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판결

서울행정법원 2022. 4. 22. 선고 2021구합72215 판결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을 포함하여 모두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재심판정의 경위

가.

원고는 1971. 6. 3. 설립되어 상시 약 700명의 근로자를 사용하여 의약품 도매업, 의료용구 판매업 등을 영위하는 법인이다. 피고보조참가인(이하 '참가인'이라 한다)은 2020. 8. 10. 원고에 입사하였고, 같은 해 9. 18.부터 원고 강남지점의 배송기사로 근무하였다.

나.

원고는 2020. 11. 9. 참가인에게 다음과 같은 내용의 '본채용 거부 통보서'를 전달하였다(이하 '이 사건 통보'라 한다).

다.

참가인은 2020. 12. 21.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참가인은 수습기간이 없는 정규직 근로자이고, 이 사건 통보는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구제신청을 하였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2021. 2. 22. '참가인은 원고와 시용근로관계가 아닌 정식채용관계에 있는 정규직 근로자이고 이 사건 통보는 해고사유가 인정되지 않는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참가인의 구제신청을 인용하면서, 원고에 대하여 '판정서 송달일로부터 30일 이내에 참가인을 원직에 복직시키고 해고기간 동안의 임금 상당액을 지급하라'고 판정하였다(D, 이하 '이 사건 초심판정'이라 한다).

라.

원고는 이 사건 초심판정에 불복하여 2021. 4. 1.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신청을 하였으나, 중앙노동위원회는 같은 해 6. 11. '참가인은 수습기간이 있는 정규직 근로자로서 이 사건 통보 당시 시용근로자에 해당하였고, 원고가 참가인에 대한 본채용을 거부하는 이 사건 통보를 한 것에 합리적인 이유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원고의 재심신청을 기각하였다(C, 이하 '이 사건 재심판정'이라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3호증, 을가 제9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재심판정의 적법 여부

가.

원고 주장의 요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이 사건 재심판정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1)

원고와 참가인 사이의 근로계약은 2020. 12. 31. 종료되었으므로 이 사건 초심판정 및 재심판정 당시 이미 참가인의 원직복직이 불가능하였다. 그럼에도 피고는 참가인의 원직복직 신청을 인용한 이 사건 초심판정을 취소하지 않았다.

2)

참가인은 원고에게 추간판탈출증의 기왕 병력을 알리지 않음으로써 원고를 기망하였고, 원고는 참가인에게 위와 같은 병력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신뢰하여 참가인과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다. 이에 원고는 원고 취업규칙 제9조에 근거하여 참가인과의 근로계약을 취소하고 이 사건 통보로써 취소의 의사표시를 참가인에게 전달하였으므로, 참가인과 원고 사이의 근로계약은 소급적으로 효력을 상실하였다. 따라서 이 사건 통보는 해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3)

설령 근로계약의 효력이 유지된다고 보더라도, 참가인이 추간판탈출증의 기왕 병력을 원고에게 알리지 않은 점, 참가인의 건강 악화 및 원고 부회장과의 불편한 관계, 업무 중 접촉사고 발생 등의 사정들을 고려하면 참가인에 대한 본채용을 거부할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

나.

관계 법령 등

별지 기재와 같다.

다.

인정사실

1)

참가인은 2020. 8. 10. 다음과 같은 채용공고를 통해 원고에 입사하였고, 원고의 부회장인 E의 수행기사 업무를 담당하였다.

2)

참가인은 원고에게 2020. 8. 14.자 채용신체검사서를 제출하였는데, 위 검사서의 '과거병력'란에는 해당사항이 없다는 의미로 보이는 '*' 표시만 기재되어 있다.

3)

원고와 참가인은 2020. 9. 15.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근로계약 체결일을 2020. 8. 10.로 하는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였다(이하 '이 사건 근로계약서'라 하고, 그에 따른 계약을 '이 사건 근로계약'이라 한다).

참가인은 이 사건 근로계약서 작성 당시 원고의 과장 F와 다음과 같은 내용의 대화를 하였다. 한편, 원고는 2020. 9. 18.부터 참가인의 업무를 원고의 강남지점 배송기사로 근무하는 것으로 전환하였다.

