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항소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경비업 등을 영위하는 원고는 1999.경부터 피고와 사이에, 피고의 본점 소재지인 인천 부평구 C의 경비실에서 경비용역업무를 수행하기 위한 경비원 2명을 배치하기로 하는 '경비용역도급계약'을 체결하였다. 그 후 위 경비용역도급계약은 1년 단위로 갱신되었다(이하 통틀어 '이 사건 계약'이라 한다).
이 사건 계약에서 정한 경비원 2명에 대한 월 경비용역비는 2018년 2,900,000원, 2019년 3,000,000원, 2020년부터 2022년 9월까지는 각 3,100,000원이었고, 나머지 계약의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이 사건 계약에 첨부된 '경비용역시방서'의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9거평』
원고는 2022. 9. 28.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서울서부지청으로부터 '원고가 피고에게 파견한 D, E(이하 '이 사건 경비원들'이라 한다)에게 2020년 10월부터 2022년 9월까지(이하 '이 사건 기간'이라 한다)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임금을 지급하여 근로기준법 제43조 제1항, 최저임금법 제6조 제1항을 위반하였으므로, 이들에게 최저임금과의 차액 29,781,000원, 30,021,000원을 각각 지급하라'는 취지의 시정명령을 받고, D, E에게 위 차액 합계 59,802,000원을 지급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6호증, 을 제1, 2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당사자들의 주장
원고의 주장
이 사건 계약은 노무도급계약 또는 사실상 피고와 이 사건 경비원들 사이의 근로계약 내지는 파견근로계약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최저임금법 제6조 제7항은 '도급으로 사업을 행하는 경우 도급인이 책임져야 할 사유로 수급인이 근로자에게 최저임금액에 미치지 못하는 임금을 지급한 경우 도급인은 해당 수급인과 연대하여 책임을 진다'고 규정하고, 동조 제8항 제1호에서는 '도급인이 도급계약 체결 당시 인건비 단가를 최저임금액에 미치지 못하는 금액으로 결정하는 행위가 위 도급인이 책임져야 할 사유에 해당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도급인인 피고가 이 사건 경비원들에게 최저임금액에 미치지 못하는 경비용역비를 지급한 이상 피고는 이 사건 경비원들에게 이 사건 기간 동안 지급된 임금과 최저임금과의 차액에 대하여 원고와 연대책임을 부담한다. 따라서 원고가 이 사건 경비원들에게 위 차액인 59,802,000원을 모두 지급하였고 연대채무자의 부담부분은 균등한 것으로 추정되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그 구상비율에 따라 구상금의 절반인 29,901,00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또는, 이 사건 계약은 최저임금법 등의 강행규정을 위반하여 체결된 것으로, 민법상 신의성실의 원칙이나 형평의 관념에 반한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으므로, 원고는 강행규정의 취지에 맞도록 이 사건 계약 내용의 수정을 요구할 수 있고, 피고는 원고에게 그에 따라 산정된 추가 용역대금 29,901,00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피고의 주장
이 사건 계약은 위임계약의 성격을 가지고 있으므로 도급관계에 적용되는 최저임금법 제6조 제7항이 적용되지 않는다. 가사 도급관계라고 하더라도, 원고와 피고가 이 사건 계약을 최초로 체결한 시점은 1999년경인데, 당시에 정한 월 경비용역비는 최저임금액 기준에 미달되지 않았고, 위 계약 체결 이후 최저임금 인상이 이루어져 월경비용역비가 최저임금에 미달한 사정이 발생하였는바, 이는 도급인인 피고가 책임져야할 사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원고는 민법상 신의성실의 원칙에 의한, 사정변경으로 인한 계약내용의 수정을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최저임금의 상승이 이 사건 계약 체결 당시 예상할 수 없었던 현저한 사정변경이라고 볼 수는 없다.
판단
이 사건 계약의 성질
도급은 당사자 일방이 어느 일을 완성할 것을 약정하고 상대방이 그 일의 결과에 대하여 보수를 지급할 것을 약정함으로써 그 효력이 생기고(민법 제664조), 위임은 당사자 일방이 상대방에 대하여 사무의 처리를 위탁하고 상대방이 이를 승낙함으로써 그 효력이 생긴다(민법 제680조).
