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은 무죄.
이유
공소사실
피고인은 성남시 분당구 수정구 B에 있는 주식회사 C의 대표이사로서 상시 10명의 근로자를 사용하여 건설업을 경영하였던 사용자이다.
사용자는 근로자가 사망 또는 퇴직한 경우에는 그 지급 사유가 발생한 때부터 14일 이내에 임금, 보상금, 그밖에 일체의 금품을 지급하여야 한다. 다만 특별한 사정이 있을 경우에는 당사자 사이의 합의에 의하여 기일을 연장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이 시공한 서울 강남구 D 보수공사 현장에서 2016. 5. 29.부터 2016. 7. 30.까지 용접공으로 근무하다 퇴직한 E의 2016. 7. 임금 2,000,000원 등 별지 범죄일람표 기재와 같이 근로자 6명의 임금 합계 8,247,430원을 당사자 사이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퇴직한 때부터 14일 이내에 각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
주식회사 C(이하 '회사'라 한다)의 실질적인 대표자는 피고인과 사실혼 관계에 있던 F이다. F은 이전에 경영하던 주식회사 G의 파산 전력 때문에 자신을 대표이사로 등기할 수 없다고 하면서 피고인에게 명의를 빌려달라고 요구하였고, 이에 피고인이 회사의 대표이사로서 명목상 등기가 이루어진 것일 뿐이다.
판단
관련 법리
근로기준법 제109조, 제36조 위반죄의 주체는 사용자인바, 근로기준법 제2조는 '사용자'라 함은 사업주 또는 사업 경영 담당자, 그 밖에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위하는 자를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서 '사업주'란 사업경영의 주체를 말하고,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위하는 자'라 함은 근로자의 인사·급여·후생·노무관리 등 근로조건의 결정 또는 업무상의 명령이나 지휘·감독을 하는 등의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로부터 일정한 권한과 책임을 부여받은 자를 말한다(대법원 1989. 11. 14. 선고 88누6924 판결, 대법원 2008. 10. 9. 선고 2008도5984 판결 등 참조).
피고인이 사용자인지 여부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회사와 관련하여 사업주 또는 사업 경영 담당자, 그 밖에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위하는 자라는 점에 관하여 법관의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와 같이 인정할 증거가 없다.
회사의 전무로 2014. 9.부터 2016년말까지 재직했던 H은 수사기관에서 "F이 공사 수주와 회사의 중요 결정을 하였고, 대표이사로 등기되어 있던 피고인은 회사 관련 서류 등을 작성하거나 도장찍는 일을 주로 하였다. 피고인은 명의상 대표이고, F이 실제 경영주이다"라고 진술하였다(증거기록 제1책 제32쪽).
피해 근로자 중 한 명인 E는 수사기관에서 "현장에서 지휘, 감독을 한 사람은 회사의 'I'라는 사람이다"라고 진술하였다(증거기록 제2책 제26쪽). 'I'는 2013. 8.경부터 2016. 12.경까지 회사에서 이사로 근무했던 J을 지칭하는 것인데, 그는 이 법정에서 "회장이라고 불리던 F이 매일 회사에 출근하면서 회사 운영과 경영, 결재 등을 총괄하였고, 공사 현장의 현장소장도 F이 임명하였으며, 직원 채용에 있어서도 F이 최종적으로 결재하였다. 피고인은 회사에 매일 출근하는 건 아니었고, 실장님이라는 호칭으로 불리웠으며, 초기에는 청소 및 잡일, 문구류 공급 등의 업무를 담당하다 2014년경부터 회사 경영에 관심을 갖고 여러 공사 현장에 관해 궁금한 것을 물어보는 정도로 회사 경영에 관여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이 사건 근로자들도 수사기관에서 "사장님으로 호칭되는 사람은 F이고, 피고인은 실장님으로 불리웠는데, F도 실제 경영자일 수는 있으나 일단 대표자 명의가 피고인으로 되어 있고, 피고인이 실제 경영에 관여하면서 사업을 운영하기도 하였기 때문에 피고인을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하였다"고 진술하여 피고인이 사용자인지 여부에 관하여 확신을 갖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F은 이 법정에서 "피고인이 회사의 실질적인 대표이다"라고 말하면서도 피고인이 근로조건의 결정 또는 업무상 명령이나 지휘·감독 등의 사항에 대하여 어떠한 권한을 행사하였는지 또는 F으로부터 어떠한 권한과 책임을 부여받아 실제로 어떻게 이를 행사하였는지에 관하여는 아무런 구체적인 진술을 하지 못하고 있다. 나아가 "법인등기부나 사업자등록증상 대표이사가 피고인이므로, 피고인이 회사의 실질적 대표이다"라고 진술할 뿐 피고인이 회사의 실질적 대표인 근거나 이유에 관하여도 납득할 만한 구체적인 진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F은 이 법정에서 "피고인은 회사 업무를 잘 모르니까 본인이 간추려서 정리를 해 주면 그 말을 듣고 피고인이 의사결정을 하였다", "본인이 회사 내에서 회장으로 불렸고, 피고인은 실장으로 불렸다", "본인의 의도대로 회사가 운영되었던 것은 맞다. 본인이 전무이사인 H에게 업무지시를 하고, H은 본인에게 보고를 하는 관계였다", "공사 현장소장에게 업무지시를 하는 사람은 전무이사인 H이다", "공사 수주 여부의 결정 등과 같은 회사 경영상의 중요한 의사결정은 본인이 했거나 전무이사 H과 협의하여 결정하였다"고 진술함으로써 오히려 F 본인만이 사업주로서 근로기준법상 사용자임을 인정하는 취지의 진술도 하고 있다.
F은 'K'이라는 가명을 썼는데, '회사 최고경영자 K'이라고 기재된 명함을 사용하였다(증거기록 제1책 제69쪽).
피고인과 F은 2008.말경부터 사실혼 관계에 있었고, 피고인이 1994년경부터 운영하던 주식회사 G은 건축소방설비업을 사업목적으로 하는 회사였는데 2012. 2. 22. 서울회생법원 2011하합180호 사건에서 파산선고를 받았다(증거기록 제1책 제76쪽). 회사도 소방시설 공사업을 사업목적으로 하고 있다(증거기록 제1책 제82쪽).
회사의 사업주는 일응 F으로 보인다. 피고인이 직원의 신규채용 혹은 해고, 급료·근로시간·업무분장 기타 근로조건의 조정 등과 같이 실질적 사용자로서의 권한을 행사하였다거나 F으로부터 그러한 권한과 책임을 부여받았다고 볼 만한 자료는 전혀 없다.
피고인은 서울지방고용노동청강남지청에서 공소사실을 인정하는 취지로 자백한 사실이 있는 것으로 보이나, 피고인이 이 법정에서 그 내용을 부인하였으므로, 그 증거능력이 없다.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 조 후단에 의하여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고, 피고인이 선고기일에 출석하지 아니함에 따라 피고인의 동의를 받을 수 없으므로 형법 제58조 제2항 단서에 따라 판결공시의 취지를 선고하지 아니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안재천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