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벌금 5,000,000원에 처한다.
피고인이 위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하는 경우 100,000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피고인을 노역장에 유치한다.
위 벌금에 상당한 금액의 가납을 명한다.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
피고인이 운영하는 주식회사 D(이하 ‘D’라 한다)가 근로자 E(이하 ‘E’이라 한다)에게 지급해야 할 퇴직금은 합계 59,761,108원인데, 위 퇴직금은 E의 근무기간을 ‘G’에서 근무를 시작한 1993. 12. 3.경부터 D를 퇴직한 2019. 8. 31.경까지로 하여 산정된 것이다. 피고인이 운영하는 D는 E이 G에서 근무한 기간에 해당하는 퇴직금도 지급해야 할 의무가 있고, 설령 E이 퇴직금 지급 연장에 대한 합의를 하였다 하더라는 이는 D의 근무기간에 해당하는 퇴직금에 대한 합의일 뿐이어서 퇴직금 전부에 대한 유효한 합의라고 보기 어렵다.
그럼에도 원심은 E과 D 사이에 퇴직금 지급 연장에 관한 유효한 합의가 있었다고 보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으므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1>.
직권판단
항소이유에 대한 판단에 앞서 직권으로 살펴본다.
검사는 당심에 이르러 이 사건 공소사실 중 모두사실에 “E은 1993. 12. 3. 피고인의 아버지 F이 운영하던 G에 입사하여 근무해 오다가 F이 피고인을 대표이사로 하여 2012. 1. 2. D를 설립하게 되면서 2013. 4. 1. D로 소속이 변경된 후 2019. 8. 31. 퇴직하였다.”를 추가하고, 공소사실 제1, 2항의 각 “위 사업장에서 2013. 4. 1.부터 2019. 8. 31.까지 근로하다”를 “G 및 위 사업장에서 1993. 12. 3.부터 2019. 8. 31.까지 근로하다”로, 공소사실 제2항의 “퇴직금 합계 59,761,108원”을 “퇴직금 합계 97,728,781원”으로 각 변경하는 내용의 공소장변경허가신청을 하였고, 이 법원이 이를 허가함으로써 심판대상이 변경되었다. 따라서 원심판결은 그대로 유지될 수 없게 되었다.
다만, 위와 같은 직권파기 사유에도 불구하고 검사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은 여전히 이 법원의 심판대상이 되므로 이에 관하여 살펴본다.
검사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대한 판단
원심은, E이 2019. 8. 31. D를 퇴직할 당시 변경 전 공소사실 기재의 연말정산환급액 및 퇴직금(이하 ‘퇴직금 등’이라 한다)<2>의 지급에 관하여 D의 자금 사정의 어려움을 알고 분할 지급받기로 구두 약정한 사실, E은 위 분할지급 약정에 따라 D로부터 2019. 10. 31.부터 2020. 9. 10.까지 매달 퇴직금 등 합계 1,800만 원을 지급받은 사실, 그런데 E은 2020. 10. 19. 서울북부고용노동청에 피고인을 상대로 D 이전에 D의 대표이사 A의 아버지 F이 운영하던 G의 퇴직금까지 지급하라는 취지로 진정한 사실, 피고인은 위 진정 이후에 E에게 분할 지급하던 퇴직금 등의 지급을 중단한 사실, E은 2021. 1. 12. D를 상대로 서울북부지방법원 2021가단100691호 퇴직금청구 소송을 제기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D와 E은 공소사실 기재 퇴직금 등의 지급에 관한 합의가 있었고, E의 새로운 근로기준법위반 사건의 고소로 분할 지급이 지체된 점에 불과하므로, D의 E에 대한 퇴직금 등의 지급에 관하여는 근로기준법 또는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3>에 정한 당사자 간의 합의가 있었다고 판단된다는 이유로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였다.
원심이 설시한 사정들을 기록과 대조하여 면밀히 살펴보면, 원심이 피고인과 E 사이에 2018년 연말정산환급액 969,150원에 대하여 근로기준법이 정한 지급기일 연장합의가 있었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한 것으로 충분히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검사가 주장하는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 따라서 검사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그러나 변경 전 공소사실 기재 퇴직금 59,761,108원의 지급에 관하여도 피고인과 E 사이에 지급기일 연장 합의가 있었다고 본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원심 및 당심이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을 종합하여 보면,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을 인정할 수 있다.
G는 피고인의 아버지 F이 1985. 1. 20.경부터 서울 강북구 J건물, K호에서 운영하던 전자기기 제조업체이고, D는 2012. 1. 2.경 서울 강북구 J건물, L호를 본점으로 하여 전자기기 제조업, 도매업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회사이다.
