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가 2021. 6. 22. 원고에게 한 요양불승인처분을 취소한다.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처분의 경위
원고는 56세인 2009년 12월부터 6년 9개월 동안 (주)B C제련소(이하 ‘이 사건 사업장’이라 한다)의 하청업체인 D과 E에서 필터프레스 관리(슬러지<1> 제거), 정광 하화장<2> 업무를 수행하였다.
원고는 2017. 3. 8. ‘급성 전골수성 백혈병’(이하 ‘이 사건 상병’이라 한다)을 진단받아 피고에게 요양급여 신청을 하였으나, 피고는 2021. 6. 22. 원고에게 다음과 같은 서울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의 심의 결과를 토대로 요양불승인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호증의 1, 2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원고의 주장
원고는 이 사건 상병의 원인물질일 가능성이 있는 포름알데히드, 비소, 아연, 카드뮴, 구리, 납, 수은 등의 유해물질에 노출되는 업무환경에서 약 6년 9개월 동안 근무하였고, 60대의 나이에 3교대 근무를 하면서 과로, 스트레스에 시달렸는바, 여러 유해인자들에 복합적으로 노출되었다. 이 사건 상병은 위와 같은 업무상 요인이 원인이 되어 발병하였거나 자연경과적 진행속도 이상으로 악화된 것이므로 업무상 질병으로 보아야 할 것인데 이와 그 전제를 달리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
인정사실
원고의 업무내용
이 사건 사업장은 섬아연석(ZnS), 철섬아연석(ZnFeS) 등의 광석을 전량 수입하여 아연, 황산동, 인듐, 금, 은 등을 생산하는 업체로서 고순도 아연괴, 조합 아연괴, 합금 아연괴를 연간 36만 톤 생산하고 있다.
원고가 2011년 7월부터 약 1년 8개월간 근무하였던 정광 하화장은 정광을 입고하는 공정을 수행하는 곳으로, 열차를 통해 원료가 입고되면 화차에서 호퍼로 정광을 투입하여 컨베이어 벨트로 이송하는 작업이 이루어진다. 화차에서 호퍼로 투입하는 작업은 1대의 굴삭기로 하는데, 굴삭기 작업이 끝난 후 4명의 작업자가 화차에 남은 정광을 투입하고 청소 작업을 수행하였으며, 하루 평균 화차 처리 대수는 20대 정도이다. 호퍼에서 컨베이어 벨트로 정광이 투입될 때 컨베이어 벨트에서 떨어지는 정광을 삽을 이용하여 퍼 담는 과정에서 많은 분진이 발생한다.
원고가 2013년 3월부터 약 4년간 담당한 필터프레스 관리 업무는 전해 미액을 이용하여 소광 중 아연을 침출하고 불순물은 철과 함께 공침하여 케이크를 발생시키는 공정(용해공정)으로, 반응조에 황산을 투입한 후 중성액이 배출되면 반응이 끝난 중성액을 필터프레스로 거른 후 남은 중성액을 정액공정으로 보내게 된다. 원고는 필터프레스에서 발생하는 케이크를 제거하기 위해 멤브레인 필터 압착 작업으로 필터프레스 분해를 하는 도중 멤브레인 필터에 걸러진 케이크를 막대 도구를 이용해 회수(하부의 컨베이어 벨트에 떨어트림)하였다. 필터프레스 분해는 하루 최소 5회에서 최대 20회까지 이루어지고 원고는 3조 3교대로 하루 8시간 근무하면서 평균 2회 정도 담당하였는데 1회에 25~35분이 소요되며 나머지 시간에는 필터프레스 기계의 작동상태를 육안으로 확인하고 조정실 내부에서 기계 작동 및 멤브레인 필터에 걸리는 압력 수치를 관찰하였다. 덩어리가 큰 케이크가 있을 경우 아래쪽 컨베이어 벨트 이송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1년에 3~4회 정도는 컨베이어 벨트 쪽에서 작업을 하였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역학조사 결과
