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법원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22. 6. 17. 선고 2020나83555 판결

주문

1.

원고의 항소와 이 법원에서 추가한 제2예비적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항소제기 이후의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당사자의 지위

원고는 근로복지공단 재활공학연구소와 (차량번호 1 생략) 승합차(이하 ‘이 사건 차량’이라 한다)에 대하여 보험기간을 2015. 3. 31.부터 2016. 3. 31.까지로 정한 업무용 자동차보험계약(이하 ‘이 사건 보험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한 보험자이고, 피고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보험법’이라 한다) 제10조에 따라 고용노동부장관의 위탁을 받아 산업재해보상보험 사업을 수행하기 위하여 설립된 법인이다.

나.

종전 산재사고 및 이 사건 사고의 발생

1)

B는 주식회사 C(이하 ‘C’라고 한다)에서 신문기자로 근무하던 1997. 5. 17.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는 교통사고(이하 ‘종전 산재사고’라 한다)를 당하여 제6, 7 경추간 탈구 및 척추골절, 제7경추부 사지완전마비, 신경인성 방광 및 장 등의 상병으로 D병원, 근로복지공단 인천병원 등에서 입원 및 통원 치료를 받아왔다.

2)

B는 근로복지공단 인천병원에서 통원 치료를 받던 중인 2015. 8. 10. 이 사건 차량을 이용하여 이동하다가, 타고 있던 휠체어가 차량 내부에 고정되어 있지 않는 바람에, 이 사건 차량 안에서 휠체어를 탄 채로 뒤로 넘어지는 사고(이하 ‘이 사건 사고’라고 한다)를 당하였다.

3)

B는 이 사건 사고로 두부 및 경추 굴곡손상이 동반된 제5, 6 경추 골절, 미만성 척수 경막외 출혈, 척수압박병증을 진단받고, 2015. 8. 13. D병원에서 C3-4-5-6, T2 후궁절제술 및 C4567 척추유합술을 시술받았으며, 그 후 입원 및 통원 치료를 계속 받다가 2017. 12. 9. 사망하였다.

다.

원고의 가불금 지급 및 피고의 보험급여 지급

1)

이 사건 보험계약상 보험자인 원고는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이하 ‘자동차손배법’이라 한다) 제10조, 제11조에서 정한 피해자에 대한 가불금으로 2016. 5. 12.부터 2018. 3. 30.까지 B와 그 유족인 F 및 의료기관(이하 ‘B 등’이라고 한다)에 직불 또는 병원 치료비로 합계 242,837,250원(이하 ‘이 사건 치료비’라고 한다)을 지급하였다.

2)

한편, 피고는 B에게 종전 산재사고로 인한 진료비 등 요양급여를 지급해왔고, B의 사망을 산재보험법 제37조 및 동법 시행령 제32조에서 정한 업무상 사고로 인정하여 2018. 1. 31. B의 유족인 G와 F에게 유족보상일시금 140,892,180원 및 장의비 13,005,430원을 지급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4호증, 을 제1, 3호증의 각 기재, 제1심 법원의 E에 대한 진료기록 감정촉탁 결과,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의 주장

가.

주위적 청구원인

B는 종전 산재사고로 인한 척추손상으로 이미 사지완전마비 상태에 있었고,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그 척추손상이 악화된 것이므로, 원고가 지급한 이 사건 치료비 중 이 사건 사고로 악화된 증상에 따른 치료비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은 종전 산재사고로 인한 것으로서 피고가 요양급여로 부담해야 할 부분이다. 그런데 원고가 피고의 부담 부분을 포함한 이 사건 치료비 전부를 B 등에게 지급하였으므로, 피고는 법률상 원인 없이 본래 부담하였어야 할 요양급여의무를 면하고 그 요양급여 상당액만큼 부당이득을 하였다. 한편 이 사건 치료비 중 종전 산재사고로 인한 부분은 50%에 해당하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부당이득금 121,418,625원(= 242,837,250원 × 50%)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제1예비적 청구원인

원고가 B 등에게 이 사건 치료비를 지급함으로써 공동불법행위자의 보험자인 피고가 부담해야 할 요양급여의무까지 공동 면책되었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치료비의 50%에 해당하는 구상금 121,418,625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다.

