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당사자들의 지위
피고는 투자매매업, 투자중개업 등의 금융투자업무를 영위하는 증권회사이다.
원고 A은 2017. 5.경 피고에 입사하여 인프라금융팀 부장을 거쳐 영업이사로, 원고 B는 2019. 3.경 피고에 입사하여 인프라금융팀 차장으로, 원고 C은 2020. 3. 30.인프라금융팀 과장으로 각각 근무하다가 2022. 3. 12. 퇴직한 사람들이다.
피고의 성과보수 지급체계
금융감독원은 2010. 1. 19.경 합리적인 성과보상체계를 구축하려는 목적에서 '금융투자회사 성과보상체계 모범규준'(이하 '모범규준'이라고 한다)을 마련하여 금융투자회사로 하여금 임직원들이 높은 성과보상을 위해 과도한 위험을 부담하며 단기성과를 추구하는 행위를 제어할 수 있도록 성과보수 중 상당 부분을 3년 이상 이연하여 지급할 것을 권고하였다.
피고는 모범규준의 취지에 따라 2012. 10. 11. 성과보수규정(이하 '이 사건 성과보수규정'이라고 한다)을 제정하여 그에 따라 임직원들에게 성과보수를 지급하고 있는데, 그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원고들은 이 사건 성과보수규정 제2조에 따른 임원 또는 금융투자업무 담당자로서 동 규정 제7조 제1항에서 정한 이연지급 대상자에 해당한다.
한편, 원고들이 피고와 체결한 근로계약에서는 성과보수 지급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정하고 있다.
원고들의 퇴직 및 피고의 이연성과보수 미지급
피고는 원고들의 각 성과에 따라 산출한 이연성과보수 금액 및 지급시기를 아래 표와 같이 확정하였고, 2022년까지 확정한 성과보수를 지급하였다.
(단위: 원)
원고들은 2022. 3. 12. 피고로부터 퇴직한 이후, 1년이 경과하기 전에 피고와 동종사업을 운영하는 주식회사 E에 입사하였다.
2023. 7. 25. 피고에게 2023년분 이후의 미지급 성과보수의 지급을 요청하였으나, 피고는 원고들이 퇴직 후 1년 이내에 타 증권사에 입사하였으므로 이 사건 성과보수규정 제13조 제2항 제2호(이하 '이 사건 지급제한 규정'이라 한다)에 따라 이연성과보수를 지급할 수 없다는 이유로 위 요청을 거절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4호증, 을 제1 내지 7, 11, 12호증(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원고들의 주장
피고는 원고들에게 이미 발생한 성과보수 중 일부만을 지급하였을 뿐이므로, 원고들에게 미지급 성과보수 및 이에 대한 근로기준법상의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피고가 미지급한 성과보수는 근로기준법상 임금에 해당하고, 그 지급에 이 사건성과보수규정 제13조 제2항 제2호와 같은 지급조건을 부가하는 것은 ① 근로기준법 제43조 제1항, 제36조의 임금 전액 지급 원칙에 반하고, ② 원고들의 직업의 자유를 해하는 것으로서 민법 제103조의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며, ③ 금융회사의 성과급 산정 및 지급을 규율하는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이하 '금융사지배구조법'이라 한다)의 입법취지에 반하여 효력이 없다.
이 사건 지급제한 규정의 효력
근로기준법 제43조 제1항 위반 여부
을 제4, 11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따라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할 때 원고들의 이연성과보수를 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5호의 임금이라 보기 어렵다. 따라서 이연성과보수가 임금임을 전제로 이 사건 지급제한 규정이 근로기준법 제43조 제1항이 정한 임금 전액 지급 원칙을 위반하였다는 원고들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회사가 임직원에게 성과보수를 지급할지 여부, 성과보수를 지급한다면 지급대상, 지급방법 및 시기, 지급조건을 어떻게 할 것인지는 원칙적으로 사적자치의 영역에 속하는 문제이다. 피고가 운영하는 성과보수 이연지급제도의 제정 기준이 된 금융감독원의 모범규준은 퇴직한 임직원에 대하여 성과보수를 지급할지 여부를 회사가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하였고,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이하 '금융사지배구조법'이라 한다) 역시 피고와 같은 금융회사로 하여금 일정한 범위의 임직원에 대하여 보수의 일정 비율 이상을 성과에 연동하는 보수로 일정 기간 이상 이연하여 지급할 의무를 부과하면서 성과보수의 40% 이상에 대한 이연기간을 3년 이상으로 하도록 정한 것 외에, 지급시기 및 방식, 지급조건 등 구체적인 사항에 관하여는 별다른 규정을 두지 않음으로써 금융회사가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사건 성과보수규정도 성과보수 지급에 관한 기본원칙에 관하여 '성과보수는 회사의 현재 또는 미래의 재무상황과 리스크 요인을 고려하여 지급하며, 자본적정성의 유지 및 확충을 저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 그 지급을 유보 또는 제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제4조 제2항), 현재 및 잠재적 리스크의 규모와 비용 등을 고려하여 성과보수의 규모와 배분을 결정하거나 성과보수액을 조정할 수 있음을 규정하고 있다(제5조 제2항, 제6조 참조).
