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원고의 당심에서의 확장청구를 기각한다.
항소비용은 피고가, 당심에서의 확장청구로 인한 비용은 원고가 각 부담한다.
원고의 당심에서의 청구감축에 따라 제1심 판결의 주문 제1항은 다음과 같이 변경되었다. 피고는 원고에게 24,108,620원 및 이에 대하여 2012. 4. 26.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이유
기초사실
원고는 2005. 8. 1. 피고 회사(2010. 8. 13. 변경 전 상호 : 주식회사 C)에 고용되어 항공기 조종사(기장)로 근무하다가 2009. 6. 20. 퇴직하였다.
피고 회사는 경영난으로 2008년 8월경부터 소속 근로자들에게 임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못하였는바, 2008. 10. 18. 운항중단 사태에 이르렀다.
피고 회사는 2009. 8. 28. D 주식회사(E 주식회사로 상호변경, 이하 편의상 'D'라 한다)와 사이에 인수대금 150억 원의 M&A 투자계약을 체결하였다.
피고 회사는 2009. 8. 31. 서울중앙지방법원 2009 회합 136호로 회생 신청을 하여 2009. 9. 24. 회생절차가 개시되었고, 2010. 3. 5. 회생계획이 인가되었는바, 2010. 4. 29. 회생절차 종결결정을 받았다.
원고는 2009. 11. 9.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체당금 명목으로 합계 9,417,450원을 지급받았다.바. 원고는 2009년 12월경 피고 회사와 사이에 원고의 기존 미지급 임금 등 채권에 관하여 아래와 같이 합의(이하 '이 사건 합의'라 한다)하였다.
피고 회사는 그 후 위 합의에 따라 원고가 납부하여야 할 근로소득세 및 4대 보험료 등 합계 2,642,700원을 국민연금공단 및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납부하였다.
피고 회사는 2010. 4. 6. 원고에게 위 지급금 20,281,750원에서 체당금 9, 417, 450원과 위와 같이 납부한 2,642,700원을 공제한 나머지 8,221,600원을 송금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2호증, 을 제1 내지 5호증(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원고의 주장
근로기준법이 임금전액불의 원칙을 규정하고 있음에 비추어, 근로자의 임금채권 포기는 당해 근로자의 자유로운 의사에 기한 것이라고 인정할 만한 합리적·객관적 사정이 있는 경우에만 유효하고, 위와 같은 사정은 사용자가 입증하여야 할 것인바, 이 사건 합의가 원고의 자유로운 의사에 기하여 이루어졌다고 볼 만한 합리적·객관적 사정을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이 사건 합의는 무효이다.
이 사건 합의는 피고 회사의 경영상태가 호전되면 원고를 우선적으로 재고용하는 것을 조건으로 체결된 것인바, 피고 회사가 2010. 4. 29. 회생절차가 종결되었음에도 현재까지 원고를 재고용하지 않고 있으므로, 이 사건 합의는 조건 불성취로 무효가 되었다.
이 사건 합의는 원고의 경제적, 정신적 궁박 상태를 이용하여 이루어진 것이므로, 불공정한 법률행위로서 무효이다.
원고는 피고 회사의 요구에 의하여 피고 회사가 일방적으로 작성한 합의서에 서명한 것에 불과하므로, 이 사건 합의 중 원고가 재고용 없이 체불임금을 포기하겠다는 부분은 원고의 진의가 아니며, 피고 회사도 그 진의 아님을 알았으므로, 이 사건 합의는 비진의 의사표시로서 무효이다.
피고 회사는 재고용을 약속하면서 체불임금 감액 합의를 요구하였고, 이에 원고는 재고용될 것을 믿고 합의에 응하였는바, 이 사건 합의는 피고 회사의 기망에 의한 것이거나 피고 회사가 유발한 착오에 의한 것이라 할 것이므로, 이는 노동관계의 특수성상 그 자체로 무효이거나 원고의 취소의 의사표시에 따라 무효로 되었다.
