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남부지방법원판결

서울남부지방법원 2026. 5. 22. 선고 2023가합104981 판결

임금

주문

1.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피고는 신용카드업을 주로 영위하는 회사이고, 원고들은 피고 직원으로 근무하고 있거나, 근무하다가 퇴직한 사람들이다.

나.

피고는 당초 근로자의 정년을 58세<1>로 정하고, 근로자가 정년이 되는 해의 당해

년도 말일에 정년퇴직하는 것으로 정하고 있었는데,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고령자고용법'이라고 한다) 제19조에서 사업자로 하여금 근로자의 정년이 60세 이상이 되도록 노력할 것으로만 규정하던 것이 의무적으로 60세 이상으로 정하도록 개정됨에 따라(2013. 5. 22. 법률 제11791호로 개정) 그 시행일인 2016. 1. 1.부터 근로자의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하여야 했다.

다.

이에 피고는 2015. 8. 1. 취업규칙, 인사규정을 개정하여 모든 직원의 연령정년을60세로 연장하되 56세에 도달하는 해의 초일부터 임금피크제를 적용하기로 하고, 다음과 같은 내용의 '임금피크제 운영지침'을 마련하여 임금피크제를 시행하였다(이하 '이 사건 임금피크제'라 한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호증, 을 제1, 2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본안전 항변에 관한 판단

가.

피고의 본안전 항변 요지

원고 G, H는 이 사건 소제기 이전에, 원고 C, D, F, J, I은 이 사건 소송 계속 중 각 희망퇴직을 하면서 피고와 부제소합의를 하였으므로, 이 사건 소 중 위 원고들이 제기한 부분은 부적법하여 각하되어야 한다.

나.

판단

1)

관련 법리

부제소합의는 소송당사자에게 헌법상 보장된 재판청구권의 포기라는 중대한 효과를 발생시키고 합의의 존부 판단에 따라 당사자들 사이에 이해관계가 크게 갈리게 되는 소송행위이다. 따라서 부제소합의에 관한 당사자의 의사를 해석할 때는 표시된 문언의 내용에 대하여 당사자의 의사해석에 관한 주장이 대립할 소지가 있고 나아가 당사자의 의사를 참작한 객관적 · 합리적 의사해석과 외부로 표시된 행위에 의하여 추단되는 당사자의 의사조차도 명확하지 않다면 가급적 그러한 합의의 존재를 부정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권리의무 주체인 당사자 사이의 부제소합의라도 그 당사자가 처분할 수 있는 특정된 법률관계에 관한 것으로서 합의 당시 당사자가 예상할 수 있는 상황에 관한 것이어야 유효하게 된다(대법원 2019. 8. 14. 선고 2017다217151 판결, 대법원 2024. 9. 12. 선고 2024다235027, 235034 판결 등 참조).

2)

구체적 판단

을 제3, 12, 24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원고 G, H, C, D, F, J, I이 각 명예퇴직을 앞두고 피고와 합의서를 작성하였는데, 각 합의서에는 '해당 원고는 합의서에서 정한 금액 외 보상 요구, 합의서에서 정한 퇴직일 연기, 퇴직 번복 등 합의서의 효력을 부인하는 일체의 주장이나 이의를 제기할 수 없으며, 이후 근로관계와 관련하여 피고와 관계에서 발생한 문제에 대하여 민 · 형사상, 행정상 소송 및 기타 일체의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라는 취지로 기재되어 있는 사실이 인정된다.

