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항소 및 피고 주식회사 D, E, 주식회사 F, G, H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항소비용은 각자 부담한다.
이유
제1심 판결의 인용
원고와 피고들의 항소이유는 제1심에서의 주장과 크게 다르지 않고, 제1심에 제출된 증거에다가 당심에서 제출된 증거들을 모두 종합하여 위 주장을 다시 살펴보더라도 제1심의 사실인정과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인정된다. 이에 이 법원이 이 사건에 관하여 설시할 이유는 제1심판결의 이유 중 일부를 아래와 같이 변경하거나 원고가 강조하는 부분 및 피고 주식회사 D, E이 당심에서 추가하는 부분에 대하여 아래 제2항과 같은 추가판단을 설시하는 외에는 제1심 판결의 이유 기재와 같으므로 민사소송법 제420조 본문에 의하여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제15면 16행의 “받아들이지 않는다.”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또한 원고는 이 사건 사고 당시 우레탄폼 도포 작업을 하였으므로 도장공의 일용노임을 일실수입 산정의 기초가 되는 소득으로 하여야 한다고 주장하나, 원고가 도장공으로서 특수한 기술과 경험을 가지고 있다는 자료가 없고,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원고가 지속적으로 공사 현장에서 도장공으로서 월 22일 가동하여 도장공으로서의 월 평균소득액에 상당한 소득을 얻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므로, 위 주장 또한 받아들이지 않는다.”로 변경한다.
추가 판단
원고 부분
원고의 주장
피고 B는 이 사건 공사를 관리하는 체계적인 조직을 갖추고 그 관리할 권한을 행사하였는바, 산업안전보건법상 ‘건설공사발주자’가 아닌 ‘도급인’에 해당한다. 따라서 피고 B는 산업안전보건법상 ‘도급인’으로서 산업안전보건법 제63조에서 정한 안전조치의무를 부담함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의무를 위반함으로 인하여 원고에게 손해를 가하였으므로 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판단
살피건대, 앞서 든 증거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 B가 산업안전보건법상 건설공사발주자가 아닌 도급인에 해당한다고 보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산업안전보건법 제2조 제6호는 “‘도급’이란 명칭에 관계없이 물건의 제조ㆍ건설ㆍ수리 또는 서비스의 제공, 그 밖의 업무를 타인에게 맡기는 계약을 말한다.”고 규정한다. 같은 조 제7호는 “‘도급인’이란 물건의 제조ㆍ건설ㆍ수리 또는 서비스의 제공, 그 밖의 업무를 도급하는 사업주를 말한다. 다만, 건설공사발주자는 제외한다.”라고 규정한다. 같은 조 제10호는 “‘건설공사발주자’란 건설공사를 도급하는 자로서 건설공사의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ㆍ관리하지 아니하는 자를 말한다. 다만, 도급받은 건설공사를 다시 도급하는 자는 제외한다.”라고 규정한다.
위 각 규정상 도급인에서 제외되는 건설공사발주자의 요소인 ‘건설공사의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관리하지 아니하는 자’에 해당하는지는 규범적인 관점에서 ‘건설공사의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관리할 지위에 있는지 여부’를 중심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한편, 산업안전보건법 등 관계 법령은 도급인의 안전 및 보건조치의무와 별개로 산업재해 예방 등을 위한 건설공사발주자의 책임과 의무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는데, 건설공사발주자가 산업재해 예방 등을 위한 책임과 의무를 다하였다는 사정을 두고 건설공사의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관리하였다는 근거로 삼는 것은 신중하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건설공사를 도급한 자가 공사의 안전관리에 덜 관여할수록 산업안전보건법상 도급인의 지위에서 멀어지게 된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고, 이는 산업안전보건법 등 관계 법령의 목적과 취지에 부합하지 않게 된다.
산업안전보건법은 2019. 1. 15. 법률 제16272호로 전부 개정되면서, 안전ㆍ보건조치 의무를 부담하는 도급인의 범위를 확대하고 도급인의 독자적인 의무를 규정하였으며, 유해하거나 위험한 일부 작업의 도급을 원칙적으로 금지하였다. 이는 사업주가 필요하지만 유해하고 위험한 작업을 분리해 다른 수급인에게 외주화하면서 비용뿐만 아니라 안전에 관한 책임을 전가하는, 이른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응하여, 도급인의 책임을 강화하고 수급인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을 억제하고자 하는 데 취지가 있다.