따라서 피고 회사는 원고에게 체불임금 48,324,101원(임금과 휴업수당 및 퇴직금 44,741,919원 + 연차수당 3,582,182원)에서 원고가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지급받은 체당금 9,417,450원, 피고 회사로부터 추가로 지급받은 금원 8,221,600원을 공제한 나머지 30, 685,051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피고 회사의 주장
원고가 퇴직 후 피고 회사와 사이에 이 사건 합의를 하였으므로 노동관계의 특수성과 무관하게 위 합의는 유효하고, 이 사건 합의는 재고용을 조건으로 한 것이 아니며, 불공정한 법률행위에 해당하거나, 비진의 의사표시에 해당하는 것도 아니고, 원고가 주장하는 재고용은 원고의 단순한 기대에 불과할 뿐 피고 회사가 이를 보장한 것이 아니므로 이에 관한 피고 회사의 기망 내지 원고의 착오가 인정될 수는 없다 할 것인바, 결국 피고 회사가 이 사건 합의를 모두 이행한 이상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다.
판단
근로기준법 관련 판단
근로기준법 제43조 제1항은 "임금은 통화로 직접 근로자에게 그 전액을 지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여 임금전액불의 원칙을 천명하고 있는바, 사용자와 근로자의 관계는 그 형식 여하에 불구하고 실질적으로 대등한 관계라고 보기 어려운 점, 근로자의 임금채권 포기를 서로 대등한 사인들 사이의 문제로서 일반 사법관계로 규율할 경우 실질적으로 우월한 지위에 있는 사용자에 의하여 악용될 가능성이 있는 점, 근로기준법 등 노동 관계 법령의 근로자 생활보장의 취지 등을 고려할 때, 근로자의 임금채권 포기는 당해 근로자의 자유로운 의사에 기한 것이라고 인정할 만한 합리적·객관적 사정이 있는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그 유효성을 인정할 필요가 있고, 위와 같은 사정의 존재는 사용자가 증명하도록 함이 상당하다.
그러나 위와 같은 법리의 전제인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의 실질적 불평등 관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당해 근로관계의 종료로써 사실상 해소된다고 볼 것인바, 근로자가 퇴직 후 기존 사용자와 사이에 이미 발생한 과거의 임금채권을 포기하는 것은 현저히 합리성을 결하지 않는 이상 그 유효성을 인정하여야 할 것이고, 이 경우 현저히 합리성을 결하였다는 점은 원칙적으로 근로자가 이를 증명하여야 할 것이다.
이 사건 합의는 원고가 퇴직 이후 피고 회사와 사이에 체불임금 중 일부를 포기한 것인바, 위 합의가 현저히 합리성을 결하였다는 점에 관하여 원고가 제출하는 증거들만으로는 이를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조건부 법률행위 관련 판단
피고 회사가 이 사건 합의 과정에서 원고에게 재고용을 언급한 사실은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다.
그러나 어떤 법률행위가 조건부 법률행위로 되려면, 즉 법률행위에 조건이 부가 되어 있다고 보려면, 그 조건의 부가에 관하여 당사자 사이에 의사합치가 있어야 한다 할 것인바, 원고가 제출하는 증거들만으로는 재고용을 이 사건 합의의 조건으로 부가하는 것에 관하여 원고와 피고 회사 사이에 명확한 의사합치가 있었다고 보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불공정한 법률행위 관련 판단
민법 제104조에 규정된 불공정한 법률행위는 객관적으로 급부와 반대급부 사이에 현저한 불균형이 존재하고, 주관적으로 그와 같이 균형을 잃은 거래가 피해 당사자의 궁박, 경솔 또는 무경험을 이용하여 이루어진 경우에 성립하는 것으로서, 약자적 지위에 있는 자의 궁박, 경솔 또는 무경험을 이용한 폭리행위를 규제하려는 데에 그 목적이 있고, 불공정한 법률행위가 성립하기 위한 요건인 궁박, 경솔, 무경험은 모두 구비되어야 하는 요건이 아니라 그 중 일부만 갖추어져도 충분한데, 여기에서 '궁박'이라 함은 '급박한 곤궁'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경제적 원인에 기인할 수도 있고 정신적 또는 심리적 원인에 기인할 수도 있으며, '무경험'이라 함은 일반적인 생활체험의 부족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어느 특정영역에 있어서의 경험부족이 아니라 거래일반에 대한 경험 부족을 뜻하고, 당사자가 궁박 또는 무경험의 상태에 있었는지 여부는 그의 나이와 직업, 교육 및 사회경험의 정도, 재산 상태 및 그가 처한 상황의 절박성의 정도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구체적으로 판단하여야 하며, 한편 피해 당사자가 궁박, 경솔 또는 무경험의 상태에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 상대방 당사자에게 그와 같은 피해 당사자 측의 사정을 알면서 이를 이용하려는 의사, 즉 폭리행위의 악의가 없었다거나 또는 객관적으로 급부와 반대급부 사이에 현저한 불균형이 존재하지 아니한다면 불공정 법률행위는 성립하지 않는다(대법원 2002. 10. 22. 선고 2002다38927 판결 등 참조).
