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을 벌금 50만 원에 처한다.
피고인이 위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하는 경우 10만 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피고인을 노역장에 유치한다.
위 벌금에 상당한 금액의 가납을 명한다.
사건정보
서울동부지방법원
판결
사건
2019고정871
판결선고
2020. 5. 29.
서울동부지방법원
판결
범죄사실
피고인과 B은 서울 송파구 C에서 주식회사 D를 공동으로 운영하는 사용자이다.
사용자는 근로자가 퇴직한 경우에는 그 지급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14일 이내에 퇴직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다만,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당사자 간의 합의에 따라 지급기일을 연장할 수 있다.
그럼에도 피고인들은 공모하여, 위 사업장에서 2016. 4. 18.경부터 2018. 5. 10.경까지 근무한 근로자 E의 퇴직금 4,698,270원을 당사자 간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증거의 요지
피고인의 일부 법정진술
증인 E의 법정진술
증인 F의 일부 법정진술
E에 대한 특별사법경찰 진술조서
G에 대한 일부 특별사법경찰 진술조서
급여명세표, 출퇴근기록부, 휴무표, 임명장
진정서, 진정이유서
법령의 적용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및 형의 선택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44조 제1호, 제9조, 벌금형 선택
노역장유치
형법 제70조 제1항, 제69조 제2항
가납명령
형사소송법 제334조 제1항
피고인과 변호인 주장에 대한 판단
피고인과 변호인 주장의 요지
E은 헤어디자이너로서 피고인이 고용한 근로자가 아니므로, 피고인이 E에게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
판단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 그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 위에서 말하는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 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하게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노무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 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다만,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사회보장제도에 관하여 근로자로 인정받는지 등의 사정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크다는 점에서, 그러한 점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하여서는 안 된다(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4다29736 판결, 대법원 2007. 3. 29. 선고 2005두13018, 13025 판결 등 참조).
앞서 살펴본 각 증거에 의하면 아래와 같은 사실 또는 사정이 인정된다.
피고인과 B(이하 '피고인 등'이라 한다)은 주식회사 D(이하 '이 사건 회사'라 한다)를 운영하면서 각 헤어숍에 관리직으로 매니저를 두고 손님접대, 점포관리, 재고조사 및 일일결산 등의 업무를 담당하게 하였고, 헤어시술은 헤어디자이너와 인턴에게 담당하게 한 후 헤어디자이너 중 일부에게 실장, 팀장 등의 지위를 부여하였다.
E은 피고인 등으로부터 근로조건을 제시받고 이 사건 회사에 고용되었고, 2016. 4. 18.부터 2018. 1.경까지 대치점에서 근무하였으며, 대치점이 폐점되자 2018. 1.경부터 2018. 5. 10.까지 불광점에서 근무하다가 퇴직하였다. 당시 E은 피고인 등의 결정에 따라 근무 매장을 배정받아 해당 매장에서 근무하였다(수사기록 68쪽).
당초 피고인 등은 E에게 헤어디자이너 역할만 맡겼다가, 2016. 12. 12. E을 수습관리자로 임명하였고, 2017년 4월경부터 팀장으로 직급을 올리고 매니저의 역할을 수행하게 하였다.
피고인은, E이 자발적으로 매니저 업무에 지원하여 다른 헤어디자이너 또는 인턴과 함께 위 업무를 수행을 뿐이므로 헤어디자이너 외에 별도의 업무를 수행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피고인 등이 특별히 매니저라는 지위를 둘 만큼 헤어숍 운영에서 매니저가 차지하는 업무비중이 적지 아니한 것으로 보이고, E이 매니저업무를 수행한 기간이 짧지 아니하며, 헤어시술과 별도로 그 업무를 수행하는데 적지 않은 노력과 시간을 소모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위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피고인 등은 매월 본사에서 헤어숍의 문제점 개선, 매출 진작 방법, 계획 등을 논의하기 위해 회의를 개최하였고, E을 포함한 각 매장의 매니저들은 위 회의에 참석해야만 했다(수사기록 72쪽).
E은 위 헤어숍에서 근무하면서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 가입해야 했는데, 위 단체대화방에는 피고인 등이 대화자로 참여해 지각, 조퇴 등 근태상황을 보고받았고(수사기록 15, 68쪽), E 등은 위 단체대화방을 통해 피고인 등에게 매장의 상황 등을 보고하거나 업무 지시를 받았다(E에 대한 증인신문 녹취록 19쪽, 수사기록 16쪽).
