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채권자들의 주위적 신청을 모두 기각한다.
채무자는 채권자들에게 이 사건 가처분 결정 송달일로부터 각 고용의 의사표시를 할 때까지 매월 말일에 각 6,000,000원씩을 임시로 지급하라.
제2항은 채권자들이 채무자를 위한 담보로 각 100,000,000원씩을 공탁하거나 위 금액을 보험금액으로 하는 지급보증보험증권을 각 제출하는 것을 조건으로 한다.
채권자들의 나머지 예비적 신청을 각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각자 부담한다.
이유
소명사실
이 사건 기록 및 심문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아래와 같은 사실이 소명된다.
채무자는 항공운송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이고, 채권자들은 채무자 소속 운항승무원(조종사)으로 근무하던 사람들이다.
채무자는 2020. 10. 14. 자로 총 605명의 근로자들에 대하여 경영상 이유를 들어 해고하였다(이하 ‘종전 해고’라 한다).
채무자는 경영상 이유를 들어 2022. 8. 29. 자로 채권자 B를, 2022. 10. 10. 자로 채권자 A을 각 해고(이하 ‘이 사건 각 해고’라 한다)하였다.
채무자는 2023. 4.경부터 2024. 5.경까지 약 1년간 3차례에 걸쳐 근로기준법 제25조 제1항에 따른 재고용 절차를 진행하면서, 채권자들에게 2023. 4.경과 같은 해 11.경 및 2024. 2.경 3차례에 걸쳐 채무자에 재입사할 의사가 있는지를 확인하였는데, 이에 대하여 채권자들은 매번 재입사 의사가 있다고 회신하였다.
특히 2024. 4. 내지 5.경 진행되었던 채무자의 제3차 재고용 절차(이하 ‘이 사건 재고용 절차’라 한다)에서는 그 채용 규모가 채권자들을 포함한 재고용 대상자 수를 초과하였던바, 당초 채무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재고용 대상자 전부를 채용할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채무자는 2024. 7. 4. 채권자들에게 ‘채권자들의 재고용을 거부한다’는 통지를 하였다.
채권자들의 신청 요지
주위적 신청
이 사건 각 해고는 근로기준법 제24조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여 무효인바, 주위적 신청취지 기재와 같은 가처분을 구한다.
예비적 신청
이 사건 각 해고가 유효하다고 보더라도, 채무자는 근로기준법 제25조 제1항에 따라 이 사건 각 해고로 해고된 채권자들을 재고용할 의무를 부담하므로, 예비적 신청취지 기재와 같은 가처분을 구한다.
채무자의 주장
주위적 신청에 관하여
이 사건 각 해고는 근로기준법 제24조의 요건을 갖추었으므로 유효하다.
예비적 신청에 관하여
채무자는 본래 이 사건 재고용 절차에서 채권자들을 재고용할 예정이었으나, 채권자들의 재고용 예정 소식이 알려지자 채무자 소속 근로자들로부터 채권자들의 CRM<1> 관련 문제 및 심각한 비위행위에 관한 수많은 민원이 제기되었다. 이에 채무자는 인사위원회 및 재고용심의위원회에 의한 조사 및 의결 과정을 거쳐 채권자들을 재고용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처럼 채권자들에게는 “고용계약을 체결하기 어려운 객관적인 사유”가 있었던바, 채무자는 채권자들을 재고용할 의무가 없다.
판단
관련 법리
임시의 지위를 정하기 위한 가처분은 다툼이 있는 권리관계에 관하여 본안소송에서 확정될 때까지 사이에 생길 수 있는 현저한 손해를 피하거나 급박한 위험을 막기 위하여 또는 그 밖의 필요한 이유가 있는 때에 한하여 허용되는 응급적․잠정적인 처분이므로, 이러한 가처분이 필요한지 여부는 당해 가처분신청의 인용 여부에 따른 당사자 쌍방의 이해득실관계, 본안소송의 승패의 예상, 기타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법원의 재량에 따라 합목적적으로 결정하여야 한다(대법원 2007. 1. 25. 선고 2005다11626 판결 참조). 본안판결을 통하여 얻고자 하는 내용과 실질적으로 동일한 내용의 권리 관계를 형성하는 이른바 만족적 가처분의 경우에는 본안판결 전에 채권자의 권리가 종국적으로 만족을 얻는 것과 동일한 결과에 이르게 되는 반면, 채무자로서는 본안소송을 통하여 다투어 볼 기회를 가져보기도 전에 그러한 결과에 이르게 된다는 점을 고려해 볼 때, 그 피보전권리 및 보전의 필요성에 대한 고도의 소명이 요구된다. 또한 모든 보전처분에 있어서는 피보전권리와 보전의 필요성에 관한 소명이 있어야 하고, 이 두 요건은 서로 별개의 요건이다(대법원 2005. 8. 19. 자 2003마482 결정 참조).