4)

참가인은 2020. 10. 26. 의약품 하역작업 중 허리를 다쳤고, 같은 해 11. 1. 원고 강남지점의 지점장에게 "허리도 아프고 다리는 마비증상이 왔다. 병원을 예약했고, 출근은 힘들 것 같다. 아마도 디스크가 또 터진 것 같다"는 내용의, 같은 달 2일 "디스크 파열로 수술해야 한다. 병원에 입원했다"는 내용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각 전송하였다. 참가인은 2020. 11. 2. '신경뿌리병증을 동반한 요추 및 기타 추간판장애'를 진단받고 병원에 입원하여, 같은 달 4일 '미세현미경하 디스크 제거술'을 받은 후 같은 달 7일 퇴원하였다.

5)

원고는 2020. 11. 9. 참가인에게 다음과 같은 내용의 합의서 작성을 요청하였는데, 참가인은 이를 거절하였다.

6)

참가인은 재해발생일을 이 사건 부상이 있었던 2020. 10. 26.로, 신청 상병을 '요추 4, 5번 추간판탈출증 우측(이하 '제1상병'이라 한다)' 및 '요추의 염좌 및 긴장(이하 '제2상병'이라 한다)'으로 하여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른 요양급여를 신청하였다. 근로복지공단은 2021. 4. 16. 제1상병은 '신체 부담업무에 노출된 기간이 약 4개월로 짧고 상병 부위에 대한 과거 수술 기왕력이 확인된다'는 이유로 업무관련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았으나, 제2상병은 '수행 업무 내용에서 반복적인 중량물 작업 및 요추부 굴곡 등이 확인되어 업무와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는 이유로 업무상 질병으로 승인하여, 요양기간을 2020. 11. 2.부터 같은 해 12. 5.까지(입원 6일, 통원 28일)로 하는 요양급여 일부승인 처분을 하였다.

7)

참가인은 2012. 5. 21. '미세 현미경적 후궁 절제술 및 추간판절제술'의 수술을 받고 9일간 입원치료를 받은 기왕 병력(이하 '8년 전 병력'이라 한다)이 있다. 한편 의사 G은 2022. 3. 9. 참가인에게 "참가인은 2020. 10. 26. 수상 후 요통 및 우측 하지통증으로 내원하여 '신경뿌리병증을 동반한 요추 및 기타 추간판장애' 진단 하에 2020. 11. 4. 미세현미경하 디스크 제거술 시행 후 경과 관찰 중인 환자로, 현재 일상생활 및 업무가 가능할 것으로 사료됨"이라는 내용의 소견서를 발급하였다.

8)

이 사건 재심판정의 심문회의에서 원고의 대리인은 이 사건 근로계약서에 기재된 '계약기간'의 의미 및 이 사건 통보서에 기재된 '의사소견서상 채용된 업무에 부적합하다'는 부분의 의미와 관련하여 다음과 같이 진술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4 내지 7호증, 을가 제1, 3 내지 8, 11호증, 을나 제 1 내지 3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라.

판단

1)

이 사건 근로계약에 따른 참가인의 지위에 관한 판단

가)

관련 법리

처분문서는 그 성립의 진정함이 인정되는 이상 법원은 그 기재 내용을 부인할 만한 분명하고도 수긍할 수 있는 반증이 없는 한 그 처분문서에 기재되어 있는 문언대로의 의사표시의 존재와 내용을 인정하여야 하는 것이고, 객관적인 의미가 명확한 처분문서의 문언과 배치되는 사실을 인정할 특별한 사정에 대한 증명책임은 이를 주장하는 측에 있다(대법원 2007. 1. 12. 선고 2006다61574 판결, 대법원 2015. 9. 10. 선고 2015다31308 판결 등 참조).