원고가 제출하는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합의가 급부와 반대급부 사이에 현저한 불균형이 존재한다거나, 이 사건 합의 당시 원고가 궁박한 상태에 있었고 피고 회사가 이를 알면서도 폭리를 취할 의도로 위 궁박의 상태를 이용하였다는 점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라. 비진의 의사표시 관련 판단
진의 아닌 의사표시에 있어서의 '진의'란 특정한 내용의 의사표시를 하고자 하는 표의자의 생각을 말하는 것이지 표의자가 진정으로 마음 속에서 바라는 사항을 뜻하는 것은 아니므로 표의자가 의사표시의 내용을 진정으로 마음 속에서 바라지는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당시의 상황에서는 그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하여 그 의사표시를 하였을 경우에는 이를 내심의 효과의사가 결여된 진의 아닌 의사표시라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03. 4. 25. 선고 2002다11458 판결 등 참조).
원고가 제출하는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합의 중 원고가 재고용의 보장 없이 임금 총액에서 지급금을 공제한 체불임금을 포기하겠다는 부분이 진의 아닌 의사표시라는 점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을 뿐만 아니라, 설령 위 부분이 원고의 진의가 아니라 하더라도, 원고가 제출하는 증거들만으로는 피고 회사가 위와 같은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는 점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기망 또는 착오 관련 판단
앞서 인정한 사실과 갑 제2 내지 9, 11 내지 23, 25, 26, 28, 30호증, 을 제6, 7, 12호증(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사정을 알 수 있다.
피고 회사의 경영진은 회사의 부진이 장기화되자 M&A 및 회생절차를 준비하면서 소속 근로자들에게 일단 퇴직하여 피고 회사의 재기를 기다려 보라고 권유하였고, 이에 원고를 비롯한 300여 명의 근로자들이 2009년 6월을 전후하여 피고 회사에서 퇴직하였다(피고 회사의 주장에 의하면, 위 300여 명의 퇴직으로 인하여 당시 회사에 남아 있던 임직원은 불과 3~4명뿐이었다).
D는 피고 회사가 법원의 회생절차를 거칠 것을 전제로 150억 원을 투자하기로 하면서 피고 회사에게 기존 근로자 내지 퇴직자들에 대한 2009. 8. 31. 기준 체불임금에 관하여 그 중 1/2만을 지급하고 나머지 1/2은 개별적 합의를 통하여 면제받을 것을 요구하였고, 반면 2008. 10. 18. 운항중단 이후 퇴직한 근로자들은 우선적으로 재고용하며 3년간 계속고용을 보장할 것을 약정하였다.
피고 회사에 대한 회생절차가 개시되면서 그 관리인으로 피고 회사의 전무였던 F가 선임되었는바, 당시 피고 회사는 재기를 위하여 D가 요구하는 조건을 충족시켜야만 하는 절박한 상황이었으므로 퇴직자들과 사이에 체불임금에 관한 합의를 하는 것이 절대적인 당면과제였고, 이에 F 및 피고 회사 관계자들은 기존의 근로관계와 친분관계에 기초하여 지속적으로 원고를 비롯한 퇴직자들을 직·간접적으로 접촉하면서 D가 요구하는 기준에 따른 체불임금에 관한 합의를 요청하였으며, 그 과정에서 D의위 고용보장 약정에 근거하여 퇴직자들에게 임금의 50% 정도를 포기해 주면 회생계획안이 통과될 것이고, 그리하여 피고 회사가 살아나면 개별적으로 재취업 의사를 확인하여 빠른 시일 내에 재고용이 이루어지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하였다.