주위적 신청에 관한 판단
이 사건 기록 및 심문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소명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들을 종합하면, 현재까지 확인된 사실 및 사정과 제출된 자료들만으로는 지금 단계에서 이 사건 각 해고가 근로기준법 제24조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여 무효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근로기준법 제24조에 따라 사용자가 경영상 이유에 의하여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어야 하고(동조 제1항), 사용자는 해고를 피하기 위한 노력을 다하고, 합리적이고 공정한 해고의 기준을 정하여 그 대상자를 선정하여야 하며, 사용자는 해고를 피하기 위한 방법과 해고의 기준 등에 관하여 근로자대표에게 해고를 하려는 날의 50일 전까지 통보하고 성실하게 협의하여야 한다(동조 제3항).
2020. 10. 14. 자로 시행된 종전 해고와 관련하여, 채권자들과 같이 채무자 소속 운항승무원(조종사)으로 근무하다가 해고 된 사람들(이하 ‘종전 해고 근로자들’이라 한다)이 종전 해고가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2020. 12. 14.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하였는데, 위 위원회는 2021. 5. 3. 부당해고 부분 구제신청을 인용하는 판정을 하였고(D/E), 채무자가 위 초심판정에 불복하여 2021. 6. 11.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하자, 위 위원회는 2021. 8. 11. ‘종전 해고가 부당해고라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초심판정 중 종전 해고 근로자들에 대한 각 부당해고 부분을 취소하고 위 근로자들의 구제신청을 기각하는 재심판정을 하였다(F).
이에 종전 해고 근로자들이 중앙노동위원회위원장을 상대로 부당해고구제 재심판정의 취소를 구하는 소(서울행정법원 2021구합81035)를 제기하였는데, 위 법원은 2024. 5. 2. ‘종전 해고는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 해고회피노력, 합리적이고 공정한 기준에 따른 해고대상자 선정, 근로자대표와의 성실한 협의의 요건들을 모두 갖추어 정당하고, 이와 전제를 같이 하는 재심판정은 적법하다’고 판단하면서 종전 해고 근로자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였다. 종전 해고 근로자들은 위 기각판결에 항소하여, 현재 그 항소심(서울고등법원 2024누44626)이 계속 중이다.
본래 채권자들도 종전 해고 대상자에 해당되기는 하였으나, 채권자들은 종전 해고 무렵인 2020. 10. 10.부터 각 육아휴직을 사용하여, 채무자는 채권자들의 각 휴직기간이 종료된 이후인 2022. 8. 및 같은 해 10. 각 해고의 효력이 발생하도록 한 것인 점 및 종전 해고 시점과 이 사건 각 해고 시점 간의 간격이 아주 멀지는 아니한 점, 아래에서 살피는 바와 같이 이 사건 각 해고 무렵에도 채무자의 재무상황은 특별히 나아지지 않았고, 2023. 1. 초경 비로소 자본잠식상태를 탈출한 점 등을 고려하면,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 해고회피노력, 합리적이고 공정한 기준에 따른 해고대상자 선정, 근로자대표와의 성실한 협의의 요건’ 등 종전 해고의 적법성에 관한 서울행정법원의 판단은 이 사건 각 해고에도 상당 부분 그대로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 각 해고 당시 채무자의 재무상황에 관하여도 구체적으로 살피건대, 채무자는 2021. 12. 31. 기준 (-)40,172,589,029원의 완전자본잠식상태였고, 2022. 12. 31. 기준 (-)46,435,617,142원의 완전자본잠식상태였던바, 이 사건 각 해고 당시에도 채무자의 재무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채무자는 이 사건 각 해고 무렵인 2022. 10. 4.경에는 국토교통부장관으로부터 ‘항공사업법에 따라 재무구조 개선을 명령하니, 재무구조 개선계획을 수립하여 2022. 11. 4.까지 제출하라. 아울러 재무구조 개선명령 후 2분의 1 이상 자본잠식이 2년 이상 지속되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안전 또는 소비자 피해가 우려되는 경우 항공운송사업 면허가 취소될 수 있다’는 내용의 재무구조 개선명령을 받기도 하였다.
