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고등법원판결

수원고등법원 2021. 6. 9. 선고 2020노279 판결

2020

주문

제1, 4 원심판결 중 배상명령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과 제2, 3 원심판결을 모두 파기한다.

피고인을 징역 8년에 처한다.

이유

1.

이 법원의 심판범위

유죄판결에 대한 상소가 제기된 경우 배상명령에 대한 불복이 없더라도 배상명령은 확정되지 않고 피고사건과 함께 상소심으로 이심된다(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33조 제1항). 제1, 4 원심은 배상신청인들의 배상신청을 인용하였고, 피고인이 그중 피고 사건 부분에 대하여만 항소하였을 뿐 배상명령에 대하여는 불복하지 않았더라도 위 각 원심이 배상신청을 인용한 부분은 확정되지 않고 이 법원으로 이심된다. 다만 피고인은 제1, 4 원심판결의 배상명령 인용 부분에 관하여 아무런 항소이유를 주장하지 않았고, 이를 직권으로 취소·변경할 사유를 찾을 수도 없으므로, 제1, 4 원심판결의 배상명령 인용 부분은 그대로 유지하기로 한다. 아래에서는 피고사건에 관하여만 살펴본다.

2.

항소이유의 요지

가.

2020노46(제1 원심판결)

1)

법리오해

피고인이 BH 주식회사(이하 ‘BH’이라 한다)로부터 C 법무법인에 입금된 돈을 직원급여와 보험료 등으로 사용함으로써 C 법무법인으로 하여금 BH에 동액 상당의 돈을 반환할 채무를 부담하도록 하였으므로, 이 사건의 피해자는 C 법무법인이다. 그런데도 피해자를 BH으로 하여 기소한 이 부분 공소사실을 그대로 유죄로 인정한 제1 원심판결에는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

2)

양형부당

제1 원심이 선고한 형(징역 3년)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나.

2020노279(제2 원심판결)

1)

사실오인(제2 원심판결 중 2019고단4494 사기 사건 부분)

제2 원심판결 중 피해자 O에 대한 1억 3,000만 원 사기 부분(2019고단4494 사기 사건)과 관련하여, 피고인은 피해자 O에게 피고인의 국세체납액이 8억 5,000만 원이라고 말하였던바 피해자 O는 이를 감안하여 피고인에게 1억 3,000만 원을 빌려주었던 것이며, 피고인은 위 돈을 피해자 O에게 설명한 사용용도대로 해외자금을 유치하는 AG에게 송금하거나 BH에 판결금 일부 명목으로 송금하였다. 이처럼 피고인은 피해자 O를 기망한 사실이 없어 피해자 O에게 위 돈을 반환하지 못한 것은 단순 채무불이행에 불과한데도, 이 부분 공소사실을 사기죄의 유죄로 판단한 제2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한 잘못이 있다.

2)

양형부당

제2 원심이 선고한 형(징역 5년)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다.

2020노326(제3 원심판결)

제3 원심이 선고한 형(징역 2개월)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라.

2021노231(제4 원심판결)

제4 원심이 선고한 형(징역 4개월)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3.

직권 판단

항소이유에 관한 판단에 앞서 직권으로 살펴본다.

피고인에 대하여 원심판결들이 따로 선고되어 피고인이 이에 대하여 각각 항소를 제기하였고, 이 법원은 위 항소 사건들을 병합하여 심리하였다. 피고인에 대한 원심판결들의 각 죄는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어 형법 제38조 제1항에 따라 하나의 형이 선고되어야 하므로 원심판결들은 그대로 유지될 수 없다.

원심판결들에는 위와 같은 직권 파기사유가 있지만, 피고인의 제1 원심판결에 대한 법리오해 주장과 제2 원심판결에 대한 사실오인 주장은 여전히 이 법원의 심판대상이 되므로, 아래에서 이에 관하여 살펴본다.

4.

제1 원심판결에 대한 법리오해 주장에 관한 판단

가.

관련 법리

목적, 용도를 정하여 위탁한 금전은 정해진 목적, 용도에 사용할 때까지는 이에 대한 소유권이 위탁자에게 유보된 것으로서, 특히 그 금전의 특정성이 요구되지 않는 경우 수탁자가 위탁의 취지에 반하지 않고 필요한 시기에 다른 금전으로 대체시킬 수 있는 상태에 있는 한 이를 일시 사용하더라도 횡령죄를 구성한다고 할 수 없고, 수탁자가 그 위탁의 취지에 반하여 다른 용도에 소비할 때 비로소 횡령죄를 구성한다(대법원 2002. 10. 11. 선고 2002도2939 판결 등 참조).

나.

판단

원심이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①

피고인은 C 법무법인의 대표변호사이다. ② C 법무법인은 BP 주식회사(이하 ‘BP’이라 한다)가 BH을 상대로 제기한 공사대금 사건(서울고등법원 BS)에서 피고인을 담당변호사로 하여 BH(피고)을 소송대리하였다. ③ 위 소송에서 BH은 패소하였고, BH은 피고인의 요청에 따라 BP(원고)에게 지급할 판결원리금 1,174,171,000원(이하 ‘이 사건 판결원리금’이라 한다)을 C 법무법인 명의의 계좌로 송금하였다. ④ 피고인은 이 사건 판결원리금을 BP에 지급하지 않고 사무실 운영비, 직원 급여 등 개인적인 용도로 모두 사용하였다.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이 사건 판결원리금은 BH이 위 소송 결과에 따라 BP에 지급할 돈으로 목적이나 용도를 한정하여 피고인에게 위탁한 것으로 봄이 타당한바, 앞서 본 법리에 따르면 이 사건 판결원리금에 대한 소유권은 BP에 지급될 때까지 위탁자인 BH에게 유보되어 있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피고인이 이 사건 판결원리금을 임의로 소비하여 횡령한 범행의 피해자는 BH이 된다.