제2예비적 청구원인

원고가 B 등에게 피고의 요양급여 부분을 포함한 이 사건 치료비 전액을 지급한 것은, 피고의 요양급여의무를 대신 이행한 것으로서 민법 제469조의 이해관계 없는 제3자의 변제에 해당하고, 원고가 이 사건 치료비 지급 당시 피고의 채무를 변제한다는 의사를 가지고 있었으며, B 등도 이를 인식하고 있었던 이상, 원고의 이 사건 치료비 지급으로 피고의 요양급여의무가 소멸하였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위 요양급여 부분 상당의 구상금 121,418,625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3.

판단

가.

주위적 청구원인에 대한 판단

1)

관련 법리

교통사고 피해자가 사고차량의 보험회사로부터 자동차손배법상의 가불금을 치료비로 지급받고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도 그 상당액을 공제한 보험급여를 지급받았는데, 나중에 위 사고가 업무상 재해이기는 하나 전적으로 피해자의 과실로 인하여 발생한 것으로서 사고차량 보험가입자 등의 손해배상책임이 없는 것으로 판명된 경우, 보험회사는 자동차손배법 제11조 제4항에 따라 가불금을 지급받은 피해자에게 위 치료비 상당의 가불금반환청구권을 가지고, 피해자도 여전히 근로복지공단에 대하여 위 치료비 상당의 산재보험법상의 요양급여청구권을 가지므로, 위 치료비의 지급으로 근로복지공단이 어떠한 이득을 얻었다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08. 5. 29. 선고 2008다15872, 15889 판결 참조).

산재보험법에 따른 보험급여를 지급한 근로복지공단은 자동차손배법에 따른 책임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는 책임보험자에 대하여 그 책임보험금의 지급 한도 내에서 산재보험법 제87조 제1항에 따른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할 것이지만, 자동차보험의 책임보험자가 산재보험으로 지급될 보험급여보다 많은 액수의 책임보험금을 수급권자에게 지급하였다고 하더라도, 책임보험자는 근로복지공단에 대하여 수급자 또는 보험가입자 등의 권리를 대위행사하거나 구상권을 행사할 수 없고, 위와 같은 경우에 근로복지공단이 산재보험금의 지급의무를 면하게 되는 것은 산재보험법 제80조 제3항 본문이나 같은 법 제87조 제2항에 근거한 것이므로 법률상 원인이 없다고 할 수도 없다(대법원 2012. 5. 24. 선고 2010다7843 판결 참조).

2)

구체적 판단

가)

앞서 인정한 사실을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원고의 주장과 같이 원고가 B 등에게 지급한 이 사건 치료비 중 종전 산재사고로 인한 부분에 관하여 사고차량 보험 가입자인 근로복지공단 재활공학연구소의 손해배상책임이 없는 것으로 판명된 경우, 원고는 자동차손배법 제11조 제4항에 따라 가불금을 지급받은 B 등에 대하여 이 사건 치료비 중 종전 산재사고로 인한 부분 상당의 가불금반환청구권을 가지고, B 또는 그 상속인들은 여전히 피고에 대하여 종전 산재사고로 인한 치료비 상당의 산재보험법상 요양급여청구권을 가지므로, 원고의 이 사건 치료비 지급으로 피고가 어떠한 이득을 얻었다고 할 수 없다(한편 원고는, B가 이미 사망하여 요양급여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으므로, 피고가 요양급여의무를 면하는 이익을 얻었다고 주장하나, 산재보험법상 요양급여는 재산권적 성질을 가지는 것으로서, 근로자의 요양급여청구권이 상속의 대상이 되지 아니하는 일신전속적인 권리라고 할 수 없으므로, 원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나)