비록 E이 피고인 등과 사이에 '자유직업소득업자계약서'를 작성한 사실은 있으나, 이는 피고인 등이 최초 E의 입사일인 2016. 4. 18.로부터 약 6개월이 경과한 2016. 10. 24. 즈음 월례회의를 개최하면서 소속 헤어디자이너들에게 일괄적으로 양식을 제공하여 서명날인을 받아 징구해 놓고 상대방에게는 교부해 주지 않은 문서에 불과하므로(E에 대한 증인신문 녹취록 3쪽, 수사기록 14쪽), 위 계약서가 피고인 등과 E 사이의 기존 근무관계를 그대로 반영한 결과이거나, 또는 위 계약서 작성을 통해서 기존 근무형태를 변경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위 자유직업소득업자계약서에는 피고인 등이 E에게 수수료 명목으로 매출액의 일정 비율을 지급하는 것으로 기재되어 있고, 실제로 피고인 등은 E에게 2017년 6월경부터 2018년 1월경까지 매출액의 일정 비율의 금액을 지급한 사실은 있다. 그러나 E은 입사 초기와 불광점 근무 당시 확정된 금액으로 보수를 지급받은 사실이 있고, 위 계약서에는 그 비율을 상호 협의에 따라 정하도록 하였으나 피고인 등이 회사 차원으로 미리 수수료 지급 기준을 마련해 놓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증 제2호증, 지급수수료 요율표) 등에 비추어 보면, 사용자인 피고인 등이 우월적인 지위에서 보수에 관한 결정을 주도하였을 여지가 크므로, 일부 근무기간 동안 성과급으로 보수를 지급받았다는 사정만으로 E이 개별사업자로서 피고인 등과 대등한 지위에서 자율적으로 소득을 분배받았다고 보기 어렵다.
E은 가위, 빗 등 업무 특성상 개인적으로 소유하는 물건 외에는 피고인 등이 공급하는 미용기계, 기타 설비 등을 사용하였고, 염색약, 퍼머약 등 소모제품은 피고인 등이 공급한 물품만을 사용해야 했고 다른 회사의 제품은 사용할 수 없었다.
피고인 등은 E에게 헤어시술을 보조할 인턴을 지정하여 배정하였고, 그 인턴에 대한 사용료를 E에게 지급할 보수에서 이를 공제하였지만, E이 아닌 피고인 등에게 인턴을 고용하고 배정할 권한이 있었고, E이 인턴 사용료 상당액을 수령한 바 없이 회사 차원에서 인턴에게 곧바로 지급된다는 점에서, E이 독자적으로 자신의 비용부담 하에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하게 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피고인 등은 회사 규정집을 마련하여 매장 전체에 적용해 왔다(수사기록 72쪽). E은 매주 금요일을 제외하고 주 6일을 근무하였고, 오전 10시 또는 9시 50분부터 오후 8시 30분까지 근무하였으며, 피고인 등은 '헤어짱'이라는 이름의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출근시간 등을 관리하였다(수사기록 67쪽), 앞서 본 자유직업소득업자계약서에 의하더라도, 피고인 등은 지각, 무단결근 등으로 근무태도가 불량할 경우 일정한 절차를 거쳐 E과의 계약관계를 종료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6조 4항). 한편 피고인 등은 E의 근무태도 등을 평가하여 표창장 등을 수여하기도 하였다.
E은 근무 당시 4대 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았고 개인사업자로 등록되어 사업소득세를 납부하였는데, 피고인 등이 E 등 헤어디자이너들의 급여에서 세금 상당액을 공제하여 이를 대납한 것으로 보인다(E은 이 법정에서 소득세 등 세금관계가 어떻게 처리되는지 몰랐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이러한 사실과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비록 E이 일정 기간 동안 매출액에 비례한 보수를 지급받았고, 사업소득세를 납부하였으며, 국민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 산재보험 등에 가입되어 있지 않았다는 사정들을 감안하더라도, E은 그 실질에 있어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인 피고인 등에게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라고 봄이 상당하고, 피고인에게 퇴직금 미지급에 대한 고의도 인정된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피고인과 변호인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판사 김재은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