F은 2011년 개인회생신청을 할 정도로 자금 사정이 나빠지자 G의 사업 중 수익성이 있는 판매 부분을 분리하여 계속 경영할 의사로 피고인(당시 25세)을 대표이사로 하여 D를 설립하였는데, D는 설립 후에도 한동안 G의 사무실을 본점 소재지로 하였고, 전화번호나 홈페이지 등 대외적 영업활동 창구도 동일하였으며, E 등 G의 직원들이 실무를 맡아 운영되었다.
E은 1993. 12. 3. G에 입사하여 근무해 오다가 2013. 4. 1.자로 D로 소속이 변경되었고, 2019. 8. 31. D에서 퇴직하였는데, 위와 같이 G에서 D로 소속이 변경되는 과정에서 E은 G에 형식적으로나마 사직서를 제출하거나 D와의 신규채용 절차를 거치지 않았고, F은 E에게 G에서 근무한 기간에 대한 퇴직금을 지급하지도 않았다.
근로자 E이 D를 퇴사하기 직전인 2019. 8. 21. D 소속 경리 담당자인 H이 E에게 보낸 ‘미지급 급여내역’이라는 제목의 이메일에는 G에 근무하던 시기의 내역이 포함되어 있는데, D 소속 직원들도 G와 D를 명확히 구분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한편 H은 2019. 9. 10. E에게 “퇴직금 정산내역이 나와서 메일 보냅니다. 예전자료를 근거로 정리하였고 확인해 보시고 의문사항 있으면 연락주세요(퇴직금은 세무사 사무실에서 계산해서 받은 자료입니다). 지급계획서는 회사 사정이 너무 안 좋아서 여러 번 분할해서 지급합니다.”라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내면서 E이 D에서 근무한 기간에 대한 퇴직금 및 연말정산 미지급액 합계 19,419,751원을 2019. 11.부터 2020. 5.까지 10회에 걸쳐 나누어 지급한다는 내용의 지급계획서를 첨부하였고, 이후 E은 D로부터 2019. 10. 31.부터 2020. 9. 10.까지 합계 18,000,000원을 지급받았다.
H이 보낸 위 이메일에는 미지급 퇴직금 등 내역이 첨부되어 있는데, 이에 의하면 G 및 D가 2000년부터 2019. 8. 31.까지 E에게 미지급한 연차휴가 미사용 수당, 연말정산 미환급액, 퇴직금, 급여를 합한 금액은 63,875,545원에 달하고, 퇴직금과 관련하여 2000년까지의 퇴직금 12,543,080원, 2007년분 퇴직금 2,463,270원, 2008년분 퇴직금 2,560,800원, 2009년분 퇴직금 2,463,270원, 2010년분 퇴직금 2,679,040원, 2011년분 퇴직금 2,679,040원, 2012년분 퇴직금 3,523,705원, 2013년분 퇴직금 3,507,790원, 2014년분 퇴직금 3,450,910원이 미지급된 것으로 되어 있다.
그 후 E은 D를 상대로 서울북부지방법원 2021가단100691호로 퇴직금 청구의 소를 제기하였고, 위 법원은 2022. 4. 19. E의 퇴직금 산정 기준이 되는 계속근로기간은 G에서의 근무기간도 합산하여 산정함이 타당하다는 이유로 D에 대해 82,192,051원[= 104,095,471원 – 이미 지급된 21,903,420원(= 3,903,420원 + 18,000,00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명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이에 D가 서울북부지방법원 2022나34495호로 항소하였으나, 위 법원은 2024. 4. 30. 위 1심판결과 같은 이유로 D에 대해 퇴직금 79,728,781원[= 104,095,471원 – 이미 지급된 24,366,690원(= 2,463,270원 + 3,903,420원 + 18,000,00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명하는 판결을 선고하였으며, 이후 D의 상고가 기각되어(대법원 2024다24252) 2024. 7. 26. 위 판결이 확정되었다.
위 인정사실에 나타난 D의 설립경위, G와 D의 관계, E이 G에서 근무하다 D로 소속이 변경된 경위와 이후의 상황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은 E에게 G에서 근무한 기간도 계속근로기간에 합산하여 산정한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보아야 하고, 설령 피고인과 E 사이에 퇴직금 지급에 관한 기일 연장의 합의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E이 D에서 근무한 기간만을 대상으로 한 것이어서 피고인이 지급하여야 할 퇴직금 전체에 대한 유효한 기간 연장의 합의라고 볼 수 없다(나아가 앞서 든 사정에 비추어 피고인이 E에게 퇴직금을 지급하지 아니한 데에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피고인에게 적어도 미필적으로는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이 정한 퇴직금의 기일 내 지급의무위반죄에 관한 고의도 있었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고, 이를 지적하는 검사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있다.
결론
그렇다면 원심판결에는 위에서 본 직권파기 사유가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에 의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아래와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이유]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