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판결

서울행정법원 2026. 6. 9. 선고 2024구단74833 판결

요양승인처분취소 청구의 소

주문

1.

피고가 2024. 7. 12. B에게 한 요양승인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 중 원고와 피고 사이에 생긴 부분은 피고가 부담하고, 보조참가로 인해 생긴 부분은 피고보조참가인이 부담한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는 한국철도공사의 물류 자회사로서 국유철도사업 중 철도화물연계수송과 관련한 대행사업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주식회사이다. 피고보조참가인(이하 '참가인'이라 한다)은 C지역에서 항만 등 하역업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이 조직한 노동조합이다.

나.

D시설는 당초 E 주식회사 등 6개 하역업체가 참가인 소속 항만근로자들을 통하여 컨테이너 상 · 하차 업무 등을 처리해 오다가, 원고가 2006. 5.경부터 이를 단독으로 운영 · 관리하고 있다.

다.

참가인 소속 조합원인 B(이하 '재해자'라 한다)은 2024. 5. 16. D시설에서 하역작업을 수행하던 중 추락하여 부상을 당했다.

라.

피고는 2024. 7. 12. 위 사고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고, 소속사업장이 원고임을 전제로 재해자에 대한 요양급여를 승인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13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들의 주장 요지

가.

원고

원고는 재해자에 대하여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보험법'이라 한다)상 사업주의 지위에 있지 않으므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나.

피고

1)

원고에게는 이 사건 처분의 효력을 다툴 원고적격이 없다.

2)

재해자는 하역사업주인 원고의 공급요청 및 작업지시와 감독에 따라 사고 현장에서 근로 중 재해를 당하였으므로, 원고가 재해자의 사업주이다.

다.

참가인

재해자의 산재보험법상 사업주는 원고이고, 설령 달리 보더라도 참가인은 재해자가 소속된 노동조합일 뿐 재해자의 사업주가 아니다.

3.

피고의 본안전항변에 관한 판단

가.

행정처분의 직접 상대방이 아닌 제3자라 하더라도 당해 행정처분으로 인하여 법률상 보호되는 이익을 침해당한 경우에는 그 처분의 취소나 무효확인을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하여 그 당부의 판단을 받을 자격이 있고, 여기에서 말하는 법률상 보호되는 이익이란 당해 처분의 근거 법규 및 관련 법규에 의하여 보호되는 개별적 · 직접적 · 구체적 이익이 있는 경우를 말한다(대법원 2007. 12. 27. 선고 2005두9651 판결 참조). 또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의한 보험급여결정에 대해서는 보험가입자인 사업주도 보험료액의 부담 범위에 영향을 받는 자로서 그 적법 여부를 다툴 법률상 정당한 이익이 있고, 이 경우 사업주에게 반드시 보험료액의 결정에 어떠한 변동이 있고 보험료부과처분이 있은 연후라야만 정당한 이익이 있게 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1987. 9. 22. 선고 87누176 판결 등 참조).

나.

고용보험 및 산업재해보상보험의 보험료징수 등에 관한 법률 제15조 제2항, 같은 법 시행령 제15조 제1항 제1호, 제17조 제2항의 규정에 따르면 매년 6월 30일을 기준으로 직전 3년간의 산재보험료에 대한 산재보험급여 금액의 비율에 따라 산재보험료율이 인상될 수 있으므로, 보험가입자인 원고로서는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를 다툴 법률상 정당한 이익이 있다(한편 위 시행령 제17조 제3항 제3호는 '산재보험법제37조 제1항 제2호에 따른 업무상 질병에 대하여 지급이 결정된 보험급여액은 산재보험료에 대한 산재보험급여 금액의 비율을 계산할 때의 보험급여 금액에 합산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피고는 '업무상 사고'에 관하여 이 사건 처분을 한 것이므로, 위 규정과는 직접적 관련이 없다).

다.

한편 이 사건 소의 이익이 없다며 피고가 들고 있는 대법원 2016. 7. 14. 선고 2014두47426 판결의 주된 내용은, 회사가 재해자에 대하여 자신의 근로자가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사업주 변경신청을 하였으나 피고가 거부 통지를 한 사안에서 위 통지는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이 되지 않는다는 것으로, 이 사건과는 사안이 달라 원용하기에 적절하지 않다.

라.

피고의 본안전항변은 받아들일 수 없다.

4.

이 사건 처분이 위법한지

가.

