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판결

서울행정법원 2025. 7. 24. 선고 2025구단52237 판결

주문

1.

피고가 2024. 11. 19. 원고에게 한 장해급여 부지급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는 1994. 9. 30.까지 대한석탄공사 B광업소에서 근무하였고, 2003. 3. 28. 양측 귀 청력장애를 진단받아 장애인복지법에 따라 청각 장애등록을 하였다.

나.

원고는 2019. 3. 28. '양측 감각신경성 청력소실(소음성 난청)'을 진단받고 피고에게 장해급여를 청구하였다.

다.

피고는 2020. 12. 15. 원고의 장해등급을 제7급 제2호(두 귀의 청력이 모두 40센티미터 이상의 거리에서는 보통의 말소리를 알아듣지 못하게 된 사람)로 결정하였고, 장해보상연금 개시일을 청구서상 진단일인 2019. 3. 28.의 다음 달 초일인 2019. 4. 1.로 정하였다.

라.

원고는 2024. 11. 6. 장해연금 개시일을 최초 장애진단을 받았던 시점을 기준으로 하여 2003. 3. 28.의 다음 달 초일인 2003. 4. 1.부터 지급할 것을 청구하였고, 피고는 2024. 11. 19. '장해급여청구서상 진단일인 2019. 3. 28.의 다음 달 초일부터 지급함이 타당하다'는 이유로 부지급결정을 통보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2, 3, 4, 5, 7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관계 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3.

당사자의 주장 요지

가.

피고

원고는 2019. 4. 2.에야 피고에게 장해급여를 청구하였는데, 과거에 발생한 장해급여청구권은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

나.

원고

원고의 장해급여는 지급결정을 받은 2020. 12. 5.에 비로소 구체적 청구권이 발생하고 그 무렵부터 소멸시효가 기산한다고 보아야 한다.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피고는 원고와 같은 경우 2023. 1. 26.부터 장해급여청구권의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겠다는 지침을 마련하였으므로, 이 사건 소에 이르러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

4.

이 사건 처분의 위법 여부에 대한 판단

가.

장해보상연금 지급의 시작점

1)

관련 규정의 내용

구 산업재해보상보험법(2007. 4. 11. 법률 제8373호로 전부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산재보험법'이라 한다)은 근로자가 업무상의 사유로 부상하거나 질병에 걸려 치유 후 신체 등에 장해가 있는 경우, 수급권자(보험급여를 받을 수 있는 자)의 청구에 의하여 장해급여를 지급하되(제38조 제2항, 제42조 제1항), 장해급여를 장해보상연금으로 할지 장해보상일시금으로 할지는 수급권자의 선택에 따른다고 규정하고 있다(제42조 제3항 본문). 구 산재보험법 시행령(2008. 6. 25. 대통령령 제20875호로 전부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에 따르면 연금인 보험급여의 지급은 그 지급사유가 발생한 달의 다음 달의 초일부터 개시되며 그 지급받을 권리가 소멸한 달의 말일에 종료하도록 되어 있다(제40조 제1항).

한편 구 산재보험법 시행규칙(2008. 7. 1. 노동부령 제304호로 전부개정되기 전의 것)에 따르면, '장해'는 부상 또는 질병을 치유하였으나 신체에 영구적으로 남은 정신적 또는 육체적 훼손으로 노동능력이 손실 또는 감소한 상태를 가리키며(제2조 제4호), '치유'는 부상 또는 질병이 완치하거나 부상 또는 질병에 대한 치료의 효과를 더는 기대할 수 없게 되고 그 증상이 고정 상태에 이르게 된 것을 말한다(제2조 제5호).2) 판단

앞서 인정한 사실, 앞서 든 증거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정 등을 종합하면, 원고의 상병은 2003. 3. 28. 그 증상이 고정되어 '치유'의 상태에 있었고 그 시점에서 원고에게 장해보상연금의 지급사유가 발생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피고는 위 지급사유 발생일이 속한 달의 다음 달 첫날인 2003. 4. 1.부터 원고에게 장해보상연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①

장해급여 제도는, 근로자가 업무상의 사유로 부상하거나 질병에 걸렸다가 나은 후에도 잔존하는 신체의 결손이나 기능 감소에 따라 노동능력을 상실한 경우 그로 인한 근로자의 미래소득의 상실분을 보상하여 생계위협을 방지하자는 데 그 취지가 있으므로, 그 증상을 치유하거나 그 증상이 고정 상태에 이른 때부터 이를 지급하는 것이 제도의 취지에 부합한다.