채무자는 경영상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하여 채무자 소속 임직원들을 상대로 하여 2019. 10.경부터 2022. 말경까지 지속적으로 희망퇴직 제도, 각종 휴업 및 휴직 제도, 근무일 및 근무시간 단축 제도, 임금 삭감 제도 등을 실시하는 등 전사적인 노력을 기울였으나, 그럼에도 채무자의 재무상황은 특별히 나아지지 않았다.
또한, 채무자에 대한 회생절차를 통하여 주식회사 G이 2021. 11.경 채무자에게 700억 원을 유상증자하고 추가로 운영 자금을 투입하였음에도 채무자는 정상화되지 못하였다. 채무자는 결국 2023. 1.경에 이르러 사모투자펀드 운용사인 H로의 인수합병과 1,100억 원이라는 거액의 유상증자를 거치고 나서야 간신히 자본잠식 상태를 탈출하고 2023. 3.경 영업을 재개할 수 있었다.
따라서 채권자들이 주위적 신청취지 기재와 같은 각 가처분을 구할 피보전권리가 충분히 소명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예비적 신청에 관한 판단
관련 법리
근로기준법 제25조 제1항의 규정 내용과, 자신에게 귀책사유가 없음에도 경영상 이유에 의하여 직장을 잃은 근로자로 하여금 이전 직장으로 복귀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하여 해고 근로자를 보호하려는 입법 취지 등을 고려하면, 사용자는 근로기준법 제24조에 따라 근로자를 해고한 날부터 3년 이내의 기간 중에 해고 근로자가 해고 당시에 담당하였던 업무와 같은 업무를 할 근로자를 채용하려고 한다면, 해고 근로자가 반대하는 의사를 표시하거나 고용계약을 체결할 것을 기대하기 어려운 객관적인 사유가 있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가 아닌 한 해고 근로자를 우선 재고용할 의무가 있다. 근로기준법 제25조 제1항에 따라 사용자는 해고 근로자를 우선 재고용할 의무가 있으므로 해고 근로자는 사용자가 위와 같은 우선 재고용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는 경우 사용자를 상대로 고용의 의사표시를 갈음하는 판결을 구할 사법상의 권리가 있고, 판결이 확정되면 사용자와 해고 근로자 사이에 고용관계가 성립한다. 또한 해고 근로자는 사용자가 위 규정을 위반하여 우선 재고용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데 대하여, 우선 재고용의무가 발생한 때부터 고용관계가 성립할 때까지의 임금 상당 손해배상금을 청구할 수 있다(대법원 2020. 11. 26. 선고 2016다13437 판결 참조).