관련 법리

산업재해보상보험에 가입한 사업주는 근로기준법 소정의 근로자 즉, 직업의 종류를 불문하고 자신의 근로의 대상으로 사용자로부터 금품을 받을 것을 목적으로 사용자와의 사이에 실질적인 사용종속관계를 유지하면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는 자에 대한 관계에서만 보험가입자로서의 자격을 가진다(대법원 1997. 6. 27. 선고 96누19581 판결, 대법원 1997. 11. 14. 선고 97누8908 판결, 대법원 2009. 9. 24. 선고 2009두3965 판결 등 참조).

나.

구체적인 판단

앞서 든 증거와, 갑 제3 내지 7호증, 을 제1, 2, 3호증, 을나 제16 내지 19호증의 각 기재 또는 영상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아래의 사실 및 사정을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재해자의 산재보험법상 사업주 지위에 있는 것은 원고가 아닌 참가인이라고 보아야 한다. 이와 다른 전제에서 이루어진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

1)

참가인은 직업안정법 제33조에 따른 근로자공급사업허가를 받아 근로자공급사업을 운영하면서 원고와 같은 하역업체의 요청이 있으면 그때마다 소속 조합원으로 하여금 그 하역업체에 근로를 제공하게 하였다.

2)

참가인 소속 조합원들은 참가인 소속 현장반장의 지시 · 감독 아래 원고의 작업현장에서 노무를 제공하였다(참가인 2026. 1. 13. 자 준비서면 제11쪽 등). 원고는 위 조합원들과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았고, 아래에서 보듯 업무내용을 참가인에게 전달한 것 외에 조합원들에게 구체적인 작업지시나 감독 등을 하지도 않았다.

3)

원고는 참가인 소속 조합원들의 노무제공에 대한 대가를 참가인에게 일괄 지급하고, 참가인이 그 돈에서 일정 비율의 조합비 등을 공제한 다음 나머지를 조합원들에게 나누어 지급해 왔다. 원고는 현재 위 조합원들에 대한 사용주 지위를 부인하면서위 노임을 참가인을 피공탁자로 하여 변제공탁하고 있고, 참가인 본부는 위 돈을 지부에 송금하여 과거와 대체로 같은 방식으로 조합원들에게 지급하고 있다.

4)

참가인은 조합원들의 채용, 보직이동, 승진, 해고 등에 관한 인사권을 가지고 있다. 반면 원고는 참가인 소속 조합원들에게 작업상 과오가 있는 경우 경위서를 전달받기는 하였으나, 원고가 자체적으로 조합원들에 대한 징계권 등 인사권을 가지고 있지는 않고, 위 조합원들에게 적용되는 원고의 취업규칙 등이 있다고 볼 사정도 나타나있지 않다.

5)

한편 원고는 참가인 측에 수행되어야 할 하역작업의 내용을 전달하였고, 참가인 소속 조합원들은 원고의 사업장에서 참가인이 전달받은 업무를 수행하였으며, 그 일의 완성은 결과적으로 원고의 이익으로 귀속되기는 하였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참가인은 원고의 하역업무의 완성을 위하여 조합원들을 통해 노무를 제공하였고, 이는 하청노동의 한 범주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수 있으며,<1> 위와 같은 일의 완성이나 이를 위한 업무내용의 전달 등 업무방식은 원고와 참가인 사이의 계약에 내포된 것이다. 이러한 사정 등만을 두고 곧바로 원고가 참가인 소속 조합원들을 구체적으로 지휘· 감독하는 등 사용종속관계에 있었다고 볼 수 없다.

6)

원고는 소속 직원을 통해 참가인 소속 조합원들에게 안전교육을 실시하였고, 참가인과의 합의서에 따라 위 조합원들을 위한 안전모, 안전조끼 등 안전보호구를 제공하였다. 그러나 산업안전보건법은 사업주가 아닌 사업장을 실질적으로 총괄하여 관리하는 사람에게 안전보건교육에 관한 사항을 관리하도록 규정하고(제15조 등), 일반적으로도 원고는 자신의 사업장에서 노무를 제공하는 참가인 소속 조합원들이 안전하게 작업하도록 할 의무를 가지므로, 조합원들의 안전을 위한 일련의 조치를 하였다는 사정을 두고 곧바로 원고가 위 조합원들의 사업주였다는 징표로 삼을 수는 없다(한편 원고가 제공한 안전조끼에는 원고의 상호가 아닌 'A노동조합'이 표시되어 있다).

7)

참가인 소속 조합원들에 대한 근로소득지급명세서 등 과세자료에는 원고가 소득발생처로 기재되어 있고, 원고는 2008년경 참가인과, 참가인 소속 조합원들에 대한 근로소득세 원천징수 · 신고를 하기로 하는 내용의 합의서를 작성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는 세무상 편의를 위한 것이거나 별개의 합의에 따른 것일 뿐, 원고가 참가인 소속 조합원들에 대하여 실질적으로 사업주의 지위에 있었음을 뒷받침하기 부족하다.

