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이 사건 소 중 해고무효확인청구 부분을 각하한다.
원고의 나머지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 사실
피고는 국제관계의 친선 증진 및 문화 교류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법인이고, 원고는 2017. 10. 24.경부터 피고 인사‧노무관리를 총괄하는 이사로 근무하였다.
원고가 이사로 근무하던 중인 2018. 4. 25. 피고와 사이에 체결한 임원계약(이하 ’이 사건 임원계약‘이라고 한다)의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원고는 피고 측 교섭담당자로서 B 노동조합과 2018. 4. 19. 2017년 단체협약 및 그에 따른 노사합의서, 2018. 10. 10. 임‧단협 합의 등을 체결하였는데, 위 2018. 10. 10. 임‧단협 합의에 추가하여 아래와 같은 내용의 부속합의서(이하 ’이 사건 부속합의서‘라고 한다)를 작성하였다.
B 노동조합과 당시 노조위원장이었던 D은 피고를 상대로 2018. 10. 10. 임‧단협 합의의 무효 확인과 D의 근로자지위 확인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는데(이하 ’관련 소송‘이라고 한다), 제1심에서는 이 사건 부속합의서가 유효함을 전제로 C이 2018. 12. 말까지 사임하지 않음에 따라 2018. 10. 10. 임‧단협 합의는 효력을 상실하고 D은 피고에 복직하였다고 판단하였으나(서울중앙지방법원 2021. 2. 5. 선고 2019가합526724 판결), 항소심에서는 이 사건 부속합의서는 그 체결 경위 및 내용에 있어서 D이 B 노동조합의 조합원들로부터, 원고가 피고로부터 각 위임받은 권한의 범위를 일탈한 것이어서 무효이거나, 2018. 10. 10. 임‧단협 합의의 일부가 아니라는 이유로 제1심판결을 취소하고, 위 B 노동조합과 D의 청구를 기각하였다(서울고등법원 2022. 1. 11. 선고 2021나 2008550 판결).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6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을 제15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당사자들의 주장
원고
원고는 비록 피고 인사‧노무관리를 총괄하는 이사의 직위를 부여받고 업무를 수행하였으나, 업무수행에 있어 피고 총지배인으로부터 구체적인 지휘‧감독을 받는 등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피고에 대한 근로를 제공하였으므로, 근로기준법이 정한 근로자에 해당한다.
원고는 2019. 5. 27. 피고에 대하여 병가를 마치고 복직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으나 피고가 이를 일방적으로 거부하였는바, 피고의 복직 거부에 따른 근로관계의 종료는 근로기준법상 해고에 해당한다. 위 해고에는 근로기준법 제27조에서 정한 서면통지의무를 위반한 절차상 하자가 있을 뿐만 아니라 해고의 정당한 이유가 없어 무효이다.
따라서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한 해고의 무효 확인을 구하고, 원고가 지급받지 못한 임금, 시간외수당, 휴일수당 및 자녀 학자금을 구한다.
피고
원고는 피고로부터 인사‧노무관리 업무를 포괄적으로 위임받아 이를 총괄하는 임원의 지위에 있었으므로, 원고에게는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는다.
피고가 원고의 복직을 거부하거나 이 사건 임원계약을 해지한 바 없고, 오히려 이 사건 부속합의서를 작성한 원고에 대하여 위 부속합의서 무단 작성으로 야기된 분쟁의 해결 등을 촉구하였으나, 원고는 이러한 피고의 요구에 불응한 채 무단결근을 계속하였을 뿐이다.
원고는 2019. 1.경부터 병가와 무단결근을 반복하는 등 피고에 출근하지 않으면서 피고로부터 위임받은 업무를 수행하지 아니하였으므로, 피고는 이 사건 임원계약에 따른 보수 등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
해고무효확인 청구에 관한 판단
직권으로 이 사건 소 중 해고무효확인청구 부분의 적법 여부에 관하여 본다.
