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기초 사실
당사자들의 지위
피고는 보건복지부 장관의 위탁을 받아 국민연금법에 의하여 국민의 생활안정과 복지증진에 기여하는 사업을 수행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된 공기업이다.
원고들은 피고에서 1급 또는 2급으로 재직하다가 퇴직하였거나 퇴직을 앞둔 퇴직예정자들로서 ‘연봉제’의 적용을 받은 근로자들이다.
임금피크제 도입의 경과 및 시행
구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2013. 5. 22. 법률 제1179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9조는 ‘사업주가 근로자의 정년을 정하는 경우에는 그 정년이 60세 이상이 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었다. 그런데 2013. 5. 22.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고령자고용법’이라 한다)이 개정됨에 따라 같은 법 제19조 제1항은 ‘사업주는 근로자의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하여야 한다.’라는 규정을 두게 되었고, 같은 조 제2항은 ‘사업주가 제1항에도 불구하고 근로자의 정년을 60세 미만으로 정한 경우에는 정년을 60세로 정한 것으로 본다.’라는 규정을 두게 되었다.
한편, 정부는 청년 고용을 증진을 위한 재원마련을 위해「공공기관 임금피크제 권고안」을 발표하고, 경영평가의 차등, 상생고용지원금 마련 등을 시행하면서 공공기관에 대해 임금피크제의 조속한 도입을 장려하였다.
피고는 임금피크제 도입 이전에 2급 이상 근로자의 정년은 60세로, 3급 이하 근로자의 정년은 58세로 하고 있었는데, 위 고령자고용법 개정에 따라 피고의 일부 근로자의 정년을 변경할 필요가 있었다.
이에 피고는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기로 하고, 피고 근로자의 과반수 이상으로 구성된 N노동조합 O지부(이하 ‘이 사건 노동조합’이라 한다)와 임금피크제에 관한 협의를 시작하였다.
피고는 2015. 11. 2. 이 사건 노동조합과 2016. 1. 1.부터 임금피크제를 시행하기로 합의(이하 ‘이 사건 합의’라 한다)하였고, 그 구체적인 내용은 아래와 같다.
이 사건 합의 당시 피고 소속 근로자는 1급 60명, 2급 240명, 3급 84명, 4급 2,100명, 5·6급 1,266명 등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 중 이 사건 노동조합에 소속된 조합원은 전체 3,897명이다. 이 사건 노동조합은 위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이 사건 합의에 대한 찬반투표를 진행하였다. 2015. 11. 3. 위 찬반 투표에서, 투표자 3,263명 중 2,031명의 찬성(찬성률 62.2%)으로 임금피크제 도입이 가결되었다.
피고와 이 사건 노동조합의 이 사건 합의에 따라, 피고는 2015. 12. 9. 임금피크제 시행에 필요한 사항을 정한 ‘임금피크제 운영에 관한 규칙(이하 ’이 사건 운영규칙‘이라 한다)’을 제정하여 2016. 1. 1.부터 임금피크제(이하 ‘이 사건 임금피크제’라 한다)를 시행하였다. 이 사건 운영규칙의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1>.
이 사건 운영규칙에 따라 3급 이하의 근로자들은 정년이 58세에서 60세로 연장되었고, 임금피크제 적용 직전에 12개월간 받은 총 급여를 기준으로 1년차 및 2년차에 각 75%의 지급률을 적용한 금액(피크임금 기준 25% 삭감)을 지급받게 되었다. 그리고 이미 정년이 60세였던 1, 2급 근로자들은 정년 변동 없이 임금피크제 적용 직전에 12개월간 받은 총 급여를 기준으로 1년차에는 75%의 지급률을 적용한 금액(피크임금 기준 25% 삭감)을, 2년차에는 70%의 지급률을 적용한 금액(피크임금 기준 30% 삭감)만을 지급받게 되었다.
피고의 보수규정 및 인사규정
피고의 보수규정 및 보수규정 시행규칙 중 이 사건과 관련되는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피고의 인사규정 중 이 사건과 관련되는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호증, 을 제5 내지 8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원고들 주장
이 사건 임금피크제 도입에 관한 이 사건 합의는 아래와 같은 이유로 무효이므로, 원고들은 피고에게 이 사건 임금피크제 시행으로 감액된 미지급 임금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구한다.