임금 상당 손해배상금의 임시 지급을 구하는 가처분 신청에 관한 판단
피보전권리에 관한 판단
근로기준법 제25조 제1항에서는 “제24조에 따라 근로자를 해고한 사용자는 근로자를 해고한 날부터 3년 이내에 해고된 근로자가 해고 당시 담당하였던 업무와 같은 업무를 할 근로자를 채용하려고 할 경우 제24조에 따라 해고된 근로자가 원하면 그 근로자를 우선적으로 고용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고, 이 사건 각 해고가 근로기준법 제24조 소정의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에 해당하는 점, 이 사건 재고용 절차가 이 사건 각 해고 시로부터 3년 이내에 이루어진 것으로서 채권자들이 해고 당시 담당하였던 업무와 같은 업무를 할 근로자를 채용하는 절차였던 점, 이 사건 재고용 절차의 채용 규모가 채권자들을 포함한 재고용 대상자 수를 초과하였다는 점에 관하여는 채권자들과 채무자 사이에 아무런 다툼이 없다. 그렇다면 이 사건 재고용 절차가 마무리되어 재고용 대상자가 아닌 신규 운항승무원 6명을 새로 채용한 2024. 5.경 무렵에는 채무자에게 근로기준법 제25조 제1항에서 정한 바에 따라 채권자들을 재고용할 의무가 발생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이에 대하여 채무자는, 채권자들에게는 “고용계약을 체결하기 어려운 객관적인 사유”가 있었으므로, 채무자에게 채권자들을 재고용할 의무가 없다고 주장한다. 위와 같은 사유는 근로기준법 제25조 제1항 소정의 사용자의 재고용의무를 부정하는 특별한 사정에 해당하는 것이므로, 채권자들에게 그러한 사정이 있었다는 점에 관하여는 채무자가 충분하게 소명하여야 할 것인데, 이 사건 기록 및 심문 전체의 취지에 비추어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채무자가 주장하는 사정들 및 현재까지 제출된 자료들만으로는 지금 단계에서 채권자들에게 “고용계약을 체결하기 어려운 객관적인 사유”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려운바(이에 관하여는 본안에서 충실한 증거조사와 심리를 거쳐 판단되어야 할 문제로 보인다), 위와 같은 채무자들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구체적으로 채무자는 ‘이 사건 재고용 절차에서 채권자들을 재고용할 예정이었으나, 채권자들의 재고용 예정 소식이 알려지자 채무자 소속 근로자들로부터 채권자들의 CRM 관련 문제(강압적인 행동, 편 가르기, 욕설, 인격 모독 등 운항승무원 사이의 갈등을 다수 초래함) 및 심각한 비위행위(항공기 조종실 내 흡연, 의도적 운항 지연)에 관한 수많은 민원이 제기되었고, 일부 근로자들은 ’채권자들이 재고용되면 언매치 제도를 활용하여 함께 운항하는 것을 회피하거나 퇴사하겠다‘는 의견을 밝히기도 하였으므로, 이는 항공기 안전운항에 위해가 될 사정이어서 채권자들과 “고용계약을 체결하기 어려운 객관적인 사유”에 해당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근로기준법 제25조 제1항 규정 자체에서는 사용자의 재고용의무를 면해주는 어떠한 예외도 두고 있지 않은바, 위와 같은 법 문언에도 불구하고 사용자를 재고용의무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하는 “특별한 사정”을 인정함에 있어서는 상당히 엄격하고 신중한 태도가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이는 위 대법원 2016다13437 판결이 “특별한 사정”의 하나로서 “고용계약을 체결할 것을 기대하기 어려운 객관적인 사유”라는 표현을 사용한 점에 비추어 보더라도 그러하다.
특히 근로기준법 제25조 제1항에 정하고 있는 사용자의 재고용의무라 함은 사용자가 종전에 경영상 이유에 의하여 근로자들을 해고하였음이 그 기본적인 전제로 되는 것인데,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라 함은 근로자들에게는 아무런 귀책사유가 없음에도 사용자의 경영상 판단에 따라 회사의 존속을 위하여 근로자들에게 일방적으로 고용상실의 불이익을 부과하는 것인 점, 그리고 이러한 근로자들의 과거의 희생에 대한 사후적 보상 차원에서 해고 근로자들에게 이전 직장으로 복귀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하기 위하여 우선 재고용에 관한 규정을 마련한 것인 점 등 그 입법배경과 취지 등을 고려하면, 더욱 그러하다.
또한 근로기준법 제25조 제1항은 구 근로기준법(2007. 1. 26. 법률 제829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1조의 2에서 “제31조의 규정에 의하여 근로자를 해고한 사용자는 근로자를 해고한 날부터 2년 이내에 근로자를 채용하고자 할 때에는 제31조의 규정에 의하여 해고된 근로자가 원하는 경우 해고전의 직책 등을 감안하여 그 근로자를 우선적으로 고용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여 사용자에게 재고용을 위한 노력의무를 부과하는 ‘노력규정’에 불과하였던 것을 근로자 보호 및 고용안정성의 도모를 위하여 법적인 재고용의무를 부과하는 ‘의무규정’으로 전환하였던 것인바, 만약 사용자의 재고용의무를 부정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의 범위를 지나치게 넓게 인정하게 되면, 위와 같이 근로기준법을 개정한 입법자의 의도와 취지 또한 몰각될 우려가 있어 보인다.
