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이 사건 신청을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채권자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채권자는 전국의 화학, 섬유, 식품산업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전국단위 산업별 노동조합으로 2019. 8. 24. 채무자 대전1공장에 소속된 근로자들을 조합원으로 하는 채권자 C지회(이하 '이 사건 지회'라 한다)를 설립하였다.
채무자는 용기제조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로 산하에 4개의 공장을 두고 있다. 위 4개 공장에서 설립된 노동조합은 2019. 3.경 2019년도 임금 및 단체협약에 관한 단체교섭을 요구하였다. 2019. 3.경 기준 노동조합 현황은 다음과 같다.
채무자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이라 한다) 시행령 제14조의3 제1항에 따라 2019. 3. 19.부터 2019. 3. 26.까지 위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한 다음, 2019. 3. 27. 나항에 기재된 노동조합을 교섭요구 노동조합으로 확정하였다. 채무자는 이후 각 노동조합에 대하여 개별교섭 동의의 의사표시를 한 후 교섭 절차에 들어갔다.
채권자는 2019. 9. 26. 채무자에게 이 사건 지회의 설립을 통보하면서 별지 목록 기재 사항에 대한 단체교섭을 요구하였다. 그런데 채무자는 이 사건 지회와 같이 '교섭요구 노동조합의 확정 이후 신설된 노동조합'에 대하여는 사용자의 교섭의무가 없다는 이유로 채권자의 교섭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채무자는 2020. 2. 28. D노동조합과 사이에 2019년 임금 및 단체협약을 체결하였고, 2020. 3. 2. 위 단체협약 내용을 이 사건 지회가 있는 대전1공장 소속 근로자 전체에 대하여 반영할 예정이라고 이 사건 지회에 통보하였다.
신청이유의 요지
채무자는 사용자로서 정당한 이유가 없는 한 노동조합의 단체교섭 요구에 응하여 성실하게 교섭하여 단체협약을 체결할 의무가 있다.
그런데 채무자는 교섭요구 노동조합 확정절차 및 사용자의 개별교섭 동의 이후 신설된 노동조합에 대하여는 개별교섭을 진행할 의무가 없다고 주장하면서, 이 사건 지회와의 단체교섭 및 단체협약의 체결을 거부하고 있으나, 그러한 사정만으로 헌법상 보장된 이 사건 지회의 단체교섭 요구를 거부할 정당한 사유가 될 수 없다.
이에 채권자는 채무자를 상대로 신청취지에 기재된 바와 같은 가처분을 구한다.
판단
채권자는, 이 사건 지회가 교섭요구 노동조합의 확정절차 또는 개별교섭 동의 이후에 신설된 노동조합이라는 점은 채무자가 단체교섭을 거부할 정당한 사유가 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채무자는, 교섭요구 노동조합 확정의 효력은 그 후 신설된 이 사건 지회에도 적용된다고 보는 것이 합당하고, 이 사건 지회 소속 근로자는 기존 노동조합을 통해 단체교섭권을 충분히 행사할 수 있었으므로 채무자가 개별교섭을 거부할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다툰다.
노동조합의 대표자는 그 노동조합 또는 조합원을 위하여 사용자와 교섭하고 단체협약을 체결할 권한을 가지고(노동조합법 제29조 제1항), 사용자는 신의에 따라 성실히 교섭하고 단체협약을 체결하여야 하며, 정당한 이유 없이 교섭 또는 단체협약의 체결을 거부하거나 해태하여서는 아니 되는바(노동조합법 제30조), 헌법상 기본권인 근로자의 단체교섭권은 최대한 보장되어야 하고(헌법 제33조 제1항), 사용자의 개별교섭 동의 이후에 비로소 신설된 노동조합은 애당초 교섭요구 노동조합의 확정절차에 참여할 수 없었다는 점에서, 이 사건 지회가 개별교섭 동의 이후에 설립되었다는 이유만으로 기존 노동조합과 별개로 단체교섭권을 행사하는 것이 곧바로 제한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기록과 심문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이 사건 지회 설립 당시의 조합원 11명 중 10명은 교섭요구 노동조합 확정절차 진행 당시 D노동조합 소속이었던 사실, 위 조합원들은 D노동조합과 채무자 사이에 개별교섭 절차가 진행되던 중 위 노동조합을 탈퇴하여 이 사건 지회를 설립하고 채무자에게 단체교섭을 요구한 사실, D노동조합은 이 사건 지회와 마찬가지로 대전1공장 소속 근로자들을 조합원으로 하는 노동조합인 사실, 이 사건 지회 설립 당시 어느 노동조합에도 속해 있지 않던 조합원 J은 2019. 12. 31.자로 채무자 회사를 사직한 사실이 소명되는바, 이와 같이 기존 노동조합을 통해 단체교섭권을 행사할 수 있었던 근로자들이 기존 노동조합을 탈퇴하고 새로운 노동조합을 구성한 후 단체교섭을 요구한 경우에도 채무자가 언제나 개별교섭에 응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고 본다면, 채무자가 당초 예상한 바보다 개별교섭에 대한 부담을 과도하게 가중시키고, 궁극적으로 사용자가 개별교섭에 섣불리 동의하기 어렵게 만들 수 있으며 다른 노동조합의 단결권과 단체교섭권마저 제약할 우려가 있다는 채무자의 주장에도 어느 정도 일리가 있어 보인다. 그렇다면 채무자의 단체교섭 거부가 정당한지는 본안소송에서 이 사건 지회의 설립 경위 등에 관한 면밀한 사실확인과 법리적 공방을 통해 신중히 판단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채권자가 이 사건 가처분결정에 의해 채무자와 단체교섭을 하는 경우, 본안판결에 의해 얻을 수 있는 만족을 모두 얻게 되어 본안소송을 제기할 필요성조차 없어지게 되고, 채무자로서는 일단 가처분결정에 따라 단체교섭에 응한 이후에는 본안소송에서 이전의 단계로 되돌리는 것은 불가능하게 된다. 반면 채권자로서는 당장 단체교섭이 허용되지 않더라도 일단 D노동조합과 사이에 체결된 단체협약의 적용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이고, 추후 본안소송에서 승소함으로써 별지 목록 기재 사항에 관한 단체교섭에 응하도록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당사자들 사이의 이해관계를 고려했을 때, 채무자에게 본안소송을 통해 단체교섭 거절의 정당한 이유 여부에 관하여 다퉈볼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
위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현재까지 제출된 자료만으로는 가처분으로써 별지 목록 기재 사항에 관하여 단체교섭에 성실하게 응할 것을 구할 피보전권리와 보전의 필요성이 충분히 소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신청은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2020. 4. 16.
판사 이승련(재판장) 고석범 원도연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