3급 이하의 근로자로만 구성되어 있는 노동조합은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기로 하는 이 사건 합의를 하였고, 이로 인하여 3급 이하의 근로자는 정년이 2년 연장되는 이익을 얻게 되었다. 반면, 1, 2급 근로자는 정년의 변동이 없는 상태에서 임금만 삭감되는 불이익을 입게 되었다. 원고들은 이 사건 노동조합의 가입이 봉쇄되어 있는 피고의 1, 2급 직원들로서 3급 이하 근로자로만 구성된 이 사건 노동조합이 피고와 임금피크제 도입에 관한 이 사건 합의를 할 당시 의사결정에 참여하거나 관여할 수 없었다. 근로조건은 근로자와 사용자가 동등한 지위에서 자유의사에 따라 결정하여야 하고(근로기준법 제4조), 이에 위반한 부분은 무효인데(근로기준법 제15조), 원고들은 이 사건 합의 당시 이 사건 합의에 참여하지 못한 상태에서 합리적 근거없는 차별적 불이익을 받아 근로조건이 변경된 것이므로 원고들에게는 효력이 없다.
근로자에게 불리한 내용으로 변경된 취업규칙은 집단적 동의를 받는다 하더라도 그보다 유리한 근로조건을 정한 기존의 개별 근로계약 부분에 우선하는 효력을 갖는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원고들의 개별적 동의가 없는 한, 변경된 취업규칙보다 유리한 근로계약의 내용이 우선하여 적용된다. 이 사건 노동조합의 집단적 동의에 따라 임금피크제가 시행되었다 하더라도 원고들은 이러한 내용에 동의하지 않았으므로 연봉액에 관하여 취업규칙상의 임금피크제 보다 유리한 근로계약의 내용이 우선 적용된다. 결국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근로기준법 제97조에 위반하여 무효이다.
판단
이 사건 합의가 원고들의 동의를 얻지 못해 무효라는 주장에 관한 판단
관련 법리
취업규칙의 작성․변경에 관한 권한은 원칙적으로 사용자에게 있으므로 사용자는 그 의사에 따라서 취업규칙을 작성·변경할 수 있고, 다만 취업규칙의 변경에 의하여 기존 근로조건의 내용을 일방적으로 근로자에게 불이익하게 변경하려면 종전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고 있던 근로자 집단의 집단적 의사결정방법에 의한 동의를 요하는 것인바, 그 동의 방법은 근로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에는 그 노동조합의, 그와 같은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들의 회의방식에 의한 과반수의 동의가 있어야 하고, 여기서 말하는 근로자의 과반수라 함은 기존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 집단의 과반수를 뜻한다(대법원 2008. 2. 29. 선고 2007다85997판결 등 참조).
또한, 여기서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란 기존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고 있던 근로자 중 조합원 자격 유무를 불문한 전체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을 의미하고, 종전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고 있던 근로자 중 조합원 자격을 가진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므로, 정년퇴직 연령을 단축하는 내용으로 취업규칙의 기존 퇴직규정을 변경하고 이에 관하여 기존 퇴직규정의 적용을 받던 근로자 전체의 과반수로 구성된 노동조합의 동의를 얻은 경우 그 취업규칙의 변경은 적법·유효하여 일정 직급 이상으로서 노동조합에 가입할 자격은 없지만 기존 퇴직규정의 적용을 받았던 근로자에게도 그 효력이 미친다(대법원 2008. 2. 29. 선고 2007다85997 판결 등 참조).
그리고 여러 근로자 집단이 하나의 근로조건 체계 내에 있어 비록 취업규칙의 불이익변경 시점에는 일부 근로자 집단만이 직접적인 불이익을 받더라도 그 나머지 다른 근로자 집단에게도 장차 직급의 승급 등으로 변경된 취업규칙의 적용이 예상되는 경우에는 일부 근로자 집단은 물론 장래 변경된 취업규칙 규정의 적용이 예상되는 근로자 집단을 포함한 전체 근로자 집단이 동의주체가 되고, 그렇지 않고 근로조건이 이원화되어 있어 변경된 취업규칙이 적용되어 직접적으로 불이익을 받게 되는 근로자 집단 이외에 변경된 취업규칙의 적용이 예상되는 근로자 집단이 없는 경우에는 변경된 취업규칙이 적용되어 불이익을 받는 근로자 집단만이 동의주체가 된다(대법원 2009. 11. 12. 선고 2009다49377 판결, 2009. 5. 28. 선고 2009두2238 판결 등 참조).
