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기초 사실
피고는 도시철도 건설‧운영 및 도시계획사업을 수행하여 안전하고 편리한 대중교통수단을 제공함으로써 시민의 복리증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지방공기업법과 서울교통공사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에 의하여 설립된 지방공기업이다.
원고 A, C, D, J, K, L, N, X, Z, AB, AP은 피고 업무위탁업체인 주식회사 BB에서 근무하다가 2016. 10. 1. 피고 소속 무기업무직으로 전환되었고, 나머지 원고들도 같은 날 무기업무직으로 신규 채용되어 모터카 및 철도장비 운전‧정비업무를 수행하였다.
피고는 2017. 12. 31. BC노동조합, BD노동조합, BE노동조합(이하 위 노동조합을 통칭하여 ‘피고 노동조합’이라고 한다)과 무기업무직 근로자를 2018. 3. 1.자로 정규직(일반직)으로 전환하기로 하면서, 무기업무직 근무기간이 3년 이상인 자는 즉시 7급으로, 근무기간이 3년 미만인 자는 한시적으로 ‘7급보’로 임용하되 근무기간이 3년을 경과하거나 별도의 직무교육 및 직무역량평가를 통과하면 7급으로 임용하기로 합의하였는데(이하 ‘이 사건 노사합의’라고 한다), 그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원고들은 2018. 3. 1. 피고와 근로계약을 체결하면서 피고 취업규칙 및 보수규정에 따라 근로시간, 임금 등 근로조건을 정하기로 합의하였다.
피고는 2018. 3. 30. 7급 1호봉에 미달하는 직원의 기본급에 관하여 아래와 같은 내용으로 보수규정을 개정하고, 같은 날 인사규정을 개정하여 정규직 전환 등 개인별 임금총액을 기준으로 호봉을 획정한 경우 별도로 경력을 환산하지 아니한다는 규정을 신설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3 내지 7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을 4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
원고들 주장
피고는 원고들에게 인사규정 제19조 제1항 및 별표 2에서 규정한 군 경력, 사회경력 등을 모두 반영한 호봉을 부여하여야 함에도, 원고들과 근로계약을 체결한 이후 보수 및 인사규정을 개정하여 자의적으로 일부 호봉만 부여하였는바, 이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부당하다.
피고가 보수 및 인사규정에서 무기업무직에서 일반직으로 전환된 근로자의 임금을 기존 일반직 근로자의 임금과 다르게 정한 것은 근로자에게 불리한 취업규칙 변경에 해당하는바, 피고는 위 취업규칙을 변경하면서 근로기준법 제94조에 따른 집단적 동의절차를 거치지 않았으므로, 위 취업규칙 변경은 효력이 없다.
근로기준법 제6조는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한 차별과 근로계약상 근로 내용과는 무관한 사정을 이유로 한 불합리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음에도, 피고는 원고들이 무기 업무직에서 전환되었다는 이유만으로 기존 일반직 근로자와 호봉에 차등을 두었으므로, 근로기준법상 균등처우원칙에 반한다.
근로기준법 제4조는 근로자와 사용자가 동등한 지위에서 자유의사에 따라 근로조건을 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피고는 일방적으로 또는 피고 노동조합과의 합의를 내세워 원고들에게 불리한 근로조건을 강요하였고, 근로계약 체결 이후 보수규정 등을 소급하여 변경함으로써 근로계약 체결 당시의 보수규정 등에 따라 근로조건을 정하기로 한 근로계약에도 반하는 근로조건을 적용하였다.