한편 전부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은 건설공사발주자를 정의하면서 건설공사의 산업재해 예방조치에 관한 의무를 신설하였다. 이는 건설업 산업재해를 효과적으로 예방하기 위해서는 건설공사를 계획하고 설계하는 단계에서부터 예방조치를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도입된 것이다.
건설공사 도급계약을 체결하여 공사를 도급한 자는 민법상으로 모두 도급인에 해당할 것임에도, 산업안전보건법은 건설공사발주자를 같은 법상 도급인의 범주에서 제외하고 있다. 그렇다면 산업안전보건법상 도급인에 해당하는지, 건설공사발주자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는 데에는 위와 같은 규정이 도입된 취지를 고려하여야 한다.
건설공사의 시공을 직접 수행할 법률상의 자격을 가지고 인력과 전문성을 갖추고 있는 자가 그 공사를 수급인에게 도급하는 경우, 도급을 한 자로서는 자신이 직접 시공하는 것보다 비용을 절감하고 산업재해의 위험 등 안전에 대한 책임을 수급인에게 떠넘기는 결과가 생길 수 있으므로, 이러한 도급인이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ㆍ관리하는 경우 산업안전 위험을 예방하기 위한 목적으로 엄격한 책임을 부과할 당위가 있다.
한편 법률상 해당 건설공사를 시공할 자격이 없거나, 인력 및 전문성을 갖추고 있지 않아 건설공사의 시공을 직접 수행할 능력이 없는 경우, 그 건설공사를 다른 사업주에게 도급하지 않고서는 공사를 할 수 없으므로, 산업안전보건법상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하여 임의로 이러한 외관을 야기하였다는 등의 사정이 없는 한, 해당 공사를 자격과 능력을 갖춘 건설업자에게 도급한다고 하여 위험의 외주화의 문제가 생긴다고 보기는 어렵다.
또한 전부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은, 도급인이 수급인 또는 수급인 근로자에 대한 안전 및 보건조치책임을 부담하는 범위를 관계수급인 근로자가 도급인의 사업장에서 작업하는 경우로 규정함으로써(제63조), 도급의 유형, 위험장소, 사업의 목적 등에 관계없이 수급인 근로자의 안전 및 보건조치에 대해 책임지도록 하였고, 이를 위반한 도급인에게 형사처벌을 하도록 규정하였다.
건설공사의 시공을 직접 수행할 자격과 능력을 갖춘 자가 그 공사를 다른 사업주에게 도급하는 경우, 공사를 도급한 자로서는 해당 공사의 공정과 각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구체적인 산업재해의 위험, 그리고 그 위험을 예방할 수 있는 조치에 관하여 충분히 알거나 알 수 있을 것이므로, 이러한 도급인이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ㆍ관리하는 경우 관계수급인 근로자의 안전 및 보건조치를 할 의무를 부과하고 그 위반에 대하여 형사책임을 물을 필요성과 정당성이 인정된다.
그러나 건설공사의 시공을 직접 수행할 자격이나 능력이 없는 자가 그 공사를 다른 사업주에게 도급한 경우, 공사를 도급한 자는 해당 공사의 공정이나 각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산업재해의 위험, 그리고 그 위험을 예방할 수 있는 조치에 대하여 일반적으로 알 수 있는 지위에 있지 않다. 이러한 경우 공사를 도급한 자에게 관계수급인 근로자에 대하여 안전 및 보건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하고 그 위반에 대하여 형사책임을 묻는 것은 그 지위나 역할과 비교해 과도한 책임을 부과하는 것일뿐더러, 산업안전보건법이 도급인의 책임을 강화하고자 한 목적과 정합한다고 볼 수도 없다. 산업안전보건법이 공사를 도급한 자 중 건설공사발주자를 떼어내어 도급인의 책임 대신 독자적인 건설공사발주자의 책임을 부과한 것은 이러한 취지에서 이해할 수 있다.
위와 같은 산업안전보건법의 입법목적과 취지, 문언과 체계 등을 종합하여 볼 때, 해당 건설공사의 시공을 직접 수행할 자격이나 능력이 없이 건설공사를 다른 사업주에게 도급할 수밖에 없는 자인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같은 법상 건설공사발주자에 해당할 뿐 도급인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봄이 타당하다.
