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항소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피고는 유전자 검사 서비스, 질병진단키트 개발 및 제조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이고, 원고는 피고의 지능사업본부(본부장 C) 물류관리팀(팀장 D) 소속 사원이다.
원고는 2024. 3. 25. E병원으로부터 DTC 서비스<1> 불가 항목을 알려달라는 요청을 받고는, 직접 피고의 고객지원팀장 F에게 불만을 표시하며 공문요청을 하였다. 이에 F는 원고에게 서비스 불가 항목은 확인중이며, 불만 사항이 있다면 원고가 소속된 물류관리팀 D 팀장을 통하여 전달하라고 하였다. 그러나 원고는 재차 F에게 전화하여 당일 오후까지 E병원에 공문을 전달하기로 하였으니, 공문을 작성하여 달라고 요청하였다.
피고의 경영기획본부장 G는 2024. 4. 1. F와 원고에게 위 2024. 3. 25.자 E병원의 공문요청과 관련하여 피고의 상벌관리규정(이하 '이 사건 징계규정'이라 한다) 제15조 제1항 1, 4, 5, 26호에 근거하여 2024. 4. 8.까지 경위서를 제출할 것을 요청하였다.
원고가 2024. 4. 8.까지 경위서를 제출하지 아니하자, G는 원고에게 이 사건 징계규정 제15조 제1항 25호에 근거하여 2024. 4. 9.까지 시말서를 제출할 것을 요청하였다.
C은 2024. 4. 9. '원고가 2024. 3. 25.자 E병원 공문요청 업무와 관련하여 고객지원팀장 F에게 불미스러운 언행을 하였고 그에 관한 경위서를 제출하지 않았으며, 경위
서를 제출하지 않았음을 이유로 시말서를 제출할 것을 지시하였으나, 이에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이하 '이 사건 징계사유'라고 한다)로 피고 인사관리위원회에 징계의결을 요구하였다.
피고의 인사총무팀은 2024. 4. 12. 원고에게 2024. 4. 18. 오전 10시에 개최되는 인사위원회에 출석할 것을 통지하였다.
2024. 4. 18. 개최된 인사위원회에서 참고인 D 팀장은 '시말서와 관련하여 위계질서에 대한 문제임을 주지하고 요구하였다'는 의견, H 과장은 '현재 업무프로세스상 원고가 진행할 업무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과하게 관여하였다'는 의견, C 본부장은 영업쪽에서 해결할 문제였고, 전달해주었다면 문제가 없었을 상황이었으나 회사의 업무체계를 본인이 판단해서 진행한 부분은 잘못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는 의견을 제출하였다.
위 인사위원회는 원고가 '조직의 체계, 업무 프로세스 등을 무시한 채 본인의 판단으로 월권행위를 한 점을 인정'하여, 2024. 4. 18. 원고에게 이 사건 징계규정 제15조 제1항(1호, 3호, 4호, 7호, 26호), 제2항(1, 19호)에 해당함을 이유로 정직 1개월의 징계를 하였다(이하 '이 사건 징계 결정'이라 한다).
이 사건 징계규정 중 이 사건과 관련된 부분은 별지와 같다.
원고가 2024. 4. 25. 피고의 이 사건 징계 결정에 대하여 재심을 청구하였으나, 인사위원회는 2024. 5. 3. 기존의 징계 내용을 유지하는 결정을 하였다.
원고는 이 사건 징계 결정으로 2024. 4. 26.부터 2024. 5. 25.까지 급여를 받지 못하였다.
[인정근거] 갑 제1호증, 을 1, 7, 8, 9, 15 내지 17 내지 21, 25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당사자들의 주장 요지
원고
원고는 E병원을 담당하는 영업사원으로서 2024. 3. 25.자 E병원의 공문요청을 처리하기 위하여 F에게 공문발송을 요청하였다. 원고의 요청은 피고의 이익을 위한 정당한 것이었음에도 F는 자신의 업무가 아니라며 공문작성을 거절하였다. 위 사건으로 인하여 피고는 원고에게 반성문 형식의 시말서 작성을 요구하였는데, 이는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 정당한 업무명령이 아니다.
