이하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장에 해당하는 피고 조합사무실에서 조합원 관리 및 조합사무를 담당하였다.

나.

피고는 2021. 6. 25. 피고 이사장이었던 C 등을 상대로 C의 조합자금 횡령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는데(서울남부지방법원 2021가합108613호), 원고는 2023. 3. 17. 위 사건의 재판부에 ‘C은 피고 조합원 다수의 의사에 따라 피고 이사장으로 선출되어 성실하게 조합업무를 수행해왔다’는 취지의 별지 탄원서(이하 ‘이 사건 탄원서’라고 한다)를 제출하였다. 원고는 위 탄원서를 제출하면서 피고 일부 조합원들의 주소와 서명이 기재된 비상대책위원회 가입신청서를 첨부하였다.

다.

피고는 2023. 4. 10. 원고에게 민사소송건에 임의로 탄원서를 제출하여 조합의 업무 운영에 지장을 초래하였다는 이유로 2023. 5. 9.자로 원고를 해고한다는 내용의 해고예고통보서를 교부하였다(이하 ‘이 사건 해고’라고 한다).

라.

피고는 이후 2023. 11. 7.경 다시 원고에게 이 사건 근로계약이 2023. 12. 10.자로 종료된다는 내용을 통지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6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을 제1, 3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의 주장

피고가 상시 4명 이하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장의 사용자에 해당하여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근로계약에는 민법상 고용에 관한 규정들이 적용되는데, 민법 제661조 제1항에 의하면 “기간의 정함이 있는 근로계약의 경우 부득이한 사유가 있어야 근로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원고가 이 사건 탄원서를 제출하였다고 하여 피고의 업무 운영에 지장을 초래하였다고 볼 수 없으므로, 피고가 이 사건 해고를 함에 있어 그 사유로 삼은 내용은 사실과 다르거나 구체적인 근거 없이 자의적으로 판단한 것으로서 이 사건 해고에 위 민법 제661조 제1항이 정한 ‘부득이한 사유’가 존재하지 아니한다.

한편, 이 사건 근로계약에서 계약기간을 정하고 있으나 이는 형식에 불과하고, 원고는 피고와 반복적으로 근로계약을 체결해왔으므로, 이 사건 근로계약은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에 해당한다. 설령 이 사건 근로계약이 기간의 정함이 있는 근로계약이라고 하더라도 원고에게는 근로계약 갱신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이 존재한다.

따라서 이 사건 해고에는 정당한 이유가 없고, 이 사건 근로계약에서 정한 계약기간에도 불구하고 원고와 피고 사이의 고용관계는 존속하고 있으므로, 이 사건 해고의 무효 확인을 구함과 아울러 이 사건 해고시부터 원고가 복직하는 날까지 계속 근무하였더라면 받을 수 있는 임금으로 매월 300만 원의 지급을 구한다.

3.

해고무효확인청구에 관한 판단

가.

이 사건 근로계약의 갱신 여부

1)

관련 법리

기간을 정하여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의 경우 그 기간이 만료됨으로써 근로자로서의 신분관계는 당연히 종료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근로계약,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에서 기간만료에도 불구하고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당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고 있거나, 그러한 규정이 없더라도 당해 근로관계를 둘러싼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볼 때 근로계약 당사자 사이에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되어 있어 근로자에게 그에 따라 근로계약이 갱신될 수 있으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사용자가 이에 위반하여 부당하게 근로계약의 갱신을 거절하는 것은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로 아무런 효력이 없고, 이 경우 기간만료 후의 근로관계는 종전의 근로계약이 갱신된 것과 동일하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7. 10. 12. 선고 2015두44493 판결 등 참조).

2)

상시 4인 이하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장의 경우

상시 4인 이하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장의 경우 근로계약기간 중의 해고에 정당한 이유를 요구하는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이 적용되지 않으므로(같은 법 제11조 제1항), 근로계약기간 종료 후의 갱신기대권의 법리는 더욱 적용이 어려운 것이 아닌지 의문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기간제 근로자의 갱신기대권은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되어 있는 경우 그러한 신뢰에 기초하여 인정되는 것으로서 약정 근로기간이 종료된 이후 종전 근로계약의 갱신을 인정할지 여부에 관한 것임에 비하여, 해고의 제한에 관한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은 사용자가 근로계약을 중도 해지하고자 하는 경우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는 규정으로서 그 적용 국면과 요건이 같다고 볼 수는 없고, 해고를 함에 있어 정당한 사유를 요하지 아니하는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근로자에게 갱신기대권을 인정하는 것이 그 자체로 논리적 모순관계에 있다고 볼 수도 없으므로, 피고와 같이 상시 4인 이하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장의 경우라 하더라도 갱신기대권에 관한 법리는 적용될 수 있다.

