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법원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21. 9. 16. 선고 2020나77680 판결

2020

주문

1.

제1심 판결을 취소한다.

가.

원고(반소피고)의 피고(반소원고)들에 대한 본소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나.

원고(반소피고)는 피고(반소원고) B에게 614,996원, 피고(반소원고) C에게 467,049원, 피고(반소원고) D에게 519,171원, 피고(반소원고) E에게 541,513원 및 위 각 돈에 대하여 2020. 5. 13.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소송 총비용은 본소, 반소를 통틀어 원고(반소피고)가 부담한다.

3.

제1의 나.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제1항과 같다.

이유

1.

인정사실

가.

원고는 건설업을 하는 회사이고, 피고들은 아래 기간 동안 원고의 사업장에 도장공으로 근무하였다.

나.

피고들과 같은 도장공의 업계 일당 시세는 남자 15만 원, 여자 13만 원이다. 원고는 매달 15일 피고들에게 급여를 지급하였는데, 위 업계 일당 시세에서 퇴직적립금 명목으로 남자인 피고 B, D, E에게는 12,250원, 여자인 피고 C에게는 10,790원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공제하여 지급하였다.

다.

피고들은 원고에게 공사 현장이 끝날 때마다 퇴직적립금의 지급을 요청하였고, 이에 원고는 피고들과의 합의에 따라 2018. 5. 31., 2018. 10. 31., 2019. 4. 30., 2019. 7. 31., 2019. 10. 18. 등 다섯 차례에 걸쳐 피고 B에게 5,460,160원, 피고 C에게 5,105,750원, 피고 D에게 5,326,530원, 피고 E에게 5,287,520원을 퇴직금 명목으로 지급하였다(이하 ‘퇴직금 명목의 돈’이라 하면 아래 마.항 기재 퇴직금과 구별하여 이 항에서의 지급금만을 말한다).

라.

피고들은 2019. 9.경 원고를 상대로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안양지청에 원고가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진정을 하였다. 같은 지청은 2020. 2. 3. 원고로 하여금 2020. 2. 14.까지 퇴직금으로 피고 B에게 6,212,626원, 피고 C에게 4,832,609원, 피고 D에게 5,318,791원, 피고 E에게 5,527,173원을 지급하라고 시정지시(이하 ‘이 사건 시정지시’라고 한다)를 하였다. 위 퇴직금은 피고들의 일당을 업계 일당 시세와 같이 남자 15만 원, 여자 13만 원으로 하여 산정한 것이다.

마.

원고는 2020. 2. 14. 피고들에게 아래와 같이 퇴직금을 지급하였다. 아래 퇴직금은 업계 일당 시세에서 위 나.항 기재 퇴직적립금을 공제한 돈을 일당으로 정하여 산정한 것이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11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을 제1, 8, 9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의 주장

가.

원고

원고와 피고들 사이에는 일당 외에 일정 금액을 퇴직금 지급을 위하여 적립하기로 하는 퇴직적립금 약정이 있었다. 그런데 원고가 피고들에게 공사 현장이 끝날 때마다 퇴직적립금을 정산하여 퇴직금 명목의 돈을 지급한 것은 퇴직금 지급 또는 임금 지급으로서의 효력이 없으므로 피고들은 원고에게 위 돈 상당의 부당이득금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피고들

원고와 피고들 사이에는 업계 일당 시세에 따른 급여 약정이 있었을 뿐 퇴직적립금 약정은 존재하지 않았고, 설령 그러한 약정이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이는 실질적으로 임금 중 일부를 떼어놓고 퇴직금 지급을 면탈하기 위하여 퇴직금 분할 지급 형식만을 취한 것으로서 무효이다. 따라서 피고들이 원고로부터 받은 퇴직금 명목의 돈은 미지급 임금을 지급받은 것이므로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본소청구는 이유 없고, 오히려 원고가 이후 지급한 퇴직금은 이 사건 시정명령에서 정당하게 산정한 퇴직금에 미치지 못하므로 반소청구로써 원고는 피고들에게 그 차액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3.

본소청구에 관한 판단

가.

