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은 무죄.
이유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서울 강동구 B, C호에 있는 ㈜D(이하 ‘이 사건 회사’라고 한다)의 운영자로서 상시 근로자 20명을 사용하여 휴대폰 도소매업을 영위하는 사용자이다. 사용자는 근로자가 사망 또는 퇴직한 경우에는 그 지급사유가 발생한 때부터 14일 이내에 임금, 보상금, 그 밖에 일체의 금품을 지급하여야 한다. 다만, 특별한 사정이 있을 경우에는 당사자 사이의 합의에 의하여 기일을 연장할 수 있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2019. 3. 4.부터 2019. 9. 20.까지 위 사업장에서 근로하다 퇴직한 근로자 E의 2019년 9월 임금 125,000원을 당사자 사이의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피고인의 주장과 공소사실의 당부에 관한 판단
피고인과 변호인의 주장
E은 이 사건 회사에 재직 중에 고객으로부터 휴대전화 단말기를 반납 받는 조건으로 휴대전화를 판매하고도 이를 정해진 날짜까지 반납 처리하지 아니하여 이 사건 회사에 손해를 끼쳤고, 이에 피고인은 E과 위 손해의 50% 정도에 해당하는 125,000원을 E의 급여에서 공제하기로 합의하여 위 금액을 지급하지 않은 것이다. 따라서 피고인은 체불한 임금이 없거나 임금을 지급하지 않은 데 정당한 이유가 있다.
판단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재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 경우라면 사용자가 임금 등을 지급하지 아니한 데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어서 사용자에게 근로기준법 제36조, 제109조 제1항 위반죄의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지는 사용자의 지급거절 이유 및 지급의무의 근거, 사용자가 운영하는 회사의 조직과 규모, 사업 목적 등 제반 사항, 기타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한 다툼 당시 제반 정황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하며, 사후적으로 사용자의 민사상 지급책임이 인정된다고 하여 곧바로 사용자에게 같은 법 제36조, 제109조 제1항 위반죄의 고의가 인정된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대법원 2011. 10. 27. 선고 2010도14693 판결 등 참조).
돌이켜 이 사건에서, 먼저 E과 피고인 사이에 임금 중 일부를 급여에서 공제하기로 하는 합의가 있었는지에 관하여 본다.
E은 수사기관에서, 피고인과 사이에 급여에서 일부 금액을 공제하기로 하는 합의는 없었고 피고인이 일방적으로 이를 공제하였을 뿐이라고 진술하였으나, 기록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E이 휴대전화 단말기를 기존 단말기 반납조건으로 판매하고도 이를 정해진 날짜까지 통신사에 반납하지 못하여 이 사건 회사에 247,250원의 손해가 발생한 것은 분명한 사실로 보이는 점(증거기록 1권 20~31쪽), ② E이 이 사건 회사에 입사하면서 체결한 근로계약서에는 ‘고의 또는 과실로 회사에 손해를 끼쳤을 때는 민·형사상의 책임을 진다’는 조항이 있는 점(증거기록 1권 32쪽), ③ 이 사건 회사의 영업이사 F가 E의 퇴사를 앞둔 2020년 9월 무렵 E에게 위 손해를 책임지라는 취지의 문자메시지를 보내자 E이 자신에게 과실이 있었음을 인정하는 취지의 답장을 보내기도 한 점(증거기록 1권 23쪽), ④ 위 F는 수사기관과 이 법정에서 일관하여, E과 사이에 위 손해를 절반씩 부담하기로 하는 합의에 따라 급여에서 공제하였다고 진술하여 피고인의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는 점, ⑤ 이에 반하여 E은 이 사건 공소제기 후에 행방불명되어 피고인의 반대신문도 이루어지지 못한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E의 진술은 그대로 믿기 어렵고, 결국 피고인과 E 사이에 급여에서 125,000원을 공제하기로 하는 합의가 있었다고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나아가 피고인이 E과 위와 같은 합의를 한 시점은 2020년 9월경으로서 E이 퇴사를 한 이후이거나 또는 그 무렵으로 보이는 점, E이 이 사건 회사와 체결한 근로계약서에는 근로자의 고의 또는 과실로 회사에 손해가 발생한 경우 근로자가 이를 책임지도록 되어 있고, 실제 그동안 단말기 반납조건을 이행하지 아니하여 회사에 손해가 발생한 경우 근로자가 그 손해를 전적으로 부담한 것으로 보이는 점, 위 합의에 따라 E이 부담한 손해는 실제 손해의 약 50%에 해당하는 금액인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위와 같은 합의가 근로기준법 제43조 제1항의 임금 전액지급 원칙에 위반되어 민사상 무효인지 여부<1>를 불문하고 피고인에게는 근로기준법 위반의 고의가 없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 단서에 따라 판결의 요지를 공시하지 않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인택
각주1) 근로기준법 제42조 제1항 본문에서 "임금은 통화로 직접 근로자에게 그 전액을 지급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여 이른바 임금 전액지급의 원칙을 선언한 취지는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임금을 공제하는 것을 금지하여 근로자에게 임금 전액을 확실하게 지급 받게 함으로써 근로자의 경제생활을 위협하는 일이 없도록 그 보호를 도모하려는 데 있으므로 사용자가 근로자에 대하여 가지는 채권을 가지고 일방적으로 근로자의 임금채권을 상계하는 것은 금지된다고 할 것이지만, 사용자가 근로자의 동의를 얻어 근로자의 임금채권에 대하여 상계하는 경우에 그 동의가 근로자의 자유로운 의사에 터 잡아 이루어진 것이라고 인정할 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때에는 근로기준법 제42조 제1항 본문에 위반하지 아니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다만 임금 전액지급의 원칙의 취지에 비추어 볼 때 그 동의가 근로자의 자유로운 의사에 기한 것이라는 판단은 엄격하고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한다(대법원 2001. 10. 23. 선고 2001다25184 판결 등 참조).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