또한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들과 피고 사이의 근로계약 역시 '연봉 이외의 성과급이 지급될 경우에는 피고가 결정한 성과급 지급방식에 따른다'고 정하여, 연봉과 달리 성과급의 지급 여부와 방식을 피고의 재량에 맡기고 있다.
이처럼 원고들의 이연성과보수는 피고에게 그 지급여부와 방식, 시기 및 조건 등에 관한 광범위한 재량권이 인정되고, 이 사건 성과보수규정에 따른 이연성과보수의 지급 여부나 지급액 등은 개인의 실적뿐만 아니라 특정한 사업부서나 회사 전체가 창출한 실적에 따라 결정되므로(제5조 제1항), 이를 계속적·정기적으로 지급되는 것으로서 피고에게 무조건적인 지급의무가 있는 돈이라고 보기 어렵다.
이연성과보수는 과거의 단기성과만을 고려한 보상이 아니라 이연지급기간의 장기성과 및 잠재적 투자위험 관리까지 고려한 보상이라고 할 수 있고, 이 사건 성과보수규정 역시 제10조에서 '성과보수와 장기성과의 연계'라는 제목 아래 성과보수의 상당 부분을 회사의 장기성과와 연동될 수 있는 형태로 지급할 것을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성과보수 중 이연지급되는 부분에는 이연지급기간의 장기성과와 투자위험 관리에 대한 대가의 성격도 포함되어 있다고 볼 수 있는데, 피고의 임직원이 이연지급기간 도중에 퇴직하였다면 그 이후의 장기성과 및 투자위험 관리에는 기여하지 못한 것이므로, 퇴직 이후에 지급일이 도래하는 이연성과보수가 온전히 '퇴직 전에 이미 제공한 근로의 대가'라고 보기는 어렵다.
직업의 자유 침해 여부
헌법 제15조는 "모든 국민은 직업선택의 자유를 가진다."라고 규정하여 개인이 원하는 직업을 자유롭게 선택하는 '좁은 의미의 직업선택의 자유'와 그가 선택한 직업을 자기가 원하는 방식으로 자유롭게 수행할 수 있는 '직업수행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헌법재판소 2016. 3. 31. 선고 2013헌마585 등 결정, 헌법재판소 2021. 7. 15. 선고 2018헌마279 등 결정 등 참조). 또 근로기준법 제7조는 "사용자는 폭행, 협박, 감금, 그 밖에 정신상 또는 신체상의 자유를 부당하게 구속하는 수단으로써 근로자의 자유의사에 어긋나는 근로를 강요하지 못한다."라고 규정하여 강제 근로를 금지하고, 제107조는 강제 근로 금지를 위반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여기서 '그 밖에 자유를 부당하게 구속하는 수단'이라고 하려면 사회통념상 수긍할 수 없을 정도로 근로자에게 정신적 또는 신체적 제한을 가하여 근로자의 자유의사를 침해하는 정도에 이르러야 할 것이다.
