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의 제1원심판결에 대한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소송의 경과
제1원심은 공소사실 중 근로자 E의 일부 퇴직금 300만 원 미지급으로 인한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의 점에 대하여 이유에서 무죄로 판단하였고, 나머지 공소사실에 대하여 모두 유죄로 인정하여 벌금 130만 원을 선고하였으며, 제2원심은 공소사실에 대하여 유죄로 판단하여 벌금 10만 원을 선고하였다.
피고인은 제1원심판결 중 유죄부분에 대하여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를, 제2원심판결에 대하여 사실오인,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하였다. 환송 전 당심은 제1원심판결 중 유죄부분과 제2원심판결에 대한 항소사건을 병합심리하였고, 피고인의 제1원심판결 중 유죄부분에 대하여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주장을, 제2원심판결에 대하여 사실오인 주장을 각 받아들여 제1원심판결 중 유죄부분과 제2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하였다.
이에 대하여 검사는 환송 전 당심판결의 무죄 부분 전부에 대하여 상고하였다. 상고심은 검사의 상고 중 제1원심판결의 근로자 D, 근로자 E, 근로자 G, 근로자 F에 대한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의 점에 대한 상고이유를 받아들여 환송 전 당심판결 중 이 부분을 파기하고, 나머지 상고이유를 배척하여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이 법원의 심판범위
제1원심판결에 대하여
제1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 중 근로자 E의 일부 퇴직금 300만 원 미지급으로 인한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의 점에 대하여 이유에서 무죄로 판단하였고, 나머지 공소사실에 대하여 모두 유죄로 인정하였다.
피고인이 유죄 부분에 대하여 항소하였고, 검사는 항소하지 아니하였는바, 이유무죄 부분은 유죄 부분과 함께 항소심에 이심되기는 하나, 이미 당사자 간의 공격·방어의 대상에서 벗어나 사실상 심판대상에서 이탈되었으므로 이 법원이 이 부분을 다시 판단할 수는 없다(대법원 2004. 10. 28. 선고 2004도5014 판결, 대법원 2010. 1. 14. 선고 2009도12934 판결 등 참조). 따라서 이유무죄 부분에 대하여는 제1원심판결의 결론을 그대로 따르고 이 법원이 따로 판단하지 않는다.
제2원심판결에 대하여
상고심은 환송 전 당심판결 중 환송 전 당심이 무죄로 판단한 근로자 J에 대한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의 점(제2원심 부분)에 관하여 검사의 상고를 기각하였으므로, 이 부분은 분리·확정되어 이 법원의 심판범위에서 제외되었다.
항소이유의 요지
제1원심판결(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F 부분) F가 1년 이상 근무하였다는 점에 관하여 증명이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형사재판절차에서의 엄격한 증명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적절한 석명권을 행사하지 않았다.
(D, E, G 부분) 일반택시 운송사업에서 관례화되고 그 유효성이 인정된 사납금제도와 미수금 공제제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였고, 민법상 상계와 혼동하여 잘못된 판단을 하였다. 또한 피고인이 미수금을 공제하기 위하여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은 것이기 때문에 피고인에게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의 고의가 인정된다고 볼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제2원심판결<1>
사실오인
피고인이 지급하지 않은 퇴직금이 85,180원에 불과한 점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에게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의 고의가 인정된다고 볼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
양형부당
원심이 선고한 형(벌금 10만 원)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병합에 따른 직권파기 여부
항소이유에 관한 판단에 앞서 살피건대, 피고인은 제1, 2원심판결에 대하여 각 항소하였고, 환송 전 당심은 위 각 항소사건을 병합하여 심리하기로 결정하였는데, 앞서 본 바와 같이 제2원심판결은 이 부분에 관한 검사의 상고가 기각되어 분리·확정되었으므로, 병합을 이유로 원심판결들을 직권파기하지 않기로 한다.