또한 산재보험법 제80조 제3항 본문은 ’수급권자가 동일한 사유로 민법이나 그 밖의 법령에 따라 산재보험법의 보험급여에 상당한 금품을 받으면, 피고는 그 받은 금품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방법에 따라 환산한 금액의 한도 안에서 구 산재보험법에 따른 보험급여를 지급하지 아니한다.‘고 정하고 있고, 산재보험법 제87조 제2항은 ’제1항의 경우에 수급권자가 제3자로부터 동일한 사유로 산재보험법의 보험급여에 해당하는 손해배상을 받으면, 피고는 그 배상액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방법에 따라 환산한 금액의 한도 안에서 구 산재보험법에 따른 보험급여를 지급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원고의 이 사건 치료비 지급으로 인하여 피고가 이 사건 치료비 중 종전 산재사고로 인한 부분에 대한 요양급여의무를 면한다면, 이는 산재보험법 제80조 제3항 또는 제87조 제2항을 원인으로 하는 것이므로, 피고가 법률상 원인 없이 요양급여의무를 면하는 이익을 얻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위 각 조항이 정한 ’동일한 사유‘는 산재보험법의 보험급여 지급 원인이 되는 사고와 ’동일한 사고‘를 의미하는 것이므로, 이 사건에는 위 각 조항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위 각 규정의 취지는 산업재해로 인하여 손실 또는 손해를 입은 근로자는 재해보상청구권과 산재보험급여수급권을 행사할 수 있고, 아울러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는 경우 사용자에 대하여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도 행사할 수 있으므로, 이들 청구권 상호 간의 관계와 손실의 이중 전보를 방지하기 위한 보상 또는 배상액의 조정문제를 규율하는 데에 있고, 따라서 위 각 조항이 정한 ’동일한 사유’는 산재보험법의 보험급여 대상이 되는 손해와 근로기준법 또는 민법이나 그 밖의 법령에 따라 보전되는 손해가 같은 성질을 띠는 것이어서 산재보험급여와 손해배상 또는 손실보상이 상호 보완적 관계에 있는 경우를 의미하는 점(대법원 2015. 1. 15. 선고 2014두724 판결 등 참조)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B 등에게 지급한 이 사건 치료비와 산재보험법상 보험급여인 진료비 등 요양급여는 같은 성질을 띠는 것으로서 상호보완적 관계에 있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원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다)

또한 일반적인 증명책임의 원칙상 원고의 이 사건 치료비 지급으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손해와 피고가 얻은 이득액을 객관적으로 증명할 책임은 원고가 부담하는데, 갑 제2호증의 기재 및 제1심 법원의 E에 대한 진료기록 감정촉탁 결과만으로는 이 사건 치료비 중 종전 산재사고로 인한 부분이 50%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라)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나.

제1예비적 청구원인에 대한 판단

1)

관련 법리

공동불법행위자들과 각각 보험계약을 체결한 보험자들은 각자 그 공동불법행위의 피해자에 대한 관계에서 상법 제724조 제2항에 의한 보상책임을 직접 부담하는 것이므로, 이러한 관계에 있는 보험자들 상호간에는 공동불법행위자 중의 1인과 사이에 보험계약을 체결한 보험자가 그 부담 부분을 넘어 피해자에게 손해배상금을 보험금으로 모두 지급함으로써 공동불법행위자들의 보험자들이 공동 면책되었다면 그 손해배상금을 지급한 보험자는 다른 공동불법행위자들의 보험자들이 부담하여야 할 부분에 대하여 직접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다(대법원 1998. 9. 18. 선고 96다19765 판결 등 참조).

2)

구체적 판단

이 사건의 경우, 산재보험 가입자인 C의 고의․과실 및 위법성 등 일반 불법행위 성립요건을 인정할 만한 아무런 증거가 없을 뿐만 아니라, 산재보험이 업무상 재해로 인하여 사업주가 부담하게 될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에 대한 책임보험의 성격까지 갖는 것도 아니므로(대법원 2009. 5. 21. 선고 2008다13104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나머지 점에 관하여 더 나아가 살펴 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각 공동불법행위자의 부담 부분 및 원고가 자신의 부담 부분 이상을 변제하였다는 점에 관한 구체적인 증명 또한 없다).

다.