그러나 부제소합의는 당사자가 처분할 수 있는 특정한 법률관계에 관한 것으로서 그 합의 당시 각 당사자가 예상할 수 있는 상황에 관한 것이어야 유효하게 되는데, 원고 G, H의 경우, 위 원고들이 합의서를 작성할 시점에 이 사건 임금피크제와 관련된 구체적인 분쟁이 발생했거나, 분쟁이 발생하게 되리라는 점을 예상할 수 있었다고 볼 만한 사정을 찾아볼 수 없으므로, 위 원고들이 합의서 작성 당시 자신이 어떠한 상황에서 구체적으로 어떠한 권리를 포기하는 것인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원고 C, D, F, J, I의 경우, 이 사건 소송 도중 합의서를 작성하기는 하였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진행 중인 이 사건 소를 취하한다거나, 이 사건 임금피크제에 관하여 더 이상 다투지 않겠다는 등 현재 진행되는 법률 분쟁에 대하여 구체적인 내용을 명시하지 않고, 소제기 이전에 합의서를 작성한 다른 원고들과 동일한 내용으로 합의서를 작성한 점 등을 고려하면, 위와 같은 합의서 문구만으로는 위 원고들이 이 사건 임금피크제와 관련하여 이미 발생한 재판청구권을 포기한 것이라고 해석하기 어렵다. 따라서 피고의 위 본안 전 항변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3.

당사자의 주장 요지

가.

원고들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아래 1) 및 2)항과 같은 이유로 무효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가 이 사건 임금피크제에 따라 원고들에게 감액된 임금을 지급한 것은 불법행위에 해당한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들에게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적용되지 않았더라면 지급받았을 임금에서 이미 지급된 임금을 공제한 차액 상당의 미지급 임금 또는 위 임금 상당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1)

원고들은 고령자고용법의 개정으로 취업규칙의 변경이 없더라도 당연히 정년60세의 적용을 보장받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피고는 정년연장을 이유로 동일한 직무에 종사하며 동일한 강도의 업무를 수행하는 원고들에게 임금을 삭감하는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실시하였는바, 이는 합리적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원고들을 차별한 것으로서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제1항을 위반하였을 뿐만 아니라, 헌법 제11조 제1항의 평등원칙과 남여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남녀고용평등법'이라 한다) 제8조 제1항의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에 위반하여 무효이다.

2)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포함된 취업규칙 및 인사규정의 개정은 그 대상 근로자들의 임금을 삭감하는 내용으로, 근로조건의 불리한 변경에 해당하므로 그 절차적 요건인 근로자 과반수의 집단적 동의를 얻어야 한다. 그런데 피고는 동의를 얻는 투표를 하기 전에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내용을 근로자들에게 적절한 방법으로 설명하지 않았고, 근로자들이 사용자 측의 개입 없이 자유롭게 의견을 교환할 수 있는 기회도 제대로 부여하지 않았으므로 유효한 집단적 동의 절차를 거쳤다고 볼 수 없다.

나.

피고

1)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5 제4호 소정의 고용유지 · 촉진을 위한 지원조치로서 연령차별금지의 예외사유에 해당하며, 연령차별금지의 예외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합리적 이유 있는 차별에 해당하므로,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제1항, 헌법 제11조 제1항, 남녀고용평등법 제8조 제1항 위반으로 볼 수 없다.

2)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취업규칙의 불이익한 변경이라 할 수 없고, 취업규칙의 불이익한 변경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본사 및 지역 거점별 설명회를 개최하여 근로자들에게 임금피크제의 내용을 안내하고 상호 의견 교환의 기회를 제공한 뒤 근로자의 집단적 의사결정 방법에 따른 동의를 거쳤으므로 근로기준법 제94조에 위반되지 않는다.

4.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효력에 관한 판단

가.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헌법, 법률 등에 반하는 것으로서 무효인지 여부

가)

관련 법리

고령자고용법은 제4조의4 제1항에서 "사업주는 모집 · 채용(제1호), 임금, 임금외의 금품 지급 및 복리후생(제2호), 교육 · 훈련(제3호), 배치 · 전보 · 승진(제4호), 퇴직· 해고(제5호) 분야에서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근로자 또는 근로자가 되려는 자를 차별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하고, 제2항에서 "제1항을 적용할 때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 외의 기준을 적용하여 특정 연령집단에 특히 불리한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에는 연령차별로 본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제1항은 강행규정에 해당하므로 취업규칙에서 이에 반하여 임금, 임금 외의 금품 지급 및 복리후생 등과 관련하여 근로자를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차별하는 내용을 정한 조항은 무효이다.