일반적으로 근로자가 해고처분에 대한 무효확인을 구하면서 아울러 자신이 근로제공을 할 수 있었던 기간 동안의 임금을 구하고 있는 경우, 해고무효확인의 소는 근로자와 회사 사이에 이루어진 근로계약상의 지위의 회복을 목적으로 하는 것으로 보이는바, 근로자가 계약기간의 만료 이전에 해고 등의 불이익을 받은 후 그 계약기간이 만료된 때에는 비록 그 해고가 무효라고 하더라도 계약기간의 만료로 근로자의 지위를 회복할 수 없게 되었으므로, 그 해고의 무효확인청구는 과거의 법률관계의 확인청구에 지나지 않아 확인의 이익이 없다고 할 것이고, 비록 과거의 법률관계라 할지라도 현재의 권리 또는 법률상 지위에 영향을 미치고 있고 현재의 권리 또는 법률상 지위에 대한 위험이나 불안을 제거하기 위하여 그 법률관계에 관한 확인판결을 받는 것이 유효적절한 수단이라고 인정될 때에는 그 법률관계의 확인소송은 즉시확정의 이익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나, 과거의 법률행위에 불과한 해고에 대하여 확인소송을 구하는 이유가 단순히 사회적인 명예의 손상을 회복하기 위한 것이라면 이는 현존하는 권리나 법률상의 지위에 대한 위험이나 불안을 제거하기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없고, 그것이 재취업의 기회가 제한되는 위험을 제거하기 위한 것이라 하여도 이러한 재취업 기회의 제한이 법령 등에서 규정되어 있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는 사실상의 불이익이지 법률상의 불이익이라고 할 수 없어 이를 두고 권리나 법률상의 지위에 현존하는 위험이나 불안이 있는 것이라고 할 수도 없으므로 역시 그 무효확인을 구할 이익이 없다(대법원 2000. 5. 18. 선고 95재다199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1995. 4. 11. 선고 94다4011 판결, 대법원 2002. 11. 26. 선고 2002두1496 판결 등 참조).
위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이 사건 임원계약은 계약기간 만료에 따라 2021. 3. 24. 종료되었는바, 원고로서는 이 사건 임원계약이 이미 종료되어 근로자로서의 지위를 회복하는 것이 불가능하게 되었다고 보아야 하므로, 해고무효확인청구 부분은 확인의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다(원고는, 피고가 이 사건 임원계약 만료에 관한 별도의 통보를 한 바 없으므로, 이 사건 임원계약은 제4조 제3항에 의하여 1년 단위로 계속 자동연장되었다고도 주장하나, 계약당사자 사이에 분쟁이 오랜 기간 지속되어 계약에 따른 의무 이행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등 실질적으로는 계약이 실효된 것과 다름이 없는 이 사건과 같은 경우에도 단지 상대방에 대한 별도의 통보가 없었다고 하여 계약의 자동갱신을 인정한다면, 계약당사자 사이에 계약의 종료에 관한 별다른 이의가 없는 경우에 동일한 조건으로 계약을 유지하고자 하는 자동갱신조항의 취지나 계약 유지에 관한 당사자의 실제 의사와는 맞지 않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임원계약상 자동갱신조항을 근거로 이와 달리 판단할 수는 없다).
임금 등 청구에 관한 판단
원고가 피고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
관련 법리
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1호에서 규정하는 근로자는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사람을 말하며, 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에 관계없이 실질적으로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3. 9. 26. 선고 2012다28813 판결 등 참조).
따라서 회사의 임원이라 하더라도, 그 업무의 성격상 회사로부터 위임받은 사무를 처리하는 것으로 보기에 부족하고 실제로는 업무집행권을 가지는 대표이사 등의 지휘·감독 아래 일정한 노무를 담당하면서 그 노무에 대한 대가로 일정한 보수를 지급받아 왔다면, 그 임원은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근로자에 해당할 수 있다(대법원 2003. 9. 26. 선고 2002다64681 판결 참조). 그러나 회사의 임원이 담당하고 있는 업무 전체의 성격이나 그 업무수행의 실질이 위와 같은 정도로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받으면서 일정한 근로를 제공하는 것에 그치지 아니하는 것이라면, 그 임원은 위임받은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다고 할 수 있으므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대법원 2013. 9. 26. 선고 2012다28813 판결 참조).
구체적 판단
앞서 든 증거에 을 제2호증의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원고는 피고 임원으로서 피고로부터 위임받은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었을 뿐 피고의 지휘‧감독을 받으면서 일정한 근로를 제공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에서 원고에 대하여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나 시간외수당 및 휴일수당을 구하는 원고의 청구는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피고는 2017. 10.말경 노사문제 해결을 위하여 원고를 노무이사로 영입하였다. 원고는 피고로부터 임‧단협 교섭에 관한 업무 일체를 위임받고, 피고 교섭대표자로 2018년 임‧단협 합의를 체결하는 등 피고 인사‧노무관리 업무를 포괄적으로 위임받아 이를 총괄하면서 상당한 정도의 독자적인 권한과 책임을 가지고 있었다.