제2예비적 청구원인에 대한 판단

1)

관련 법리

근로자재해보장보험(이하 ‘근재보험’이라 한다)의 약관에서 보험자는 피보험자의 근로자에게 생긴 업무상 재해로 인하여 피보험자가 부담하는 손해배상책임 중 의무보험인 산재보험법에 의해 전보되는 범위(이하 ‘산재보상분’이라고 한다)를 초과하는 부분에 대해서만 보상할 의무를 부담하는 것으로 정하였다면, 보험자가 인수한 위험은 산재보상분을 초과하는 부분에 대한 피보험자의 배상책임으로 인한 손해에 한정되므로, 보험자는 산재보상분에 대하여 보험금 지급의무를 부담하지 아니한다. 즉, 사업주가 업무상 재해로 피해를 입은 근로자에 대하여 부담하는 손해배상책임 중 산재보상분에 대하여는 근로복지공단이 산업재해보험급여(이하 ‘산재보험급여’라 한다) 지급의무를 부담하고, 이를 초과하는 부분에 대하여만 근재보험의 보험자가 보험금 지급의무를 부담하게 된다. 한편 채무자 아닌 제3자가 타인의 채무를 변제할 의사로 타인의 채무를 변제하고 채권자도 변제를 수령하면서 그러한 사정을 인식하였다면 민법 제469조에 의하여 제3자 변제의 대상인 타인의 채무는 소멸하고 제3자는 채무자에게 구상할 수 있다. 이해관계 없는 제3자는 채무자의 의사에 반하여 변제할 수 없는데, 채무자의 반대의사는 제3자가 변제할 당시의 객관적인 제반 사정에 비추어 명확하게 인식될 수 있는 것이어야 하고, 함부로 채무자의 반대의사를 추정함으로써 제3자의 변제 효과를 무효화시키는 일은 피해야 한다. 따라서 근재보험의 보험자가 피해 근로자에게 산재보상분에 해당하는 손해까지 보상한 경우 이는 근로복지공단의 산재보험급여 지급의무를 대신 이행한 것으로서, 이런 사정을 근재보험의 보험자와 피해 근로자가 알고 있었다면 민법 제469조에 의하여 근로복지공단의 산재보험급여 지급의무가 소멸하고 근재보험의 보험자는 근로복지공단에 산재보상분 상당을 구상할 수 있다(대법원 2020. 7. 23. 선고 2016다271455 판결 참조).

2)

구체적 판단

원고는 앞에서 본 것처럼 근로복지공단 재활공학연구소와 이 사건 보험계약을 체결한 보험자로서, 위 보험계약에서 정한 내용에 따라 당연히 보험금을 지급해야 할 의무가 있고, 보험사고에 해당하는 이 사건 사고 이후에 비로소 발생한 이 사건 치료비를 부담하게 되었던 점, 보험회사인 원고가 이 사건 보험계약에 따라 지급할 대상이 아니거나 그 사유가 없음을 알면서도 보험금을 지급할 만한 아무런 이유가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요양급여 채무가 없는 원고가 피고의 그러한 채무를 변제할 의사로 종전 산재사고로 인한 부분까지 포함된 이 사건 치료비를 지급하였다고 보기는 어렵고, B 등 또한 이 사건 보험계약에 따라 보험금을 수령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이 사건 치료비를 지급받은 것으로 짐작되며, 이와 달리 원고가 피고의 요양급여 채무를 변제할 의사로 이 사건 치료비를 지급하였다거나, B 등이 위 치료비를 수령하면서 그러한 사정을 인식하였다는 점을 인정할 만한 아무런 증거가 없다. 따라서 민법 제469조에 따라 피고의 요양급여 의무가 소멸되었음을 전제로 하는 원고의 이 부분 주장 역시 나머지 점에 관하여 더 나아가 살펴 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주위적 및 제1, 2예비적 청구는 모두 이유 없으므로 기각할 것인데, 주위적 및 제1예비적 청구에 관한 제1심 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 하여 정당하다. 따라서 원고의 항소와 이 법원에서 추가한 제2예비적 청구는 모두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양훈(재판장) 윤웅기 양은상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