피고 인사위원회는 이 사건 징계 결정 과정에서 ① 2024. 3. 25. 공문 발송 업무가 지체된 이유를 조사하지 않았고, ② 원고에게 소명기회를 부여하지도 않았으며, ③ 업무를 태만히 한 F를 징계대상에 포함하지 않았고, ④ 원고의 법인카드 사용 문제 및 정당한 업무명령이 아닌 시말서 작성을 거부한 것을 이 사건 징계사유에 포함하였으며, ⑤ 징계와 무관한 원고의 인적사항과 아직 확정되지 않은 징계 내용을 사내게시판에 게시하여 원고의 명예를 훼손하였는데, 이는 징계절차상의 중대, 명백한 하자로 무효이거나, G의 원고에 대한 개인적인 악감정에 근거한 것으로써 정당한 이유 없는 징계이므로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에 반하여 무효이다.
무효인 이 사건 징계 결정으로 인하여 원고는 1개월의 급여를 지급받지 못하였고, 정신적 손해를 입었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1개월의 급여 2,383,616원<2> 및 민법 제750, 751조에 따라 위자료 1,000만 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피고
이 사건 징계사유 발생 당시 원고는 휴가상태였고, E병원은 물류관리팀의 다른 직원이 맡고 있었다. 위 병원의 공문요청은 서비스 사용에 대한 불만사항을 처리하는 것 으로서 영업팀에서 담당하는 것임에도 원고는 임의로 고객지원팀 F에게 공문발송 요청을 하였을 뿐 아니라 상급자인 F의 지시를 이행하지 않고 오히려 F에게 계속하여 불만을 표시하였다. 또한 이 사건 징계사유 발생 전에도 원고는 업무상 여비를 처리함에 있어 법인카드를 사용하여 달라는 상사의 지시에 불응하는 등 근무태도가 불량하여 3회 이상 경고를 받은 바 있다. 따라서 원고가 이 사건 징계규정 제15조 제1항 1, 3, 4,7, 26호 및 제2항 1, 19호에 해당함을 이유로 한 이 사건 징계 결정은 정당하다.
판단
이 사건 징계사유의 존부
취업규칙에서 사용자가 사고나 비위행위 등을 저지른 근로자에게 시말서를 제출하도록 명령할 수 있다고 규정하는 경우, 그 시말서가 단순히 사건의 경위를 보고하는 데 그치지 않고 더 나아가 근로관계에서 발생한 사고 등에 관하여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고 사죄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사죄문 또는 반성문을 의미하는 것이라면, 이는 헌법이 보장하는 내심의 윤리적 판단에 대한 강제로서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므로, 그러한 취업규칙 규정은 헌법에 위반되어 근로기준법 제96조 제1항에 따라 효력이 없고, 그에 근거한 사용자의 시말서 제출명령은 업무상 정당한 명령으로 볼 수 없다(대법원 2010. 1. 14. 선고 2009두6605 판결 등 참조).
위 인정사실, 앞서 든 증거, 을 제2, 3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2024. 3. 25. E병원의 공문요청을 영업팀에 보고하였어야 함에도 피고 회사의 업무 처리 과정을 따르지 않고 고객지원팀장 F에게 직접 공문발송을 요구한 사실, 그에 관한 경위서를 제출하지 않아 시말서를 제출할 것을 지시받았으나 이에 따르지 않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이는 이 사건 징계규정의 제15조 제1항 4호(상사의 정당한 명령없이 월권행위를 한 자), 26호(직원 간의 인화를 저해한 자) 및 제2항 19호(회사의 정당한 인사명령에 불응하거나 태만히 하는 자)의 징계사유에 해당한다.