3)

구체적 판단

원고는 이 사건 근로계약이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에 해당하거나 원고에게 근로계약 갱신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이 존재한다고 주장하나, 앞서 든 증거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이 사건 근로계약에는 근로계약 갱신의 요건이나 절차에 관한 아무런 정함이 없는 점, ② 원고는 2022. 4. 8.부터 2022. 7. 10.까지, 2022. 8. 26.부터 2022. 12. 10.까지 2차례에 걸쳐 단기계약직으로 근무하다가 이 사건 근로계약을 체결하면서 그 계약기간을 1년으로 정하였는바, 원고와 피고 사이에 장기간 계속 근로계약관계가 지속되는 등으로 계약갱신에 관한 신뢰가 형성되었다고 보기 어려운 점, ③ 원고는 2018. 8.경부터 피고 직원으로 근무하였다고 주장하나, 설령 그와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근로계약과 동일한 내용의 근로계약이 반복적으로 갱신된 것이 아니라 피고의 필요에 따라 계약기간이나 근로조건을 다르게 정한 단기의 근로계약이 몇 차례 체결되어 왔을 뿐이라고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 사건 근로계약상 기간의 정함이 단지 형식에 불과하여 원·피고가 사실상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맺었다거나 원고에게 근로계약 갱신에 관한 정당한 기대권이 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4)

소결론

따라서 원고에게 근로계약 갱신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이 있다고 인정할 수 없으므로, 이 사건 근로계약은 그 계약기간의 만료로 종료되었다.

나.

이 사건 소 중 해고무효확인청구 부분의 적법 여부

1)

관련 법리

해고무효확인의 소에서는 근로계약관계에 기한 원래의 지위를 회복하기 위하여 또는 해고로 인하여 그 외의 권리 또는 법률상의 지위에 현존하는 위험이나 불안을 제거하기 위하여 위와 같은 과거의 법률행위인 해고에 대하여 무효확인판결을 받는 것이 유효적절한 수단이 되는 경우에 한하여 확인의 소의 적법요건인 이른바 즉시 확정의 이익이 있다고 할 것이어서 이 사건 변론종결 당시 이미 채용기간이 만료되는 등으로 근로자로서의 지위를 회복하는 것이 불가능하게 되었다면 해고무효확인을 구할 소의 이익이 없다(대법원 1993. 1. 15. 선고 92다20149 판결, 대법원 2004. 7. 22. 선고 2002다57362 판결 등 참조).

2)

구체적 판단

이 사건 근로계약상 근로계약기간이 2022. 12. 11.부터 2023. 12. 10.까지이고, 원고에게 근로계약 갱신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원고와 피고 사이의 근로관계는 이 사건 변론종결 전인 2023. 12. 10. 종료되었다. 따라서 원고가 이미 종료된 근로관계에 따른 원래의 지위나 신분을 회복하기 위하여 이 사건 해고의 무효확인을 구하는 것은 과거의 법률관계에 대한 확인을 구하는 것이어서, 확인판결이 있다고 하더라도 현재 회복할 지위나 신분이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 사건 소 중 해고무효확인청구 부분은 확인의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다(다만, 이 사건 해고가 유효한지 여부는 원고의 미지급 임금청구의 전제가 되므로, 이하에서 살펴본다).

4.

임금청구에 관한 판단

가.

이 사건 해고가 유효한지 여부

1)

관련 법리

민법 제661조는 “고용기간의 약정이 있는 경우에도 부득이한 사유 있는 때에는 각 당사자는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민법 제661조 소정의 '부득이한 사유'라 함은 고용계약을 계속하여 존속시켜 그 이행을 강제하는 것이 사회통념상 불가능한 경우를 말하고, 고용은 계속적 계약으로 당사자 사이의 특별한 신뢰관계를 전제로 하므로 고용관계를 계속하여 유지하는 데 필요한 신뢰관계를 파괴하거나 해치는 사실도 부득이한 사유에 포함되며, 따라서 고용계약상 의무의 중대한 위반이 있는 경우에도 부득이한 사유에 포함된다(대법원 2004. 2. 27. 선고 2003다51675 판결 등 참조).