피고측 자문기관인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은 필터프레스 분해 작업에서 백혈병 위험인자에 노출되는지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2021. 2. 4. (주)B C제련소의 필터프레스 분해 작업자를 대상으로 작업환경 평가를 실시하였고, 황화수소, 아황산화가스, 포름알데히드, 벤젠, 1,3-부타디엔에 대해 평가하였다. 그 결과 필터프레스 분해 작업 공간과 근로자 대기 공간의 모든 시료에서 포름알데히드, 황화수소, 아황산가스 노출이 확인되었는데, 용해공정의 경우 근로자 2인에 대한 황화수소 농도는 0.22, 0.81ppm이었고, 아황산가스의 농도는 0.89, 0.41ppm이었다. 황화수소 농도는 고용노동부 노출기준 10ppm의 최대 약 8.1% 수준이었고, 아황산가스는 고용노동부 노출기준 2ppm의 최대 약 40.5% 수준이었다. 필터프레스 분해 작업 현장에 설치한 지역 시료의 경우에는 황화수소의 농도가 고용노동부 노출기준 10ppm의 19% 수준으로 평가되었고, 아황산가 스는 고용노동부 노출기준 2ppm의 약 90% 수준의 높은 농도로 평가되었다. 근로자 2인에 대한 포름알데히드 농도는 0.002, 0.003ppm이었는데 이는 고용노동부 노출기준 0.3ppm에 비해 최대 약 1% 수준이었다. 한편 벤젠 및 1,2-부타디엔은 검출되지 않았다. 정액공정 필터프레스 분해 작업의 경우는 근로자 3인에 대한 황화수소 농도가 최대 0.04ppm이었고, 아황산가스의 농도는 최대 0.07ppm이었다. 황화수소의 농도는 고용노동부 노출기준 10ppm의 최대 약 0.4%이었고, 아황산가스는 고용노동부 노출기준 2ppm의 최대 약 3.5%의 수준이었다. 작업자 3인에 대한 포름알데히드 농도는 0.002~0.005ppm이었으며 고용노동부 노출기준 0.3ppm에 최대 약 1.7%의 수준이다. 한편 벤젠 및 1,2-부타디엔은 검출되지 않았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호증의 2, 을 제1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판 단
관련 법령 및 법리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보험법’이라 한다) 제37조 제1항은 ‘근로자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유로 부상․질병 또는 장해가 발생하거나 사망하면 업무상의 재해로 본다. 다만,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없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규정하고 있고, 그 제2호 가목에서 ‘업무상 질병’ 중 하나로 ‘업무수행 과정에서 물리적 인자, 화학물질, 분진, 병원체, 신체에 부담을 주는 업무 등 근로자의 건강에 장해를 일으킬 수 있는 요인을 취급하거나 그에 노출되어 발생한 질병’을 규정하고 있으며, 같은 조 제5항은 ‘업무상의 재해의 구체적인 인정 기준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 위임에 따라 산재보험법 시행령 제34조는 ‘업무상 질병의 인정기준’이라는 표제 하에 제1항에서 ‘근로자가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44조 제1항 및 같은 법 시행령 별표 5의 업무상 질병의 범위에 속하는 질병에 걸린 경우 다음 각 호의 요건 모두에 해당하면 법 제37조 제1항 제2호 가목에 따른 업무상 질병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고, 그 각 호에 해당하는 요건으로서 ‘근로자가 업무수행 과정에서 유해․위험요인을 취급하거나 유해․위험요인에 노출된 경력이 있을 것’(제1호), ‘유해․위험요인을 취급하거나 유해․위험요인에 노출되는 업무시간, 그 업무에 종사한 기간 및 업무 환경 등에 비추어 볼 때 근로자의 질병을 유발할 수 있다고 인정될 것’(제2호), ‘근로자가 유해·위험요인에 노출되거나 유해․위험요인을 취급한 것이 원인이 되어 그 질병이 발생하였다고 의학적으로 인정될 것’(제3호)을 각 규정하고 있다.
