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이 사건 소 중 해고무효확인청구 부분을 각하한다.
피고는 원고에게 59,546,207원을 지급하라.
원고의 나머지 임금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 중 10%는 원고가, 나머지 90%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제2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이유
기초 사실
피고는 C건축사사무소(이하 ‘이 사건 사업장’이라고 한다)를 운영하는 사람이다. 원고는 감리자로서 2023. 4. 20. 피고와 사이에 아래와 같은 내용의 근로계약(이하 ‘이 사건 근로계약’이라고 한다)을 체결하고 이 사건 사업장의 D터널관리소 현장 등에서 감리 업무를 담당하였다.
원고와 피고는 원고의 근로 장소인 D터널관리소 감리사무실의 비품(책상, 선반 등) 비용을 누가 부담할 것인지에 관하여 서로 의견이 달랐다. 피고는 추후 시공사가 인수할 책상, 의자, 냉장고 등 소비재가 아닌 비품들은 시공사가 그 구입 비용을 부담하는 것이 합리적이고 관행상으로도 타당하다는 이유로 원고에게 시공사 측이 비품 구입 비용을 부담하라고 요구할 것을 지시하였다. 그러나 원고는 감리업무의 공정성, 도로공사 측에서도 사무실 비품은 사용자가 각자 구입하라고 지시한 점, 원고가 이전에 근로했던 공사현장에서도 감리사무실의 비품은 감리 회사가 직접 구입했던 점을 근거로 피고 혹은 이 사건 사업장 측에서 감리사무실의 비품 비용을 직접 부담하여야 한다고 주장하여 2023. 6. 9. 이 사건 사업장 카드(소위 ‘법인 카드’)로 비품 비용 중 일부인 200,000원을 결제하였다.
피고는 2023. 6. 28. 원고에게 구두로 해고의 의사표시를 하였다(이하 ‘이 사건 해고’라고 한다). 피고는 2023. 6. 29. 원고에게 문자 메시지로 해고 사유에 관하여 「업무 협의 때마다 원고와 다퉜는데 앞으로도 계속 다툴 것으로 보이는 점, 원고가 시공사의 이익을 대변하고, 첫 출근날 차량을 요구하는 등의 일로 원고와 피고 사이에 더 이상 신뢰관계가 남아있지 않은 점(이하 위와 같은 사유를 ‘이 사건 해고 사유’라고 한다)」을 제시하였으며, 원고에게 2023. 7. 10.까지 인수인계를 마쳐달라고 요구하였다.
피고는 2023. 7. 10.자로 원고를 퇴사처리한 후 그 날까지의 급여를 지급하였다. 【인정근거】다툼 없는 사실, 갑제1 내지 4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당사자들의 주장
원고의 주장
이 사건 해고는, ①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명시한 서면’에 의하지 아니한 해고로서 근로기준법 제27조 제1항을 위반했고, ②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에서 정한 정당한 이유도 존재하지 않으며, ③ 설령 이 사건 사업장에서 상시 사용하는 근로자의 수가 4인 이하여서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더라도 민법 제661조의 ‘부득이한 사유’가 존재하지 않으므로 이 사건 해고는 무효이다.
따라서 원고는 이 사건 해고의 무효 확인을 구하고, 피고는 원고에게 2023. 7. 11.부터 원고가 복직하는 날까지 매월 6,158,333원[= 이 사건 근로계약으로 정한 월급여 5,958,333원(= 이 사건 근로계약상 계약연봉액 71,500,000원 ÷ 12월) + 이 사건 근로계약상 매월 차량유지비 200,000원]의 비율로 계산한 미지급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피고의 주장
피고는 상시 4명 이하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장이므로, 근로기준법의 적용이 배제된다. 한편 원고는 이 사건 근로계약 체결 과정에서 상당한 급여를 받기로 했음에도 차량유지비를 별도로 요구하였고, 피고가 원고의 실제 출근일보다 약 10일 빨리 원고를 이 사건 사업장의 직원으로 소위 4대 보험 가입을 하자 원고가 피고에게 위 기간 동안에 해당하는 실업급여를 대납하여 달라고 요구했으며, 피고가 원고에게 현장 감리 사무소에서 사용할 내구성 비품은 시공사가 보유한 것을 빌려서 사용하는 등으로 이 사건 사업장의 비용 지출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알아보라는 지시하였음에도 원고는 피고의 지시가 부당하다는 식으로만 반응하는 등의 사유로 다툼이 잦았던바, 이 사건 근로계약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신뢰관계가 파탄되었다. 따라서 이 사건 해고는 민법 제661조의 부득이한 사유에 기한 것으로서 유효하고, 원고의 임금 지급 청구도 이유 없다.
