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피고인의 항소이유 요지
피고인과 근로자 E 사이에는 유효한 퇴직금 분할약정이 존재하여 피고인은 퇴직금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다툴만한 근거가 있었다. 따라서 피고인에게는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44조, 제9조 위반죄의 고의를 인정할 수 없다고 할 것임에도 원심은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으므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
판단
원심의 판단
피고인은 원심에서도 위와 동일한 주장을 하였고, 이에 대하여 원심은 원심 판시 각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피고인이 근로자 E과 사이에 퇴직금을 매월 분할하여 지급하기로 약정한 명시적인 서면이 없는바, 피고인이 제출한 자료 및 증인 F의 진술만으로는 이러한 퇴직금 분할약정이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점, ② 설령 퇴직금 분할약정이 있었다고 보더라도, 그와 같은 약정이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제8조 제2항에 따른 유효한 퇴직금 중간정산 약정이라고 볼 수 없어 위 약정은 무효라고 판단되므로, 피고인이 근로자 E에게 퇴직금 분할약정에 따라 매월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지급하였다고 하더라도 퇴직금 지급으로서의 효력이 없는 점, ③ 나아가 사용자가 사법상의 효력이 없는 ‘매월의 월급이나 매일의 일당 속에 퇴직금을 포함시켜 지급한다’는 내용의 약정을 내세워 퇴직한 근로자에 대한 퇴직금 지급을 거절하는 경우, 이를 퇴직금지급의무의 존부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어 사용자가 퇴직금을 지급하지 아니한 데에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라고 볼 수 없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에게 퇴직금미지급에 관한 고의가 없다고 할 수는 없다고 보아 피고인의 주장을 배척하고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당심의 판단
사용자와 근로자가 매월 지급하는 월급이나 매일 지급하는 일당과 함께 퇴직금으로 일정한 금원을 미리 지급하기로 약정(이하 ‘퇴직금 분할 약정’이라 한다)하였다면, 그 약정은 퇴직금 중간정산으로 인정되는 경우가 아닌 한 최종 퇴직 시 발생하는 퇴직금청구권을 근로자가 사전에 포기하는 것으로서 강행법규에 위배되어 무효이고, 그 결과 퇴직금 분할 약정에 따라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지급하였다 하더라도 퇴직금 지급으로서의 효력이 없다(대법원 2020. 8. 27. 선고 2017다290613, 290620 판결).
위와 같이 원심이 설시한 사정들에다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더하여 보면,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피고인이 지적하는 바와 같은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할 수 없으므로, 피고인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피고인은 근로자 E과 사이에 유효한 퇴직금 분할 약정이 존재하였다고 주장하나, 퇴직금 분할 약정은 위와 같이 그 자체로 강행법규에 위반되어 무효이다.
피고인은 근로자 E에게 본봉의 1/12를 매월 퇴직금으로 지급하였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근로자 E은 원심법정에서 위와 같이 지급받은 돈은 퇴직금을 지급받은 것이 아니라 급여인상분이라고 진술하였고, 피고인은 개인 장부에 수기로 근로자 E에게 퇴직금을 지급하였다고만 기재하였을 뿐 위와 같은 방식의 퇴직금 지급에 관하여 근로자 E으로부터 확인을 받았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다.
근로자 E은 피고인을 상대로 퇴직금의 지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한 후 법원으로부터 이행권고결정을 받았는데, 이에 대하여 피고인은 자신이 근로자 E을 상대로 부당이득반환청구의 소를 제기하기도 하였으므로 퇴직금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었던 것이라고 주장하나, 이는 퇴직금 분할약정이 유효하다고 믿은 피고인의 독자적인 견해에 입각한 것으로서 그 주장 자체로 이유 없다.
그 밖에 피고인과 근로자 E 사이에 월급이나 일당 등에 퇴직금을 포함시켜 퇴직 시 별도의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실질적인 합의가 존재하였고, 임금과 구별되는 퇴직금 명목 금원의 액수가 특정되었으며, 퇴직금 명목 금원을 제외한 임금의 액수 등을 고려할 때 퇴직금 분할 약정을 포함하는 근로계약의 내용이 종전의 근로계약이나 근로기준법 등에 비추어 근로자 E에게 불이익하지 않다는 등과 같은, 피고인이 근로자 E에게 임금과 구별하여 추가로 퇴직금 명목으로 일정한 금원을 실질적으로 지급하였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다.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의하여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춘호(재판장) 천무환 신성철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