한편, 연령을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는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제1항에서 말하는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경우란 연령에 따라 근로자를 다르게 처우할 필요성이 인정되지 아니하거나 달리 처우하는 경우에도 그 방법 · 정도 등이 적정하지 아니한 경우를 말한다. 사업주가 근로자의 임금을 특정 연령부터 정년 전까지 일정 기간 삭감하는 형태의 이른바 '임금피크제'를 시행하는 경우 연령을 이유로 한 차별에 합리적인 이유가 없어 그 조치가 무효인지 여부는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의 타당성, 대상 근로자들이 입는 불이익의 정도, 임금 삭감에 대한 대상 조치의 도입 여부 및 그 적정성, 임금피크제로 감액된 재원이 임금피크제 도입의 본래 목적을 위하여 사용되었는지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2. 5. 26. 선고 2017다292343 판결 참조).

나)

구체적 판단

앞서 든 증거들, 갑 제3 내지 5, 8호증, 을 제4, 5, 11, 15 내지 20, 40, 51 내지 54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을 고려하면,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연령차별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 따라서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제1항에 위반되어 무효라는 원고들의 주장은 이유 없다.

(1)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의 타당성

①

2013. 5. 22. 개정된 고령자고용법은 제19조에서 근로자의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하도록 의무화하는 한편, 제19조의2를 신설하여 "제19조 제1항에 따라 정년을 연장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의 사업주와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의 과반수를 대표하는 자를 말한다)은 그 사업 또는 사업장의 여건에 따라 임금체계 개편 등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라는 규정을 두었다. 이는 정년 연장의 법적 의무화를 계획할 당시부터 근로자의 정년 연장에 따라 사업주의 재정적 부담이 증가할 것을 예상하고, 정년 연장으로 발생할 수 있는 기존 인력에 대한 구조조정, 신규 인력 채용의 감축 등과 같은 부작용을 방지 또는 완화하기 위하여 사업주가 정년 연장에 따른 임금체계 개편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②

고용보험법령 역시 고령자고용법 개정에 따른 정년 연장이 시행되기 전부터 정년 연장에 따른 근로자의 임금 삭감 제도를 예정하고 이에 대한 지원금 제도에 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있었으며(고용보험법 제23조, 고용보험법 시행령 제28조<2> 참조), 정년 연장이 시행될 무렵에는 고용보험법 시행령(2015. 12. 4. 대통령령 제26690호로 일부 개정된 것)에 제28조의2<3>를 신설하여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한 사

업 또는 사업장에서 55세 이후부터 임금을 감액하는 제도를 시행하는 경우 2018. 12.31.까지 일정한 지원금을 지원하도록 규정하였다.

③

이처럼 관련 법령에서는 법정 정년 연장에 대응하여 일정 연령 이상 고령자를 대상으로 일정 연령에 도달한 시점부터 임금을 삭감하는 임금피크제와 같은 임금체계 개편 조치를 이미 예정하고 있고, 특히 고용보험법령은 임금피크제 등으로 인해 정년이 연장된 근로자의 임금이 감액될 수도 있음을 예상하고 있었다. 이에 의하면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정년 연장에 불가피하게 수반되는 재정 부담 등의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의 임금체계 개편 조치에 해당한다.

④

또한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5 제4호는 "이 법이나 다른 법률에 따라 특정연령집단의 고용유지 · 촉진을 위한 지원조치를 하는 경우"에는 연령차별금지의 예외에 해당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정년을 기존 58세에서 60세로 연장함과 아울러 도입된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고령자에 대한 사용자의 인건비 부담을 경감시켜 사용자에 의한 고령자 조기퇴출 시도를 억제하고 연장된 정년까지 안정적으로 고령자의 고용이 유지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므로, 고령자 집단의 고용유지를 위한 지원조치로서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5 제4호의 연령차별금지의 예외에 해당하는 성질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5(2008. 3. 21. 신설)의 도입을 앞두고 정부가 2007. 11.경 제출한 검토보고서에는 정년연장을 위한 임금피크제가 제4조의5 제4호에 해당할 수 있다는 취지로 기재되어 있기도 하다(을 제4호증, 13, 14쪽).

