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처분의 경위
원고는 500KV 북당진~고덕 HVDC 지중송전선선로 건설공사 중 농로구간 토공 및 구조물 공사를 하도급받은 주식회사 남일건설(이하 '남일건설'이라 한다) 소속 일용 근로자로서 목수, 철근 시공참여 업무를 담당하여 인력공급, 철근가공용 밴딩기(이하 '이 사건 기계'라 한다) 등 공도구 및 부자재를 공급하는 업무를 수행하다 설계변경이 있으면서 업무를 중단하게 되었고, 이후 남일건설 측에서 작업자가 바뀌었으니 이 사건 기계를 가져가라는 연락을 받고 2016. 8. 25. 평택시 청북면 옥길리 121에 있는 위 공사현장(이하 '이 사건 공사현장'이라 한다)에 가 그곳에 있던 약 300kg 상당의 이 사건 기계를 들고 옮기다가 허리를 다친 사고(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로 병원에 갔다가 그곳에서 '제12흉추골절' 진단을 받은 후 2016. 12. 2. 피고에 요양급여를 신청하였다.
피고는 이 사건 상병에 관하여 원고에게, 2017. 1. 19. 요양 승인 결정을, 2017. 1. 31. 진료계획 승인 결정을 하였다가(이하 합하여 '종전 승인 결정'이라 한다) 2017. 3. 2. '원고는 이 사건 사고일에 사업주와 근로계약 관계가 없었고, 근로에 따른 임금을 받은 적이 없으며, 이미 상당기간 고용관계가 단절되어 있었던 바, 근로기준법상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서 근로를 제공한 자로 볼 수 없다, 또한 이 사건 사고는 개인 소유의 장비를 옮기는 행위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사업주의 지배·관리 하에 이루어진 업무수행 중의 사고가 아니다'는 이유로 불승인 결정(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호증(가지번호 포함), 을 제1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원고의 주장
업무의 마무리 행위 또는 기타 업무에 따르는 필요적 부수행위가 종료될 때까지는 원고의 근로관계가 종료된 것이 아니고, 이 사건 사고는 사업주의 지배·관리 하에 이루어지는 업무를 마무리하는 행위를 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므로, 이 사건 상병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함에도 이와 다른 전제에서 이루어진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판단
종전 승인 결정에 하자가 있는지 여부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5조 제1호에 업무상의 재해란 업무상의 사유에 따른 근로자의 부상·질병·장해 또는 사망을 말한다고, 같은 조 제2호에 근로자란 근로기준법에 따른 근로자를 말한다며, 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1호에 근로자란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자를 말한다고 각 규정되어 있다. 여기서 '사업이나 사업장에서 근로를 제공한다'는 의미는 단순히 사업이나 사업장을 근로제공 장소로 한다는 것이 아니라 사업이나 사업장의 사업주에 고용되어 그를 위하여 근로를 제공하는 것을 의미하고, 이는 근로계약이 존재함을 뜻한다. 따라서 사업이나 사업장에 고용되어 있는 이상 휴직, 휴가, 파업 참가 등의 사유로 일시 근로제공을 중단하고 있거나 임금을 지급받지 못하고 있더라도 근로자에 해당하고, 또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기 위하여 체결한 고용 또는 근로계약이 근로기준법 등 관련 법규에 위반되지 않을 것으로 요건으로 하는 것도 아니어서 그 계약이 적법·유효할 필요도 없으므로 사실상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이상 근로자에 해당한다 할 것이다.