무기업무직의 전환기준에 관한 피고와 피고 노동조합의 합의는 무기업무직인 원고들의 근로조건을 불리하게 변경한 것으로 현저히 합리성을 결여하여 근로조건 향상을 목적으로 활동하여야 할 노동조합의 목적을 벗어나 무효이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들에게 원고들이 정당한 호봉을 부여받았다면 지급받았을 임금에서 기지급 임금을 공제한 차액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판단
취업규칙 변경에 절차적 하자가 존재하는지 여부
원고들은 인사규정 제19조 제1항, 보수규정 제15조 및 별표 1 기본급표(이하 ‘이 사건 기존조항’이라고 한다)가 일반직 전환 전부터 원고들에게도 적용되는 취업규칙임을 전제로, 위 규정들의 적용을 배제하는 인사규정 제19조 제2항 및 보수규정 부칙 제2조(이하 ‘이 사건 신설조항’이라고 한다)의 제정이 원고들에 대한 불이익한 취업규칙의 변경임에도, 위 취업규칙의 불이익한 변경에 대하여 원고들의 집단적 의사결정방법에 따른 동의절차를 거치지 않았으므로 무효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앞서 본 기초 사실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이 사건 기존조항은 정규직인 일반직 직원의 초임연봉을 정할 때에 공기업 근무경력 등을 반영하여 호봉을 산정하도록 정하고 있으나, 이에 비하여 이 사건 신설조항은 서울특별시의 무기계약직 전면 정규직 전환 계획 및 이 사건 노사합의에 따라 무기업무직을 일반직으로 대규모 전환하는 절차를 마련하면서 그 대상이 되는 직원의 초임기본연봉을 이 사건 기존조항에도 불구하고 무기업무직으로 근무하면서 받은 개인별 임금총액을 기준으로 산출하되, 인사규정 별표 2에 따른 경력은 별도로 환산하지 않도록 정하고 있는바, 이 사건 신설조항은 종전까지 취업규칙이 정하고 있었던 일반직 임용경로와는 본질적으로 다른 임용경로를 신설함에 따라 그에 필요한 초임연봉 산정방법을 새로 마련한 것으로 보이고, 그 임용경로에 관하여 종전에 있었던 취업규칙 규정을 변경하였다거나 이를 불이익하게 변경하였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에 있는 원고들의 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부당한 차별행위가 있었는지 여부
비교집단에 관하여
근로기준법에서 말하는 차별적 처우란 본질적으로 같은 것을 다르게, 다른 것을 같게 취급하는 것을 말하며, 본질적으로 같지 않은 것을 다르게 취급하는 경우에는 차별 자체가 존재한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근로기준법에서 금지하는 차별적 처우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우선 그 전제로서 차별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사람과 그가 비교대상자로 지목하는 사람이 본질적으로 동일한 비교집단에 속해 있어야 한다(대법원 2015. 10. 29. 선고 2013다1051 판결 참조).
살피건대, 원고들은 이 사건에서 일반직 근로자로 전환된 이후 기존 일반직 근로자와 차등 부여된 호봉으로 인하여 미지급된 임금 지급을 구하고 있고, 무기업무직에서 전환된 일반직 근로자와 기존 일반직 근로자가 이 사건 노사합의 체결 이후 일반직이라는 동일한 직군 내에 혼재되어 일원화된 승급체계를 구축하였음은 물론 동일한 직종 내에서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여 왔음은 당사자들 사이에 다툼이 없다. 그렇다면 전환된 일반직 근로자와 기존 일반직 근로자는 이 사건 노사합의 체결 이후 본질적으로 동일한 비교집단에 속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사회적 신분에 관하여
앞서 든 증거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피고는 원고들이 이 사건 노사합의에 의하여 일반직으로 일괄 전환되었는지, 공개경쟁시험이라는 일반직 채용절차를 거쳤는지 여부에 따라 호봉 부여에 차등을 두고 있다고 보이나, 설령 피고가 원고들이 무기 업무직이라는 이유로 호봉 부여에 차등을 두었다고 하더라도, 다음과 같은 이유로 ‘무기업무직’이라는 지위 내지 근로형태는 근로기준법 제6조가 규정하는 사회적 신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헌법 제11조 제1항에 의하면,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하는바, 여기서 사회적 신분이란 사회에서 장기간 점하는 지위로서 일정한 사회적 평가를 수반하는 것을 의미한다(헌법재판소 1995. 2. 23. 선고 93헌바43 전원재판부 결정).