근로자와 사용자가 근로계약을 체결하면서 기간을 정한 근로계약서를 작성한 경우라 하더라도, 그 계약서의 내용과 근로계약이 이루어지게 된 동기 및 경위, 기간을 정한 목적과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 근무기간의 장단 및 갱신 횟수, 동종의 근로계약 체결방식에 관한 관행 그리고 근로자보호법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그 기간의 정함이 단지 형식에 불과하다는 사정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계약서의 문언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맺었다고 볼 것이다(대법원 1994. 1. 11. 선고 93다17843 판결, 대법원 2007. 9. 7. 선고 2005두16901 판결 등 참조).

나)

시용기간 중인 근로자 해당 여부

이 사건 근로계약서 제7조 제1항에 '근로계약 체결일로부터 3개월간은 수습기간으로 한다'고 기재된 사실은 앞서 본 것과 같고, 원고 취업규칙 제9조 제1항은 '신규로 채용된 자는 사원으로서의 적격여부를 시험하거나 더욱 나은 자질을 갖추게 하기 위하여 최초로 근무를 개시한 날부터 3개월간 수습기간을 둘 수 있다'고 규정하였다. 이에 관해 참가인은 노동위원회 단계에서 ① 원고의 채용공고에 수습기간에 관한 내용이 없었던 점, ② 이 사건 근로계약 체결 당시 원고의 과장 F가 원고에게 "수습기간이 있긴 한데 그에 대해 불이익을 주는 것은 전혀 없고, 상여금만 조금 차이가 있을 뿐이다. 사고를 치지 않는 이상···"이라고 말한 점 등을 들어, 참가인이 수습기간이 없는 정규직 근로자로 채용되었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채용공고는 청약의 유인으로서의 성질을 가지는 데 불과하여 채용공고에 기재되지 않은 사항이라고 하여 근로계약의 내용에 포함될 수 없는 것은 아니고, F가 원고에게 한 말은 '이 사건 근로계약에는 수습기간의 정함이 있으나, 수습기간 중 상여금 미지급 등의 불이익만 있을 뿐이다'라는 취지로 보일 뿐, 수습기간이 실질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보기 어렵다. 따라서 참가인이 들고 있는 위와 같은 사유만으로는 객관적인 의미가 명확한 위 수습기간을 정한 문언이 단지 형식에 불과하다거나 위 수습기간의 정함을 배제하는 별도의 약정이 있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근로계약서의 문언대로 참가인에 대한 시용기간은 2020. 8. 10.부터 같은 해 11. 9.까지이므로, 이 사건 통보가 있었던 2020. 11. 9. 참가인은 시용기간 중에 있는 근로자에 해당한다.

다)

기간제 근로자 해당 여부

이 사건 근로계약서에 '계약기간: 본 계약은 2020. 8. 10.부터 2020. 12. 31.까지로 한다(제2조)'고 기재된 사실은 앞서 본 것과 같다. 그러나 앞서 든 증거 및 인정한 사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근로계약서에 기재된 위 '계약기간'은 근로계약의 존속기간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기 어렵고, 이 사건 근로계약은 그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이라고 봄이 타당하다.

(1)

이 사건 재심판정의 심문 절차에서 원고의 대리인이 이 사건 근로계약서에 기재된 계약기간에 관하여 '원고 관행상 매년 연봉계약을 하고 있고, 연봉계약에 이 사건 근로계약서와 동일한 양식을 사용한다. 원고가 참가인을 수습기간이 있는 정규직으로 채용한 것이 맞다'는 취지로 진술한 사실은 앞서 본 것과 같고, 위 진술이 거짓이거나 명백한 착오에 의한 것이라고 볼 만한 사정은 나타나지 않는다. 위와 같은 원고 측의 진술에 의하면, 이 사건 근로계약서에 기재된 '계약기간'은 해당 연도의 연봉 적용기간에 해당한다고 보이고, 원고는 해마다 소속 근로자들과 사이에서 이 사건 근로계약서와 같은 형태의 계약서로 당해의 연봉계약을 체결해온 것으로 보인다.