이와 같은 취지의 제1 원심판결에는 피고인이 주장하는 바와 같은 법리오해의 잘못이 없으므로,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5.

제2 원심판결에 대한 사실오인 주장에 관한 판단

가.

원심의 판단

피고인은 원심에서도 이 부분 항소이유와 같은 취지의 주장을 하였다. 이에 대하여 원심은, ① 피해자가 일관되게 “피고인이 피해자로부터 돈을 차용할 당시 피고인 소유의 아파트(이하 ‘이 사건 아파트’라고 한다)가 시세 19억 원 정도로 예상되고 이에 대하여 체납액이 2,000만 원 정도 된다고 설명하여 이미 설정된 채권최고액 12억 6,000만 원의 근저당권을 고려하더라도 여전히 담보가치가 있다고 판단하여 이를 담보로 돈을 빌려주게 된 것이다.”라고 진술하고 있는 점, ② 피고인은 AG이 외화자금을 국내로 들여오는데 필요한 돈만 보내주면 AG으로부터 돈을 변제받아 피해자에게 일주일 내로 변제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였다고도 주장하나, 피고인의 당시 경제적 상황이 매우 좋지 않았고, AG으로부터 돈을 변제받지 않는 이상 피해자로부터 돈을 빌리더라도 이를 변제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는데도 AG으로부터 일주일 내로 변제받을 수 있을지에 관하여 확실한 대책조차 없이 만연히 피해자로부터 돈을 빌렸으므로, 피고인이 그 돈을 갚지 못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③ 그런데도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이 사건 아파트를 담보로 제공하고 일주일 내로 갚을 수 있을 것처럼 말하여 피해자로부터 1억 3,000만 원을 차용한 점 등을 종합해보면, 피고인이 변제의사나 변제능력이 없이 피해자를 기망하여 돈을 차용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하여, 피고인의 주장을 배척하고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 유죄를 인정하였다.

나.

이 법원의 판단

원심판결의 이유를 기록과 대조하여 살펴보고, 여기에 원심이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과 정황들을 더하여 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하고 항소이유 주장과 같이 사실을 오인한 잘못이 없으므로,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도 받아들일 수 없다.

①

피해자는 돈을 빌려주는데 반드시 담보가 있어야 한다며 담보제공을 요구하였다. 피해자는 피고인이 돈을 빌려달라고 부탁할 당시 피고인의 경제상황이 급박한 상태라고 인식하고 있었으므로, 자신이 빌려준 돈을 확실히 변제받을 수 있는 담보를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판단하였을 것으로 보인다(제2 원심 공판기록 268쪽 등).

②

피해자는 이 사건 아파트를 담보로 확보하고 피고인에게 돈을 빌려주었는데, 당시 피고인과 피해자는 이 사건 아파트의 시가를 19억 원에서 20억 원 정도로 파악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제2 원심 공판기록 272쪽 등). 이 사건 아파트에는 이미 AI을 채권자로 하여 채권최고액 합계 12억 6,000만 원의 선순위 근저당권설정등기(접수일 2016. 10. 31.)가 마쳐져 있었고, 이 사건 아파트 중 피고인의 지분에는 청구금액을 1억 원으로 하는 CB 명의의 가압류(접수일 2016. 10. 25.)와 국세 체납에 따른 압류등기(접수일 2017. 2. 23.)도 마쳐져 있었다.

③

따라서 피해자가 피고인으로부터 세금 체납액이 8억 5,000만 원이라는 말을 듣고도 이 사건 아파트를 담보로 피고인에게 1억 3,000만 원을 빌려주었을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비록 국세 체납에 따른 압류등기가 이 사건 아파트 중 피고인의 지분에만 마쳐져 있었으나, 그 법정기일이 위 근저당권설정등기 접수일보다 앞서는 경우 피해자가 이 사건 아파트에 관한 공매 또는 경매절차에서 배당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피해자는 이 사건 아파트 중 P의 지분에 관한 경매절차(서울중앙지방법원 CC)에서 아무런 배당을 받지 못하였다(수사기록 35쪽)].

④

피고인은 원심에서 ‘피해자에게 실제 세금 체납액을 알려주었고, 피해자는 스스로 담보가치가 부족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피고인이 당초 요청한 2억 5,000만 원이 아닌 1억 3,000만 원만 빌려준 것이다’라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수사과정에서, 피해자는 “2억 5,000만 원이 큰 금액이라 피고인의 메시지를 무시했는데, 피고인이 다시 처음 요구했던 금액이 아닌 1억 3,000만 원이라도 빌려달라고 요구하였다.”라고 진술하였고(수사기록 53쪽), 피고인도 이를 인정한 바 있다(수사기록 87쪽). 위와 같은 진술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재판 과정에서 한 위 주장은 믿기 어렵다.

6.

결론

원심판결들에는 직권 파기사유가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에 따라 원심판결들을 모두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음과 같이 다시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이유]

범죄사실과 증거의 요지

이 법원이 인정하는 범죄사실과 그에 관한 증거의 요지는 원심판결들의 각 해당란 기재와 같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9조에 따라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제2, 3 원심판결의 각 별지 범죄일람표를 포함한다. 다만 제4 원심판결의 범죄사실에 기재된 범죄전력 부분 중 “2019. 9. 25.”을 “2019. 6. 27.”로, “2019. 9. 20.”을 “2019. 9. 25.”로 각각 고친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