이 사건 소 중 해고무효확인청구 부분의 적법 여부
관련 법리
해고무효확인의 소에서는 근로계약관계에 기한 원래의 지위를 회복하기 위하여 또는 해고로 인하여 그 외의 권리 또는 법률상의 지위에 현존하는 위험이나 불안을 제거하기 위하여 위와 같은 과거의 법률행위인 해고에 대하여 무효확인판결을 받는 것이 유효적절한 수단이 되는 경우에 한하여 확인의 소의 적법요건인 이른바 즉시 확정의 이익이 있다고 할 것이어서 이 사건 변론종결 당시 이미 채용기간이 만료되는 등으로 근로자로서의 지위를 회복하는 것이 불가능하게 되었다면 해고무효확인을 구할 소의 이익이 없다(대법원 1993. 1. 15. 선고 92다20149 판결, 대법원 2004. 7. 22. 선고 2002다57362 판결 등 참조).
구체적 판단
직권으로 살피건대, 이 사건 근로계약상 근로 기간이 2023. 5. 1.부터 2024. 4. 30.까지인 사실은 앞서 기초 사실에서 본 바와 같으므로, 원고와 피고 사이의 근로관계는 이 사건 변론종결 전 이미 기간이 만료되었다. 따라서 원고가 이미 종료된 근로관계에 따른 원래의 지위나 신분을 회복하기 위하여 이 사건 해고의 무효확인을 구하는 것은 과거의 법률관계에 대한 확인을 구하는 것이어서, 확인판결이 있다고 하더라도 현재 회복할 지위나 신분이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 사건 소 중 해고무효확인청구 부분은 확인의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다(다만, 이 사건 해고의 효력은 미지급 임금청구의 전제가 되므로, 이하에서 살펴본다).
임금청구에 관한 판단
근로기준법이 적용되는지
관련 법리
상시 4명 이하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 대하여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그 법의 일부 규정을 적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고(제11조 제2항),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7조 [별표 1]은 상시 4명 이하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 대하여 근로기준법 중 해고에 정당한 이유를 요구하는 제23조 제1항, 해고사유 등의 서면통지를 규정한 제27조의 적용을 배제하고 있으므로, 상시 4명 이하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체결된 고용계약의 해지에 관하여는 근로기준법의 위 조항이 아니라 민법의 고용 조항이 적용된다(대법원 2014. 5. 16. 선고 2011다98006 판결).
사안의 경우
이 법원의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대한 2024. 10. 25.자 사실조회회신 결과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이 사건 사업장은 상시 4명 이하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장인 사실이 인정된다. 따라서 이 사건 근로계약은 기간의 정함이 있는 민법상 근로계약에 해당하므로 피고에게는 근로기준법의 적용이 배제되고, 이 사건 해고의 적법성은 민법 제661조의 요건을 갖추었는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그러므로 이 사건 해고가 근로기준법 제27조 제1항, 제23조 제1항을 위반하여 무효라는 취지의 원고의 주장은 모두 이유 없다.