제1원심판결에 대한 피고인의 항소에 관한 판단
근로자 F에 대한 부분
근로계약의 종료 사유는 근로자의 의사나 동의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퇴직, 근로자의 의사에 반하여 사용자의 일방적 의사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해고, 근로자나 사용자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이루어지는 자동소멸 등으로 나눌 수 있으며 근로기준법 제27조에서 말하는 해고란 실제 사업장에서 불리우는 명칭이나 그 절차에 관계없이 위의 두 번째에 해당하는 모든 근로계약관계의 종료를 의미한다.
회사가 어떠한 사유의 발생을 당연퇴직사유로 규정하고 그 절차를 통상의 해고나 징계해고와는 달리 하였더라도 근로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사용자 측에서 일방적으로 근로관계를 종료시키는 것이면 성질상 이는 해고로서 근로기준법에 의한 제한을 받는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근로자에 대한 퇴직조처가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에서 당연 퇴직으로 규정되었다 하더라도 위 퇴직조처가 유효하기 위하여는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이 규정하는 바의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대법원 1993. 10. 26. 선고 92다54210 판결 등 참조).
단체협약 등에서 당연퇴직 사유에 대하여 징계해고에 관한 절차 등을 거치도록 규정하고 있지 않다 하여 그것이 근로기준법상의 해고제한 규정을 회피하려는 것으로서 무효라고 할 수 없다 할 것이나, 그 당연퇴직 사유가 동일하게 징계사유로도 규정되어 있는 경우에는 당연퇴직 처분을 하면서 일반의 징계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1995. 3. 24. 선고 94다42082 판결, 대법원 1998. 4. 24. 선고 97다58750 판결 등 참조).
이 사건 회사의 취업규칙상 정당한 사유 없이 월 3일 이상 결근한 때 퇴직 처리하도록 규정되어 있음은 원심이 인정한 바와 같다.
그런데 제1원심과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증거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이 사건 회사의 취업규칙은 월 중 무단결근 3일 이상 또는 결근 사유가 인정되지 않는 결근이 계속 2일 또는 월 중 3일 이상인 자를 징계해고 대상으로도 정하고 있다.
이 사건 회사의 취업규칙이 월 3일 이상 무단결근을 당연퇴직사유로 정한 것은 근로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사용자 측에서 일방적으로 근로관계를 종료시키는 것으로서 성질상 해고에 해당한다. 또한 이 사건 회사의 취업규칙은 월 3일 이상 무단결근을 징계해고 사유로도 정하고 있다. 따라서 피고인이 근로자 F를 위 사유로 당연퇴직 처리하고 퇴직금 미지급 사유로 삼기 위하여는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에 따른 해고의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하고, 징계절차를 거쳤다는 사정이 인정되어야 한다.
그러나 기록상 근로자 F에게 해고의 정당한 이유가 있다거나, 피고인이나 이 사건 회사가 위와 같은 징계절차를 거쳤다고 볼 만한 아무런 증거가 없다.
따라서 피고인의 이 부분의 항소 이유를 받아들일 수 없다.
근로자 D, E, G에 대한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이 사건 회사에서 택시기사로 근무하다가 2020. 11. 29. 퇴직한 근로자 D의 퇴직금 중 993,933원, 2020. 12. 14. 퇴직한 근로자 E의 퇴직금 중 4,623,806원, 2020. 11. 29. 퇴직한 근로자 G의 퇴직금 중 1,065,834원을 당사자 간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각각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원심의 판단
이 사건 회사의 단체협약 및 취업규칙에서 실제 운송수입금 납부액이 기준 운송수입금액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 그 미달액을 임금에서 공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이와 같이 정하는 것이 원칙적으로 가능하기 때문에 피고인이 운송수입금액 미달액을 퇴직금에서도 공제할 수 있다고 믿고 판시 퇴직금을 지급하지 아니한 데에 상당한 이유가 있으므로, 피고인의 고의를 인정하기 어렵다.