증인 B의 증언, 갑 제3 내지 6호증(가지번호 포함), 을 제2 내지 4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해 보면, 원고는 2016. 3. 13.부터 이 사건 공사현장에서 남일건설 측의 요구에 따라 이 사건 기계를 구입하여 원고의 일행들로 하여금 이 사건 기계를 사용하여 철근가공 등의 업무를 수행하도록 한 사실, 원고는 2016. 5. 24. 무렵 남일건설 측으로부터 이 사건 공사현장 땅 일부가 무너져 설계변경을 하는 동안 담당 업무를 중단하고, 다시 업무를 재개할 수 있으니 이 사건 기계를 놓고 가라는 취지의 지시를 받고 담당 업무를 중단한 후 이 사건 기계를 놔두고 이 사건 공사현장을 떠난 사실, 남일건설 측은 2016. 6. 15.경 원고에게 2016년 5월분 일용노무비까지 모두 지급하였고, 그 무렵 남일건설의 B는 원고에게 작업자가 바뀌어 원고가 더 이상 이 사건 공사현장에서 업무를 할 수 없으니 이 사건 기계를 이 사건 공사현장에서 빼라는 취지로 연락한 사실, 원고는 이 사건 사고 당일 이 사건 공사현장에 와 남일건설에 부탁해 지원받은 일용 근로자 3명과 함께 이 사건 기계를 들어 1톤 화물차에 옮겨 싣는 과정에서 이 사건 사고를 당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위 인정사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아래의 사정들, 즉 ① B가 2016. 6. 15. 무렵 일용 노동자인 원고에게 한 연락으로 원고와 남일건설의 일용 근로계약은 종료되었다고 보이는 점, ② 원고는 이 사건 사고 당시 자신 소유의 이 사건 기계를 이 사건 공사현장에서 가져가기 위한 목적으로 이 사건 공사현장에 온 것이고, 자기 소유인 이 사건 기계를 자신이 가져온 화물차에 옮겨 싣는 작업이 남일건설과의 일용 근로계약에 따른 업무를 수행하거나 그 업무를 마무리하는 행위라고 볼 수 없는 점, ③ 이 사건 기계를 옮겨 싣는 과정에서 남일건설이 원고의 요청으로 2명의 일용 근로자를 지원해 주기는 하였으나, 이는 호의에 의한 것으로 그 과정이 남일건설 사업주의 지배·관리 하에 있었다고 보이지도 않는 점 등을 종합하여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사고 당시 원고와 남일건설 사이의 근로관계는 존재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원고가 이 사건 기계를 화물차에 옮겨 싣는 작업 역시 사업주의 지배·관리 하에 이루어진 업무로 볼 수 없는 이상 원고를 근로자로 보고 업무수행을 인정하여 이 사건 상병을 업무상 재해로 본 종전 승인 결정에는 하자가 있다.
이 사건 처분이 위법한지 여부
일정한 행정처분으로 국민이 일정한 이익과 권리를 취득하였을 경우에 종전 행정처분에 하자가 있음을 전제로 직권으로 이를 취소하는 행정처분은 이미 취득한 국민의 기존 이익과 권리를 박탈하는 별개의 행정처분으로, 취소될 행정처분에 하자가 있어야 하고, 나아가 행정처분에 하자가 있다고 하더라도 취소해야 할 공익상 필요와 취소로 당사자가 입게 될 기득권과 신뢰보호 및 법률생활 안정의 침해 등 불이익을 비교·교량한 후 공익상 필요가 당사자가 입을 불이익을 정당화할 만큼 강한 경우에 한하여 취소할 수 있는 것이며, 하자나 취소해야 할 필요성에 관한 증명책임은 기존 이익과 권리를 침해하는 처분을 한 행정청에 있다(대법원 2014. 11. 27. 선고 2014두9226 판결 등 참조).
이 사건 사고 당시 원고가 근로자가 아닌 이상 요양급여를 받을 권리를 취소하고 올바른 요양 불승인 결정을 하는 것이 요양급여 제도의 적정한 운영과 행정의 적법성을 보장한다는 측면에서 공익상 필요한 점, 실제 요양급여 대상자가 아닌 자에게 장래에도 장기간 계속적으로 요양급여를 지급하는 것은 불합리하고, 산재보험의 재정 건전성에 심각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이는 점, 원고에게 실제로 요양급여가 지급된 것이 아닌 것으로 보여 이 사건 처분으로 인한 원고의 기득권 침해가 거의 없어 보이는 점 등을 감안하면, 비록 피고가 종전 승인 결정을 취소하고 이 사건 처분을 함으로써 원고가 신뢰보호와 법률생활안정의 침해 등의 불이익을 입게 되기는 하나, 이를 취소하여야 할 공익상의 필요가 원고가 입을 불이익을 정당화할 만큼 중대하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이 사건 처분은 적법하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한다.
판사 심홍걸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