근로기준법 제6조의 사회적 신분으로 인한 차별금지는 위 헌법 규정을 근로조건에 관하여 구체화한 것인바, 근로기준법 제6조를 위반하는 경우 같은 법 제114조에 따라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므로, 사회적 신분의 의미는 형벌규정의 적용에 있어서와 마찬가지로 국민에게 불리할 여지가 없도록 명확하고 예측가능성이 있도록 해석하여야 하고, 이를 확대하여 해석하여서는 아니 된다.
근로기준법 제6조에서 열거하고 있는 차별금지 사유로 규정하고 있는 성별, 국적, 신앙은 모두 사용자의 의사나 사업장에서의 근로형태 등과 관계없이 당해 근로자가 비교적 오랜 기간 이를 유지하면서 쉽게 변경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근로관계에 있어서 근로자가 선택하여 취득할 수 없는 요소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또한 근로기준법 제6조가 위 요소에 따른 차별을 금지하는 것은 이를 기준으로 평가한 사회적 지위에 따라 근로자를 차별하는 것을 금지함을 뜻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근로기준법 제6조에서 말하는 사회적 신분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고정성 내지 선택불가성’과 ‘사회적 평가 수반’이라는 요소가 전제되어야 한다.
무기업무직이라는 근로자의 지위는 위 두 가지 요소를 모두 갖추고 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사회적 신분의 범위에 포섭되지 않는다. 먼저, 무기업무직이라는 지위 내지 고용형태는 근로자와 사용자의 자유의사가 합치되어야 성립되므로, 근로자가 스스로 선택한 것일 뿐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강요한 것이 아니고, 당사자의 의사합치에 따라 그러한 고용형태를 변경할 수 있는 가능성도 열려 있다. 또한 무기업무직이라고 하더라도 개별 근로계약이나 취업규칙이 정한 대우(보수, 승진 등)에 따라 사회적 지위가 낮을 수도 있고 높을 수도 있으므로, 근로자의 특정한 인격과 관련된 표지로서 일정한 사회적 평가를 수반하는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피고의 무기업무직, 일반직 등 각 직군은 결코 변경될 수 없거나 계속적, 고정적인 지위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고, 근로자의 인격과 관련된 일신전속적인 표지라고도 할 수 없으며, 일반직 채용절차라는 일정한 절차를 거치기만 하면 얼마든지 직군 변경도 가능하다.
합리적인 이유에 관하여
또한 앞서 든 증거에 을 1 내지 3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가 무기업무직에서 전환된 일반직 근로자와 기존 일반직 근로자 사이에 차등적으로 호봉을 부여한 데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피고 일반직 근로자는 인사규정 제11조 제1항에 따라 공개경쟁시험을 거쳐 입사하나, 원고들은 이러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무기업무직에서 일반직 근로자로 곧바로 전환되어 기존 일반직 근로자와 임용경로에 차이가 있다.
피고는 서울특별시가 주도하는 비정규직 고용개선 대책의 일환으로 인사규정상 일반직 채용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무기업무직 근로자를 일괄하여 일반직 근로자로 전환하였는바, 피고가 전환된 일반직 근로자를 차별할 의도로 채용경로를 구분하였다고 보기는 어렵고, 전환된 일반직 근로자에게는 여전히 인사규정상 일반직 채용절차를 거쳐 군 경력과 사회 경력 등을 모두 반영한 호봉을 부여받을 수 있는 채용경로가 열려 있다.