(2)

원고가 2020. 11. 9. 참가인에게 수습기간을 2개월 연장하는 내용의 합의서 작성을 요청한 사실은 앞서 본 것과 같다. 원고의 주장대로 이 사건 근로계약이 2020. 12. 31. 그 계약기간의 만료를 앞두고 있었다면, 원고가 참가인의 건강상태 등을 우려하여 향후 본채용 거부를 고려하면서도 위와 같이 참가인에게 계약만료 이후인 2021. 1. 9.까지 수습기간을 연장할 것을 제안한 이유를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3)

이 사건 근로계약서에는 위 계약기간 기재 외에 '근로자가 1년 이상 근속하였을 때 퇴직금이 발생한다(제6조 제4항)', '근로자와 사용자는 근로계약 체결일로부터 3개월간은 수습기간으로 한다(제7조 제1항)'는 내용도 함께 기재되어 있다. 따라서 위 계약기간 기재를 이 사건 근로계약의 존속기간으로 해석할 경우, 위 퇴직금 조항은 무용한 내용이 되고, 참가인이 3개월의 수습기간을 마친 후 원고의 정직원으로 근무할 수 있는 기간은 2개월이 채 되지 않게 된다. 이는 근로자의 입장에서 비합리적이고 불안정한 근로조건에 해당하는데, 참가인이 이를 감수하고서라도 이 사건 근로계약을 체결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존재한다고 보이지는 않는다.

(4)

을가 제10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원고는 참가인 외에 I 등 다른 직원들과 사이에서도 이 사건 근로계약서와 마찬가지로 계약기간, 퇴직금, 수습기간 조항 등이 포함된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였고, 각 계약서 제2조의 계약기간은 각 근로계약서가 작성된 해의 12. 31.까지로 기재되어 있다. 만일 위 계약기간을 각 근로계약의 존속기간으로 보게 되면, 2020. 12. 14. 원고의 임원기사로 채용된 I의 경우에는 같은 달 31일까지 약 18일의 매우 짧은 기간 동안 원고에 근무하기로 정하면서도 3개월의 수습기간을 둔 것이 되는데, 이와 같은 고용형태는 매우 이례적이어서 그 필요성을 납득하기 어렵다. 따라서 이 사건 근로계약서를 포함하여 원고가 소속 근로자들과 사이에 작성한 을가 제1호증의 각 근로계약서에 기재된 '계약기간'은 당해의 연봉이 적용되는 기간을 의미한다고 해석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라)

소결론

(1)

참가인은 원고와 사이에 기간의 정함이 없는 이 사건 근로계약을 체결하였고, 이 사건 통보 당시 수습기간 중인 근로자의 지위에 있었다.

(2)

원고는 '근로계약기간의 만료로 참가인의 원직복직이 불가능하므로 원직복직을 구제명령의 내용으로 하는 이 사건 재심판정은 위법하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위 주장은 원고와 참가인 사이의 근로계약이 2020. 12. 31. 종료되었음을 전제로 한 것이어서 이유 없다. 이 부분 원고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2)

근로계약의 취소 주장에 관한 판단

가)

관련 법리

근로계약의 종료사유는 근로자의 의사나 동의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퇴직, 근로자의 의사에 반하여 사용자의 일방적 의사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해고, 근로자나 사용자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이루어지는 자동소멸 등으로 나눌 수 있고, 그 중 해고란실제 사업장에서 불리는 명칭이나 절차에 관계없이 근로자의 의사에 반하여 사용자의 일방적 의사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모든 근로계약관계의 종료를 의미한다(대법원 2011. 3. 24. 선고 2010다92148 판결 등 참조).