(2)

임금피크제 적용대상 근로자들이 입는 불이익의 정도

①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고령자고용법 개정에 따른 정

년 연장의 합리적인 시행을 위해 도입된 조치로 정년 연장과 유기적 연관성을 갖는다. 따라서 비록 원고들의 정년 연장이 법률 개정에 따른 당연한 결과로 기대되었다고 하더라도, 원고들에게 유리한 정년 연장의 측면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임금 감액만을 이유로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원고들에게 일방적으로 불이익하다고 평가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②

이 사건 임금피크제에 따른 기본연봉은 임금피크제 적용 1년차에는 임금피크제 적용 직전 기본연봉의 90%, 2년차부터 5년차까지는 각 전년도 기본연봉의 90%로, 원고들이 55세가 되는 해의 기본연봉을 100%라고 할 때 이 사건 임금피크제 도입으로 56세에는 90%, 57세에는 81%, 58세에는 72.9%, 59세에는 65.6%, 60세에는 59.0%의 기본연봉을 받게 되는바, 임금의 감액 속도가 완만하고, 감액 비율이 연 평균26.3%로 그 자체로 적정한 범위를 벗어났다고 보기 어렵다. 또한 56세부터 정년퇴직 시까지 지급받게 되는 임금 총액이 3년간 300%에서 5년간 368.5%로 증가하므로, 이 사건 임금피크제로 인하여 피고의 근로자들이 불이익만을 입게 되었다고 볼 수도 없다.

③

나아가 피고는 임금피크제 적용 대상자에게도 매년 연봉인상률을 반영하여 기본연봉을 산정하였는데, 피고의 평균 기본연봉 인상률(Senior Manager, Manager, Associate 기준)은 2020년 3.0~4.0%, 2021년 2.0~2.5%, 2022년 3%, 2023년 5.0~9.0%,2024년 5.0~9.0%였던바, 위 인상률을 고려하면 실제 전년도 기본연봉 대비 삭감되는 비율은 10%에 미치지 못한다.

④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보직자에게는 정년 연장에도 불구하고 임금 감액이 적용되지 않도록 하고 있고, 보직자가 비보직으로 변경되어 임금피크제를 적용받는 경우에도 1년차 감액분부터 적용이 되며, 일단 임금피크제가 적용된 이후에 보직으로 임명되는 경우에는 임금이 추가로 감액되지 않도록 하고 있다.

⑤

또한 이 사건 각 임금피크제의 적용 대상인 근로자들은 이 사건 각 임금피크제 적용 시점에 확정기여형 퇴직연금으로 변경 가입할 수 있게 되었고, 이 사건 각 임금피크제 적용 대상자들이 종전 누리던 복리후생 항목도 그대로 유지되었다.

(3)

임금 삭감에 대한 대상 조치의 도입 여부 및 그 적정성

①

임금피크제 운영지침 제9조는 '회사는 임금피크제 적용 대상 직원에 대하여 필요시 타 부서 전보 또는 직무를 변경할 수 있다. 다만, 회사는 대상 직원의 출퇴근 여건 등을 고려하여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어, 임금피크제 대상 직원에게 이익이 되도록 업무 전환배치를 할 수 있다.

②

이 사건과 같이 정년연장에 연계하여 임금피크제가 실시되는 경우 정년 연장 자체가 임금 삭감에 대응하는 가장 중요한 보상이고, 연장된 근로기간에 대하여 지급되는 임금이 감액된 인건비의 가장 중요한 사용처라고 볼 수 있는데, 임금피크제 적용대상 근로자들에게 반드시 별도직군을 부여하거나 업무강도를 경감하여 줄 법적 의무가 발생한다고 볼 수는 없으므로, 업무량이나 업무강도 등을 명시적으로 감소시키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합리적인 이유 없는 연령차별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

(4)

임금피크제로 감액된 재원의 사용처

임금피크제 대상 직원들의 연장된 근로기간에 대하여 지급되는 임금이 감액된 재원의 가장 중요한 사용처라고 볼 수 있음은 앞서 본 바와 같다. 또한 피고 내 디지털 부문의 채용인원 규모는 2014년 13명, 2015년 7명이었던 반면,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도입된 2016년은 16명, 2017년은 132명, 2018년은 36명, 2019년은 19명이었다. 피고가 이 사건 임금피크제로 절감된 재원을 별도로 활용하여 위 부문 채용을 진행하였는지 여부는 분명하지 않으나, 적어도 위와 같은 채용에 필요한 비용 중 일부는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시행으로 절감된 재원에서 충당되었을 가능성이 상당해 보인다.