이에 원고는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상 공익채권자로서 그 변제가 어느 정도 확보되어 있는 상황이었음에도, 향후 재고용이 될 것으로 생각하여 2009년 12월경 피고 회사와 사이에 체불임금 중 50% 이상을 포기하는 내용의 이 사건 합의를 체결하기에 이르렀는바, 다른 퇴직자들에게 피고 회사의 정상화 및 그에 따른 재고용을 위하여 F 등의 요청대로 합의를 체결해 줄 것을 적극 권유하기도 하였고, 위와 같은 원고의 노력 등에 힘입어 최종적으로 300여 명의 퇴직자 중 290여 명이 피고 회사와 체불임금에 관한 합의를 하게 되었다.
위 당시 원고는 G생으로서 항공 관련 법규에 기장의 연령이 만 65세까지로 제한되어 있는 사정상 향후 피고 회사에 재취업하더라도 기장으로서 근무하기는 어려울 수도 있음을 알고 있었으나, 원래 피고 회사의 내부규정상 기장의 정년이 57세였으나 60세를 넘어서도 계속 근무하고 있었고, 이사 대우의 최고위급 기장(원고는 피고회사에서 수석교관 기장이기도 하였다)으로서 그간의 경력과 오랜 경험 및 회사에 대한 기여 등이 감안된다면 적어도 기장이 아닌 다른 직역으로라도 재고용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 사건 합의로써 원고가 현실적으로 취득한 이익은 피고 회사로부터 추가로 지급받은 8,221,600원 상당이고, 반면 원고가 상실한 이익은 피고 회사의 채무를 면제해 준 24,108,620원 상당이다.
한편, 피고 회사는 2010. 4. 29. 회생절차 종결 후 일반적인 채용공고를 하는 외에 원고 등 퇴직자들을 상대로 직접 개별적으로 재취업 의사를 묻거나 확인하지는 않았고, 경력직 채용에 있어 다른 항공사 출신자를 배제한 채 피고 회사의 퇴직 근로자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재고용의 기회를 부여하지도 않았으며, 오히려 기존 퇴직자들 중 80여 명만을 선별적으로 재고용하고, 나머지 필요 인력은 다른 항공사 출신의 경력자를 채용하거나 신규채용을 통하여 충원하였는바, 원고 역시 피고 회사에 재취업을 원하였음에도 피고 회사는 이를 거부하였다.
원고는 이 사건 합의 당시 피고 회사의 주주나 경영자가 아닌 단순한 근로자, 그것도 그 구체적 경위에 불구하고 이미 퇴직한 근로자였는바, 재고용의 보장을 제외하면 원고에게 자신의 체불임금 중 절반 이상을 포기하면서까지 반드시 피고 회사를 회생시켜야만 할 어떤 특별한 사정 내지 이유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피고 회사는, 당시 피고 회사가 파산적 청산을 할 경우 원고 등 퇴직자들은 체불임금 중 약 2% 정도만을 지급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는바, 위와 같은 사정을 고려하면 현실적으로 빠른 기간 내에 그 이상의 금원이 지급되는 합의는 원고 등 퇴직자들에게도 충분한 이익이 되는 것이었다고 주장하나, 앞서 본 바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볼 때, 다른 퇴직자들은 별론으로 하고 적어도 원고의 입장에서 위와 같은 정도의 이익만을 위하여 이 사건 합의에 이르렀다고 보기는 어렵고, 오히려 재고용의 보장이 가장 핵심적 동기가 되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위와 같은 사정을 종합해 보면, 피고 회사가 이 사건 합의 과정에서 원고에게 재고용을 명시적으로 약정하지는 않았다 하더라도 마치 재고용은 당연히 이루어질 것처럼 행위하였고, 이에 원고는 재고용이 될 것으로 굳게 믿고 이 사건 합의를 체결하기에 이르렀다 할 것인바, 비록 피고 회사가 재고용을 빌미로 원고를 기망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할지라도, 재고용의 보장에 관하여 원고를 착오에 빠뜨린 것은 분명하다 할 것이고, 원고는 위와 같은 착오가 없었더라면 이 사건 합의를 체결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이므로, 결국 원고는 법률행위의 중요부분에 착오를 일으켜 이 사건 합의를 체결하게 되었다 할 것이다.