위와 같은 판단기준에 따라 이 사건에 관하여 살피건대, 이 사건 공사는 지상에서 PC 구조, 철근콘크리트 구조의 3개 동으로 그 건축면적만 29,340.50m2에 달하는 창고시설 건축 공사로서 건설업 자격은 물론 위와 같은 공사의 종류 및 규모에 상응하는 인력 및 전문성이 요구된다. 그런데 피고 B의 경우 단순히 화물자동차 운송사업, 창고업 등을 목적으로 하는 종합물류회사로서 건설업 자격이나 이 사건 공사를 직접 시공할 수 있을 정도의 인력이나 전문성을 갖추고 있었다고 볼 아무런 자료가 없는 반면, 피고 B로부터 이 사건 공사를 도급받은 피고 F의 경우 토목·건축 공사업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종합건설회사로 토목건축공사업 등록을 마치고 총 공사비 563억여 원의 이 사건 공사를 수급받아 시공할 수 있는 인력과 전문성을 갖춘 회사였다. 즉 각 시공 과정과 공정, 시공에 필요한 자재 및 운반방법, 작업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구체적인 산업재해의 위험성 등에 관하여 피고 B는 피고 F가 가진 정도의 전문성을 갖추고 있지 못하였다고 보인다. 결국 이 사건 공사의 시공을 총괄·관리할 능력을 갖추지 못하였을 것으로 보이는 피고 B로서는 이 사건 공사를 발주하여 다른 건설업자에게 도급하는 방법으로 시행할 수밖에 없었다고 보이고, 실제로 피고 B는 이 사건 공사 ‘전부’를 피고 F에게 도급하였다.
피고 B가 이 사건 공사현장의 발주, 설계구성 및 제안, 자금조달, 공정 등을 관리하는 ‘물류센터 TFT(Task Force Team)’을 조직하고, 그 팀장으로 피고 C를 둔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건설공사에 대한 사업 기획, 설계, 공정률 점검과 같은 공사의 관리와 감독에 관한 업무는 본래 건설공사 발주자의 영역에 속하는 것으로서, 위와 같은 사정을 두고 피고 B가 이 사건 공사를 시공할 수 있었다거나 시공에 참여하였다는 징표로 삼을 수는 없다. 더욱이 건설공사의 발주자는 시설물이 공공의 안전과 복리에 적합하게 건설되도록 공정한 기준과 절차에 따라 능력 있는 건설사업자를 선정하여야 하고, 건설공사가 적정하게 시공되도록 노력할 의무가 있고(건설산업기본법 제7조 제2항), 산업안전보건법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건설공사의 건설공사발주자는 산업재해 예방을 위하여 건설공사의 계획, 설계 및 시공 단계에서 일정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제67조 제1항), 건설기술 진흥법은 건설사업자 등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건설공사를 시행하는 경우 안전점검 및 안전관리조직 등 건설공사의 안전관리계획을 수립하고, 착공 전에 이를 발주자에게 제출하여 승인을 받아야 한다(제62조 제1항)고 규정하는 등 여러 법률에서 건설공사발주자의 안전관리에 대한 책임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기도 하다. 따라서 피고 B가 ‘물류센터 TFT’를 조직하여 이 사건 공사에 대한 사업을 기획 및 설계하거나 안전에 관한 사항을 점검하고 관리하여 온 것을 두고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관리하였음을 뒷받침하는 사정으로 고려할 수는 없다.
결국 피고 B는 스스로 시공할 자격이나 능력을 갖추지 못한 건설공사를 피고 F에게 전부 도급한 것이고, 이 사건 공사의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관리하였다고 평가할 수 없으므로, 산업안전보건법상 건설공사발주자에 해당할 뿐 도급인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피고 D, E 부분
위 피고들은 원고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간병급여를 지급받을 수 있어 상시간병급여를 받을 것이 확실시되는 상황이므로, 간병급여를 지급받았다면 이는 공제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나,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위 주장은 이유 없다.
결론
제1심판결은 정당하므로,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항소 및 피고 D, E, F, G, H의 항소는 이유 없어 이를 모두 기각한다.
판사 해덕진(재판장) 김형작 김연화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