산업재해보상보험제도는 작업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산업안전보건상의 위험을 사업주나 근로자 어느 일방에 전가하는 것이 아니라 공적 보험을 통해서 산업과 사회 전체가 이를 분담하고자 하는 목적을 가진다. 이 제도는 간접적으로 근로자의 열악한 작업환경이 개선되도록 하는 유인으로 작용하고, 궁극적으로 경제·산업 발전 과정에서 소외될 수 있는 근로자의 안전과 건강을 위한 최소한의 사회적 안전망을 제공함으로써 사회 전체의 갈등과 비용을 줄여 안정적으로 산업의 발전과 경제성장에 기여하고 있다. 사업장이 개별적인 화학물질의 사용에 관한 법령상 기준을 벗어나지 않더라도, 그 것만으로 안전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 작업현장에서 사용되는 각종 화학물질에서 유해한 부산물이 나오고 근로자가 이러한 화학물질 등에 복합적으로 노출되어 원인이 뚜렷하게 규명되지 않은 질병에 걸릴 위험이 있는데, 이러한 위험을 미리 방지할 정도로 법령상 규제 기준이 마련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을 감안하여 사회보장제도로 사회적 안전망의 사각지대에 대한 보호를 강화함과 동시에 규범적 차원에서 당사자들 사이의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갈등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 산업재해보상보험제도는 무과실 책임을 전제로 한 것으로 기업 등 사업자의 과실 유무를 묻지 않고 산업재해에 대한 보상을 하되, 사회 전체가 비용을 분담하도록 한다. 위와 같은 이해관계 조정 등의 필요성과 산업재해보상보험의 사회적 기능은 산업재해보상보험의 지급 여부에 결정적인 요건으로 작용하는 인과관계를 판단하는 과정에서 규범적으로 조화롭게 반영되어야 한다(대법원 2017. 8. 29. 선고 2015두3867 판결 등 참조).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5조 제1호가 정하는 업무상의 사유에 따른 질병으로 인정하려면 업무와 질병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하고 그 증명책임은 원칙적으로 근로자 측에 있다. 여기에서 말하는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법적·규범적 관점에서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면 그 증명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산업재해의 발생 원인에 관한 직접적인 증거가 없더라도 근로자의 취업 당시 건강상태, 질병의 원인, 작업장에 발병원인이 될 만한 물질이 있었는지 여부, 발병원인물질이 있는 작업장에서 근무한 기간 등의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경험칙과 사회통념에 따라 합리적인 추론을 통하여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 이때 업무와 질병 사이의 인과관계는 사회 평균인이 아니라 질병이 생긴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4. 4. 9. 선고 2003두12530 판결, 대법원 2008. 5. 15. 선고 2008두3821 판결 등 참조). 또한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이 업무수행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더라도 적어도 업무상의 과로나 스트레스가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에 겹쳐서 질병을 유발 또는 악화시켰다면 그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대법원 2007. 4. 12. 선고 2006두4912 판결 등 참조).
앞서 본 인정사실 및 앞서 거시한 증거와 갑 제3, 8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을 제2호증의 각 기재, 이 법원의 F병원장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촉탁 결과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거나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을 종합하여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제련소에서 필터프레스 관리 등 업무를 수행하면서 지속적으로 노출된 포름알데히드 등 유해물질이 원고의 체질 등 다른 요인과 함께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이 사건 상병을 발병하게 하였거나 적어도 그 발병을 촉진 내지 자연경과 이상으로 악화시킨 원인이 되었다고 추단할 수 있다. 따라서 원고의 업무와 이 사건 상병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함이 상당함에도 이와 다른 전제에서 이루어진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작업환경 평가 결과 필터프레스 분해 작업 공간과 근로자 대기 공간의 모든 시료에서 포름알데히드, 황화수소, 아황산가스 노출이 확인되었다. 그 중 포름알데히드는 백혈병 발병과의 관련성이 의학적으로 확인된 물질이고,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 [별표3]에서도 ‘포름알데히드에 노출되어 발생한 백혈병’을 업무상 질병으로 명시하고 있다.