이 사건에서 채무자는 익명으로 된 채무자 소속 근로자들의 탄원서 등을 근거로 하여 채권자들의 안전운항능력에 문제가 있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현재 가처분 단계에서는 해당 민원 내용의 신빙성과 진위 여부 등을 구체적으로 판단하기가 어렵고, 채무자 또한 그와 같은 탄원서 등을 접수한 뒤 수개월간 그 인사위원회 및 재고용심의위원회에 의한 조사 및 의결 과정을 거쳐 채권자들을 재고용하지 않기로 결정하였다는 것인바, 이처럼 채무자가 주장하는 사정은 주관적인 판단이 개입될 수밖에 없는 영역일 뿐만 아니라, 근로자의 의지 또는 노력 여하에 따라 개선 및 변화 가능한 영역에 관한 것이어서 “고용계약을 체결하기 어려운 객관적인 사유”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채무자가 주장하는 채권자들의 과거 CRM 관련 문제 및 비위행위 등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이는 이 사건 각 해고 이전에 채권자들에 대한 ‘징계사유’에는 해당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채권자들에게 어떠한 징계사유가 있다면, 그에 대한 징계처분은 그 무렵 이루어졌어야 마땅하고, 그러한 조치가 없었음에도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에 따른 재고용의무가 문제되는 현재 시점에서 그와 같은 징계사유를 “고용계약을 체결하기 어려운 객관적인 사유”로 주장하는 것을 받아들이게 된다면, 사용자가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를 기회로 하여 적법한 해고절차에 의하지 않고도 특정 근로자를 퇴출시킨 뒤 회사가 정상화된 것을 계기로 하여 새로운 근로자를 채용하는 소위 ‘부당한 근로자 대체’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보인다.
보전의 필요성에 관한 판단
나아가 보전의 필요성에 관하여 살피건대, 채무자가 채권자들에 대한 재고용의무의 존재를 부정하며 다투고 있는 점, 채권자들이 채무자로부터 지급받았던 월 급여 수준, 채권자들이 채무자에 재입사하게 된다면 4호봉에 해당하는 점, 채권자들이 거주하는 지역의 표준생계비, 채권자들의 가족관계, 현재의 상황 등 기록에 나타난 제반사정을 고려할 때, 채무자로 하여금 채권자들에게 이 사건 가처분 결정 송달일로부터 각 고용의 의사표시를 할 때까지 매월 말일에 각 6,000,000원씩을 임시로 지급하도록 하는 범위 내에서 그 보전의 필요성도 소명된다.
다만, 현재까지 제출된 자료들만으로는 본안판결 이전에 미리 가처분으로 채무자에 대하여 이 사건 가처분 결정 송달일 이전의 임금 상당 손해배상금의 지급을 명하여야 한다거나, 위 금액 이상의 임금 상당 손해배상금의 지급을 명하여야 할 시급한 필요성이 존재한다는 점은 충분히 소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소결론
채권자들의 이 사건 각 예비적 신청 중 임금 상당 손해배상금의 임시지급을 구하는 가처분 신청은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다.