이 사건 해고의 효력(민법 제661조가 정하는 해고의 ‘부득이한 사유’의 존부)
관련 법리
고용기간의 약정이 없는 때에는 당사자는 언제든지 계약해지의 통고를 할 수 있으나, 상대방이 해지의 통고를 받은 날로부터 1월이 경과하여야 해지의 효력이 발생하고, 고용기간의 약정이 있는 경우에도 부득이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각 당사자는 고용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데, 이 경우에는 해지의 효력이 바로 발생하며, 그 사유가 당사자의 일방의 과실로 인하여 생긴 때에는 상대방에 대하여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민법 제660, 661조).
한편 민법 제661조에서 말하는 ‘부득이한 사유’란 고용계약을 계속하여 존속시켜 그 이행을 강제하는 것이 사회통념상 불가능한 경우를 말하고, 고용은 계속적 계약으로 당사자 사이의 특별한 신뢰관계를 전제로 하므로 고용관계를 계속하여 유지하는 데 필요한 신뢰관계를 파괴하거나 해치는 사실도 부득이한 사유에 포함되며, 따라서 고용계약상 의무의 중대한 위반이 있는 경우에도 부득이한 사유에 포함된다(대법원 2004. 2. 27. 선고 2003다51675 판결 등 참조).
구체적 판단
이 사건 근로계약이 기간의 정함이 있는 민법상 근로계약에 해당함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이 사건 해고 당시 원․피고 사이에 고용관계를 유지할 수 없는 부득이한 사유가 있었는지 여부에 관하여 살피건대, 앞서 본 기초 사실과 그 각 증거, 을제1호증의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해고사유 또는 원고가 현장 감리 사무실 비품 비용 일부를 시공사가 부담하도록 요구하지 않고 이 사건 사업장의 비용으로 결제했다는 사실이 이 사건 근로계약을 계속 유지하는 데 필요한 신뢰관계를 파괴하거나 피고로 하여금 이 사건 근로계약의 이행을 강제하는 것이 사회통념상 불가능한 사정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이 사건 근로계약은 민법 제661조에 따라 적법하게 해지되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 사건 해고는 무효이다. 피고의 주장은 이유 없고, 원고의 주장은 이유 있다.
감리란 건설공사가 관계 법령이나 기준, 설계도서 또는 그 밖의 관계서류 등에 따라 적정하게 시행될 수 있도록 관리하거나 시공관리․품질관리․안전관리 등에 대한 기술지도를 하는 건설사업관리 업무를 말하는바(건설기술 진흥법 제2조 제5호), 관련 법령에서 일정한 규모의 건축물을 건축하는 공사의 경우 반드시 건축사 등의 일정한 자격을 갖춘 자에 의한 공사감리를 받도록 규정한 취지는, 건축주나 공사시공자로부터 ‘독립한 전문가’로 하여금 적합한 시공 여부를 확인하고 안전관리 등에 대한 지도․감독을 하게 함으로써 부실공사를 예방하기 위한 것이다(헌법재판소 2009. 6. 25. 선고 2007헌바39 전원재판부 결정 참조). 이와 같은 감리자의 지위와 역할에 비추어 보면 감리자가 건설 현장에서 감독의 대상인 시공사로부터 편의를 제공받는 것은 독립성과 공정한 감리 업무 수행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원고가 피고의 지시와 달리 감리사무실의 비품을 시공사가 마련하도록 요구하지 않고 비품 비용 중 일부를 이 사건 사업장의 비용으로 처리한 것을 두고 원고가 부당하게 시공사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이라고 평가할 수는 없다.
