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판결

서울행정법원 2025. 9. 26. 선고 2024구합87096 판결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취소

주문

1.

피고가 2024. 10. 7. 원고와 피고보조참가인 사이의 C B사 부당해고 재심판정에 대한 재처분 사건에 관하여 한 재처분판정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 중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은 피고보조참가인이,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이유

1.

재처분판정의 경위

가.

피고보조참가인(이하 '참가인'이라 한다)은 신라 D왕 재위 시 창건된 사찰로 종교적 수행을 목적으로 하는 법인격 없는 재단이다. 원고는 2020. 7. 1.부터 참가인 공양간에서 조리(공양) 업무를 수행하였다.

나.

원고는 2021. 3. 30. 종무소 관리 보살 E에게 전화하여 '사찰을 떠나겠다'는 취지의 의사를 표시한바 있으나, 2021. 3. 31. 사직을 만류하는 참가인의 총무스님 F과의 면담 후 4일간의 휴가를 부여받아 2021. 4. 5. 점심 공양을 마친 후 휴가를 갔다가 2021. 4. 9. 저녁 공양 시간 이후 복귀하였다.

다.

원고가 'F이 2021. 4. 9. 원고의 늦은 복귀와 위생 문제 등을 제기하며 구두로 해고를 통보하였고 이는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2021. 5. 14. 경북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하였으나, 경북지방노동위원회는 2021. 7. 7. 참가인은 상시 5인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장이 아니어서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 및 제28조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원고의 구제신청을 각하하였다(G).

라.

원고가 초심판정에 불복하여 2021. 8. 12.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하였으나, 중앙노동위원회는 2021. 10. 21. 초심판정과 같은 이유로 원고의 재심신청을 기각하였다(H).

마.

원고는 재심판정에 불복하여 2021. 12. 1. 서울행정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하였고, 위 법원은 2023. 6. 8. '원고를 포함하여 참가인 경내에 상주하는 재가불자들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참가인이 상시 5인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장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단정한 재심판정은 위법하다'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였으며(서울행정법원 2021구합86788), 이에 대하여 피고가 서울고등법원에 항소하였으나 2024. 7. 24. 항소가 기각되어(서울고등법원 2023누48577) 위 판결이 2024. 8. 9. 그대로 확정되었다.

바.

서울중앙노동위원회는 2024. 9. 30. 위 확정 판결의 취지에 따른 재처분을 하기 위한 심문회의를 개최한 후 2024. 10. 7. '참가인은 상시 5인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장에는 해당하나, 참가인의 원고에 대한 해고가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초심판정을 취소하고 원고의 구제신청을 기각하는 재처분판정을 하였다(C, 이하 '이 사건 재처분판정'이라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5호증, 을가 제1 내지 3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관계 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3.

이 사건 재처분판정의 위법 여부

가.

관련 법리

해고란 실제 사업장에서 불리는 명칭이나 절차에 관계없이 근로자의 의사에 반하여 사용자의 일방적 의사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모든 근로계약관계의 종료를 의미한다. 해고는 명시적 또는 묵시적 의사표시에 의해서도 이루어질 수 있으므로, 묵시적 의사표시에 의한 해고가 있는지는 사용자의 노무 수령 거부 경위와 방법, 노무 수령 거부에 대하여 근로자가 보인 태도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용자가 근로관계를 일방적으로 종료할 확정적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대법원 2023. 2. 2. 선고 2022두57695 판결 등 참조).

나.

참가인의 원고에 대한 해고가 존재하는지 여부

앞서 든 증거, 갑 제6 내지 14, 21호증, 을나 제1 내지 4, 6, 8, 10 내지 15호증의 각 기재(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또는 사정을 종합하면, 참가인의 일방적인 의사에 의하여 참가인과 원고 사이의 근로계약관계가 종료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1)

원고는 2021. 1.경 및 2021. 3.경 총무스님으로부터 식자재 관리, 위생 관념 등에 관한 지적을 받았고, 2021. 3. 30. E에게 '사찰을 떠나겠다'는 취지의 의사를 표시한 후 다음날 총무스님과 면담을 하였다. 총무스님은 원고에게 2021. 4. 6.부터 2021. 4. 9.까지 휴가를 주면서 '쉬고 나서 마음을 추스르고 다시 이야기해 보자'는 취지로 원고의 사직을 만류하였다. 원고는 2021. 4. 9. 저녁 공양 시간 전에 복귀하여 저녁 공양을 준비하기로 하였는데, 저녁 공양 시간이 지나서 복귀하였고 이에 총무스님이 원고의늦은 복귀를 나무라게 되었다. 당시 총무스님과 원고 사이의 대화 내용을 정확하게 복기할 수 있는 자료는 없으나, 총무스님이 원고에게 '이렇게 하면 부석사와 인연이 계속될 수 있겠습니까' 혹은 '우리의 인연은 여기까지입니다'라고 말하였고 이에 대하여 원고가 '이러실 거면 전에 왜 붙잡으셨습니까'라고 항의하였다는 사실은 당사자들 사이에 대체로 다툼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원고가 총무스님의 발언에 대하여 '이러실 거면 왜붙잡으셨냐'라고 반응한 것에 대하여, 참가인은 '원고가 늦은 복귀에 대하여 사과도 하지 않고 공양간에서 고무장갑을 착용한 손으로 식재료와 밥을 그대로 만지고 있어 잘못을 지적하였더니 그러한 지적에 대하여 반발한 것이다'라는 취지로 주장하나, 총무스님이 원고에게 해고 통보를 하였고, 이에 대하여 원고가 '지금 해고하실 거면 저번에왜 붙잡으셨냐'라는 취지로 반응한 것이라는 원고 주장이 당시 상황과 원고의 발언 내용에 더 부합한다고 판단된다.