을 제2호증에 의하면 고객의 불만 사항은 먼저 영업팀을 통하게 되어 있고, 공문작성이 요구될 경우 고객지원팀이 초안을 작성하는 것은 그다음 업무 과정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고는 영업팀이 아닌 고객지원팀장 F에게 직접 공문작성을 요구하면서 '아까도 공문 얘기로 통화했는데 공문 안 쓰고 뭐하셨으며 일을 안 한 거냐'라고 하고, '공문 하나 쓰는 게 그렇게 오래 걸리는 일이냐'고 물었으며, '내일 사무실에 와서 얼마나 걸리는지 보겠다'고 말하였다. 이는 상사의 정당한 명령 없는 월권행위, 직원 간의 인화를 저해한 행위(이 사건 징계규정 제15조 제1항 4호, 26호)에 해당한다(따라서 '공문작성은 원래 F가 담당하는 업무이므로 그 과정에서 다소 강하게 요구하였더라도 징계사유가 되지 않는다'는 원고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원고는 이에 관하여 경위를 제출하지 않아 시말서를 제출할 것을 지시받고도 제출하지 않은 사실을 다투지 않는바, 원고가 시말서를 제출하지 아니한 행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회사의 정당한 인사명령에 불응한 것(이 사건 징계규정 제15조 제2항 19호)에 해당한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시말서가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여 정당하지 않은 업무명령이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피고가 시말서 제출을 명령하게 된 것은 원고가 경위서를 제출하지 않아 단순한 사건의 경위를 보고하지도 않았기 때문인 점, 시말서를 제출하라는 업무 지시 메일에 F와의 업무 과정에서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고 사죄한다는 내용을 포함할 것을 지시한 바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가 원고에게 시말서를 작성하라고 지시한 것이 정당하지 않다고 보기 어렵다.
한편 피고는 원고가 이전에도 경비처리에 법인카드를 사용하라는 회사의 정당한 업무명령에 응하지 않아 3회 '경고'를 받은 적이 있음을 이유로 이 사건 징계사유의 근거 조항에 이 사건 징계규정 제15조 제1항 7호(근무태도가 불량하여 3회 이상 경고를 받은 자)를 추가하였다. 그러나 이 사건 징계규정에 따르면 징계로서의 '경고'는 시말서를 징구한 후 경고장을 발하게 되어 있는데, 피고가 제출한 을 제11 내지 14호증의 각 기재만으로는 원고에게 구두 경고를 한 것으로 보일 뿐이어서 원고가 위 징계규정에서 정한 절차를 거쳐 3회 이상 '경고'를 받았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또한 피고는 이 사건 징계사유의 근거 조항으로 이 사건 징계규정 제15조 제1항 1호(회사의 질서 및 풍기를 문란케 한 자), 3호(근무에 관한 모든 절차를 고의로 태만히 하거나 기만한 자), 제2항 1호(회사의 질서와 풍기를 문란하게 하여 타직원에게 악영향을 미친 자)를 추가하였으나, 앞서 살핀 원고가 F에게 직접 공문요청을 한 사실만으로는 원고가 회사의 질서 및 풍기를 문란하게 하였다거나, 근무에 관한 모든 절차를 고의로 태만히 하거나 기만하였다고까지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징계사유가 이 사건 징계규정 제15조 제1항 1호, 3호, 7호, 제2항 1호에 해당한다는 피고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징계의 정당성
관련 법리
단체협약에서 근로자의 근로권과 그 방어에 중요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징계절차를 규정하고 있음에도 이러한 징계절차를 위반하여 징계처분을 하였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징계권의 행사는 징계사유가 인정되는지 여부에 관계없이 절차에 관한정의에 반하는 처사로서 무효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대법원 1991. 7. 9. 선고 90다8077 판결, 대법원 2009. 3. 12. 선고 2008두2088 판결 등 참조).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 휴직, 정직, 전직, 감봉, 그 밖의 징벌(징벌)(이하 "부당해고등"이라 한다)을 하지 못한다.