관련 법리

사용자와 근로자가 매월 지급하는 월급이나 매일 지급하는 일당과 함께 퇴직금으로 일정한 금원을 미리 지급하기로 약정(이하 ‘퇴직금 분할 약정’이라 한다)하였다면, 그 약정은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8조 제2항 전문에서 정한 퇴직금 중간정산으로 인정되는 경우가 아닌 한 최종 퇴직 시 발생하는 퇴직금청구권을 근로자가 사전에 포기하는 것으로서, 강행법규인 같은 법 제8조에 위배되어 무효이다. 한편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실질적으로 지급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퇴직금 지급의 효력이 인정되지 아니할 뿐만 아니라 임금 지급의 효력도 인정되지 않는다면, 근로자는 수령한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부당이득으로 사용자에게 반환하여야 한다고 보는 것이 공평의 견지에서 합당하다. 다만 퇴직금 제도를 강행법규로 규정한 입법 취지를 고려할 때, 위와 같은 법리는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실질적인 퇴직금 분할 약정이 존재함을 전제로 하여 비로소 적용할 수 있다. 따라서 사용자와 근로자가 체결한 해당 약정이 그 실질은 임금을 정한 것에 불과함에도 사용자가 퇴직금 지급을 면탈하기 위하여 퇴직금 분할 약정의 형식만을 취한 것인 경우에는 위와 같은 법리를 적용할 수 없다(대법원 2012. 12. 13. 선고 2012다77006 판결 참조).

나.

판단

(1)

위 인정사실에다가 앞서 든 증거들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피고들에게 지급한 퇴직금 명목의 돈은 미지급 임금을 지급한 것일 뿐이고, 이를 두고 퇴직금 지급의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

①

원고와 피고들 사이에 작성된 근로계약서에는 포괄일당 외에 퇴직적립금을 따로 정하고 있고, 원고가 적립한 퇴직적립금을 공사 현장이 끝날 때마다 피고들의 요청으로 퇴직금 명목의 돈으로써 지급한 사실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위 근로계약서에 기재된 일당은 80,000원 또는 85,300원으로 업계 일당 시세 및 피고들이 실제로 지급받은 돈과 현저하게 차이가 있고, 원고 스스로도 위 근로계약서는 일괄적으로 작성한 것일 뿐 실제 근로계약의 내용과는 다르다고 자인한 바 있다. 그렇다면 근로계약서에 기재된 퇴직적립금 약정의 존재를 그대로 믿기 어렵다.

②

설령 퇴직적립금 약정이 있다고 하더라도, 원고와 피고들 사이에 체결된 건설일용근로계약의 속성상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업계 시세에 따라 일당이 정해지는 것이 거래관행이라 할 것인데, 원고와 피고들 사이에 작성된 ‘퇴직금(퇴직적립금) 지급합의서’에 의하면, 실제 근무 기간이 1년 미만인 경우에도 현장 종료 시마다 퇴직적립금을 정산하여 퇴직금 명목의 돈을 지급하였는바, 이는 퇴직금 지급 대상인지 여부와 관계없이 지급된 돈이라는 점에서도 임금의 일부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따라서 원고가 피고들의 일당 중 일부를 퇴직적립금으로 떼어놓기로 하는 형식의 퇴직적립금 약정은 무효이고, 원고가 피고들에게 퇴직금 중간정산 명목의 돈을 지급한 것은 실질적으로 미지급 임금을 지급한 것으로 보일뿐이다.

(2)

따라서 원고의 주장은 모두 이유 없다.

4.

반소청구에 관한 판단

가.

피고 B, D, E의 일당이 15만 원, 피고 C의 일당이 13만 원인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고, 갑 제10, 11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피고들이 원고로부터 정당하게 지급받을 퇴직금은 별지 퇴직금 계산표와 같이 피고 B 6,212,626원(원 미만 버림, 이하 같다), 피고 C 4,832,609원(반올림함), 피고 D 5,318,791원, 피고 E 5,527,173원이다.

나.

따라서 원고는, 피고 B에게 614,996원(= 6,212,626원 – 지급퇴직금 5,597,630원), 피고 C에게 467,049원(= 4,832,609원 – 지급퇴직금 4,365,560원), 피고 D에게 519,171원(= 5,318,791원 – 지급퇴직금 4,799,620원), 피고 E에게 541,513원(= 5,527,173원 – 지급퇴직금 4,985,660원) 및 위 각 돈에 대하여 각 퇴직일로부터 14일이 지난 후로 피고들이 구하는 바에 따라 반소장 송달 다음날인 2020. 5. 13.부터 다 갚는 날까지 근로기준법 제37조 제1항, 같은 법 시행령 제17조에서 정한 이율의 범위 내로서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5.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본소청구는 이유 없어 모두 기각하고, 피고들의 반소청구는 이유 있어 인용할 것인바, 제1심 판결은 이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피고들의 항소를 받아들여, 원고의 본소청구를 기각하고 반소청구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최호식(재판장) 이정형 구광현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