판단
앞서 든 증거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들을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피고가 원고들에게 불리한 내용의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면서 따로 1, 2급 근로자들의 개별 동의를 받지 않고 이 사건 노동조합의 과반수 동의만을 얻어 취업규칙을 변경하고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시행한 것이 원고들에 대하여 무효라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시행이 원고들에 대한 취업규칙의 불이익 변경에 해당하는지 여부
피고가 노동조합과 2015. 11. 2. 피고의 1, 2급 근로자들에 대해 정년의 변동 없이 임금에 관하여 임금피크제 적용 직전에 12개월간 받은 총 급여를 기준으로 1년차에는 75%의 지급률을 적용한 금액(피크임금 기준 25% 삭감)을, 2년차에는 70%의 지급률을 적용한 금액(피크임금 기준 30% 삭감)만을 지급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이 사건 임금피크제 시행에 관한 이 사건 합의를 한 사실, 이에 따라 피고가 위 합의의 내용을 반영한 이 사건 운영규칙을 제정하여 2016. 1. 1.부터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시행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피고의 1, 2급 근로자들은 이 사건 운영규칙에 따라 정년이라는 면에서의 유리한 변경 없이 ‘임금지급률’만이 감축되었으므로 이는 1, 2급 근로자들에 대한 취업규칙의 불이익한 변경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이 사건 노동조합의 동의를 얻은 이 사건 임금피크제 시행이 무효인지 여부 (1) 원고들의 조합원 자격 유무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노동조합 운영규정 제5조에서 조합원의 자격에 관하여 ‘지부조합원은 공단 직원으로서 조합 소정의 가입절차를 필한 자로 한다.’라고 규정하고, 노동조합 운영규정 제6조에서 ‘입사 후 1년 이상 경과 후 가입하는 자, 탈퇴 후 재가입을 희망하는 자, 제명 후 사면되는 자는 그 가부를 묻는 해당 분회 총회에서 재적 과반수 투표와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은 경우에 한하여 가입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이 사건 노동조합이 2급 이상 근로자의 조합원 가입 자체가 제한되어 있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갑 제2호증의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이 사건 임금피크제 합의 당시 적용되던 피고와 이 사건 노동조합간의 단체협약 제6조 제1항에서 조합원의 자격과 가입에 관하여 ’조합가입 대상자는 공단 직원으로서 조합의 규약이 정하는 자이어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제2항에서 ’제1항에도 불구하고 공단의 직원으로서 2급 이상인 자는 조합원 자격을 정지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2급 이상의 근로자인 원고들은 노동조합에 가입하더라도 조합원의 자격이 정지되므로 원고들은 이 사건 합의 당시 이 사건 노동조합의 조합원으로서 이 사건 합의에 관한 의사결정에 참여하거나 관여할 수는 없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 사건 노동조합이 원고들을 포함한 전체 직원들의 동의 주체가 된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
앞서 든 증거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비추어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피고의 2급 이상 근로자들과 3급 이하의 근로자들은 하나의 근로조건 체계 내에 있는 근로자들로서 동일한 근로자 집단에 해당하므로 이 사건 노동조합은 이 사건 합의를 내용으로 하는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의 동의주체에 해당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피고의 인사규정은 제2조에서 ‘이 규정은 M공단의 전 직원에게 적용하며, 다른 규정에 특별히 규정한 것을 제외하고는 이 규정에 의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이외에 별도로 2급 이상 근로자와 3급 근로자를 구분하여 따로 마련한 인사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또한 피고의 보수규정은 제3조 제1항에서 ‘임직원의 보수는 다른 규정에 규정된 것을 제외하고는 이 규정에 따른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이외에 별도로 2급 이상 근로자와 3급 이하 근로자를 구분하여 따로 마련한 인사규정 등을 두고 있지 않다. 따라서 원칙적으로 피고의 2급 이상 근로자들과 3급 이하의 근로자들은 동일한 인사규정 및 보수규정의 적용을 받는 집단인 것으로 보인다.