근로계약은 근로자가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고 사용자는 이에 대하여 임금을 지급하는 것을 목적으로 체결된 계약으로서(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4호) 기본적으로 그 법적 성질이 사법상 계약이므로 계약 체결에 관한 당사자들의 의사표시에 무효 또는 취소의 사유가 있으면 상대방은 이를 이유로 근로계약의 무효 또는 취소를 주장하여 그에 따른 법률효과의 발생을 부정하거나 소멸시킬 수 있다. 다만 그와 같이 근로계약의 무효 또는 취소를 주장할 수 있다 하더라도 근로계약에 따라 그동안 행하여진 근로자의 노무 제공의 효과를 소급하여 부정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으므로 이미 제공된 근로자의 노무를 기초로 형성된 취소 이전의 법률관계까지 효력을 잃는다고 보아서는 아니 되고, 취소의 의사표시 이후 장래에 관하여만 근로계약의 효력이 소멸된다(대법원 2017. 12. 22. 선고 2013다25194, 25200 판결 등 참조). 한편, 근로계약관계에 민법상 착오 또는 사기 등을 이유로 한 계약 취소의 법리를 획일적으로 적용하는 경우 보호되어야 할 근로자의 지위가 취약해질 우려가 있으므로, 근로관계의 특성 등을 고려하여 취소의 요건을 엄격히 해석하는 등 사용자의 취소권 행사를 적절히 제한할 필요가 있다.

나)

구체적 판단

앞서 든 증거 및 인정한 사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이 사건 통보는 참가인의 기망행위를 이유로 이 사건 근로계약을 취소하는 의사표시로 보기 어렵고, 더 나아가 원고가 들고 있는 사유만으로는 참가인이 8년 전 병력과 관련하여 원고를 기망하였다거나 그로 인해 원고가 중요한 내용에 착오를 일으켜 이 사건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며,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1)

이 사건 통보가 그 표제를 '본채용거부 통보서'로 하여 "2020. 11. 9.자로 본채용이 거부되었음을 통보한다"는 내용인 사실은 앞서 본 것과 같다. 원고는 이 사건 통보에 '수습기간 중에는 본인에 대한 신원조사와 근무상황 및 건강상태를 심사하며 사원으로서 부적격자로 인정될 경우에는 언제든지 채용을 취소할 수 있다'는 원고 취업규칙 제9조 제2항이 기재된 점을 이 부분 주장의 근거로 들고 있으나, 위 취업규칙과 함께 기재된 '본채용 거부의 이유' 부분에는 '위 취업규칙 조항과 관련된 사유로 참가인을 본채용하지 않기로 결정하였다'고 기재되어 있다. 따라서 이 사건 통보에 기재된 문언은 원고가 수습기간 중인 근로자에 해당하는 참가인에게 본 근로계약 체결을 거부하는 의사를 표시한 것임이 명백하고, 원고의 주장대로 이를 사기 또는 착오 등을 이유로 한 근로계약 취소의 의사표시로 보기는 어렵다. 법률행위의 취소는 그 취소의 의사가 상대방이 인식할 수 있는 방법으로 명확히 표시되어야 하는바, 원고가 이 사건 통보 외에 참가인에게 참가인의 기망 등을 이유로 이 사건 근로계약을 취소한다는 통지를 하였다고 볼 만한 증거는 없다.

(2)

갑 제6호증, 을나 제1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참가인이 2012. 5. 21.경 '추간판탈출증 제4, 5번 요추간'을 병명으로 하여 추간판절제술 등의 치료를 받은 사실, 원고에게 제출된 참가인에 대한 채용신체검사서의 '과거병력'란에 위 병력이 기재되지 않은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이는 이 사건 근로계약을 체결하기 약 8년 전의 사유로서 상당한 시간이 경과하였고, 참가인이 위 수술에 따른 치료기간 이후로도 지속적으로 추간판탈출증과 관련한 병원 치료를 받아왔다거나 후유증·만성통증 등으로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볼 만한 증거는 없다. 또한 참가인은 당초 원고에 임원의 수행기사로 채용되었고 이 사건 근로계약서에 기재된 참가인의 담당업무는 '임원기사'이다. 따라서 참가인으로서는 원고에 입사할 당시 운전 업무 외에 무거운 중량물을 지속적으로 운반·취급하는 등으로 8년 전 병력을 염려할 만한 근로에 종사할 가능성을 예상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원고의 사업 내용, 이 사건 근로계약의 내용 등에 비추어 참가인이 원고에 채용되기 위해 8년 전 병력을 숨길 유인이 컸다고도 보이지 않는다.