앞서 본 기초사실에 앞서 든 각 증거들, 을 제7호증의 1, 2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을 고려하면, 이 사건 계약은 민법상 위임계약에 해당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이 사건 계약의 목적 및 그 업무의 내용이 경비구역에 대한 근무 중 도난 및 화재를 미연에 방지하고 각종 시설물과 재산을 보호하는 것으로 정해져 있으나 원고는 그 목적 달성 여부를 불문하고 이 사건 경비원들로 하여금 경비업무를 수행하도록 하면 용역대금을 지급 받을 수 있으므로, 이 사건 계약은 '어떠한 일의 완성'이라는 도급의 성질보다는 '일정한 사무 처리의 위탁'이라는 위임의 성질이 강하다.
민법 제682조는 수임인의 복임권을 제한하고 있는데 이 사건 계약서 제12조는 피고뿐만 아니라 원고 또한 제3자에게 그 권리를 양도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는바, 이 사건 계약은 위임계약과 유사한 측면이 다수 존재한다.
이 사건 계약에서는 경비 업무를 수행할 경비원의 인원수 및 근무시간, 원고와 피고 쌍방의 협의를 거친 경비방법(이 사건 계약서에 첨부된 경비용역시방서에 기재되어 있다)이 규정되어 있다.
원고는 고용하는 경비원에 대하여 근로기준법과 기타 관계법규가 정한 권익을 보장하고 사고에 대비한 산재보험 및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여야 하고(계약서 제8조), 경비원의 근무조건이나 복지 후생 등에 따르는 책임을 지도록 되어 있으며(계약서 제11조), 경비원의 근무상태를 감독할 책임이 있는(계약서 제13조) 반면, 피고는 원고에게 용역대금을 지급할 의무만을 부담한다. 이에 비추어 보면 원고와 이 사건 경비원들 사이에서만 고용관계가 존재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지 피고와 이 사건 경비원들 사이에 별도로 근로계약이나 파견근로계약이 체결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피고는 최저임금법 제6조 제7항, 제8항에 따라 연대책임을 부담하지 않고. 이 사건 계약이 도급계약임을 전제로 하는 원고의 주장들은 더 나아가 살펴 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신의성실의 원칙상 계약수정청구권이 인정되는지 여부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와 이 사건 경비원들 사이에 근로계약이 체결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오히려 원고가 이 사건 경비원들의 사용자로서 이 사건 경비원들이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임금을 받지 않도록 할 의무를 부담하는 것임에도 최저임금법에 위반하는 내용으로 피고와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한 것에 책임이 없다고 볼 수 없는 점, 2) 원고와 피고는 용역대금 액수만을 변경하여 이 사건 계약을 매해 동일한 내용으로 갱신하였는데 이 기간 동안 최저임금액은 지속적으로 상승하여 왔으므로 최저임금액의 변경이 예견할 수 없는 현저한 사정변경이라고 볼 수 없는 점, 3) 이 사건 계약서에는 피고가 원고에게 지급할 용역대금이 명시적으로 규정되어 있는데 이러한 용역대금을 산정함에 있어 최저임금액의 변동을 반영한다는 내용이 별도로 기재되어 있지 아니한 점, 4) 신의성실의 원칙이나 형평의 관념에 반한다고 보아 계약해제권을 인정하거나 계약의 내용을 변경하는 것은 계약자유의 원칙에 대한 예외를 인정하는 것이므로 그와 같이 예외적으로 취급하기 위해서는 그에 관한 합리적인 근거가 명확하여야 하고 당사자 사이의 계약 내용을 함부로 수정·변경하는 것은 경계하여야 한다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주장하는 사정들 및 제출한 각 증거들만으로는 원고에게 피고와 사이에서 민법상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이 사건 계약을 수정할 권리가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원고의 위 주장 또한 이유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감축된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여야 한다. 제1심 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 하여 정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장재윤(재판장) 김우정 차은경
각주1) ‘가.항’의 오기로 보인다.
각주2) ‘지장’의 오기로 보인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