피고의 보수규정은 원칙적으로 직원 신규 채용시 초임 호봉을 획정하여야 하고, 직원의 승급기간을 1년으로 하되, 최고 30호봉으로 하도록 규정하여 피고의 근로자들에게 원칙적으로 호봉제가 적용됨을 규정하고 있다(보수규정 제4조 및 제5조). 반면, 피고의 보수규정은 ‘2급 이상 근로자와 3급 직원으로서 직제규정에서 정하는 부장 이상, 센터장(상담센터장 제외) 보직자를 연봉제 적용대상으로 한다’라고 규정하여(보수규정 제17조) 2급 이상 근로자에게는 연봉제가 적용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어 3급 이하 근로자와 2급 이상 근로자가 임금 산정의 체계를 달리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호봉제’와 ‘연봉제’는 급여지급방식에 불과하므로 양자가 임금 산정의 체계를 달리한다는 사정만으로 근로조건 체계를 달리한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근로조건 자체가 이원화 되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피고의 근로자는 동일 직군 내에서 근무평가에 따라 심사 절차를 거쳐 상위 직급으로 누구나 승진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2급 이상 근로자와 3급 이하의 근로자는 그 직급의 차이만이 있을 뿐, 전환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3급 이하의 근로자들이 1, 2급 근로자들의 임금피크제 적용을 받게 될 가능성이 없다고 단정할 수 없다.
이에 대하여 원고들은 관리직 승진인원이나 방법이 극도로 제한되어 있는 데다가 3급 이하 근로자로서 조합에 가입한 자들은 관리직으로서의 승진을 포기한 자들이므로 승진 가능성이 전무하다고 주장하나,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이를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임금피크제의 적용대상은 만 58세가 도래하는 연도의 출생자로서 1, 2급은 물론 3급 이하의 근로자도 모두 포함된다. 따라서 임금피크제 실시 시점에 이미 1, 2급에 도달한 근로자 뿐만 아니라 당시 1, 2급은 아니었으나, 앞으로 1, 2급으로 승진하는 경우 2급 이상 근로자의 임금피크제 적용을 받게 되므로 임금피크제 중 2급 이상 근로자에 대한 부분은 3급 이하 근로자에 대하여도 간접적, 잠재적으로 관련되어 그 ‘적용이 예상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고, 임금피크제 실시로 인하여 불이익을 받는 것은 근로자 전체라고 할 것이다.
이 사건 노동조합의 동의의 유효여부
피고 소속 근로자는 1급 60명, 2급 240명, 3급 84명, 4급 2,100명, 5·6급 1,266명 등으로 구성되어 있고, 그 중 전체 조합원은 3,897명인 사실, 이 사건 노동조합은 2015. 11. 3. 이 사건 합의를 내용으로 하는 임금피크제 도입에 관한 찬반투표를 하였고, 위 찬반 투표에서 투표자수 3,263명 중 2,031명의 찬성(찬성률 62.2%)으로 임금피크제 도입이 가결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따라서 앞서 본 법리에 따라 피고 소속 근로자의 과반수인 3,897명이 가입한 이 사건 노동조합이 피고와 이 사건 합의를 내용으로 하는 단체협약을 체결하여 이 사건 임금피크제 시행에 동의한 이상,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취업규칙 변경에 관한 적법한 동의를 거친 것이므로 절차적 요건을 충족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이에 대하여 원고들은 노동조합의 가입이 봉쇄되어 있는 피고의 1, 2급 근로자들로서 3급 이하 근로자들로만 구성된 이 사건 노동조합이 피고와 임금피크제 도입에 관한 이 사건 합의를 할 당시 의사결정에 참여하거나 관여할 수 없었으므로 이는 근로기준법 제4조 및 제15조에 따라 원고들에게는 효력이 없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근로기준법 제94조는 “사용자는 취업규칙의 작성 또는 변경에 관하여 해당 사업 또는 사업장에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에는 노동조합,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의 과반수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다만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에는 그 동의를 받아야 한다.”