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기초 사실
피고는 보험업법에 따른 보험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이고, 원고들은 피고 소속 근로자로 근무하다가 퇴직한 사람들이다.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고령자고용법’이라고 한다) 제19조에서 사업자로 하여금 근로자의 정년이 60세 이상이 되도록 노력할 것으로만 규정하던 것이 의무적으로 60세 이상으로 정하도록 개정됨에 따라(2013. 5. 22. 법률 제11791호로 개정), 피고는 그 시행일인 2016. 1. 1.부터 근로자의 정년을 기존 근로자의 정년인 55세에서 60세 이상으로 정하여야 했다. 이에 피고는 2015. 12.경부터 피고 노동조합과 수차례 협상을 거쳐 2016. 2. 1. 직원의 정년을 만 55세로 정하고 있던 취업규칙을 개정하여 만 60세로 정년을 정하되 만 55세가 도래하는 전 직원에 대하여 임금피크제를 시행하기로 하고, 임금피크제 대상자에 대한 급여는 임금피크제 적용 1년차에게 임금피크제 적용 직전 기준연봉의 80%, 2년차에게 기준연봉의 70%, 3년차에게 기준연봉의 60%, 4, 5년차에게 기준연봉의 각 55%로 조정하여 지급하기로 하였다(이하 ‘이 사건 임금피크제’라고 한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3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을 제1 내지 3, 8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판단
원고들의 주장
아래와 같은 이유로 원고들에게는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적용되지 않으므로, 이 사건 임금피크제에 따라 감액된 임금, 감액된 임금을 포함하여 산정한 정당한 퇴직금과 원고들이 실제로 지급받은 퇴직금의 차액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 또는 같은 금액 상당의 손해배상을 구한다.
피고가 근로자들의 정년을 만 60세로 연장한 것은 고령자고용법이 개정된 데 따른 당연한 의무 이행에 불과하다. 원고들은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적용되어 업무량‧업무강도 등의 저감 없이 임금피크 기간 5년 동안 연 임금액의 180%(= 만 55세 20%, 만 56세 30%, 만 57세 40%, 만 58세 45%, 만 59세 45%)가 삭감되는바, 이는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임금피크 대상 근로자들을 차별하는 것으로 무효이다.
원고들이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적용되기 전과 동일한 직무와 책임의 업무를 수행하였음에도 이 사건 임금피크제로 인하여 임금이 삭감되었으므로,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에 위배된다.
연령차별금지원칙 위반 여부에 관한 판단
관련 법리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제1항에서는 “사업주는 모집‧채용(제1호), 임금, 임금 외의 금품 지급 및 복리후생(제2호), 교육‧훈련(제3호), 배치‧전보‧승진(제4호), 퇴직‧해고(제5호) 분야에서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근로자 또는 근로자가 되려는 자를 차별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경우’란 연령에 따라 근로자를 다르게 처우할 필요성이 인정되지 아니하거나 달리 처우하는 경우에도 그 방법‧정도 등이 적정하지 아니한 경우를 말한다. 사업주가 근로자의 정년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임금을 정년 전까지 연령을 기준으로 일정 기간 삭감하는 형태의 이른바 ‘임금피크제’를 시행하는 경우 연령을 이유로 한 차별에 합리적인 이유가 없어 그 조치가 무효인지 여부는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의 타당성, 대상 근로자들이 입는 불이익의 정도, 임금 삭감에 대한 대상 조치의 도입 여부 및 그 적정성, 임금피크제로 감액된 재원이 임금피크제 도입의 본래 목적을 위하여 사용되었는지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2. 5. 26. 선고 2017다292343 판결 참조). 이러한 법리는 이른바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 사안에 관한 법리이나, 이 사건과 같은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 사안에 관하여도 참고기준이 될 수 있다.
구체적 판단
앞서 든 증거에 을 제5 내지 7, 9, 10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고려하면,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 연령차별’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의 타당성
2013. 5. 22. 개정된 고령자고용법은 제19조에서 근로자의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하도록 의무화하는 한편, 제19조의2를 신설하여 “제19조 제1항에 따라 정년을 연장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의 사업주와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의 과반수를 대표하는 자를 말한다)은 그 사업 또는 사업장의 여건에 따라 임금체계 개편 등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라는 규정을 두었다. 이는 정년 연장의 법적 의무화를 계획할 당시부터 근로자의 정년 연장에 따라 사업주의 재정적 부담이 증가할 것을 예상하고, 정년 연장으로 발생할 수 있는 기존 인력에 대한 구조조정, 신규 인력 채용의 감축 등과 같은 부작용을 방지 또는 완화하기 위하여 사업주가 정년 연장에 따른 임금체계 개편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이를 사업주뿐만 아니라 노동조합의 의무로도 규정한 것인바, 위와 같이 60세의 정년을 강제한 법률 개정에 따른 정년 연장 자체가 고령자고용법 제19조의2에서 정한 임금체계 개편 사유가 될 수 있다.