2)

헌법 제11조 제1항 및 남녀고용평등법 제8조 제1항 위반 여부

가)

관련 법리

사업주는 동일한 사업 내의 동일 가치 노동에 대하여는 동일한 임금을 지급하여야 한다(남녀고용평등법 제8조 제1항). 여기에서 '동일 가치의 노동'이란 당해 사업장내의 서로 비교되는 노동이 동일하거나 실질적으로 거의 같은 성질의 노동 또는 직무가 다소 다르더라도 객관적인 직무평가 등에 의하여 본질적으로 동일한 가치가 있다고 인정되는 노동에 해당하는 것을 말하고, 동일 가치의 노동인지는 직무 수행에서 요구되는 기술, 노력, 책임 및 작업조건을 비롯하여 근로자의 학력 · 경력 · 근속연수 등의 기준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9. 3. 14. 선고 2015두46321 판결 등 참조).

나)

구체적 판단

남녀고용평등법 제8조에서 정하고 있는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이라 함은 앞서 본 바와 같이 근로자의 학력 · 경력 · 근속연수 등 근로자 개인의 개별적인 요소들뿐만 아니라 근로 제공의 시점과 상황 등 모든 요소를 고려하여 동일한 노동에 대하여는 같은 임금을 지급하여야 한다는 것으로 같은 시기에 같은 근로환경에서 같은 내용의 근로를 제공하는 서로 다른 근로자나 근로집단 사이에서 임금의 차별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지, 근로제공의 시기나 주변 여건의 변화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오직 제공되는 근로의 내용이나 제공하는 근로자가 동일하다면 기존의 임금이 계속 보장되어야 한다는 의미라고 볼 수는 없다. 이 사건 임금피크제 시행 전에 제공된 원고들의 근로와 시행 후에 제공되는 원고들의 근로는 그 근로제공의 시기가 다를 뿐만 아니라, '60세 정년 법정 의무화'라는 근로환경이 서로 다른 상황에서 이루어지는 것이어서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이 적용되어야 할 비교집단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설령 원고들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이 적용되어야 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더라도, 앞서 본 바와 같이 ①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고령 근로자의 고용 유지 및 안정을 위한 정년 연장에 있어서 필요한 조치로서,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5 제4호, 제19조의2 제1항 등 관련 법령에서도 이를 예정하고 있었던 점, ② 그 도입 경위에 있어서도 근로자에게 유리한 '60세 정년 법정 의무화'와 함께 이루어져 이 사건 임금피크제만을 두고 원고들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조치였다고 평가할 수는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임금피크제 시행 이후에 원고들이 이전과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면서도 기존보다 적은 임금을 받게 되었다 하더라도, 이를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위반한 것이라거나 원고들의 평등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평가할 수 없음은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헌법상 제11조 또는 남녀고용평등법 제8조 제1항에 위반하여 무효라는 원고들의 위 주장도 이유 없다.

나.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취업규칙 변경의 절차를 갖추지 못하여 무효인지 여부

1)

취업규칙의 불이익한 변경에 해당하는지 여부

가)

관련 법리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 단서에서 정한 취업규칙의 불이익 변경이란 사용자가 종전 취업규칙 규정을 개정하거나 새로운 규정을 신설하여 근로조건이나 복무규율에 관한 근로자의 기득권·기득이익을 박탈하고 근로자에게 저하된 근로조건이나 강화된 복무규율을 일방적으로 부과하는 것을 말하고(대법원 1993. 8. 24. 선고 93다17898 판결 등 참조), 취업규칙의 변경이 근로자에게 불이익한지 여부를 판단할 때 근로조건을 결정짓는 여러 요소 중 한 요소가 불이익하게 변경되더라도 그와 대가관계나 연계성이 있는 다른 요소가 유리하게 변경되는 경우라면 그와 같은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대법원 2022. 3. 11. 선고 2018다255488 판결 등 참조).