고용의 의사표시를 명하는 가처분 신청에 관한 판단
피보전권리에 관한 판단
앞서 본 바와 같이 채권자들에게는 채무자를 상대로 고용의 의사표시를 갈음하는 판결을 구할 사법상의 권리가 있으므로, 채권자들의 이 부분 신청도 그 피보전권리는 소명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보전의 필요성에 관한 판단
그러나 이 사건 기록 및 심문 전체의 취지에 비추어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채권자들이 주장하는 사정들 및 현재까지 제출된 자료들만으로는 지금 단계에서 시급히 고용의 의사표시를 명하는 가처분을 발령할 정도의 보전의 필요성이 있음이 충분히 소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채권자들이 구하는 바와 같은 고용의 의사표시를 명하는 가처분은 의사의 진술을 명하는 가처분으로서, 이러한 가처분은 채무자에 대하여 본안판결에서 명하는 것과 같은 내용의 의무를 부담시키는 만족적 가처분에 해당하는데, 이를 인용하는 가처분을 하면 채권자들은 실질적으로 본안소송의 목적을 완전히 달성하게 되는 반면, 채무자는 나중에 본안소송에서 승소하더라도 다른 원상회복의 가능성이 없게 된다. 따라서 이와 같은 가처분은 피보전권리, 보전의 필요성에 관하여 고도의 소명이 이루어진 경우에만 인용될 수 있고, 특히 의사의 진술을 명하는 판결은 본안소송에 의할 경우에는 판결이 확정되어야만 비로소 그 효력이 발생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그 보전의 필요성 등에 관하여 일반적인 만족적 가처분의 경우보다도 고도의 소명을 요구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먼저 이 사건에서 고용의 의사표시를 명하는 가처분이 발령된다 할지라도, 본안판결의 경우와 달리 민사집행법 제263조 제1항의 의사표시 의제 규정은 적용될 수가 없는바 그 의의와 실효성 자체에 상당한 의문이 있다. 고용의 의사표시를 명하는 가처분과 유사한 성격을 가지는 ‘근로자지위보전 가처분’의 경우에도(오히려 근로자지위보전 가처분은 본안판결 확정시까지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해고 전과 같은 내용의 근로계약관계’를 임시로 설정하는 가처분인바, 근로관계가 일단 해소되어 유효하게 존속하지 않는 상태에서 ‘새로운 고용의 의사표시’를 명하는 가처분보다는 현상유지적 성격도 가진다고 볼 수 있다) 해당 가처분에 기한 강제집행을 생각할 여지가 없고, 사용자가 가처분에 따라 채권자를 근로자로 대우하지 않았다고 하여 그러한 대우를 하도록 강제할 방법도 없으며, 해당 가처분에 의하여 인정된 지위로부터 파생된 임금청구권 등과 같은 개별적 권리에 대하여도 가처분이 집행권원이 될 수 있는 것도 아니라는 이유로, ‘임의의 이행을 기대하는 가처분’이라고 설명된다. 결국 이 사건에서도 고용의 의사표시를 명하는 가처분이 발령된다면, 그 이행 여부를 채무자에게 전적으로 맡기는 임의의 이행을 기대하는 가처분이 될 수밖에 없는데, 지금 단계에서 그와 같은 가처분을 시급히 명하여야 할 실질적인 필요성이 과연 있는 것인지 의문이다.
구체적으로 살피건대, 이 사건에서 고용의 의사표시를 명하는 가처분이 발령되면, 채권자들과 채무자 간에 ‘임시적인 근로관계’를 설정하는 의미를 가지게 될 것이다. 그리고 현재 채권자들은 임금 상당 손해배상금의 지급을 구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비행 경험 유지 필요성’을 주로 주장하면서 고용의 의사표시를 명하는 가처분을 구하고 있는 것인바, 본안판결 확정 이전에 채무자 소속 근로자로서 실제로 근무하기를 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본래 근로기준법 제25조 제1항에서 정하고 있는 우선 재고용이라는 것은 해고 근로자에게 근로관계의 재형성에 대한 기회를 보장하는 것일 뿐, 해고 이전의 지위로의 원상회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닌바, 채무자가 가처분에 따라 채권자들과 임시적인 근로관계를 형성하고자 한다면, 다양한 근로조건(임금, 업무 배치, 근무일자 및 근무시간 확정, 각종 휴가 등 부여, 징계권 행사 등)에 관하여 채권자들과의 구체적인 협의 및 확정 과정을 반드시 거칠 수밖에 없다. 그런데 항공운송업 등을 영위하는 채무자와 조종사인 채권자들의 업무적 특성 등을 고려할 때, 단순히 ‘임시적인 근로관계’의 설정을 위하여 일단 위와 같은 근로조건들을 구체적으로 협의하고 확정하라고 명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이고, 재고용의무 자체에 관하여 극명한 법률적, 사실적 다툼이 있는 현 상황(특히 채무자는 채권자들의 안전운항능력에 문제가 있음을 강하게 주장하면서 채권자들을 재고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에서 채권자들과 채무자 양측에게 위와 같은 근로조건의 협의 및 확정에 관한 성실한 노력을 기대하기도 어려워 보이는바, 고용의 의사표시를 명하는 가처분이 발령된다고 하더라도 채권자들과 채무자 간에 유의미하고 실제적인 ‘임시적인 근로관계’가 설정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렇다면 이 사건에서 고용의 의사표시를 명하는 가처분이 발령된다 할지라도, 이는 결국 상징적인 의미 이상은 가지지 못할 것으로 보이는데, 그러한 사유만으로 보전의 필요성을 인정하기는 어렵다(간접강제에 의한 실효성 담보가 가능하다는 의견도 있으나, 이 사건에서는 고용의 의사표시를 명하는 가처분과 관련한 간접강제 신청이 있지도 아니하고, 설령 그러한 신청이 있다고 하더라도 앞서 살핀 바와 같은 이 사건의 특수성에 비추어 보았을 때, 간접강제를 명하는 것이 합당한지도 의문이다).