8)

피고는, 원고가 기존에 참가인 소속 조합원들에 대한 보험가입자로서 산업재해가 승인된 사례가 있다고 주장하나(을 제1 내지 3호증), 위 각 사례에서 원고가 제출한 보험가입자 의견서에서 위 조합원들의 사업주임을 인정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을 제3호증의 경우 원고는 '사업주 여부' 란에 '해당 없음'으로 표시하기도 하였다). 나아가 설령 원고가 일부 사례에서 그와 같은 확인을 해 준 적이 있다고 하더라도, 원고가 이 사건에서 재해자에 대한 보험가입자로서의 지위를 부정하는 것이 금반언의 원칙이나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볼 수도 없다(대법원 2009. 9. 10. 선고 2008두2927 판결 참조).

9)

대법원은 과거부터 항운노동조합에 관하여 항만근로자와의 관계에서 사용자로서의 지위를 가질 수 있음을 인정해 왔다(대법원 1987. 2. 10. 선고 86다카1949 판결, 대법원 1996. 3. 8. 선고 94누15639 판결, 참가인에 관한 위 대법원 2008두2927 판결, 위 대법원 2009두3965 판결 등). 노동조합인 참가인에 대하여 산재보험법상 사용자 지위를 인정하는 것은 항운하역근로의 노무공급 체제의 특성에서 기인한 것으로,<2> 피고의 주장 취지와 같이 이와 같은 이중적 지위가 논리적으로 모순된다거나 허용되지 않는다고 단정할 수 없다.

10)

참가인은, 과거 D시설를 운영하던 6개 하역업체와 단체협약 등을 체결하여 위 각 하역업체가 참가인 소속 조합원들의 산재보험료를 지급해 왔고, 위 대법원 2008두2927 판결 이후에도 G협회의 다른 회원사들이나 H어시장 소속 주체 등이 참가인과 단체협약을 체결하여 참가인 소속 조합원들의 산재보험료를 지급하고 있으며, 어떤 경우이든 참가인이 소속 조합원들에 대하여 산재보험 가입자가 된 경우는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산재보험법상 사용주의 지위는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법적 · 규범적으로 정해지는 것이다. 참가인의 주장에 따르더라도 원고는 참가인과 위와 같이 산재보험료의 부담을 정하는 내용의 단체협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뿐더러, 참가인과 단체협약등을 체결하여 산재보험료를 부담하기로 한 사업장이 곧바로 해당 근로자들에 대하여 산재보험법상 사용주 지위에 놓이게 되는 것으로 볼 수도 없다.

11)

피고는, 항운노동조합 소속 하역근로자 중 농수산시장과 창고 부문의 경우 산재보험 가입 특례에 따라 산재보험 관리기구가 보험가입자가 되지만, 항만과 철도운송부분의 경우 하역사업주가 의제사용자로서 보험가입자가 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사건과 같은 철도운송 부문의 하역근로의 경우에도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하역사업주가 아닌 노동조합이 근로자에게 구체적인 작업지시 및 감독을 하고 있다면 그 실제 사용종속관계에 따라 산재보험법상의 사업주가 정해져야 한다. 피고 또는 정부부처에서 위와 같은 내부적 기준에 따라 하역근로자에 대한 산재보험법상 보험가입자를 판단해왔다고 하더라도, 이는 법원의 법해석을 기속하지 않는다.

5.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한다.

판사 이주일

1F, 하청노동관계의 법적 구성 : 판례분석을 중심으로, 노동법학 제45호, 한국노동법학회, 2015. 12., 234, 249쪽등 참조.

2항운노동조합은 명칭상 노동조합으로서 하역근로자들의 임금협상 등을 담당하고 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조합원을 고용하여 사업을 하고 있는 특수한 기업형태를 취하여 왔다. 불규칙적이고도 물동량이 변동하는 하역작업의 특성상 하역업체가 상시 필요인원을 전원 고용할 수 없는 현실 하에서 하역근로자의 권익보호를 위한 노동조합이 탄생하게 되었다. 하역업체들은 노동조합을 통하여서만 근로자를 공급받고 노동조합은 조합원이 아니면 하역작업에 종사하지 못하게 하는 클로즈드 샵(closed shop) 조항을 가진 단체협약을 체결함과 아울러 정부로부터 근로자 공급사업을 허가받음으로써 노동조합은 독점적인 노무공급권자로서의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I, 항운노조의 지위와 관련한 법리 연구, 저스티스 통권 제155호, 한국법학원, 2016. 8., 340, 344쪽 등 참조).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