나)

구체적 판단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임금피크제 도입 전 피고의 취업규칙은 근로자의 정년을 58세로 정하고 근로자가 정년이 되는 해의 말일에 정년퇴직하는 것으로 정하고 있었는데,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근로자의 정년을 60세로 연장하되 56세에 도달하는 해의 초일부터 정년인 60세까지 5년 동안 매해 기본연봉을 전년도 기본연봉의 90%로 삭감하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살피건대,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도입으로 인해 피고 근로자의 정년이 2년 연장되고 임금피크제 적용시점인 56세부터 정년퇴직 시까지 지급받을 수 있는 임금 총액이 증가한 측면이 있기는 하나, ①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기존 정년인 58세까지 지급받는 임금에 대해서도 총 3년간의 임금을 감액하는 내용인 점, ② 정년 연장의 이익과 임금 감액, 특히 기존 정년 이전 3년분 임금 감액의 불이익 사이에 대가관계나 연계성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점, ③ 피고 근로자의 정년이 60세로 연장된 것은 개정 고령자고용법의 시행에 따라 2016. 1. 1.부터 근로자의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하는 것이 법적으로 의무화되었기 때문일 뿐, 피고의 근로자들이 취업규칙의 개정으로 인해 비로소정년 연장의 이익을 향유하게 된 것은 아닌 점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도입은 취업규칙의 불이익한 변경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이에 반하는 피고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2)

취업규칙 변경에 절차적 하자가 있는지 여부

가)

관련 법리

사용자가 취업규칙의 변경에 의하여 기존 근로조건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려면 종전 근로조건 또는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고 있던 근로자의 집단적 의사결정방법에 의한 동의를 요하고, 이러한 동의를 얻지 못한 취업규칙의 변경은 효력이 없으며, 그 동의의 방법은 근로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들의 회의방식에 의한 과반수의 동의를 요하고, 회의방식에 의한 동의라 함은 사업 또는 한 사업장의 기구별 또는 단위 부서별로 사용자측의 개입이나 간섭이 배제된 상태에서 근로자 간에 의견을 교환하여 찬반을 집약한 후 이를 전체적으로 취합하는 방식도 허용된다. 여기서 사용자측의 개입이나 간섭이라 함은 사용자측이 근로자들의 자율적이고 집단적인 의사결정을 저해할 정도로 명시 또는 묵시적인 방법으로 동의를 강요하는 경우를 의미하고 사용자측이 단지 변경될 취업규칙의 내용을 근로자들에게 설명하고 홍보하는 데 그친 경우에는 사용자측의 부당한 개입이나 간섭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10. 1. 28. 선고 2009다32362 판결 참조).

나)

구체적 판단

앞서 든 증거들, 갑 제9 내지 11호증, 을 제7, 13, 21 내지 23, 55호증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의 사실 내지 사정들을 종합하면, 근로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없는 피고는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도입함에 있어 근로자들에게 설명회 참석 기회 부여, 상급자를 통한 전달, 안내 · 교육자료 배포 등의 방법으로 원고들을 포함한 소속 근로자들에게 개정안의 내용을 주지시키고 그에 기반하여 그 수용 여부 등에 대한 자유로운 의견교환을 거쳐 찬반의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필요한 조치를 취한 다음 사내시스템에서 근로자들의 개별적인 의사를 취합하였으므로, 이 사건 임금피크제 도입에 근로자의 집단적 의사결정방법에 의한 동의가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고,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①

피고는 2015. 7. 15. 무렵 직원들에게 이 사건 임금피크제 시행에 따른 직원 교육과 관련 규정 제 · 개정에 관한 동의 절차를 진행한다는 취지의 안내를 하였다 (을 제1호증). 위 안내문에는 임금피크제 도입배경, 제 · 개정되는 HR규정 및 임금피크제 운영지침의 신설 내용, 정규직 직원을 대상으로 팀/지점/센터별 자체적인 직원교육을 실시한다는 점, 2015. 7. 24.을 기한으로 동의서를 받는다는 취지의 내용 등이 기재되어 있고, 첨부파일로 '임금피크제 교육자료(주요내용 및 Q&A)'(을 제7호증)와 임금피크제 운영지침(안)을 함께 배포하였다. 위 교육자료에는 취업규칙 개정의 주요 내용으로 정년 연장에 따른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기로 한 점과 도입방법 및 대상자, 임금변동방식, 임금피크제를 시행하는 경우 퇴직금 산정방식 등이 요약, 정리되어 있다.