나아가, 위와 같은 동기의 착오는 원칙적으로 이를 이유로 당해 의사표시를 취소할 수는 없는 것이나, 동기의 착오가 상대방에 의하여 유발된 경우에는 그 착오로 인한 의사표시를 취소할 수 있다 할 것인바(대법원 1978. 7. 11. 선고 78다719 판결 등 참조), 원고의 취소의 의사표시가 기재된 2011. 9. 9.자 준비서면이 2011. 9. 19. 피고회사에게 송달된 사실은 기록상 명백하므로, 이로써 이 사건 합의는 적법하게 취소되었다 할 것이다.
다만, 위 취소의 범위에 관하여 보건대, 하나의 법률행위라 하더라도 가분성이 있거나 그 목적물의 일부가 특정될 수 있다면 그 일부만의 취소도 가능하고 그 일부의 취소는 법률행위의 일부에 관하여 효력이 생긴다 할 것인바(대법원 1992. 2. 14. 선고 191 다 36062 판결 등 참조), 이 사건 합의는 요컨대 "피고 회사가 원고에게 미지급한 임금, 수당, 퇴직금 등의 총액은 44,390,370원이다. 피고 회사는 그 중 20,281,750원을 지급하고, 원고는 나머지 24,108,620원의 채무를 면제한다. 원고가 납부하여야 할 근로소득세 및 4대 보험료 등 2,642,700원과 원고가 수령한 체당금 9,417,450원은 위 지급금액에 포함한다. 결국, 피고 회사는 원고에게 8,221,600원을 지급하게 되는바, 이로써 체불임금 등 관계는 모두 정산된다."는 것이고, 위 합의사항 중 원고가 재고용 보장에 관한 착오로 인하여 행한 법률행위는 위 잔액 면제 부분이라 할 것이므로, 이 사건 취소의 범위는 위 잔액 면제 부분에 한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한편, 위와 같은 일부 취소의 당연한 귀결로서, 원고가 당심에서 청구를 확장한 부분, 즉 미지급 연차수당 3,582,182원 부분은 미지급 임금 등의 총액이 44,390,370원이라는 여전히 유효한 합의에 반하는 것으로, 그 자체의 당부에 불구하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받아들이기 어렵다.
소결론
이상 살펴본 바에 의하면, 이 사건 합의 중 잔액 면제 부분은 원고의 착오를 이유로 한 취소로 인하여 그 효력을 상실하였다 할 것이므로, 피고 회사는 원고에게 그 잔액 24,108,620원(44,390,370원 - 9,417,450원 - 2,642,700원 - 8,221,600원) 및 이에 대하여 원고가 구하는 바에 따라 이 사건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신청서 부본 송달 다음날인 2012. 4. 26.부터 다 갚는 날까지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20%의 비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할 것인바, 피고 회사의 항소와 원고의 당심에서의 확장 청구는 모두 이유 없으므로 이를 각 기각하고, 제1심 판결의 주문 제1항은 원고의 당심에서의 청구감축에 의하여 주문 제4항과 같이 변경되었으므로 이를 표시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은신(재판장) 배상원 이현정
각주1) 원고의 전체적 주장 취지상 피고 회사가 대납한 근로소득세 및 4대 보험료 등 합계 2,642,700원의 공제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으나(위 공제를 인정한다면 원고의 청구금액은 28,042,351원으로 계산된다), 일응 원고의 2012. 4. 25.자 청구 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신청서상 청구금액 30,685,051원을 그 최종적 주장으로 본다.
