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제1심판결을 취소한다.
이 사건 소를 각하한다.
소송 총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추완항소의 적법여부
먼저 직권으로 이 사건 추완항소의 적법 여부를 살펴본다.
소장부본과 판결정본 등이 공시송달의 방법에 의하여 송달되었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는 과실 없이 판결의 송달을 알지 못한 것이고, 이러한 경우 피고는 책임을 질 수 없는 사유로 인하여 불변기간을 준수할 수 없었던 때에 해당하여 그 사유가 없어진 후 2주일 내에 추완항소를 할 수 있다. 여기에서 '사유가 없어진 후'라고 함은 당사자나 소송대리인이 단순히 판결이 있었던 사실을 안 때가 아니고 나아가 판결이 공시송달의 방법으로 송달된 사실을 안 때를 가리키는 것이다. 그리고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통상의 경우에는 당사자나 소송대리인이 사건 기록을 열람하거나 또는 새로이 판결정본을 영수한 때에 비로소 판결이 공시송달의 방법으로 송달된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21. 3. 25. 선고 2020다46601 판결, 대법원 2011.5. 26. 선고 2011다19430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의 경우 제1심법원은 피고에 대한 소장 부본과 변론기일통지서를 각 공시송달의 방법으로 송달하여 변론을 진행한 후 2025. 7. 9. 원고의 청구를 전부 인용하는 판결을 선고한 사실, 그 판결 정본도 2025. 7. 12. 공시송달의 방법으로 피고에게 송달된 사실, 피고는 제1심판결이 선고된 사실을 알지 못하다가 2025. 8. 1. 원고로부터 내용증명을 송달받고, 위 제1심판결이 선고된 사실을 알게 되었고 이로부터 2주일 이내인 2025. 8. 4. 이 사건 추완항소를 제기한 사실은 기록상 명백하거나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된다.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피고는 자신이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이 사건 소송의 진행과 결과 등을 알지 못함으로써 불변기간인 항소기간을 준수할 수 없었다고 보이는바, 이 사건 추완항소는 적법한 항소기간 내에 제기된 것으로서 소송행위 추완의 요건을 갖춘 적법한 항소라 할 것이다.
기초사실
원고는 2006. 7. 17. 피고가 운영하던 C에 입사하여 근무하던 중 2020. 10.경 C의 재료와 제품을 다른 업체에 판매하다가 피고에게 적발되었다.
원고는 2020. 10. 7. 피고에게 "회사 재료 및 제품을 홈쳐 다른 곳에 빼돌리는 등 본인 귀책사유"를 사직사유로 기재한 사직서(을 제3호증, 이하 '이 사건 사직서'라 한다)를 제출하였다.
원고와 피고는 2020. 10. 13. "원고가 2010. 12. 1.부터 2020. 10. 7.까지 C에서 근로하여 발생한 퇴직금은 28,929,730원이다. 원고가 피고 몰래 C의 재료 및 제품을 홈쳐가 피해를 입힌 금원이 5,000만 원 이상에 이르므로 원고와 피고는 별도의 퇴직금 정산을 하지 않고 원고의 절도로 인한 피해금원의 지급에 갈음하여 상계하여 정산 처리하기로 합의한다"는 내용의 합의서(갑 제2호증, 이하 '이 사건 합의서'라 한다)를 작성하였다.
원고는 같은 날 피고에게 2006. 7. 1.부터 2020. 10. 7.까지 근무한 퇴직금 28,929,730원을 영수하였다는 내용의 영수증을 작성하여 교부하였다.
한편 이 사건 합의서에는 "향후 원고는 피고에게 퇴직금에 대해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기로 하고, 이에 상응하여 피고도 원고에게 절도죄에 대한 형사책임 및 손해배상책임을 묻지 않기로 한다"는 내용의 조항이 포함되어 있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2, 3호증, 을 제3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본안전항변에 대한 판단
피고의 항변 요지
원고가 2006. 7. 17.부터 C에서 근무하고 2023. 6. 11. 퇴직하였는데, 피고는 2020.11. 1.부터 2023. 6. 11.까지의 근무에 대한 퇴직금 약 8,500,000원만 지급하고 그 이전기간 동안의 근로관계로 발생한 퇴직금 28,929,730원은 지급을 거부하였다고 주장하면서 피고에게 미지급 퇴직금 28,929,730원 및 이에 대한 2023. 6. 26.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구하는 이 사건 소에 대하여, 피고는 이 사건 합의서 작성 당시 원고와 피고는 부제소합의를 하였으므로 이 사건 소는 부제소합의에 위반되어 제기된 것으로서 부적법하다고 본안전 항변을 한다.
