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인정사실
피고는 IT서비스 사업과 지류 유통 사업을 하는 회사이다.
원고는 2002.경 피고에 입사하여 근무하다가 2019. 5. 29. 사내벤처 운영규정에 따라 분사하여 창업한 주식회사 C에서 근무하였고 2020. 1. 1. 피고에 복직하여 2023. 3. 31. 퇴직하였다.
피고는 2016. 8. 1. 직원의 정년을 만 55세로 정하고 있던 취업규칙을 개정하여 만 60세로 정년을 정하면서 2017. 1. 1.부터 만 55세가 도래하는 전 직원에 대하여 임금피크제를 시행하기로 하고, 임금피크제 대상자에 대한 임금은 연장된 정년이 시작되는 만 55세 도달 익일부터 3년간(만 55세, 만 56세, 만 57세)은 만 55세 연봉의 20%를 감액하고, 남은 2년간(만 58세, 만 59세)은 만 55세 연봉의 30%를 감액하기로 하였다(이하 ‘이 사건 임금피크제’라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1, 2, 3호증, 을 1~4, 10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원고 주장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이른바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에 해당한다.
원고는 2020. 1.경부터 2021. 3.경까지 20%, 그 이후로 퇴사할 때까지 30% 감액된 연봉을 지급받은 반면 업무량 경감 없이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는 등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근로자를 차별하고 있으므로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제1항을 위반하여 무효이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임금 감액분을 지급해야 한다.
판단
관련 규정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고령자고용법’이라 한다)은 종전에는 제19조에서 “사업주가 근로자의 정년을 정하는 경우에는 그 정년이 60세 이상이 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었다. 그런데 고령자고용법이 2013. 5. 22. 법률 제11791호로 개정되면서 제19조는 제1항에서 “사업주는 근로자의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제2항에서 “사업주가 제1항에도 불구하고 근로자의 정년을 60세 미만으로 정한 경우에는 정년을 60세로 정한 것으로 본다.”라고 규정함으로써 모든 사업장에서 근로자의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할 것을 법적으로 의무화하였다.
위와 같이 고령자고용법은 근로자의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하도록 의무화하는 한편, 제19조의2를 신설하여 “제19조 제1항에 따라 정년을 연장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의 사업주와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의 과반수를 대표하는 자를 말한다)은 그 사업 또는 사업장의 여건에 따라 임금체계 개편 등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라는 규정을 두었다. 이는 정년 연장의 법적 의무화를 계획할 당시부터 근로자의 정년 연장에 따라 사업주의 재정적 부담이 증가할 것을 예상하고, 정년 연장으로 발생할 수 있는 기존 인력에 대한 구조조정, 신규 인력 채용의 감축 등과 같은 부작용을 방지 또는 완화하기 위하여 사업주가 정년 연장에 따른 임금체계 개편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임금피크제 유형
임금피크제는 근로자의 정년연장 또는 정년보장으로 고용안정을 도모하면서도 이에 따른 사업주의 인건비 부담을 완화하고, 신규 채용을 증가시켜 청년 일자리를 제공하는 등 노사 간의 입장을 적절히 조율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이다.
임금피크제 도입 시점을 기준으로 노사가 정년 연장에 수반된 조치로서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경우에는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에 해당하고, 정년의 변경 없이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경우에는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에 해당한다.
고령자고용법 제19조의 개정에 따라 2017. 1. 1.부터 상시 300명 미만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의 근로자 정년이 60세 이상으로 의무화되었다. 피고는 고령자고용법 제19조의 시행일인 2017. 1. 1.부터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시행하고, 정년 연장이 적용되는 55세 도달 익일부터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적용하였는바, 이는 정년 연장에 수반된 조치이다. 즉 피고는 정년 연장에 따른 임금체계 개편 조치의 일환으로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도입하였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따라서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에 해당한다.
연령차별금지원칙 위반 여부
연령을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는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제1항에서 말하는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경우란 연령에 따라 근로자를 다르게 처우할 필요성이 인정되지 아니하거나 달리 처우하는 경우에도 그 방법·정도 등이 적정하지 아니한 경우를 말한다. 사업주가 근로자의 정년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임금을 정년 전까지 일정 기간 삭감하는 형태의 이른바 ‘임금피크제’를 시행하는 경우 연령을 이유로 한 차별에 합리적인 이유가 없어 그 조치가 무효인지는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의 타당성, 대상 근로자들이 입는 불이익의 정도, 임금 삭감에 대한 대상 조치의 도입 여부 및 그 적정성, 임금피크제로 감액된 재원이 임금피크제 도입의 본래 목적을 위하여 사용되었는지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2. 5. 26. 선고 2017다292343 판결 참조). 이러한 법리는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 사안에 관한 법리이나, 이 사건과 같은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 사안에 관하여도 참고기준이 될 수 있다.
다음과 같은 사정을 고려하면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합리적인 이유 없는 연령차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피고는 당초 소속 근로자 정년을 만 55세로 정하고 있었으나, 법정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연장하는 개정 고령자고용법이 시행되는 2017. 1. 1.부터는 근로자의 정년을 의무적으로 60세로 정해야 했고, 그로 인한 피고의 인건비 상승 부담은 당연히 예상되는 상황이었다. 피고 입장에서는 정년 연장에 따른 인건비 상승으로 인한 재정적 부담을 완화하고,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하여 임금체계 개편 조치를 취할 필요성이 있었다.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고령자고용법 제19조의2 제1항에서 규정한 ‘임금체계 개편 조치’로서 법적 근거를 가지고 있다.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고령자고용법 개정에 따른 정년 연장의 합리적인 시행을 위해 도입된 조치로 정년 연장과 유기적 연관성을 갖는다. 비록 원고의 정년 연장이 법률 개정에 따른 당연한 결과로 기대되었다고 하더라도, 원고에게 유리한 정년 연장의 측면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임금 감액만을 이유로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원고에게 일방적으로 불이익하다고 평가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종전의 정년인 만 55세까지는 기존 임금체계에 따른 임금을 그대로 지급하고, 정년이 연장된 5년의 기간에 한하여 직전 임금의 80%, 80%, 80%, 70%, 70%를 각 지급하는 내용으로, 정년이 연장된 기간에 대한 새로운 임금제도를 신설하였다고 볼 수 있다. 원고는 이 사건 임금피크제 시행으로 기존 정년인 만 55세까지의 근무로 인한 임금이 삭감되지 않으면서 만 55세 이후 근로의 제공 및 임금 수령의 기회가 생겼으므로, 이 사건 임금피크제 시행 전보다 ‘임금 총액’ 측면에서 더 많은 이익을 얻게 되었다.
이 사건 임금피크제 적용으로 임금이 감소된 항목은 기본급과 고정급이다. 성과평가에 따른 인센티브와 성과급은 여전히 근로자에게 지급되고 그 외 복리후생도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피고는 2017. 1. 1.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시행한 이후 현재까지 임금피크 연령에 도달한 모든 직원을 대상으로 제도를 적용하고 있다. 또한 피고는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이후 지속적으로 근로자 수를 늘려오는 등 임금피크제로 감액한 재원을 신규 근로자 채용을 위하여 사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과 같이 정년 연장에 연계하여 임금피크제가 실시되는 경우 정년 연장 자체가 임금 삭감에 대응하는 가장 중요한 보상이라고 볼 수 있으므로, 업무량이나 업무강도 등을 명시적으로 감소시키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임금피크제가 합리적인 이유 없는 연령차별에 해당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기각한다.
판사 박근규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