근로자에게 징계사유가 있어 징계처분을 하는 경우에 어떠한 처분을 할 것인지는 원칙적으로 징계권자의 재량에 맡겨져 있으므로, 그 징계처분이 위법하다고 하기 위하여서는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징계권자에게 맡겨진 재량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고,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은 처분이라고 하려면 구체적인 사례에 따라 직무의 특성, 징계사유가 된 비위 사실의 내용과 성질 및 징계에 의하여 달성하려는 목적과 그에 수반되는 제반 사정을 참작하여 객관적으로 명백히 부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라야 한다(대법원 2012. 9. 27. 선고 2010다99279 판결 등 참조).
구체적인 판단
위 인정사실, 앞서 든 증거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징계 결정은 징계절차를 준수하였고, 정당한 이유가 있음을 인정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사건 징계절차에 중대, 명백한 하자 등이 있어 무효라는 원고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이 사건 징계규정 제21, 22조에 따라 피고는 2024. 4. 11. C(영업팀 팀장)의 징계의결요구를 받아, 그로부터 20일이 지나기 전인 2024. 4. 18. 징계의결을 하였다.
이 사건 징계규정 제24, 27조에 따라 원고에게는 2024. 4. 12. 인사위원회의 출석 통지가 이루어졌고, 원고는 실제로 2024. 4. 18.에 개최된 인사위원회에 참석하여 진술할 기회를 얻었으며, 원고와 F 외에도 참고인들의 진술을 종합하여 원고의 행위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원고의 재심청구에 따라 징계의결에 관한 재심이 개최되어 피고는 다시 한번 이 사건 징계사유를 조사하였다.
피고의 인사위원회는 이 사건 징계사유의 양정을 판단하면서 원고가 이 사건 징계사유에 관하여 반성하거나 개선의 여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인사위원회 위원들의 의견을 반영하였다.
피고는 비록 재심결과가 통지되기 전인 2024. 4. 19. 원고에 대한 인사발령을 사내 게시판에 공고한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그 내용에 원고의 직책과 이름 외에 개인정보를 포함하고 있지 않아 이는 이 사건 징계규정 제26조에 따른 것으로 보일 뿐, 원고의 명예를 훼손할 의도였다고 보이지 않는다.
이 사건 징계 결정은 원고에 대한 것으로서, 앞서 살핀 바와 같이 이 사건 징계사유가 인정되고, 이 사건 징계 결정에 이른 절차가 정당한 이상, 원고가 주장하는 바와 같이 F에 대하여 징계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는 이 사건 징계결정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징계권자인 피고에게 맡겨진 재량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이 사건 징계규정은 근로자가 제15조 제1항의 각호에 해당하는 때에는 견책, 감봉, 정직의 처분을 할 수 있고, 제2항의 각호에 해당하는 경우는 특히 이를 징계해고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원고의 이 사건 징계사유는 앞서 살핀 바와 같이 이 사건 징계규정 제15조 제2항 19호에도 해당하여 징계해고도 가능한 점, 여기에 원고가 이 사건 징계 과정에서 별다른 반성이나 개선의 여지를 보이지 않았던 점 등을 고려하면, 정직 1개월의 이 사건 징계 양정이 명백히 부당하다고 볼 수도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여야 하며,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하여 정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는 이유 없어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형작(재판장) 하헌우 이상훈
[별지]
소비자가 의료기관을 거치지 않고 직접 유전자 검사를 신청할 수 있는검사로, 피고가 제공하는 서비스 중 하나이다.
= {(2,416,580원 + 2,482,620원 + 2,251,650원) ÷ 3}, 원 미만 버림, 원고가 이 사건 징계 결정으로 인한 정직 직전 3개월간 지급받은 급여의 월 평균액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