이 사건 합의서에 부제소합의가 포함되어 있는지 여부
원고와 피고는 2020. 10. 13. 원고가 2010. 12. 1.부터 2020. 10. 7.까지 C에서 근로하여 발생한 28,929,730원의 퇴직금청구권을 피고의 원고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과 상계하는데 합의하고 원고는 퇴직금에 대한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기로 하는 내용의 이 사건 합의서를 작성한 사실은 앞에서 본 바와 같은바, 그렇다면 이 사건 합의는 퇴직금과 관련된 법률관계에 관하여 민사소송 등을 제기하지 않기로 하는 부제소 합의 (이하 '이 사건 부제소합의'라 한다)로서 원고와 피고와 사이에서 원고의 퇴직금청구에 관한 부제소합의가 유효하게 성립하였으므로 이에 반하여 제기된 이 사건 소는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다.
원고의 주장에 대한 판단
이 사건 부제소합의가 민법 제104조에 따라 무효라는 주장에 대한 판단
주장의 요지
원고는 피고의 배우자인 D으로부터 이 사건 합의서에 날인하지 않으면 절도죄로 고소하겠다는 협박을 당하여 궁박한 상태에서 이 사건 합의서를 작성하였고, 원고가 절취한 C의 재료와 제품의 가치는 100만 원에 이르지 않아 반대급부인 원고의 퇴직금청구권과 현저한 불균형이 있으므로 이 사건 부제소합의는 불공정한 법률행위로 무효이다.
관련법리
민법 제104조의 불공정한 법률행위는 피해 당사자가 궁박, 경솔 또는 무경험의 상태에 있고 상대방 당사자가 그와 같은 피해 당사자 측의 사정을 알면서 이를 이용하려는 폭리행위의 악의를 가지고 객관적으로 급부와 반대급부 사이에 현저한 불균형이 존재하는 법률행위를 한 경우에 성립한다. 여기서 '궁박'이란 '급박한 곤궁'을 의미하고, 당사자가 궁박 상태에 있었는지 여부는 당사자의 신분과 상호관계, 피해 당사자가 처한 상황의 절박성의 정도, 계약의 체결을 둘러싼 협상과정 및 거래를 통한 피해 당사자의 이익, 피해 당사자가 그 거래를 통해 추구하고자 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다른 적절한 대안의 존재 여부 등 여러 상황을 종합하여 구체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1996. 6. 14. 선고 94다46374 판결 등 참조).
판단
위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 부제소합의가 불공정한 법률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하여 보건대, 피고가 원고에게 절도죄에 대한 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조항이 이 사건 합의서에 포함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으나, 위 인정사실만으로는 피고가 원고에게 형사고소를 하겠다는 해악을 고지하였고 이로 인하여 원고가 이 사건 합의서를 작성할 당시 궁박, 경솔 또는 무경험 상태에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오히려 위 기초사실과 을 제8호증의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과 그로부터 추론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이 사건 합의서는 2020. 10. 13. 작성되었는데, 이미 원고는 그로부터 6일 전인 2020. 10. 7. 사직사유를 본인의 귀책사유로 기재한 이 사건 사직서를 제출하였는바, 절도가 적발된 이후 원고가 이 사건 합의서를 작성할 때까지 상당한 기간이 있었다고 볼 수 있는 점, ② 원고는 2024. 12. 23. 피고를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9조 제1항(퇴직금의 지급 등) 등의 위반으로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안양지청에 진정하였고, 위 노동청은 위반없음으로 종결하였는데, 위 진정사건에서 원고는 "2006. 7. 17.부터 2020. 10. 7.까지 발생한 퇴직금은 39,595,460원이고, 중간정산액은 28,929,730원이므로 미지급 차액은 10,665,730원이다. 원고가 중간정산을 요청한 사실이 없고 사업주가 일방적으로 정산하였고, 원고가 재활용품을 절도하였다고 경찰에 신고, 협박하여 강제로 퇴직금을 수령한 것으로 합의서와 영수증을 작성케 하였다"고 주장하면서도(체불임금 내용 개요) 원고를 대리한 노무사를 통해 "2020. 10. 7. 작성한 합의서 및 영수증에 기재된 금액을 인정한다면 그 금액을 빼면 차액이 10,665,730원 발생하고 이 금액까지 양보할 희사가 있다. 다만 원고를 경찰에 다시 절도로 신고하지 않는 경우에 양보하려고 한다"는 의견을 밝힌 점(2025. 1. 3.자 진정인 진술조서)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이 사건 합의서를 작성할 당시 급박한 곤궁 상태에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나아가 원고가 절도한 C의 재료와 제품의 가치를 확인할 아무런 자료가 없으므로, 이 사건 부제소합의를 통하여 상계하는 것으로 정산한 원고의 퇴직금청구권과 절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 간에 현저한 불균형이 존재한다고 볼 수도 없다.
따라서 이 부분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퇴직금의 사전포기에 해당하여 강행법규 위반이라는 주장에 대한 판단
주장의 요지
이 사건 합의는 퇴직금청구권의 사전포기에 해당하므로 강행법규에 위반되어 효력이 없고, 따라서 무효인 이 사건 합의에 포함되어 있는 이 사건 부제소합의도 효력이 없다.