근로계약서는 근로조건을 명시하여야 하고, 이에 대하여 근로기준법 제17조 제1항은 ‘임금, 근로시간, 휴일, 휴가’ 등의 사항에 대하여 명시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이 사건 임원계약에는 원고가 ’피고의 경영 및 업무집행의 일부 권한을 위임‘받고 위임받은 업무를 수행함에 따른 보수와 계약기간 등을 정하고 있을 뿐이고, 원고의 근무시간이나 휴무일, 근로장소 등과 같은 내용이 기재되어 있지는 않다.
피고 총지배인 C은 인사‧노무관리 업무를 수행한 경험이 없어 원고로부터 노동조합과의 단체교섭 체결 등에 관한 처리결과를 보고받으며 진행되고 있는 업무 현황을 공유받는 정도에 그친 것으로 보인다.
위임관계 종료 여부에 관한 판단
원고는, 피고가 2019. 5. 27.경 원고의 복직 요청을 거부하여 이 사건 임원계약에 따른 근로관계가 종료(해고)되었다고 주장하므로 살피건대, 갑 제12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원고가 2019. 5. 19. 피고 총지배인 C에게 “총지배인님 5월 27일부터 복직을 하겠습니다”라는 문자메시지를 발송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기는 하나, 앞서 든 증거, 갑 제14호증, 을 제3, 8, 14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원고가 C 총지배인의 퇴직이 이행되지 않을 경우 2018년 임‧단협 합의의 효력이 상실되고 D 노조위원장이 복직한다는 내용의 이 사건 부속합의서를 임의로 작성함으로써 피고는 B 노동조합과 D으로부터 2018년 임‧단협 합의의 무효 확인과 D의 근로자지위 확인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당하였고, 이에 피고 E 회장은 2019. 1. 16. 원고에 대하여 이사회에 출석하여 이 사건 부속합의서의 작성 경위 등을 밝히라고 요구하였는데, 원고는 이에 응하지 않은 채 그 무렵부터 위 문자메시지를 발송한 2019. 5. 19.까지 10차례에 걸쳐 병가와 무단결근을 반복한 점, ② 원고는 피고 취업규칙에 따른 질병 등으로 인한 휴직 상태가 아니라 4~5일의 병가를 반복하였을 뿐이어서 피고 복직명령이 별도로 필요하다고 보이지 않는 점, ③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는 피고의 이 사건 부속합의서의 작성 경위 등에 관한 소명 요구에는 응하지 않으면서 병가와 무단결근을 반복하였는바, 원고의 위 문자메시지만으로 피고에게 확정적인 복직의 의사를 표시하였다고 인정하기도 어려운 점, ④ 피고 총지배인 C은 2019. 5. 27. 이후에도 원고와 연락을 유지하였는데, 원고가 복직하겠다는 위 문자메시지를 발송한 2019. 5. 27.경에는 관련 소송이 계속중이었고, 피고로서는 이 사건 부속합의서의 효력을 다투기 위하여 위 부속합의서의 작성자인 원고의 협조가 필요한 상황이었다고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가 2019. 5. 27.경 원고의 복직을 거부하였다거나 이 사건 임원계약을 해지하였다고 보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는바, 그 무렵 이 사건 임원계약에 따른 근로관계가 종료되었음을 전제로 하는 원고의 주장은 더 나아가 살필 이유 없다(이 사건 임원계약의 효력이 유지되고 있다는 전제에서 보수청구의 당부를 판단하더라도, 원고가 피고와 체결한 이 사건 임원계약은 위임계약인바, 원고가 2019. 1.경부터 이 사건 임원계약 제2조 및 제5조 등에 따른 위임업무를 수행하지 않았음은 앞서 본 사실 및 원고의 주장 자체로 명백하고, 계약에 따른 위임업무를 수행하지 않은 원고가 위 계약 제6조에서 정한 보수청구권과 자녀학자금을 청구할 수 있다고 볼 수는 없으므로, 원고의 이 부분 청구는 어느 모로 보나 이유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소 중 해고무효확인청구 부분은 부적법하여 각하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정회일(재판장) 이진희 김창수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