이 사건 지급제한 규정이 지급대상자에게 퇴직 후 취업할 업체를 선택하거나 재취업의 시기를 결정하는 데 영향을 미침으로써 지급대상자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는 점은 인정된다. 그러나 ① 위와 같이 성과급이 피고에게 지급의무가 인정되는 임금이 아니어서, 성과급을 지급할지 여부, 성과급을 지급한다면 장기간에 걸쳐 이연하여 지급할지 여부가 원칙적으로 사적 자치의 영역에 속하는 문제인 이상 '퇴직 후 1년 이내에 타 증권사에 입사하지 않을 것'이라는 일종의 경업금지 요건을 두어 퇴직자에 대해 이연성과급의 지급을 제한할지 여부 역시 피고의 재량에 맡겨져 있는 점, ② 이 사건 지급제한 규정은 금융투자회사의 임직원들이 단기성과만을 추구하는 것을 억제하고 장기성과에 연동되는 보상체계를 마련하기 위해 도입된 것으로 그 목적이 정당하고, 성과보수 중 일정비율(40%~60%) 상당액만을 이연대상으로 정하는 등 목적 달성에 합리적인 수단으로 보이는 점, ③ 성과보수규정에서 이연성과보수 지급대상자가 자의로 고용계약을 해지한 후 1년 이내에 타 증권사에 입사하는 경우 이연성과보수를 지급하지 않음을 명시하고 있고, 이는 1년 이내 타 증권사 입사 여부와 무관하게 중도퇴직 자체만으로 이연된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도록 정한 근로계약 제7조 제2항의 내용보다 근로자에게 유리한 내용으로서, 피고의 임직원들로서는 이연성과보수를 받지 못하는 경우를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고 원고들 역시 그러한 내용을 고지받고 개별적으로 그에 동의한 점(을 제8, 9, 10호증), ④ 자발적으로 퇴직한 뒤 이연성과보수를 포기하고 1년 이내 타 증권사에 취업할지 여부는 피용자의 자유로운 판단에 맡겨져 있고, '1년 이내에 타 증권사에 입사하지 않을 것'이라는 지급 기준이 불명확하거나 과도한 제한 이라 보기도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지급제한 규정이 사회통념상 수긍할 수 없을 정도로 정신적 또는 신체적 제한을 가하거나 지급대상자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여 민법 제103조의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법률행위라 볼 수 없다.
따라서 이 부분 원고들의 주장도 이유 없다.
금융사지배구조법 위반 여부
금융사지배구조법 제22조 제3항은 금융회사로 하여금 임직원에 대하여 보수의 일정비율 이상을 성과에 연동하여 미리 정해진 산정방식에 따른 보수로 일정기간 이상이연하여 지급하도록 하고 있고, 같은 법 시행령 제17조 제3항은 그 세부기준에 관하여 직무의 특성, 업무책임의 정도 및 해당 업무의 투자성 등을 고려하여 성과보수의 비율을 정하도록 하고, 임원 및 금융투자업무담당자에 대해서는 해당 업무의 투자성 및 그 존속기간 등을 고려하여 성과보수의 100분의 40 이상에 대하여 이연 기간을 3년 이상으로 두도록 하여 이연지급할 보수의 비율과 이연기간의 하한을 정하고 있다. 이에서 나아가 금융사지배구조법과 그 시행령에서 전직 등과 관련하여 이연성과보수의 지급을 제한할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하여 별도의 규정을 두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위와 같이 금융사지배구조법령에서 투자성의 존속 기간 등을 고려하여 이연지급기간을 정하도록 함과 아울러 일정 규모 이상의 성과보수를 충분한 기간 분할 지급하도록 제도화하고 있는 취지는 금융기관 임직원의 단기성과뿐 아니라 장래의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성과까지 대상으로 삼아 성과보수가 기간별로 배분되도록 함으로써 성과급제가 합리적으로 운용되도록 하는 데 있으므로, 성과보수 지급대상자가 퇴직으로 투자위험 관리업무에서 이탈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단기간 내에 동종 업체에 취업하여 이해충돌 상황을 초래한 것에 대하여 장래 이연된 잔여 성과보수를 지급하지 않는 불이익을 부과하는 것이 금융사지배구조법의 취지에 반하는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다만 갑 제6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금융위원회가 2018년경 F협회 등을 통해 금융회사에 공지한 공문에서 '이연성과보수는 근로자가 퇴사하기 전에 발생한 성과분에 대하여 지급하는 보수이므로, 설령 퇴사했다 하더라도 근로기간 중 발생한 이연성과보수를 당초 지급예정 계획대로 지급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힌 사실이 인정되나, 갑 제6호증은 금융위원회가 모범규준의 적용 편의를 위해 배포하는 것일 뿐 공식적인 유권해석은 아니므로 갑 제6호증만으로는 위에서 판단한 것과 달리 이 사건 지급제한 규정이 금융사지배구조법과 이를 구체화한 모범규정의 취지에 반하는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3) 따라서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 역시 받아들이지 않는다.
결론
결국 이 사건 지급제한 규정은 유효하므로, 원고들이 피고에서 자발적으로 퇴직한 이후 1년 이내에 타 증권사에 입사한 이상 피고는 이 사건 지급제한규정에 따라 원고들에게 미지급 이연성과보수를 지급할 의무가 없다.
그렇다면 원고들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최정인(재판장) 이진희 박창현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