다만,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은 측정값이 화학물질 및 물리적 인자의 노출기준(고용노동부 고시 제2020-48호, 이하 ’이 사건 노출기준 고시‘라고 한다)상의 노출기준과 대비하여 측정값이 매우 낮게 나왔다는 이유로 원고가 포름알데히드 등에 노출된 수준이 미미하다고 평가하였다. 그러나 유해인자에 대한 감수성은 개인에 따라 차이가 있고, 노출기준 이하의 작업환경에서도 직업성 질병에 이환되는 경우가 있으므로 노출기준은 직업병 진단에 사용하거나 노출기준 이하의 작업환경이라는 이유만으로 직업성 질병의 이환을 부정하는 근거 또는 반증 자료로 사용하여서는 안 되고(이 사건 노출기준 고시 제3조 제3항), 측정된 구체적 수치의 크기와 그로 인한 질병의 이환 여부보다는 사업장이 유해 요인에 노출되어 있는지와 그 노출 유해 요인은 무엇이고, 이에 대한 관리는 되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기준으로서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는 점,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작업환경 평가는 원고가 제련소에서 해당 업무를 한 때로부터 수년이 지난 2021. 2.경 한 차례 실시하였을 뿐이고, 이는 원고가 근무하던 시기인 2009년부터 2016년까지의 작업환경이나 정전, 설비 고장, 그 밖의 사고 등 비정상적인 상황에서의 작업환경을 나타낼 수 없으며, 유해물질의 문제점에 관한 인식이 점차 높아지고 작업환경의 관리가 강화되어 온 사정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근무한 수년 전의 작업환경은 더 열악하였을 것으로 보이는 점, 특히 이 사건 사업장은 아래 라)항에서 보는 바와 같이 2014년경 국소배기장치가 적정한 풍속 기준에 미달하는 등 근로자에 대한 보건관리와 안전조치가 미흡하여 고용노동부로부터 심각하게 지적을 받았으므로 원고가 근무하던 시기에는 유해물질 관리가 잘 되지 않았다가 그 이후 보건관리와 안전조치가 전반적으로 크게 시정되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일정한 시기에 각 공정, 작업장소별로 일회성으로 측정하는 방식은 실제 작업환경의 측정결과로서 한계가 있고, 유해인자 노출기준은 해당 유해인자가 단독으로 존재하는 경우를 전제로 하는데 여러 유해인자에 복합적으로 노출되거나 장시간 근무하는 경우 등 작업환경의 유해요소까지 복합적․누적적으로 작용하는 경우에는 유해성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은 점, 작업을 할 당시의 상황에 따라 순간적으로 높은 농도의 화학물질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개인적․체질적 소인에 따라 노출 수준 이하라고 하더라도 지속적으로 노출될 경우 건강상 장애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볼 때, 그 측정값만으로 원고가 업무수행 중 포름알데히드 등에 노출된 수준이 미미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이 사건 사업장에 대한 작업환경측정보고서에 따르면, 원고가 업무를 수행하던 중 노출된 화학물질 중 발암물질은 다음과 같은바, 비록 현재까지 백혈병과 직접적인 관련성이 의학적으로 확인된 물질은 이 중 ‘포름알데히드’뿐이지만, 나머지 발암물질들이 대표적인 악성 혈액암인 이 사건 상병의 발병 또는 악화와 무관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고용노동부는 원고가 C제련소에 근무 중이었던 2014. 10.경 해당 사업장에 대하여 산업안전보건 특별감독을 실시한 적이 있는데, 그 결과 327건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항이 적발되었고, 그 중 위반정도가 중한 142건에 대하여는 사법처리와 약 1억 5,000만 원의 과태료 처분이 되기도 하였으며, 개선이 필요한 268건에 대하여는 시정조치 등이 병행되었다. 특별감독 당시 하청업체에 대하여 작업환경을 측정한 결과, 발암성 물질인 카드뮴을 생산하는 용해로 주조 공정에서 카드뮴이 작업환경 노출기준을 최고 252% 초과하고, 아연 생산 중간 공정에서 황산이 작업환경 노출기준을 146.5%나 초과하는 것으로 밝혀지기도 하였으며, 카드뮴 등 유해물질을 배출하기 위하여 설치한 국소배기장치가 적정한 풍속 기준에 미달하는 등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에 대한 보건관리와 안전조치가 미흡하여 감독 현장에서 작업중지 명령이 시행되기도 하였다. 이와 같이 원고가 근무하였던 이 사건 사업장은 유해물질 노출 관리가 잘 되지 않아 심각하게 지적을 받았던 사업장이었고(관련 기사에 따르면, B회사 C제련소의 대기오염물질 배출시설에 대한 측정값을 상습적으로 조작해 온 범죄사실로 임원진과 대기오염물질 측정 대행업체 대표에게 실형이 선고되기도 하였다), 원고가 근무한 기간은 위와 같이 특별감사에서 보건관리와 작업환경 관리가 안 된다고 지적된 기간과 겹치는바, 이러한 사정 또한 원고가 포름알데히드 등 발암물질에 노출된 수준이 낮았다고 쉽사리 평가할 수 없는 하나의 정황이 된다.