(3)

참가인의 채용신체검사서는 그 형식이나 내용을 살펴볼 때 일반적인 채용 절차에서 의례적으로 제출되는 종류로 보이고, 원고의 사업이나 소속 근로자들의 업무 특성을 고려하여 대상자의 건강상태를 구체적으로 확인하도록 하였다거나 과거병력을 수년 전까지 거슬러 모두 기재하도록 안내되었다고 볼 만한 정황은 찾아볼 수 없다. 이러한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참가인으로서는 채용 과정에서 형식적으로 제출하는 채용신체검사서에 8년 전 병력까지 기재하는 것이 불필요하다고 여겼을 수 있고, 원고가 이 사건 근로계약 체결 당시 또는 2020. 9. 18.부터 참가인의 업무를 배송기사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참가인의 건강상태를 구체적으로 물어 확인하였다거나, 원고 소속의 다른 근로자들이 통상적으로 과거병력 등을 모두 기재한 채용신체검사서를 제출하여 왔다고 볼 만한 사정은 발견되지 않는다. 따라서 참가인이 8년 전 병력을 숨길 의도에서 고의로 이를 채용신체검사서에 기재하지 않음으로써 원고를 기망하였다고 인정하기는 어렵다.

(4)

원고는 참가인의 8년 전 병력을 알았더라면 이 사건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위 병력은 상당한 시간이 경과한 과거의 병력인 점, 원고가 참가인에 대한 면접 등 채용 과정에서 건강상의 사유를 채용요건으로 언급한 사실은 없는 것으로 보이고 참가인이 병력을 기재하지 않은 것이 채용에 중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볼 근거가 없는 점, 하역작업 중 이 사건 부상을 입기 전까지 참가인이 정상적으로 임원 수행기사, 의약품 배송기사 업무를 수행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위 8년 전 병력을 일반거래의 경험칙상 상대방이 그 사실을 알았더라면 근로계약의 체결과 같은 법률행위를 하지 않았을 것이 명백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3)

본채용 거부의 정당성 여부에 관한 판단

가)

근로자의 직업적 능력, 자질, 인품, 성실성 등 업무적격성을 관찰·판단하고 평가하려는 시용제도의 취지·목적에 비추어 볼 때, 사용자가 시용기간 중에 있는 근로자를 해고하거나 시용기간 만료 시 본 근로계약 체결을 거부하는 것은 일반적인 해고보다 넓게 인정될 수 있으나, 그 경우에도 객관적으로 합리적인 이유가 존재하여 사회통념상 상당성이 있어야 한다. 또한 근로기준법 제27조 규정의 내용과 취지, 시용기간 만료 시 본 근로계약 체결 거부의 정당성 요건 등을 종합하면, 시용근로관계에서 사용자가 본 근로계약 체결을 거부하는 경우에는 근로자에게 거부사유를 파악하여 대처할 수 있도록 구체적·실질적인 거부사유를 서면으로 통지하여야 한다(대법원 2006. 2. 24. 선고 2002다62432 판결, 대법원 2015. 11. 27. 선고 2015두48136 판결 등 참조).

나)

앞서 든 증거 및 인정한 사실에 의하면 원고가 본채용 거부사유로 삼아 이 사건 통보로써 서면 통지한 사항은 ① 참가인의 8년 전 병력을 원고에 알리지 않고 입사하여 업무의 지장을 초래한 점, ② 원고가 참가인이 채용된 업무에 부적합하다고 판단하였다는 점으로 특정된다(이하 위 각 순번에 따라 '제○거부사유'라 하고, 통틀어 '이 사건 각 거부사유'라 한다). 원고는 이 사건 각 거부사유 외에 참가인이 임원기사로 근무할 당시 원고 부회장과 언쟁한 점, 수습기간을 2개월 연장하는 2020. 11. 9.자 합의서 작성 요청을 거절한 점, 제1, 2상병에 관한 진단서 외에 원고가 요구한 근로 가능 여부를 확인할 만한 의사 소견서를 제출하지 않은 점, 업무 중 차량 접촉사고 등도 참가인에 대한 본채용 거부사유로 주장하나, 이 사건 통보에 위와 같은 사항들이 본채용거부사유로 제시되지 않았음은 문언상 명백하고, 이 사건 통보 외에 위 사유들을 근거로 한 별도의 본채용 거부의사가 참가인에게 통지되었다고 볼 증거는 없다.