피고와 피고 노동조합은 이 사건 노사합의 체결 당시 일반직 전환에 따른 무기업무직 근로자의 전환 기본급을 호봉조정방식으로 조정하기로 하면서 최초 호봉 산정 기준에 관하여 무기업무직에서 전환된 일반직 근로자와 기존 일반직 근로자에게 서로 다른 호봉 기준을 적용하기로 합의하였으나, 이는 무기업무직 근로자들이 기존에 지급받던 임금수준이 하회하는 것을 막고<1> 무기업무직 직종간 또는 무기업무직과 기존 일반직 근로자 사이의 임금 차이를 합리적으로 조정하기 위한 부득이한 조치로 이해된다. 무기업무직에서 전환된 일반직 근로자들은 종전 임금총액이 7급 1호봉 임금총액을 상회하는 경우 이에 맞는 호봉을 부여받기로 하였으므로 이 사건 노사합의로 전체 임금 수령액에 어떠한 불이익도 입지 않았고, 오히려 호봉 상승 시 호봉급 상승폭이 큰 일반직 근로자의 호봉제 임금체계에 포함되는 혜택을 입게 되었으며, 기존 일반직 근로자들과 경쟁하여 4급 이상의 직급으로 승진할 수 있는 기회도 얻게 되었다. 또한 피고는 근무기간이 3년 이상인 직원에게 7급을 부여하면서 종전 임금총액이 7급 1호봉 임금총액에 미달하더라도 1호봉으로 상향 조정한 호봉을 부여하기도 하는 등 원고들에게 유리하게 호봉조정방식을 운영하였다.
원고들에게 불리한 근로조건을 강요하였는지 여부
앞서 든 증거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피고는 원고들이 소속된 피고 노동조합과 이 사건 노사합의를 통해 일반직 전환에 따른 무기업무직 근로자의 전환 기본급을 호봉조정방식으로 조정하기로 합의하였는데, 그와 같은 호봉조정방식을 도입한 결과 원고들이 기존에 지급받던 전체 임금 수령액에 어떠한 불이익이 발생하였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 ② 이 사건 노사합의에서 ‘이 사건 노사합의에서 정한 사항은 근로계약서에 반영하며, 근로계약서를 작성한 자는 이 사건 노사합의 및 근로기준법 제94조 의거 동의한 것으로 본다’고 별도로 합의하였는바, 원고들은 이러한 합의 내용을 인지하고 피고와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다고 보이는 점, ③ 이 사건 노사합의에는 개인별 임금총액이 7급 1호봉에 미달하는 경우 별도 호봉급 체계를 신설한다거나 ‘무기업무직 경력은 개인별 임금총액(실적급 제외)이 정규직(7급) 전환시 호봉 재산정(별도 호봉급 신설) 등을 통해 반영됨으로 전환 이후 별도로 경력을 환산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명시하고 있는바, 원고들이 피고와 근로계약을 체결하면서 피고 취업규칙 및 보수규정에 따라 근로시간, 임금 등 근로조건을 정하기로 한 것은 이러한 노사합의의 내용을 전제로 하였다고 해석하는 것이 계약 당사자의 의사에 부합한다고 보이고, 근로계약 체결 당시 기존 취업규칙 및 보수규정의 적용이 예정되어 있었다고 볼 수는 없는 점, ④ 피고가 이 사건 노사합의를 내세워 원고들에게 근로계약 체결을 강요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도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들은 그 자유의사에 따라 근로조건을 결정하여 피고와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이 사건 노사합의가 현저히 합리성을 결하여 무효인지 여부
관련 법리
협약 자치의 원칙상 노동조합은 사용자와 근로조건을 유리하게 변경하는 내용의 단체협약뿐만 아니라 근로조건을 불리하게 변경하는 내용의 단체협약을 체결할 수 있으므로, 근로조건을 불리하게 변경하는 내용의 단체협약이 현저히 합리성을 결하여 노동조합의 목적을 벗어난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와 같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러한 노사 간의 합의를 무효라고 볼 수는 없고, 노동조합으로서는 그러한 합의를 위하여 사전에 근로자들로부터 개별적인 동의나 수권을 받을 필요가 없으며, 단체협약이 현저히 합리성을 결하였는지는 단체협약의 내용과 그 체결경위, 당시 사용자 측의 경영상태 등 여러 사정에 비추어 판단해야 한다(대법원 2014. 9. 4. 선고 2012다35309 판결 참조).
구체적 판단
앞서 살펴 본 여러 가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노사합의가 원고들의 근로조건을 일방적으로 불리하게 변경하는 내용이라고 단정하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현저히 합리성을 결하여 노동조합의 목적을 벗어난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와 같은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따라서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청구는 모두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정봉기(재판장) 김성준 이진희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