원고는 이 사건 상병이 발병하기 직전까지 야간근무가 포함된 3조 3교대 형식으로 1일 8시간, 1주 평균 7일(56시간)을 휴일 없이 근무하였는바, 60대인 원고가 과로를 하였다는 사실을 어렵지 않게 인정할 수 있다. 교대근무와 과로를 하는 경우 취침시간의 불규칙, 수면 부족, 생활 리듬 및 생체리듬의 혼란으로 피로와 스트레스를 유발하여, 그 자체로 질병을 촉발하거나 또는 누적된 피로와 스트레스가 신체의 면역력을 저하해 질병의 발병․악화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은 널리 알려져 있는바, 원고의 위와 같은 업무형태와 업무량이 이 사건 상병을 유발하는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다고 볼 만한 근거는 없다 하더라도, 앞서 본 포름알데히드, 각종 발암물질 등 업무상 유해요인들과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원고의 면역력에 악영향을 미침으로써 이 사건 상병의 발병이나 진행을 촉진하는 원인의 하나로는 작용하였을 것으로 추단할 수 있다.
원고는 이 사건 사업장에서 근무하기 전에 건강에 별다른 이상이 없었던 것으로 보이고, 백혈병과 관련된 유전적 소인, 병력이나 가족력이 전혀 없는데, 이 사건 사업장에서 약 6년 7개월 동안 1일 8시간, 1주 평균 7일을 휴일 없이 근무한 이후 이 사건 상병이 발병하였다. 이 법원 감정의는 ‘이 사건 상병의 원인이 아직까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원인으로 의심되는 요인 중에는 유전적 소인, 흡연, 방사선 노출, 항암제 등이 있다’는 의견을 밝혔는데, 원고가 이 사건 사업장에서의 업무 외에 달리 이 사건 상병의 발병에 영향을 미치는 위험요인에 노출된 것으로 볼 만한 자료를 찾을 수 없다.
한편 이 법원 감정의는 국제암연구소(IARC)에서 백혈병의 위험요인 중 직업적으로 노출될 수 있는 요인을 벤젠, 포름알데히드, 토륨, x-선 및 감마선이라고 제시한 것을 근거로, 원고가 노출된 유해물질 중 포름알데히드를 제외한 나머지 물질은 백혈병의 발병이나 악화와는 관련이 없고, 포름알데히드의 노출량은 미미한 수준이라며 피고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의 심의 결과에 동의한다는 의학적 소견을 밝혔으나, 위와 같은 이 법원 감정의의 의학적 소견이나 피고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의 심의 결과는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작업환경 측정 결과가 원고의 작업환경을 그대로 반영하였을 것이라는 잘못된 전제에서 이 사건 상병이 원고의 업무와 관련이 있다는 의학적․자연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의견일 뿐이므로, 앞서 본 여러 사정들을 종합하여 경험칙과 사회통념에 따라 법적·규범적 관점에서 이 사건 상병과 원고의 업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는 데 방해가 되지 않는다.
결 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한다.
판사 손혜정
각주1) 찌꺼기 원료를 하차하는 장소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