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법원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23. 9. 7. 선고 2022노2922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벌금 500만 원에 처한다.

다만, 이 판결 확정일로부터 2년간 위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

위 집행유예 선고가 실효 또는 취소되고, 피고인이 위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하는 경우 10만 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피고인을 노역장에 유치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피고인은 (재)C(이하 ‘재단’ 또는 ‘이 사건 사업장’이라 한다)에서 근무한 D, F, E(이하 ‘이 사건 근로자들’이라 한다)에 대하여 퇴직급여 지급의무가 있는 것은 사실이나, 이들이 지급받아야 할 퇴직급여 중 일부가 제대로 지급되지 못하였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였다. 이는 확정된 관련 민사사건의 판결 취지에 맞게 이 사건 사업장에 적용될 퇴직연금제도를 전환하는 과정에서 담당 직원들의 퇴직급여액 산정사무 착오로 인하여 발생한 것인데, 피고인은 위와 같은 상황을 인지한 뒤 곧바로 담당 직원들에게 위 퇴직급여 부족액을 전부 지급하라는 업무 지시를 내렸고, 그에 따라 이 사건 근로자들에게 위 부족액이 모두 지급되었다. 피고인은 당시 이사장의 지위에 있었으나 위 임전결규정 등 결재 구조상 직원들로부터 위와 같은 상황을 자세하게 보고받지 못하였고, 위 확정판결의 내용도 상세히 알지 못하였다.

위와 같은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에게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위반에 있어 고의가 있다고 볼 수 없음에도 피고인에 대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하여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나.

양형부당

원심이 선고한 형(벌금 500만 원)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2.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관한 판단

가.

원심의 판단

피고인은 원심에서도 동일한 취지의 주장을 하였는데, 원심은 ① 확정된 관련 민사사건(이하 ‘이 사건 선행 민사소송’이라 한다)에서 사후관리수당(영업인센티브, 이하 모두 ‘사후관리수당’이라 한다)이 임금에 해당하여 퇴직급여가 과소 지급되었으므로 퇴직한 근로자들에게 과소 지급되었던 퇴직급여를 지급하라는 판단을 받아 이를 이행한 점, ② 피고인은 재단 이사장 지위에 있어 위 민사소송의 진행 경과와 판결 내용 등을 잘 알고 있다고 보이는 점, ③ 이미 확정된 민사사건의 판결의 취지대로 이 사건 사업장에 적용될 퇴직연금제도가 전환되었고 그 취지가 피고인에게도 보고된 점, ④ 그럼에도 피고인은 2019년 12월 31일까지 사후관리수당을 평균임금에 포함하지 아니한다는 취지의 기안문서를 그대로 결재하였고, 이후 이 사건 사업장 직원들에게 이 부분을 설명하지 아니한 점, ⑤ 실제로 이 사건 근로자들에게 사후관리수당을 포함하지 아니한 퇴직급여만을 지급해 부족액이 발생한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에게는 이 사건 근로자들의 퇴직급여 중 부족액을 지급하지 아니하는 데 있어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보이지 아니하여 그 고의가 인정된다는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나.

당심의 판단

1)

관련 법리

임금 및 퇴직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와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 경우라면 사용자가 그 임금 및 퇴직금 등을 지급하지 아니한 데에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사용자에게 근로기준법 제36조, 제109조 제1항 위반죄,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제9조, 제44조 제1호 위반죄의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임금 및 퇴직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와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지 여부는 사용자의 지급거절 이유와 그 지급의무의 근거, 사용자가 운영하는 회사의 조직과 규모, 사업목적 등 여러 사항, 그 밖에 임금 및 퇴직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와 범위에 관한 다툼 당시의 제반 정황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7. 6. 28. 선고 2007도1539 판결, 대법원 2017. 7. 11. 선고 2017도4343 판결 등 참조).

근로기준법은 근로자가 사망 또는 퇴직한 경우에 사용자는 그 지급사유가 발생한 때로부터 14일 이내에 임금·보상금 기타 일체의 금품을 지급하기로 규정함으로써 퇴직 근로자 등의 생활안정을 도모하기 위하여 법률관계를 조기에 청산하도록 강제하는 한편 특별한 사정이 있을 경우에는 당사자 간의 합의에 의하여 기일을 연장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바, 위 임금 등 체불로 인한 근로기준법 위반죄는 그 지급사유 발생일로부터 14일이 경과하는 때에 성립하므로, 사용자는 지급사유가 발생한 때로부터 14일 이내에 근로자와 기일연장을 합의하여야 하고, 그 기간이 지나 근로기준법위반죄가 성립한 후에는 비록 합의가 이루어졌다 하더라도 이는 정상참작 사유는 될지언정 범죄로 되지 아니한다고 할 수는 없다(대법원 1997. 8. 29. 선고 97도1091 판결 등 참조).