다)

앞서 든 증거 및 인정한 사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각 거부사유는 정당성을 갖추지 못하였고, 원고의 참가인에 대한 본채용 거부는 객관적으로 합리적인 이유가 인정되지 않아 사회통념상 상당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1)

참가인이 고의로 8년 전 병력을 알리지 않아 원고를 기망하였다거나, 8년 전병력이 이 사건 근로계약의 체결 여부를 결정할 만한 중대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은 앞서 살펴본 바와 같다. 제1거부사유는 '참가인이 8년 전 병력을 알리지 않고 입사한 것'이 업무 수행에 지장을 주었다는 것이나, 참가인의 8년 전 병력을 알지 못한 것으로 인하여 원고에게 유·무형의 손해가 발생하였다는 등의 사정을 인정할 만한 증거는 없다. 또한 참가인이 2020. 11. 4. 디스크 제거술 및 입원 치료로 업무를 수행할 수 없게 된 데에는 8년 전 병력 외에 업무상 질병으로 승인된 제2상병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다고 보이고, 제2상병에 관하여 34일의 요양기간(입원 6일, 통원 28일)에 관한 요양급여가 승인된 사실은 앞서 본 것과 같다. 이러한 점에서도 제1거부사유는 정당한 본채용 거부사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2)

참가인이 원고 회사 내에서 담당한 업무를 수행하기에 부적합한 상태라는 제2거부사유가 존재한다는 점은 원고가 증명하여야 할 것인데, 참가인이 제1, 2상병을 치료받은 이후로도 근로를 중단하여야 한다거나 담당 업무를 수행할 수 없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고, 오히려 을나 제3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참가인은 2022. 3. 9. '일상생활 및 업무가 가능하다'는 의사 소견서를 발급받았다. 따라서 제2거부사유도 정당한 본채용 거부사유로 인정하기 어렵다.

한편 근로기준법 제23조 제2항은 '사용자는 근로자가 업무상 부상 또는 질병의 요양을 위하여 휴업한 기간과 그 후 30일 동안은 해고하지 못한다'고 규정하여 해고를 제한하고 있고, 업무상 재해를 입은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해고 제한의 필요성은 시용 근로자에 대하여도 동일하게 인정되므로, 시용 근로관계에 있는 근로자가 업무상 부상 등으로 요양이 필요한 휴업 기간 중에는 사용자가 시용 근로자를 해고하거나 본계약 체결을 거부하지 못한다고 봄이 타당하다(대법원 2021. 4. 29. 선고 2018두43958 판결 참조). 2020. 10. 26. 이 사건 부상이 있었던 점, 참가인이 2020. 11. 2. 병원에 입원하여 같은 달 4일 디스크 제거 수술을 받고 같은 달 7일 퇴원한 사실, 제2상병이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어 참가인이 34일의 요양기간(입원 6일, 통원 28일)을 승인받은 사실 등에 비추어 볼 때, 제2상병이 제1상병과 함께 참가인의 요양 필요성을 증가시켰다고 보이므로, 이 사건 통보는 근로자의 노동력 회복을 도모하고 생계를 유지하도록 일정 기간 해고를 절대적으로 제한하는 근로기준법 제23조 제2항에 위반된다고 볼 여지도 있다.

마.

소결론

참가인은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서 이 사건 통보 당시 시용기간 중에 있었고, 이 사건 통보는 참가인과의 본 근로계약 체결을 거부할 합리적인 이유가 인정되지 않아 부당하다. 따라서 이와 같이 판단한 이 사건 재심판정에 원고가 주장하는 위법사유는 인정되지 않는다.

3.

결 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유환우(재판장) 김재경 신은진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