②

장해급여 청구권은 장해급여의 지급사유가 발생함으로써, 즉 근로자에게 치유 후 신체 등에 장해가 남게 되면 발생하는 것이고, 산재보험법에 따른 '청구'는 수급권자가 피고에 대하여 장해급여 지급처분을 요구하는 의사표시로서 강학상 신청에 불과하다. 장해급여 청구 당시 제출한 진단서는 이러한 장해 사실을 증명하기 위한 자료의 하나에 불과하고, 산재보험법령에서는 청구시점이나 그에 첨부한 진단서의 발급 시점을 장해급여 지급사유의 발생시점으로 정하지 않고 있다.

나.

장해급여청구권이 시효로 소멸하였는지

1)

관련 규정 및 법리

구 산재보험법 제96조 제1항은 '이 법에 의한 보험급여를 받을 권리는 3년간 행사하지 아니하면 시효로 인하여 소멸한다.'고 규정하고 있었고, 산재보험법이 2018. 6. 12. 법률 제15665호로 개정되면서 장해급여청구권의 소멸시효는 3년에서 5년으로 연장되었다(현행 산재보험법 제112조 제1항).

채무자의 소멸시효에 기한 항변권의 행사도 우리 민법의 대원칙인 신의성실의 원칙과 권리남용금지의 원칙의 지배를 받으므로, 채무자가 시효완성 전에 채권자의 권리행사나 시효중단을 불가능 또는 현저히 곤란하게 하였거나 그러한 조치가 불필요하다고 믿게 하는 행동을 하였거나, 객관적으로 채권자가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사실상의 장애사유가 있었거나, 일단 시효완성 후에 채무자가 시효를 원용하지 아니할 것 같은 태도를 보여 채권자로 하여금 그와 같이 신뢰하게 하였거나, 채권자를 보호할 필요성이 크고 같은 조건의 그 채권자들 중 일부가 이미 채무의 변제를 수령하는 등 채무이행의 거절을 인정함이 현저히 부당하거나 불공평하게 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채무자가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대법원 2008. 9. 18. 선고 2007두2173 전원합의체판결 등).2) 판단

원고의 장해급여청구권은 2003. 3. 28. 발생하여 원고가 이를 행사할 수 있었는데, 원고는 그로부터 3년이 지났음이 역수상 명백한 2019. 4. 2.에 이르러서야 피고에게 장해급여를 청구하였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고의 장해급여청구권은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 장해급여 지급결정 전 추상적 수급권 단계에서도 소멸시효기간이 적용된다고 보아야 하므로, 장해급여 지급결정일인 2020. 12. 5.경부터 소멸시효가 기산한다는 원고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그러나 앞서 인정한 사실, 앞서 든 증거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정 등을 종합하면, 피고가 2018. 1. 25. 업무처리기준을 변경함으로써 원고가 장해급여청구권을 행사하기 어려운 사정은 비로소 해소되었는데, 피고는 원고와 같은 경우에 대하여 2023. 1. 25.까지는 장해급여청구에 대하여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대외적으로 밝혔으므로, 그 기간 내인 2019. 4. 2. 이루어진 원고의 장해급여청구에 대하여 피고가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권리남용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원고의 주장은 이유 있다.