2)

구체적 판단

이 사건 근로계약이 기간의 정함이 있는 근로계약에 해당함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이 사건 해고 당시 원·피고 사이에 고용관계를 유지할 수 없는 부득이한 사유가 있었는지 여부에 관하여 살피건대, 피고가 당사자인 민사소송에서 원고가 피고의 입장에 반대되는 탄원서를 제출하였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는 해고 사유가 될 수 없다고 보이는데다가, 앞서 든 증거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원고가 이 사건 탄원서를 제출함으로써 원고와 피고 사이에 이 사건 근로계약 관계를 계속하여 유지하는 데 필요한 신뢰관계가 파괴되어 피고로 하여금 이 사건 근로계약의 이행을 강제하는 것이 사회통념상 불가능하다고 인정할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근로계약이 민법 제661조에 따라 적법하게 해지되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 사건 해고는 무효이다.

①

피고는 피고의 이사장이었던 C 등을 상대로 그가 피고 대표자 개인의 지위에서 당사자가 된 여러 소송이나 수사사건 등에서 피고 비용으로 변호사 선임료를 지출한 행위가 횡령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손해배상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는데(서울남부지방법원 2021가합108613호), 원고가 위 법원에 제출한 이 사건 탄원서를 살펴보면, C이 이사장으로 선출된 경위, 피고의 현재 이사장과 C 등 기존 운영진 사이에 갈등이 빚어진 원인, C에 대한 조합원들의 평판 등에 관한 것이 주된 내용으로서 위 사건의 쟁점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②

원고가 위 탄원서에서 자신이 피고의 직원으로 근무하고 있다는 점을 밝히고 있기는 하나, 위와 같은 탄원서의 내용에 비추어 보면 그 문서가 원고의 개인적인 의견을 토대로 C에 대한 탄원을 호소하기 위하여 작성된 문서일 뿐임을 쉽게 알 수 있다.

③

또한 위 탄원서의 내용이 허위라거나 원고가 해당 조합원들의 의사에 반하여 그 주소와 서명이 기재된 비상대책위원회 가입신청서를 탄원서에 첨부하였다고 볼 정황은 없고, 원고가 탄원서를 제출하여 사적인 이득을 취하였다고 보이지도 않는다.

④

앞서 본 바와 같이 법원의 판단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거나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사항이 탄원서의 내용에 포함되어 있지도 않아서 위 탄원서의 제출로 인하여 피고에게 어떠한 불이익이 발생하였다고 보기도 어렵다.

나.

임금지급의무의 발생

1)

사용자의 부당한 해고처분이 무효이거나 취소된 때에는 그동안 피해고자의 근로자로서의 지위는 계속되고 있었던 것이 되고, 근로자가 그간 근로의 제공을 하지 못한 것은 사용자의 귀책사유로 인한 것이므로 근로자는 민법 제538조 제1항에 의하여 계속 근로하였을 경우에 받을 수 있는 임금 전부의 지급을 청구할 수 있다(대법원 1995. 11. 21. 선고 94다45753, 45760 판결 등 참조).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해고는 무효이므로, 원고는 피고에게 원고가 이 사건 근로계약의 계약기간 동안 계속 근무하였더라면 지급받을 수 있었던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2)

원고는 이 사건 근로계약에 따라 매월 250만 원을 지급받기로 하였고, 위 근로계약이 2023. 12. 10. 종료되었음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해고일인 2023. 5. 9. 이후부터 계약기간 만료일까지의 미지급 임금 합계 17,691,782원(= 250만 원 × 2023. 5. 9.부터 2022. 12. 10.까지 7개월 2일<1>)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한편, 원고는 피고가 부담하기로 한 중식비와 4대보험료를 포함한 원고의 세전 급여가 300만 원이므로 이를 전제로 미지급 임금을 산정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앞서 인정한 사실에다가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원고는 피고와 월 실수령 임금액 250만 원을 전제로 근로계약을 체결하였을 뿐 세전 급여에 대하여 명확히 합의하였다고 볼 근거는 없는 점, ② 피고가 원고에게 지급한 중식비는 그 액수나 기준, 횟수가 불규칙하여<2> 근로자가 업무를 수행할 때 소요되는 경비를 보전해주는 차원의 실비변상적 성격을 가진다고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의 월 실수령 임금액인 250만 원을 기준으로 하여 미지급 임금을 산정하는 것이 타당하므로, 이를 초과하는 금액에 대한 원고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5.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소 중 해고무효확인청구 부분은 부적법하여 각하하고, 미지급 임금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며, 나머지 임금청구는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최정인(재판장) 이진희 박창현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