고용보험법령 역시 고령자고용법 개정에 따른 정년 연장이 시행되기 전부터 정년 연장에 따른 근로자의 임금 삭감 제도를 예정하고 이에 대한 지원금 제도에 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있었으며(고용보험법 제23조, 고용보험법 시행령 제28조<1> 참조), 정년연장이 시행될 무렵에는 고용보험법 시행령(2015. 12. 4. 대통령령 제26690호로 일부 개정된 것)에 제28조의2<2>를 신설하여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한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55세 이후부터 임금을 감액하는 제도를 시행하는 경우 2018. 12. 31.까지 일정한 지원금을 지원하도록 규정하였다. 이처럼 관련 법령에서는 법정 정년 연장에 대응하여 일정 연령 이상 고령자를 대상으로 일정 연령에 도달한 시점부터 임금을 삭감하는 임금피크제와 같은 임금체계 개편 조치를 이미 예정하고 있고, 특히 고용보험법령은 임금피크제 등으로 인해 정년이 연장된 근로자의 임금이 감액될 수도 있음을 예상하고 있다.
고령자고용법의 개정과 이에 따른 취업규칙 개정으로 정년이 60세로 늘어났고, 그로부터 약 2개월 정도 지나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도입되었는데, 그 짧은 시간적 간격에 비추어 정년 연장과 임금피크제 도입은 서로 연계되어 순차적으로 진행되었다고 볼 수 있고 이를 별개의 것으로 보기 어렵다. 결국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기존에 만 55세였던 정년이 만 60세로 연장되는 것에 대응하여 인건비 상승 부담을 완화하고자 시행된 것으로서 정년 연장에 불가피하게 수반되는 재정 부담 등의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의 임금체계 개편 조치에 해당하므로, 도입 목적의 타당성이 인정된다.
원고들은, 피고가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면서 임금피크제 적용 대상자의 퇴직을 유도하는 희망퇴직제도를 함께 실시한 점에 비추어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인력우에는 사업주에게도 임금피크제 지원금을 지급한다.
사업주가 근로자대표의 동의를 받아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연장하거나 정년을 56세 이상 60세 미만으로 연장하면서 55세 이후부터 일정나이, 근속시점 또는 임금액을 기준으로 임금을 줄이는 제도를 시행하는 경우
감축도 목적으로 하고 있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피고 근로자들은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적용을 받으면서 근로관계를 유지할 것인지 또는 추가적인 금전적 이득을 고려하여 희망퇴직을 할 것인지를 자신들의 판단에 따라 선택할 수 있었다고 보이고, 임금피크제 적용 대상자가 희망퇴직 시 위로금 등을 지급받았다는 등 원고들이 주장하는 사정만으로는 희망퇴직제도가 이 사건 임금피크제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거나 피고가 근로자의 퇴직을 유도하기 위하여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도입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임금피크제 적용대상 근로자들의 불이익 여부 및 그 정도
원고들은 고령자고용법이 개정되기 이전부터 피고에 고용되어 있었고, 고령자고용법이 개정되던 2013. 5. 22. 무렵에 나이가 만 50세 내지 만 52세로서 그 당시에는 만 55세에 정년퇴직할 것이 예정되어 있었다. 그런데 고령자고용법 개정에 따라 60세로 연장된 정년을 보장받게 되면서 정년 연장 조치와의 유기적 연관 하에 그 합리적인 시행을 위해 도입된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적용을 받게 되었다. 따라서 비록 원고들의 정년 연장이 법률 개정에 따른 당연한 결과로 기대되었다고 하더라도, 원고들에게 유리한 정년 연장의 측면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임금 감액만을 이유로 이 사건 임금 피크제가 원고들에게 일방적으로 불이익하다고 평가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정년이 연장된 5년의 기간에 한하여 직전 임금의 80%, 70%, 60%, 55%, 55%를 각 지급하는 내용으로, 정년이 연장된 기간에 대한 새로운 임금제도를 신설하였다고 볼 수 있다. 이에 원고들은 이 사건 임금피크제 시행으로 기존 정년인 만 55세까지의 근무로 인한 임금이 삭감되지 않으면서 만 55세 이후 근로의 제공 및 임금 수령의 기회가 생겼으므로, 이 사건 임금피크제 시행 전보다 ‘임금 총액’ 측면에서 더 많은 이익을 얻게 되었다. 원고들은 법정 정년 연장으로 기대할 수 있었던 추가 이익, 즉 정년 연장된 5년 동안에도 기존 임금체계를 적용한 임금을 지급받게 된다는 기대에 따른 경제적 이익을 임의로 산정한 후 이 사건 임금피크제로 인하여 전체 기간 대비 직전 임금의 180%가 감소하였다고 주장하나, 오히려 원고들은 정년이 5년 연장됨으로써 해당 기간 동안 취업규칙에서 정한 임금을 추가로 지급받게 되었으므로, 이 사건 임금피크제 시행 전과 비교하여 실질적인 경제적 손실을 입었다고 보기도 어렵다(아래 표 참조).
