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검사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원심은 E의 근로자성을 인정하면서도, 피고인이 E을 근로자가 아닌 개인사업자로 인식하였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퇴직금 미지급에 대한 고의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였다.
그러나 통상적으로 근로자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사업주에게 임금 및 퇴직금 등 미지급에 대한 고의도 원칙적으로 인정되고, 다만 사업주와 근로자간에 임금 등 지급의무가 있는지에 관하여 다툴만한 근거가 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고 이러한 사정이 입증되는 경우에만 근로자성이 인정됨에도 사업주에게 임금 및 퇴직금 등의 미지급에 대한 고의가 부정되는 것이고, 이러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지 여부는 근로기준법의 입법 목적과 취지, 연혁 등에 비추어 볼 때 엄격하게 판단하여야 한다.
또한 대법원 판례가 종속성을 인정하는 근거로 제시하는 일부 요소의 일부 사실관계를 갖추지 못한다는 사유만으로 임금 등 지급의무가 있는지에 관하여 다툴만한 근거가 있다고 판단하게 되면 근로기준법의 입법취지, 목적에 반하고 오히려 일부 요소를 갖추지 못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사업주에게 근로자에 대한 임금 등의 지급을 면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나아가 원심이 설시한 사정들만으로는 피고인의 퇴직금 미지급의 고의를 부정할 특별한 사정에 해당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판단
원심의 판단
원심은 이 사건 기록에 의하여 인정되는 판시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고인에게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므로,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공소사실이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만큼 증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하여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였다.
당심의 판단
관련 법리
공소가 제기된 범죄사실의 주관적 요소인 고의의 존재에 대한 입증책임 역시 검찰관에게 있고,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그러한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들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피고인들의 이익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5. 10. 29. 선고 2015도5355 판결 참조).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재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 것이라면 사용자가 그 임금 등을 지급하지 아니한 데에는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어서 사용자에게 근로기준법 제109조 제1항, 제36조 또는 제43조 위반죄의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지 여부는 사용자의 지급거절이유 및 그 지급의무의 근거, 그리고 사용자가 운영하는 회사의 조직과 규모, 사업 목적 등 제반 사항, 기타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한 다툼 당시의 제반 정황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할 것이며, 사후적으로 사용자의 민사상 지급책임이 인정된다고 하여 곧바로 사용자에 대한 같은 법 제109조, 제36조 또는 제43조 위반죄의 고의가 인정된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대법원 2007. 6. 28. 선고 2007도1539 판결, 대법원 2008. 10. 23. 선고 2008도4925 판결 등 취지 참조).
구체적 판단
원심판결
이유와 이 사건 기록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에게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죄의 고의가 있었다는 점이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검사의 주장과 같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
E은 과거에 피고인의 아버지 K과 L에서 각 지점장으로 근무하면서 서로 알게 되었는데, K으로부터 일을 도와달라는 부탁을 받아 C(주)CD센터(이하 ’이 사건 사업장‘이라 한다)에서 2018년 4월부터 2021년 3월까지 이 사건 사업장의 관리이사 직급으로 근무하였다. E은 이 사건 사업장에 입사할 당시 사업장의 명목상 대표는 피고인이었으나 실질적인 경영은 K과 피고인의 외숙모 M이 하였고, 위임계약 등도 M과 대면하여 체결하였으며, 피고인은 2019년 11월 이후부터 이 사건 사업장을 경영하기 시작하였다고 진술하였다.
E은 위임계약을 체결할 당시 수수료라는 명목으로 월 380만 원을 지급받되, 일정 실적을 기준으로 인상하거나 삭감할 수 있도록 약정하였는데, K과 논의 하에 2019년 4월부터 E의 급여를 월 410만 원으로 인상하기로 하였다. 이에 피고인은 수사기관 및 정식재판을 청구하는 과정에서 자신은 2019년 11월부터 경영에 참여하였고 급여가 인상되었다는 부분에 대하여 고지받은 바 없고, 위임계약상 수수료와 관련하여 성과에 따른 차등 또는 추가 지급을 할 수 있는 근거가 있는 E과 달리 상시근로자 N, O에 대해서는 차등 지급 또는 매달 성과목표를 제시하여 급여를 추가 지급한 사실이 없으며, E이 퇴사한 이후 시점인 2021년 11월에 O이 퇴사하였을 때에는 퇴직금을 전부 지급하였다고 진술하였다.
E이 이 사건 사업장의 근로자에 해당한다는 것과 그러한 사실을 피고인이 인식하였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인바, 전자는 사후적인 법률적 판단에 따라 확정되는 객관적 사실관계이고 후자는 주관적 요소에 해당하므로 상호 간에는 괴리가 있을 수 있다. 따라서 E의 근로자성이 인정된다고 하여 곧바로 사용자인 피고인에게 퇴직금 미지급으로 인한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죄의 고의가 있음이 추인된다고 단정할 수 없다.
K은 E을 이 사건 사업장의 상시근로자가 아닌 고문 위임직 프리랜서로 섭외하려는 취지로 관리이사로 근무할 것을 제의한 것으로 보이고, 이에 계약 명칭도 ’위촉계약‘, ’위임계약‘ 등의 표현을 사용하고 있는 점, 앞서 본 바와 같이 ’수수료‘라는 명칭을 사용하여 실적에 따라 급여가 증감변동할 수 있는 계약상 근거를 마련한 점, E이 이 사건 사업장에서 근무함에 있어서 그 계약 당사자는 어디까지나 E과 피고인인데, E의 월급이 2019년 4월부터 30만 원 인상되는 과정에서 피고인의 동의가 있었다거나 사후추인이 있었다는 사정이 보이지 않고, 이에 따라 기지급한 인상분과 관련하여 퇴직금 지급액수의 범위에 다툼이 있을 수 있는 점 등을 종합합하면, 결과적으로 E의 근로자성이 인정되는 것과는 별개로 피고인에게 퇴직금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다툴만한 상당한 근거가 있었다고 보인다.
결론
그렇다면 검사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의하여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익환(재판장) 김봉규 김진영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