①

구 산재보험법 시행규칙(2016. 3. 28. 고용노동부령 제15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8조 [별표 5]는 청력의 장해와 관련하여 '직업성 난청의 치유 시기는 해당 근로자가 더 이상 직업성 난청이 유발될 수 있는 장소에서 업무를 하지 않게 되었을 때로 하며, 그 장해에 대한 장해등급의 결정도 치유된 후에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었다. 당시 피고는 해당 규정의 해석에 따라 소음사업장을 떠난 때로부터 3년이 경과한 후에는 장해급여를 청구하여도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고 보아 장해급여를 지급하지 않았다. 그 후 서울고등법원이 2014. 4. 18. 위 시행규칙 규정의 대외적 구속력을 부인하는 판결을 선고하였고(2012누21248호), 대법원은 2014. 9. 4. 그에 대한 상고를 기각하였다(2014두7374호). 그 후 산재보험법 시행규칙이 2016. 3. 28. 고용노동부령 제152호로 개정되어 위 규정은 삭제되었으나, 개정 시행규칙 부칙 제3조가 '직업성 난청으로 이 규칙 시행 전에 영 제25조 제3항 본문에 따른 진단서나 소견서를 발급받은 근로자에 대한 치유 시기는 [별표 5] 제2호가목1)라)의 개정규정에도 불구하고 종전의 규정에 따른다.'라고 규정함에 따라, 2003. 3. 28. 상병에 대한 진단서를 발급받은 원고와 같은 경우에 장해급여청구가 가능할 것인지 여전히 불확실성이 있었고, 원고로서는 피고가 종전 시행규칙 규정을 적용하여 장해급여를 지급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할 만한 이유가 있었다. 일반 국민인 원고가 위 부칙과 종전 시행규칙 규정의 효력을 무시하고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는 것을 기대하기는 사실상 어려웠다고 볼 수 있다.

②

피고는 2018. 1. 25. 자로 업무처리기준을 변경하여 2016. 3. 28. 개정된 산재보험법 시행규칙 시행 이전에 장해진단을 받은 자 중 청구권을 행사하지 못하거나 소멸시효만으로 부지급한 경우 재해자의 권리행사에 사실상의 장애사유가 있다고 보아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지 않기로 하였으므로, 2018. 1. 25.경에 이르러서는 원고가 장해급여 청구권을 행사하기 어려운 사정이 해소되었다고 볼 수 있다.

③

그 후 산재보험법이 2018. 6. 12. 법률 제15665호로 개정(시행일 2018. 12. 13.)되어 장해급여에 대한 소멸시효기간이 5년으로 연장됨에 따라, 피고는 위 업무처리기준을 다시 변경하여 '개정 법 시행 당시 3년의 소멸시효가 경과하지 않은 경우 보험급여 청구 사유 발생일부터 5년의 소멸시효가 적용되고, 2016. 3. 28. 산재보험법 시행규칙 개정 전 장해진단을 받은 경우 그 시점부터 소멸시효는 진행하지만, 청구권을 행사하지 못한 재해자의 경우 권리행사에 사실상의 장애사유가 있다고 보아 2018. 1. 25.부터 5년이 경과한 2023. 1. 26.부터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하기로 방침을 정리하였다.

④

피고는 위와 같은 업무처리기준을 정함으로써 원고가 2023. 1. 25. 이내에 장해급여 청구를 할 경우 시효를 원용하지 아니할 것 같은 태도를 보여 원고로 하여금 이를 신뢰하게 하였으므로, 그 기간 내인 2019. 4. 2. 원고가 장해급여청구를 한 것에 대하여 피고가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다.

피고가 구체적인 월별 수급권을 일부만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

장해보상연금 월별 수급권은 원고가 장해급여청구권을 행사하고, 그에 따라 피고가 지급결정을 한 후에야 발생하는 구체적 권리에 해당한다. 피고가 원고의 장해급여 청구에 대하여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할 수 없다는 점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구체적인 월별 수급권 역시 전체를 인정하여야 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피고는 원고에 대하여 장해급여 지급사유의 발생시점부터 그 권리의 소멸시점까지 월별 장해보상연금액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라.

소결론

피고의 소멸시효 완성 주장은 이유 없고, 피고는 원고에게 장해급여 지급사유의 발생시점, 즉 상병의 증상이 고정되어 치유된 다음 달 초일인 2003. 4. 1.부터 원고에게 장해보상연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5.

결론

따라서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조민식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