당심의 판단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2019. 8. 27. 법률 제16563호로 개정되어 2020. 1. 1. 시행된 것, 이하 ‘여객자동차법’이라고 한다) 제21조 제1항 제2호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운송사업자는 운수종사자가 이용자에게서 받은 운임이나 요금(이하 ‘운송수입금’이라고 한다)의 전액에 대하여 일정금액의 운송수입금 기준액을 정하여 수납하지 않을 것을 운송사업자의 준수사항으로 규정하고 있고, 제26조 제2항 제2호는 운수종사자는 운송수입금의 전액에 대하여 일정금액의 운송수입금 기준액을 정하여 납부하지 않을 것을 운수종사자의 준수사항으로 규정하고 있다.
일정한 금액을 운송사업자에 입금하고 이를 초과하는 초과운송수입금은 운수종사자 자신의 수입으로 하는 이른바 사납금제는 운송수입금이 일정하지 않기 때문에 운수종사자들의 임금액의 변동이 심하고, 고정급이 크지 않기 때문에 운송수입금이 적은 때에는 운수종사자가 기본적인 생활을 하기 위한 정도의 임금조차 확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문제점이 있었고(헌법재판소 2011. 8. 30. 선고 2008헌마477 전원재판부 결정 참조), 이에 여객자동차법이 1997. 12. 13. 법률 제5448호로 개정되어 이른바 전액관리제를 규정하였으나 이를 우회하여 사실상 사납금제를 실시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 후 여객자동차법이 2019. 8. 27. 법률 제16563호로 개정됨에 따라, ‘운송사업자는 일정 금액의 운송수입금 기준액을 정하여 수납하지 말고 운수종사자는 이를 납부하지 말 것’을 명시적으로 규정하는 제21조 제1항 제2호 및 제26조 제2항 제2호가 신설되어 2020. 1. 1.부터 시행되었다.
이와 같이 일정 금액의 운송수입금 기준액을 정하여 수수하는 행위가 금지됨을 명확히 하여 사납금제의 병폐를 시정하겠다는 신설 경위와 취지 등에 비추어 보면, 위 각 규정은 강행법규로 봄이 타당하므로 설령 이에 반하는 내용으로 사용자와 택시운전 근로자 노동조합과 사이에 합의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 합의는 무효라고 보아야 한다.
제1원심과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을 종합하면 다음의 사실을 알 수 있다.
근로자 D, E, G이 이 사건 회사와 각 체결한 근로계약은 제6조 [별표#1]에서 1일 최저운송수입금 기준 금액을 정하는 한편, 지급한 운송수입액이 위 1일 최저운송수입금 기준 금액에 미치지 못할 경우 이를 임금에서 공제하도록 정하였다.
이 사건 회사의 취업규칙도 운송미수금을 임금에서 공제할 수 있다고 정하였고, 2018년도 단체협약 제40조 제5호에서도 운송미수금을 임금에서 공제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었다.
또한, 2020년도 단체협약 제40조 제6호는 월 성과급 산정을 위한 월 기준급 미달금액을 임금에서 공제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었다.
그런데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설령 위 근로계약, 취업규칙, 각 단체협약상 규정이 운송수입금 기준액을 정하는 한편, 그에 미달하는 금액을 임금에서 공제할 수 있다고 정한 취지라고 하더라도 이는 강행규정인 여객자동차법 제21조 제1항 제2호, 제26조 제2항 제2호에 반하여 무효이다.
결국 사용자인 피고인은 위와 같이 사법상 효력이 없는 근로계약이나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을 내세워 근로자 D, E, G에게 지급할 퇴직금 중 1일 최저운송수입금 기준 금액 미달 부분의 지급을 거절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피고인이 퇴직금을 지급하지 아니한 데에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볼 수 없고, 퇴직금 미지급에 대한 고의가 인정된다.
한편 대법원 2006. 1. 26. 선고 2005도8221 판결 및 대법원 2022. 9. 29. 선고 2017다242928 판결은 모두 개정된 여객자동차법 시행 전 사안에 관한 것으로, 이 사건에 원용하기에 적절하지 않다.
따라서 피고인의 이 부분의 항소 이유도 받아들일 수 없다.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제1원심판결에 대한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따라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정권(재판장) 김지숙 김성원
각주1)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부분의 당심의 심판범위에서 제외되었으나, 피고인이 환송 후에도 항소이유를 유지하고 있어서 그대로 기재한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