2)

구체적 판단

위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에 관하여 살피건대, 원심이 그 판결이유에서 든 사정들에다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보태어 보면, 피고인이 이 사건 퇴직급여 부족액을 지급하지 아니하는 데 있어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보기 어려워 고의를 인정할 수 있으므로,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다. 따라서 피고인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①

재단의 위임전결 규정에 의하면, 사안이 극히 중요한 것이거나 이례적인 것은 전결 사항에 해당하더라도 상위권자의 결재를 얻어 처리되어야 하고(제5조 제2호), 전결사항을 처리하였을 때에는 수임자는 원칙적으로 위임자에게 구두 또는 서면으로 보고하여야 하며(제8조), 위 규정의 별표 제1호 위임전결 기준표에 의하면, 이사장은 ‘100만 원 이상의 금액’이 소요되는 업무와 ‘소송’과 관련된 업무를 최종결정하고, ‘급여의 인상계획 수립 및 조정’, ‘급여 중 기타금품 등의 지급’, ‘정규직의 퇴직’ 및 ‘퇴직연금 적립’ 등의 업무들도 최종 결정한다. 이러한 규정에 의하면 이 사건 선행 민사소송의 결과나 이 사건 사업장에 적용될 퇴직연금제도 전환, 퇴직사항 등은 피고인의 결정 사항에 해당하고, 실제로 피고인은 이 사건에서 문제된 2019. 12. 31.까지의 사후관리수당을 평균임금에 포함하지 아니하는 내용의 기안문서(증거기록 180면)를 결재하기도 하였다.

②

이 사건 선행 민사소송에서 ‘사후관리수당이 임금으로서 퇴직급여 산정에 포함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는데, 그 항소심(서울고등법원 2017나20141314호)은 2019. 6. 25. 사후관리수당이 임금으로서 평균임금 산정의 기초가 되는 임금총액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하였고, 상고심(대법원 2019다254796호)에서 2019. 10. 17. 상고기각 판결이 선고되어 확정되었다. 그런데 피고인이 그보다 3년 전인 2016. 3. 7. 이사장으로 취임한 사실을 감안하면, 피고인은 충분히 이 사건 선행 민사소송의 진행 내용이나 상고제기 여부, 소송 결과, 이로 인한 법적 효과 등을 알 수 있었다고 할 것이다.<1>

③

위 확정판결의 쟁점은 이 사건 근로자들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이므로, 이를 인지한 근로자들은 사후관리수당까지 고려한 방식으로 퇴직연금이 형성될 것으로 기대하였고,<2> 피고인도 2021. 7. 9.경에는 이 사건 근로자들을 포함한 퇴직 근로자들에게 위 확정된 민사판결의 취지에 맞게 퇴직급여 부족액(약 25억 원)을 지급하였다. 이러한 사후 지급 경위 및 그 지급액 규모에다가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 이 사건 사업장은 적어도 2012년경부터 ‘사후관리수당이 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에서 여러 퇴직 근로자들과 분쟁을 겪어왔기에 수년간 계속적으로 위와 같은 사안이 이 사건 사업장의 현안이었던 점, ㉡ 이 사건 사업장은 평소에도 사측의 일방적인 입장에서 노사 분쟁을 처리하려고 한 것으로 보이는 점,<3> ㉢ 사후관리수당을 지급받는 이 사건 사업장의 근로자의 수가 약 수십 명에 이르러<4> 위 확정판결의 취지에 기초해 재산정될 퇴직급여 소요 예산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고, 피고인으로서도 이러한 사정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점, ㉣ 사후관리수당이 임금 항목으로 포함될 경우 근로자들의 퇴직 연금계좌에 현금으로 적립해야 할 금액이 많아지는 등의 이유로 회사는 기존에 운영하던 퇴직연금제도를 확정급여형(DB)에서 확정기여형(DC)으로 전환한 것으로 보이는 점<5>까지 더하여 보면, 재단에서는 충분히 퇴직급여 재산정이 이뤄질 상황을 예상하여 이를 대비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위와 같이 추산될 수십억 원 상당의 예산액 규모,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하면 이사장의 결정 없이 단순히 G 전무 등의 결재만으로 이뤄질 수 없는 사안에 해당한다.

④

H는 검찰 조사에서 “당시 저는 위 판결에 따라, 인센티브가 퇴직금 산정의 기초가 되는 평균임금에 포함되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검진사업부 소속 직원들의 경우, 퇴직 전 평균임금이 높기 때문에 장기 근속자일수록 총 퇴직금이 많아지기 때문에 재단 입장에서 재정적인 부담이 클 수밖에 없어서 퇴직연금제도를 변경 시행하게 되었다.”, “G 전무에게 기존 DB에서 인센티브를 평균임금에 포함하는 것으로 산정하여 적립해야 하는지 물어본 적 있는데, 당시 G 전무가 기존 방식대로 산정해 적립을 하면 된다고 해서 기존 방식대로 산정해 적립을 한 사실이 있다.”<6>고 각 진술하였듯이, 당시 담당자들은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⑤

E은 퇴직 결정 전 H 본부장에게 면담을 요청하여 면담이 이뤄졌고, H는 노무법인에 E의 요구 내용에 관하여 자문을 구했는데, 위 노무법인은 ‘확정 판결취지대로 사후관리수당을 평균임금에 포함시키는 방식으로 퇴직급여를 재산정해야 한다’는 취지로 회신하기도 하였다.

3.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

피고인이 이 사건 사업장의 대표자로서 근로자들에게 지급하지 않은 퇴직급여 부족액이 적지 아니하여 그에 상응하는 처벌이 필요함은 앞서 본 바와 같다.

다만 이 사건 조사 직후 피고인이 이 사건 근로자들을 비롯한 퇴직자들에게 미지급퇴직급여 부족액을 모두 지급하여 금전적 피해는 모두 회복되었고, 피고인이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점, 피고인도 급작스러운 상황에서 이사장에 취임하여 세부적으로 업무를 지시하는 상황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이는 등 그 경위에 참작할 만한 사정이 존재하는 점, 그 밖에 피고인의 나이, 건강 상태, 성행, 환경,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기록과 변론에 나타난 여러 양형 조건들을 고려하면, 원심이 피고인에게 선고한 형은 다소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판단된다.

4.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따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이유]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