②

피고 직원들은 사내시스템(인사ERP)에 접속하여 '동의' 또는 '동의 안 함' 버튼을 클릭하는 방식으로 동의 여부를 표시하였는데, 해당 화면에서도 동의 여부를 표시하기에 앞서 임금피크제의 주요내용과 변경되는 취업규칙, 인사규정 등 조항의 신구대조표를 열람할 수 있었다. 위와 같은 사내시스템을 통한 동의 절차를 거친 결과 전체 직원 1,431명 중 약 88%에 해당하는 1,255명이 이 사건 임금피크제 시행에 동의하였다. 피고 직원들은 위 사내시스템의 동일한 화면 내에서 '동의' 또는 '동의 안 함' 버튼을 자유롭게 선택하여 클릭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달리 위 동의 과정에서 피고가 직원들을 상대로 이 사건 임금피크제에 찬성하도록 회유하거나 찬성의 의사를 강권하는 등의 행위를 하는 등 부당한 개입이나 간섭을 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은 보이지 않는다.

③

피고는 2015. 7. 9. 피고 본사에서, 그리고 그 무렵 지역 본부 거점별로 각 임금피크제 설명회를 개최하여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취지와 그에 따른 주요 변동 사항을 설명하고 참석자들의 질의에 직접 답변하였다. 그 참석 대상은 주로 팀장 등 상급 보직자였으나 일반 직원도 참석 가능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피고가 이 사건 임금피크제에 대한 투표를 진행한 결과 위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하면서 기안하여 승인받은 문서(을 제1호증)에도 제도에 관한 설명 및 동의를 2015. 7. 15.~24. 기간 동안 본사 각 부서 및 거점별로 진행하였다고 기재되어 있다.

④

이에 대해 원고들은, 피고가 보직자를 제외한 일반 직원들을 대상으로 제대로 된 설명회를 실시하지 않았고, 일반 직원들이 함께 모여서 충분하게 찬반의견을 교환할 수 있는 자리도 없었으므로, 유효한 집단적 회의방식에 의한 동의절차를 거쳤다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도입은 2013. 5. 22. 개정되어 2016. 1. 1.부터 시행된 고령자고용법의 정년 조항에 따른 것이고, 피고가 근로자들에게 동의를 구한 취업규칙 개정안의 유일한 내용인 점, 피고는 2015. 7. 9.자 피고 본사에서 개최된 임금피크제 설명회 및 그 무렵 지역본부 거점별로 개최된 임금피크제 설명회에서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내용을 상세히 설명하였던 것으로 보이고(설령 일반직원들 다수가 참석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애초에 참석 기회가 배제된 것이 아니고, 대부분 부서장인 보직자들을 통하여 일반 직원들에게도 해당 내용이 전달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피고가 2015. 7. 15.경 배포한 임금피크제 설명자료에도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내용이 구체적으로 설명되어 있는 점, 이 사건 임금피크제에 대한 근로자들의 찬반 의사결정 기한인 2015. 7. 24.까지 위 임금피크제 설명회 개최 시로부터 약 16일, 위 임금피크제 설명자료 배포 시로부터 약 10일의 기간이 부여된 점 등을 고려할 때, 피고는 근로자들이 이 사건 임금피크제 도입에 대한 찬반 의견을 교환하고 집단 의사를 확인, 형성할 수 있도록 상당한 조치를 하였다고 보이고, 피고의 근로자들이 동의 여부를 결정하기 전에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내용을 자세히 이해하고 서로 그에 대한 의견을 교환함으로써 집단적 의사를 형성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였을 것으로 판단된다.

5.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청구는 모두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동현(재판장) 김아름 장혜민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