관련법리
퇴직금은 사용자가 일정 기간을 계속근로하고 퇴직하는 근로자에게 계속 근로에 대한 대가로서 지급하는 후불적 임금의 성질을 띤 금원으로서 구체적인 퇴직금청구권은 근로관계가 끝나는 퇴직이라는 사실을 요건으로 발생한다. 최종 퇴직 시 발생하는 퇴직금청구권을 미리 포기하는 것은 강행법규인 근로기준법,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에 위반되어 무효이다(대법원 1998. 3. 27. 선고 97다49732 판결 등 참조). 그러나 근로자가 퇴직하여 더 이상 근로계약관계에 있지 않은 상황에서 퇴직 시 발생한 퇴직금청구권을 나중에 포기하는 것은 허용되고, 이러한 약정이 강행법규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고(대법원 1997. 11. 28. 선고 97다11133 판결 등 참조), 회사와의 근로관계를 장차 일정한 시점에서 종료시키기로 하고 그 퇴직을 전제로 하여 퇴직금 또는 퇴직위로금 등을 수령하면서 향후 퇴직 또는 퇴직금과 관련하여 회사에 대하여 어떠한 청구나 이의도 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부제소합의를 하는 것은 퇴직금의 사전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대법원 1999. 11. 23. 선고 99다52329 판결, 대법원 2007. 12. 13. 선고 2007다33194 판결 등 참조).
진의 아닌 의사표시에 있어서의 진의란 특정한 내용의 의사표시를 하고자 하는 표의자의 생각을 말하는 것이지 표의자가 진정으로 마음속에서 바라는 사항을 뜻하는 것은 아니므로, 표의자가 의사표시의 내용을 진정으로 마음속에서 바라지는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당시의 상황에서는 그것을 최선이라고 판단하여 그 의사표시를 하였을 경우에는 이를 내심의 효과의사가 결여된 진의 아닌 의사표시라고 할 수 없고(대법원 2001. 2. 9. 선고 2000다47279 판결 등 참조), 어떠한 의사표시가 비진의 의사표시로서 무효라고 주장하는 경우에 그 입증책임은 그 주장자에게 있다(대법원 1992. 5.22. 선고 92다2295 판결 참조).
판단
위 기초사실, 갑 제4호증, 을 제3 내지 8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과 그로부터 추론되는 사정에 의하면, 이 사건 합의서는 원고의 퇴직 이후에 작성되었으므로 퇴직금 청구권의 사전포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이 사건 사직서의 작성일자는 2020. 10. 7.이고, 원고의 고용보험은 2020.10. 8.자로 상실되었다.
원고는 근로관계의 단절 없이 2023. 6. 11.까지 근로를 계속하였다고 주장하며 그 근거로 2020. 11. 10. 피고로부터 3,300,000원을 송금 받은 사실을 들고 위 돈은 2020. 10.분 급여로 지급받은 것이라고 주장하나, 원고가 이 사건 진정사건에서 제출한 평균임금 및 퇴직금산정서에서는 2020. 8.분, 2020. 9.분 월정임금이 2,695,990원으로 기재되어 있고, 원고는 피고로부터 2020. 6.부터 2020. 10.까지 매월 2,695,990원을, 2020. 12. 10.과 2021. 1. 9. 각 2,874,230원을 급여로 지급받았는바, 2020. 11. 10.자 입금액 3,300,000원이 2020. 10.분 급여 명목으로 지급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피고가 2020. 11. 10.자로 작성한 회사대출 확인서에는 원고가 2020. 11. 10. 피고로부터 2,500,000원을 대출받은 것으로 기재되어 있고, 피고가 원고에게 2,500000원 대출건을 언급하자 원고는 대출금의 존재를 인정하면서 이를 퇴직금에서 공제하고 나머지를 지급해 달라고 제안하기도 하였는바, 2020. 11. 10.자 송금액 3,300,000원은 2020. 10. 1.부터 퇴직일인 2020. 10. 7.까지의 급여액 747,718원과 원고에게 대출해 준 2,500,000원으로 구성된 것이라는 피고의 주장은 신빙성이 있어 보인다.
원고가 당시 사직을 진정으로 마음속에서 바라지는 아니하였다 하더라도 원고에게 그 표시의사에 상응하는 효과의사가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이를 진의 아닌 의사표시로 볼 수 없고, 원고와 피고 간의 고용관계에는 아무런 변경을 초래함이 없이 형식적으로만 피고가 원고에게 퇴직금을 지급하면서 중간퇴직처리를 하고 재입사하는 절차를 밟았다거나, 원고의 이 사건 사직서 제출이 사용자의 형편에 의하여 근로자인 원고의 내심의 의사가 결여된 채 이루어진 비진의 의사표시로서 위와 같은 퇴직에도 불구하고 그 퇴직의 효력은 발생하지 않는다고 볼 아무런 자료가 없다.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소는 부적법하므로 각하되어야 한다.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피고의 항소를 받아들여 제1심판결을 취소하고 이 사건 소를 각하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손승온(재판장) 이정형 송승우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