라고 규정하여 ‘과반수 조합’에게 비조합원을 포함한 전체 근로자 또는 일정한 근로자 집단의 이해관계를 대표하여 불이익 변경에 대해 동의여부를 결정하는 지위를 창설적으로 부여하고 있다. 위 근로기준법 규정에 따라 과반수 조합의 동의가 있으면 조합원은 물론 비조합원에 관하여도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이 유효하게 이루어지게 되는 것인데, 위 규정에 따라 노조가입이 배제된 소수근로자들(통상 관리직 근로자들)의 동의권 또는 의견을 반영할 기회가 일부 제한되는 측면이 있다 하더라도 이는 근로자 집단에 대한 획일적·통일적 규율이라고 하는 취업규칙의 본질상 불가피한 것으로서(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등 노사관계 법령상 근로자 집단을 대표하는 자주적 조직체로서의 노동조합이 가지는 기능 및 그 위상에 비추어 볼 때 이렇게 하는 것은 충분히 선택 가능한 합리적인 방안 중에 하나로서 입법자의 자유로운 입법형성권의 범위 내에 있는 것이라 할 것이다) 이를 두고 소수 근로자들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로서 그들의 헌법상 평등권을 침해하였다거나 근로의 권리 또는 헌법에 열거되지 아니한 국민의 권리에 대한 침해로서 헌법에 위반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근로기준법 제94조에 따라 피고가 피고 소속 근로자 과반수로 구성된 이 사건 노동조합과 이 사건 임금피크제에 관한 이 사건 합의를 체결할 당시 원고들이 위 합의에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못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이러한 합의의 효력이 없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나아가 근로기준법 제4조는 “근로조건은 근로자와 사용자가 동등한 지위에서 자유의사에 따라 결정하여야 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위 규정은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근로조건을 결정하여서는 아니되고, 근로조건은 근로관계 당사자 사이에서 자유로운 합의에 따라 정해져야 하는 사항임을 분명히 함으로써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둔 규정이다(대법원 2019. 11. 14. 선고 2018다200709 판결 등 참조). 근로기준법은 근로자가 사용자에 비해 현실적으로 열악한 지위인 점 등을 고려하여 근로계약 당사자인 근로자와 사용자의 자유의사에만 맡기지 않고 일정한 경우 ‘당사자의 합의’를 조건으로 하되, 그 합의 주체를 ‘노동조합’으로 규정한 근로기준법 제94조와 같은 규정을 두고 있고 이를 근로기준법 제4조에서 정한 근로조건 자유결정의 원칙과 모순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피고가 이 사건 임금피크제 도입에 관한 취업규칙 변경시 이 사건 노동조합의 집단적 동의 이외에 1, 2급 근로자 개인의 개별적인 동의를 얻지 않았다고 하여 이를 근로기준법 제4조 위반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개별 근로계약이 우선 적용되므로 원고들에게는 효력이 없다는 주장에 관한 판단
관련 법리
근로기준법 제97조는 “취업규칙에서 정한 기준에 미달하는 근로조건을 정한 근로계약은 그 부분에 관하여는 무효로 한다. 이 경우 무효로 된 부분은 취업규칙에 정한 기준에 따른다.”라고 정하고 있다. 위 규정은, 근로계약에서 정한 근로조건이 취업규칙에서 정한 기준에 미달하는 경우 취업규칙에 최저기준으로서의 강행적·보충적 효력을 부여하여 근로계약 중 취업규칙에 미달하는 부분을 무효로 하고, 이 부분을 취업규칙에서 정한 기준에 따르게 함으로써, 개별적 노사 간의 합의라는 형식을 빌려 근로자로 하여금 취업규칙이 정한 기준에 미달하는 근로조건을 감수하도록 하는 것을 막아 종속적 지위에 있는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규정이다. 이러한 규정 내용과 입법 취지를 고려하여 근로기준법 제97조를 반대해석하면, 취업규칙에서 정한 기준보다 유리한 근로조건을 정한 개별 근로계약 부분은 유효하고 취업규칙에서 정한 기준에 우선하여 적용된다.