2)

총무스님이 2021. 4. 9. 원고에게 명시적으로 '해고' 통보를 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이고, 참가인과 원고의 인연이 단절될 수 있다는 암시를 주는 말을 하였던 것으로 보이기는 한다. 그러나 총무스님이 간접적이고 은유적인 표현 방식을 사용하였다고 하더라도, 총무스님의 발언이 참가인과 원고 사이의 근로계약관계에 변동을 가져올 수 있는 법률행위에 해당하는 이상 표의자인 총무스님의 내심의 의사와 관계없이 상대방인 원고의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해석되어야 한다. 총무스님이 원고에게 통지한 '절연'은 근로계약관계의 종료를 의미하는 것으로 봄이 타당하고, 단순히 원고의 잘못에 대한 시정을 요구하면서 참가인과 원고 사이의 인연을 강조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3)

원고는 2021. 5.경 대구지방고용노동청 영주지청에 부당해고에 관한 진정을 하였고, 이에 참가인은 2021. 5. 10.경 원고의 진정에 관한 입장문을 대구지방고용노동청영주지청에 제출하였다. 위 입장문은 참가인의 총무스님이 직접 작성하였는데, 2021. 4. 9. 발생한 사건에 관하여 '설거지하는 고무장갑을 끼고 나물도 무치고, 나물 무치던 기름 묻은 고무장갑으로 냉장고문과 식당 내부의 각종 손잡이와 각종 그릇과 주방용품을 끈적거리게 오염시키고 닦아 놓지도 않아서 평소에도 여러 차례 주의를 주었고, 4월 휴가 직전에 최후 약속도 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정이 되지 않으므로 부석사는 절연을 통보하였다'라고 기재되어 있다. 참가인이 사용한 '절연(絶緣)'이라는 용어는 '인연을끊는다'는 의미의 불교용어로서, 당시 총무스님이 원고에게 근로계약관계의 종료를 통보하였던 상황을 불교적으로 풀어 쓴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하여 참가인은, 위 입장문은 원고가 사직의 의사를 표시하고 참가인이 이를 수용하는 과정을 종교적인 의미에서 함축적으로 표현한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하나, '절연을 통보하였다'는 문언과 정반대되는 해석이어서 받아들이기 어렵다. 총무스님은 서울행정법원의 선행 사건에서 2022. 10. 13. 증인으로 출석하여 위 입장문과 관련하여 "고무장갑으로 그렇게 하는데 여태까지 스스로 고치겠다고 한 부분이 시정이 안 되니까 그거를 고치라고 지적했는데 그분이 오늘 가겠다고 하니까 '예, 알겠습니다'라고 한 것이 압축적으로 표현된 것이다"라고 진술하였으나, 위 입장문이 원고에 대한 해고 관련 사건에서 중요 쟁점으로 떠오르자 사후적으로 의미를 축소하는 것으로 보여 그대로 믿기 어렵다. 무엇보다, 위 입장문은 이 사건이 발생하고 불과 1달여 후에 당사자인 총무스님이 직접 참가인의 입장을 대변하면서 작성한 것이라는 점에서 당시의 상황을 가장 잘 표현하였을 것으로 보이는바, 문언의 내용대로 '참가인이 원고에게 절연, 즉 해고를 통보하였다'고 보는 것이 사실에 부합할 개연성이 높다.