또한 채권자들이 채무자의 재고용의무 불이행으로 인하여 입게 되는 대부분의 손해는 향후 본안소송을 통하여 금전적으로 충분히 전보 받을 수 있다고 보인다. 반면 지금 단계에서 채무자에게 고용의 의사표시를 명하는 가처분을 발령하였으나, 추후 본안소송에서 채무자의 재고용의무가 인정되지 않는 경우 채권자들과 채무자의 법률관계에 더 큰 혼란이 야기될 것으로 보이고, 채무자로서는 임시적으로 설정되었던 채권자들의 근로관계와 관련하여 다른 원상회복의 방법은 없게 된다. 물론 이러한 점은 보전처분의 본질적인 한계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나, ‘임시적인 근로관계’를 설정하도록 하는 취지인 고용의 의사표시를 명하는 가처분의 성격 및 이 사건 당사자들의 지위 및 업무 특성상 그 부작용이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추후 채무자에게 재고용의무가 없는 것으로 확정된다 하더라도, 채권자들이 이미 임시적인 근로관계에 기하여 조종사로서의 근로를 제공한 사실에는 변함이 없게 되는바, 채무자로서는 그 대가를 지급하지 아니할 수 없고, 채권자들의 임시적인 근로 제공 그 자체와 관련한 인사권, 징계권 행사 등 다양한 파생 분쟁들이 발생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채권자들은 ‘비행 경험 유지 필요성’을 주장하며, 조종사로서의 비행 경험이 유지되지 않으면 다른 항공사에 취업하는 것도 불가능하므로 고용의 의사표시를 명하는 가처분의 발령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하나, 채권자들이 제출한 자료들만으로 그와 같은 사정이 있음이 충분히 소명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채권자들이 그 주장과 같이 비행 경험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채무자의 적극적인 업무 부여 등에 따라 실제 조종사로서의 업무에 투입되어야 할 것인데, 앞서 살핀 바와 같이 현실적으로 채무자에게 그와 같은 노력이나 임의 이행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뿐만 아니라, 추후 본안소송에서 채무자에게 채권자들을 재고용할 의무가 있다고 인정이 된다면 채무자로서는 채권자들의 비행 경험 부족을 문제 삼을 수 없을 것이고, 반대로 본안소송에서 채무자에게 재고용의무가 없는 것으로 결론이 난다면 채권자들이 이 사건 각 해고 무렵부터 본안판결 확정시까지 다른 항공사 등에 취업하지 않아 그 비행 경험이 유지되지 못한 것은 상당 부분 채권자들의 선택에 따른 것으로 볼 것인바, 그와 같은 사유만으로 지금 단계에서 시급히 고용의 의사표시를 명하는 가처분을 발령할 보전의 필요성이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앞서 살핀 여러 사정들과 더불어 권리에 대한 종국적 만족을 얻는 것은 본래 본안 소송을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는 기본적인 원칙 및 보전처분의 부수성, 잠정성 등을 무겁게 고려할 때, 이 사건에서 고용의 의사표시를 명하는 가처분을 발령할 보전의 필요성을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판단된다.
소결론
채권자들의 이 사건 각 예비적 신청 중 고용의 의사표시를 명하는 가처분 신청은 이유 없다.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각 주위적 신청은 이유 없으므로 이를 모두 기각하고, 이 사건 각 예비적 신청은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으므로 담보제공을 조건으로 이를 각 인용하고, 나머지 신청은 이유 없으므로 각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2025. 1. 20.
판사 김우현(재판장) 이지희 최항선
각주1) Crew Resource Management(승무원 자원관리): 안전운항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하여 승무원 간 상호협력 및 의사소통 개선을 통하여 인적, 물적 자원 및 정보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것을 뜻한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