한편 근로기준법 제94조는 “사용자는 취업규칙의 작성 또는 변경에 관하여 해당 사업 또는 사업장에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에는 노동조합,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의 과반수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다만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에는 그 동의를 받아야 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위 규정은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정하는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려고 할 경우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위와 같은 집단적 동의를 받을 것을 요건으로 정한 것이다. 그리고 근로기준법 제4조는 “근로조건은 근로자와 사용자가 동등한 지위에서 자유의사에 따라 결정하여야 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위 규정은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근로조건을 결정하여서는 아니 되고, 근로조건은 근로관계 당사자 사이에서 자유로운 합의에 따라 정해져야 하는 사항임을 분명히 함으로써 근로자를 보호하고자 하는 것이 주된 취지이다. 이러한 각 규정 내용과 그 취지를 고려하면, 근로기준법 제94조가 정하는 집단적 동의는 취업규칙의 유효한 변경을 위한 요건에 불과하므로, 취업규칙이 집단적 동의를 받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된 경우에도 근로기준법 제4조가 정하는 근로조건 자유결정의 원칙은 여전히 지켜져야 한다. 따라서 근로자에게 불리한 내용으로 변경된 취업규칙은 집단적 동의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그보다 유리한 근로조건을 정한 기존의 개별 근로계약 부분에 우선하는 효력을 갖는다고 할 수 없다. 이 경우에도 근로계약의 내용은 유효하게 존속하고, 변경된 취업규칙의 기준에 의하여 유리한 근로계약의 내용을 변경할 수 없으며, 근로자의 개별적 동의가 없는 한 취업규칙보다 유리한 근로계약의 내용이 우선하여 적용된다(대법원 2019. 11. 14. 선고 2018다200709 판결 등 참조).
판단
피고의 보수규정 제20조에서 ‘임원 및 연봉제 적용대상 직원의 기본 연봉은 별표6(기본연봉표)와 같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보수규정 제22조 제3항에서 ‘연봉제 직원은 전년도의 기준급에 해당연도의 임금인상률에 따라 증가하는 금액을 반영하여 조정하되, 2급 이상 연봉제 직원의 경우 별표 7(기준급등인상률표)의 기준에 따라 차등하여 조정하며 세부사항은 이사장이 별도로 정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 사실, 피고의 보수규정 시행규칙 제22조 제1항에서 ’연봉은 매년 개인별 연봉결정 내역을 별지 제2호 서식(연봉 책정 통보서)에 따라 통보함으로써 연봉계약에 갈음한다. 다만, 통보된 연봉에 이의가 있는 사람은 통보를 받은 날로부터 14일 이내에 별지 제3호 서식(연봉이의신청서)에 따라 이의신청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제2항에서 ’제1항 단서에 따른 이의신청이 없는 때에는 연봉 계약이 성립한 것으로 본다.‘라고 규정하고 있는 사실, 이 사건 임금피크제 도입을 내용으로 하는 피고의 취업규칙인 이 사건 운영규칙 제정에 대해 이 사건 노동조합의 유효한 동의요건이 갖추어진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고, 갑 제3호증의 1 내지 12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피고가 2017. 1. 1. 또는 2018. 1. 24. 각 원고들에게 2017년도 연봉 또는 2018년도 연봉에 관하여 연봉책정 통보서를 각 발송한 사실이 인정되기는 한다.
그러나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원고들과 피고가 이 사건 운영규칙에 우선하는 개별적인 근로계약을 맺었음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오히려 위 각 연봉책정 통보서 발송일이 이 사건 임금피크제 시행일 이후임을 고려하면, 피고는 각 원고들에게 개별 연봉책정통보서를 발송함에 있어 이 사건 임금피크제 시행으로 감축된 연봉액을 기재하여 통보하였고, 위 통보에 대하여 원고들이 이의신청을 하지 않았으며, 이에 따라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내용이 반영된 금액으로 각 원고와 피고간에 근로계약이 체결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각 원고들의 개별 연봉계약은 이 사건 임금피크제 시행을 전제로 체결된 것으로 보일 뿐이다. 그러므로 연봉계약 체결 이후 이 사건 임금피크제에 따라 근로기준이 불리하게 변경된 것을 전제로 한 원고들의 위 주장도 이유 없다.
소결론
결국 이 사건 합의가 원고들의 주장과 같이 무효라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이를 전제로 한 원고들의 주장은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최형표(재판장) 박수진 배인영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