원고가 근무할 감리사무실 비품 마련에 약 500,000원이 지출된 것으로 보이는데, 원고는 피고가 비품 비용 부담을 반대하는 점을 감안하여 위 비용 중 200,000원만을 이 사건 사업장 카드로 결제하였고, 만약 피고가 이와 같은 결제 내역을 수용하지 못하겠다면 원고가 위 결제 금액을 스스로 부담하여 반환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하였다. 또한 원고는 위 비품 비용 결제와 같이 식대 외에 비일상적으로 결제하는 내역에 관해서는 앞으로 피고에게 사전에 상의하고 결제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원고의 이와 같은 태도는 비용 부담문제에 관해 피고와 의견이 다르더라도 사용자인 피고의 입장과 지적을 최대한 존중하는 모습으로 볼 수 있고, 원고의 행동이 근로관계를 지속하기 어려울 정도로 피고와의 신뢰관계를 파괴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피고는 원고가 차량유지비를 별도로 요구하여 이를 근로계약의 조건으로 정하는 과정에서 원고와 실랑이하며 다투었고, 그 과정에서 신뢰관계가 훼손되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근로계약의 조건을 협의하는 과정에서 근로자가 더 나은 처우를 요구하는 것은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고, 피고가 원고의 요구를 수용하여 차량유지비를 지급하는 것으로 근로계약을 체결한 이상 위와 같은 근로조건 협의 과정에서의 갈등이 이 사건 근로계약 체결 이후 피고가 새삼 원고를 해고할 수 있는 부득이한 사유라고 평가할 수도 없다.
피고는 원고가 이 사건 근로계약에서 정한 근로시간을 준수하지 않고 현장에서 일찍 이탈하는 등 이 사건 근로계약상 의무를 위반하였다고 주장하나, 이 사건 해고 이전에 피고가 원고에게 위와 같은 원고의 근무태도를 문제 삼아 시정을 요구한 적은 없는 것으로 보이고, 이 사건 해고사유를 제시하면서도 위와 같은 문제를 언급한 바 없다. 따라서 원고가 근로시간을 준수하지 않았다는 점은 피고가 이 사건 해고 이후 이 사건 재판 과정에 이르러 사후적으로 문제 삼는 사정으로 보일뿐 이 사건 해고 무렵 원고와 피고 사이의 신뢰관계를 해치는 실질적 사유였다고 보기 어렵다.
임금 지급 의무의 발생 및 범위
지급의무의 발생
사용자의 부당한 해고처분이 무효이거나 취소된 때에는 그동안 피해고자의 근로자로서의 지위는 계속되고 있었던 것이 되고, 근로자가 그간 근로의 제공을 하지 못한 것은 사용자의 귀책사유로 인한 것이라 할 것이니 근로자는 민법 제538조 제1항에 의하여 계속 근로하였을 경우에 받을 수 있는 임금 전부의 지급을 청구할 수 있다(대법원 2012. 2. 9. 선고 2011다20034 판결 등 참조).
원고는 이 사건 해고로 인하여 2023. 7. 11.부터 피고에게 근로를 제공하지 못하였고, 이 사건 해고를 무효라고 판단했던 점은 앞서 본 바와 같다. 그렇다면 원고가 피고에게 근로를 제공하지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피고의 귀책 사유로 말미암은 것이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원고가 계속 근로하였을 경우에 받을 수 있었던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지급의무의 범위
원고가 피고로부터 이 사건 근로계약에 따라 연간 71,500,000원을 지급받기로 하였고, 위 계약연봉액 외에 기타 급여로 매월 차량유지비 200,000원(이는 피고가 근로의 대가로 원고에게 지급하기로 한 금품으로서 임금에 해당한다)을 지급받기로 한 사실, 이 사건 근로계약의 종기는 2024. 4. 30.인 사실은 앞서 기초 사실에서 본 바와 같다.
그렇다면 피고는 원고에게 2023. 7. 11.부터 이 사건 근로계약의 종기인 2024. 4. 30.까지의 미지급 임금 합계 59,564,207원[= (연봉 71,500,000원 + 연간 차량유지비 2,400,000원) × 295일<1>/366일, 원 미만 버림]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원고는 이 사건 사업장에 복직할 때까지의 임금 지급을 구하나, 이 사건 근로계약의 종기는 2024. 4. 30.이므로 위 일시 이후 기간에 대한 임금 지급을 구하는 부분은 이유 없다.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소 중 해고무효확인청구 부분은 부적법하여 각하하고, 미지급 임금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며, 나머지 임금청구는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방창현(재판장) 구지인 정재은
각주1) 2023. 7. 11.부터 2024. 4. 30.까지의 일수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