매년 업적 평가에 따라 차등 지급되는 변동연봉이나 자격수당, 직책수당, 중식비는 임금피크제 적용 대상자에 대하여도 감액률이 적용되지 않고 지급되었고, 자녀학자금, 휴가비, 자기개발비, 경조금, 건강진단비 등 복리후생 항목도 그대로 유지되었다.
임금 삭감에 대한 대상 조치의 도입 여부 및 그 적정성
이 사건과 같이 정년연장에 연계하여 임금피크제가 실시되는 경우 정년연장 자체가 임금 삭감에 대응하는 가장 중요한 보상이고, 연장된 근로기간에 대하여 지급되는 임금이 감액된 인건비의 가장 중요한 사용처라고 볼 수 있다.
피고는 업무 난이도, 인력 운영 현황 등을 고려하여 일부 원고들에게 종전에 담당하던 대면투자상담, 금융상품 판매 등 업무보다 강도가 낮은 전화상담, 문서 관리, 지원 업무 등 별도 직무를 부여하였다.
또한 피고는 임금피크제 적용 대상자에 대하여 정년퇴직 직전 3개월 간 유급으로 ‘자기개발휴가’를 부여하고, 2021. 3.경부터 단축근무제도를 시행함으로써 근로시간을 감축시키는 등 임금 감액에 따른 불이익을 상쇄하기 위한 조치를 마련하였다.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 위반 여부에 관한 판단
관련 법리
사업주는 동일한 사업 내의 동일가치노동에 대하여는 동일한 임금을 지급하여야 한다(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제8조 제1항). 여기에서 ‘동일가치 노동’이란 당해 사업장 내의 서로 비교되는 노동이 동일하거나 실질적으로 거의 같은 성질의 노동 또는 직무가 다소 다르더라도 객관적인 직무평가 등에 의하여 본질적으로 동일한 가치가 있다고 인정되는 노동에 해당하는 것을 말하고, 동일 가치의 노동인지는 직무 수행에서 요구되는 기술, 노력, 책임 및 작업조건을 비롯하여 근로자의 학력‧경력‧근속연수 등의 기준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9. 3. 14. 선고 2015두46321 판결 참조).
구체적 판단
원고들은, 원고들 자신을 그 비교 대상으로 하여 이 사건 임금피크제 적용 전후로 원고들이 제공하는 노동은 그대로임에도 불구하고 적용 후의 임금은 적용 전보다 삭감되었다는 점에서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헌법 및 남녀고용평등법에서 정하고 있는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하나, 남녀고용평등법 제8조에서 정하고 있는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이라 함은 앞서 본 바와 같이 근로자의 학력‧경력‧근속연수 등 근로자 개인의 개별적인 요소들뿐만 아니라 근로 제공의 시점과 상황 등 모든 요소를 고려하여 동일한 노동에 대하여는 같은 임금을 지급하여야 한다는 것이지(즉 같은 시기에 같은 근로환경에서 같은 내용의 근로를 제공하는 서로 다른 근로자나 근로집단 사이에서 임금의 차별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취지이다), 근로 제공의 시기나 주변 여건의 변화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오직 제공되는 근로의 내용이나 근로를 제공하는 사람이 동일하다면 기존의 임금이 계속 보장되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이 사건 임금피크제 시행 전에 제공된 원고들의 근로와 시행 후에 제공되는 원고들의 근로는 그 근로 제공의 시기가 다를 뿐만 아니라, ‘60세 정년 법정 의무화’라는 근로환경이 서로 다른 상황에서 이루어지는 것이어서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이 적용되어야 할 비교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 또한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들은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대상조치에 따라 문서 관리 업무 등 별도 직무를 수행하게 되었으므로, 이 사건 임금피크제 적용 전후로 수행하는 업무가 완전히 동일하다고 보기도 어렵다. 따라서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 역시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청구는 모두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최정인(재판장) 이진희 박창현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