4)

참가인은, 원고가 2021. 3. 30.경 이미 사직 의사를 표시한 사실이 있고, 당시총무스님이 원고의 사직을 만류하면서 휴가까지 부여하였는데 휴가에서 복귀한 원고를 당일 바로 해고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에 대하여 원고는, 총무스님은 평소에도 원고의 근무 태도, 위생 관념에 불만이 많았고, 해고 당일 원고가 늦은 복귀를 하였음에도 사과를 하지 않은 채 평소 불만이 있던 위생 문제가 전혀 해결되지 않은 모습을 보이자 그동안 참아왔던 분노가 터지면서 원고에게 해고 통보를 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고, 여기에 앞서 본 2021. 5. 10.자 입장문에 근로관계가 종료되기까지의 상황에 관하여 '원고는 평소 청결과 신선한 음식에 대한 소임을 소홀히 하였고, 본인의 기도를 이유로 소임 시간도 준수하지 않았으며, 여러 차례 권고에도 시정하지 않았다. 이에 더 이상 시정이 안 되면 참가인 사찰에 있을 수 없다고 이야기하자 본인이 먼저소임을 그만두겠다고 통보하였다. 참가인은 평소에도 원고와 절연하려고 하였으나 코로나19 사태로 사람이 새로 드나드는 것에 대한 우려와 원고의 어려운 상황을 고려하여 임시 휴가를 보내주며 한 번 더 시정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고 본인도 시정을 약속하였다. 원고는 임시 휴가를 떠나는 날 설거지도 마무리하지 않았으며, 2021. 4. 9. 오후에 돌아와 저녁식사를 준비해야 됨에도 불구하고 늦는다는 문자를 보내고 아무런 사과도 하지 않았다. 2021. 4. 9. 저녁 공양 마무리 즈음에 도착한 원고는 아무런 사과표명도 없이 숙소에 들어가 한참 본인 방에 머물러 있다가 설거지가 끝날 무렵 주방으로 나와 설거지하는 고무장갑을 끼더니 밥솥에 남아있던 밥을 비닐봉지에 담았다'고 기재되어 있는 점을 더하여 보면, 총무스님과 원고 사이에 평소 원고의 근무 태도에 관하여 갈등이 누적되어 있었고, 이에 휴가 복귀 이후에도 원고의 태도가 시정되지 않은 것에 대한 불만으로 원고를 해고하였을 개연성이 높아 보인다.

5)

원고는 해고 통보를 받은 후 참가인 사찰을 떠나면서 경내를 순찰하는 경비원I, J에게 해고와 관련하여 특별한 불만의 의사표시를 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이고, 다음날인 2021. 4. 10. 동료 불자에게 '세제를 창고 안쪽에 넣어뒀으니 꺼내 써도 된다. 그 동안 감사했다'는 취지의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참가인은 이러한 원고의 태도는 일방적인 해고 통보를 받은 사람의 행동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하나, 총무스님을 제외한 다른 참가인 소속 근로자와 원고의 관계가 어떠하였는지 알 수 있는 자료가 없고, 단순히 동료 불자나 경비원에게 해고에 대한 불만을 표시하지 아니하였다고 하여 해고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추단할 수는 없다.

6)

근로자가 근로관계의 종료원인이 해고라고 주장함에 대하여 사용자가 합의해지에 따라 근로관계가 종료되었다고 주장하는 경우에는 사용자가 근로관계 종료원인이 해고가 아니라는 점을 증명하여야 한다(대법원 2018. 8. 16. 선고 2018두43941 판결및 그 원심인 서울고등법원 2018. 5. 4. 선고 2017누84329 판결 등 참조). 원고의 자발적인 사직의 의사표시 또는 합의해지에 의하여 원고와 참가인 사이의 근로계약관계가 종료하였다고 볼만한 명확한 증거가 없고, 피고와 참가인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근로관계의 종료원인이 해고가 아니라는 점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오히려 앞서 본 근로관계가 종료되기까지의 상황, 근로관계 종료 이후 총무스님이 작성한 입장문의 내용 등을 종합하여 보면, 계속 근로의 의사를 갖고서 임시 휴가에서 복귀한 원고에게 참가인이 근무태도가 시정되지 아니하였음을 이유로 해고를 통보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다.

참가인의 원고에 대한 해고의 위법 여부

참가인은 2021. 4. 9. 원고에게 해고를 통보하면서 해고 사유, 해고 시기 등을 서면으로 통지하지 아니하였으므로(참가인과 피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서면에 의한 해고 통지 사실이 인정되지 않고, 참가인은 해고의 존재 여부에 대해서만 다툴 뿐, 서면에 의한 해고 통지를 하지 아니하였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다투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참가인이 2021. 4. 9. 원고에 대하여 한 해고는 근로기준법 제27조를 위반하여 효력이 없다.

라.

소결론

참가인의 원고에 대한 2021. 4. 9.자 해고가 존재하고, 위 해고는 근로기준법 제27조의 서면통지 의무를 위반하여 효력이 없다. 따라서 이와 달리 참가인의 원고에 대한 해고가 존재하지 아니한다고 단정하여 해고의 위법 여부에 대하여 더 나아가 판단하지 아니한 이 사건 재처분판정은 위법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최수진(재판장) 강상우 이슬아

[별지]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