각주2) 이하 편의상 원고의 주장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각주3) 원고는 대법원 1976. 9. 28. 선고 75다801 판결("근로자의 임금에 관하여 사용주와 근로자가 합의함으로서 이를 안 받기로 하던가 또는 이를 포기하는 일은 근로기준법에 정하여진 근로기준을 어기는 것이 되므로 무효하다고 보아야 될 것이니…) 등을 들어 근로자의 임금채권 포기는 어떤 경우에도 그 효력이 없다는 취지로도 주장한다. 그러나 대법원 1997. 7. 22. 선고 96다 38995 판결("근로자의 임금채권은 근로기준법에 의하여 강력한 보호를 받는 것이므로 임금채권에 관하여 근로자에게 불리할 수 있는 의사표시에 관하여는 이를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할 것인바.…"), 대법원 1999. 6. 11. 선고 98다 22185 판결("근로자가 임금의 일종인 상여금을 포기함에 있어서는 명백한 의사표시를 요하는 바…"), 대법원 2000. 9. 29. 선고 99다67536 판결("이미 구체적으로 그 지급청구권이 발생한 임금이나 퇴직금은 근로자의 사적 재산영역으로 옮겨져 근로자의 처분에 맡겨진 것이기 떄문에 노동조합이 근로자들로부터 개별적인 동의나 수권을 받지 않는 이상, 사용자와 사이의 단체협약만으로 이에 대한 포기나 지급유예와 같은 처분행위를 할 수는 없다.") 등에 비추어 볼 때, 대법원 판례가 근로자의 임금채권 포기를 절대적으로 무효로 보고 있는 것은 아니라 할 것이다.
각주4) 원고는 시종일관 "재고용을 전제로 이 사건 합의를 하였다"고 주장하고 있을 뿐, "(부득이한 사정으로) 재고용의 보장 없이이 사건 합의를 하게 되었다"는 취지로 주장하고 있지는 않으미로, 사실상 진의와 표시가 불일치하는 비진의 의사표시의 문제는 애당초 발생하지 않는다 할 것이다. 그러나 원고가 자신의 의사표시가 '비진의 의사표시'라고 명시적으로 주장하면서 이 사건 합의의 효력을 부인하고 있으므로(2011. 9. 9.자 준비서면), 편의상 이 부분을 비진의 의사표시의 문제로서 판단한다.
각주5) 위 재고용 등 약정은 D와 피고 회사 사이의 약정으로서 원고 등 퇴직 근로자들이 그 직접 당사자는 아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기업 M&A에 있어 기존 근로자들에 대한 고용보장 문제는 인수자가 지는 부담으로서, 인수자가 수락한 이상 피인수자가 이를 거부할 이유는 없을 뿐만 아니라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거부하여서도 아니된다 할 것인바, 비록 계약의 당사자로서 직접적 효력을 받는 것은 아니라 하더라도, 피인수자의 기존 근로자들은 인수자와 피인수자 사이의 위와 같은 고용보장 약정에 관하여 중대하고도 정당한 이해관계를 가진다 할 것이다.
각주6) 피고 회사는 퇴직자들을 대상으로 한 계속적인 인터넷 글 게시와 수차례의 회식 및 산행 등을 통하여 끊임없이 체불임금에 관한 합의와 이를 통한 피고 회사의 회생을 호소하면서 그에 따른 재고용을 약속하였다. 대표적으로, F는 회생절차의 관리인으로서 인터넷에 게시한 취임사를 통하여 "우리 임직원이 다시 옛날처럼 뭉쳐야 합니다.", "우리 스스로가 미리 재운항을 위해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합니다.", "이제는 서로를 용서하고 진심으로 화해하고 회사 회생을 위해 한마음 한뜻으로 우리의 간절한 꿈을 다시 이루어 봅시다."라고 하였고(갑 제4호증), 그 후에도 "직원 여러분들을 대상으로 재취업 의사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를 거쳐 하루빨리 재고용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라고 하였다(갑 제8호증), 위와 같은 F의 호소는, 피고 회사를 재기시켜 다시 함께 일하자는 것으로밖에는 볼 수 없다 할 것이다.
각주7) 피고 회사는 위와 같은 상황에 관하여 "재고용을 위하여 최선을 다하겠다고 하면서 합의 체결을 읍소하였다"고 하고 있다.
각주8)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179조, 제180조 등 참조
각주9) 노동관계의 특수성을 고려하더라도,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 곧바로 이 사건 합의가 무효로 된다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원고의위 주장은 이유 없다.
각주10) 원고 역시 2012. 3. 13.자 답변서에서 "원고는 본 답변서의 송달로 이 사건 합의서 상의 임금채무 일부면제 의사표시를 취소합니다(위 답변서 22쪽)"라고 하고 있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