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 A의 청구, 원고 B, C, D, E, F의 주위적 및 예비적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기초 사실
당사자들의 관계
피고 G 주식회사(이하 ‘피고’라 한다)는 일반 목적용 기계 및 장비 도매업 등을 목적으로 하여 1996. 3. 22. 설립된 회사이다.
원고들은 피고에서 근무하였던 자들로서 원고 A를 제외한 나머지 원고들은 모두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고, 원고 A는 1999. 5. 1.부터 2019. 7. 4.까지 피고의 대표이사였다. 원고별 입사 및 퇴사일은 아래와 같다.
피고의 원고들에 대한 해고
피고는 원고들이 2006. 1.경부터 원고 D의 어머니인 H 명의로 ‘I’라는 개입사업체를 부정한 목적으로 설립하여 2018년까지 허위매입, 끼워넣기 거래 등 행위를 통해 I에 부당하게 매출이익을 발생하게 하고, 이와 같은 불법행위로 조성된 I의 자금을 사적으로 취득하고, 고의로 매출을 지연발생시키고 매출세금계산서를 지연발행함으로써 피고에 재산상 손해를 가하였다(이하 ‘원고들의 이 사건 범행’이라 한다)는 이유로 2019. 7. 30. 원고 A를 해고하였고, 2019. 8. 2. 원고 A를 제외한 나머지 원고들(이하 ‘나머지 원고들’이라 한다)에게 마지막 근무일이 2019. 8. 2.이고, 2019. 8. 3.자로 해고한다는 내용의 내용증명을 발송하여 나머지 원고들을 해고하였다.
원고들의 퇴직금 채권에 대한 가압류 결정 등
피고는 2019. 8. 1. 원고들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을 피보전채권으로 하여, 원고들의 퇴직금 채권 중 2분의 1 상당액에 대한 가압류를 신청하였고, 서울남부지방법원은 2019. 8. 8. 가압류 결정(이하 ‘이 사건 가압류 결정’이라 하고, 이 사건 가압류 결정에 따른 가압류를 ‘이 사건 가압류’라 한다)을 하였다(서울남부지방법원 2019카단
202713).
피고는 2019. 8. 16. 원고들에게 가압류된 금액을 제외한 원고들의 나머지 퇴직금(이하 ‘나머지 퇴직금’이라 한다)을 모두 지급하였다.
원고들에게 피고가 지급한 나머지 퇴직금, 가압류된 퇴직금(이하 ‘피압류 퇴직금’이라 한다)은 아래와 같다. 아래는 모두 세금을 공제하기 이전의 금액이다.
관련 형사판결의 선고
피고는 원고들의 이 사건 범행과 관련하여 원고들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배임) 혐의로 고소하였고, 원고들은 2021. 12. 30. 위 범죄혐의로 기소되었다. 이에 대하여 서울남부지방법원은 2022. 9. 1. 원고들이 공모하여 업무상 임무에 위배하여 합계 1,552,032,000원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고 피고에게 같은 금액 상당의 재산상 손해를 가하였다는 이유로 원고들에게 각 징역형의 집행유예 및 사회봉사명령을 각 선고하였다(서울남부지방법원 2021고합548).
위 판결에 대하여 검사가 항소하였다. 서울고등법원은 2023. 8. 10. 원고들이 취득한 재산상 이익의 액수를 1,686,194,000원으로 수정하였고, 원고들에게 각 징역형의 집행유예 및 사회봉사명령을 각 선고하였다(서울고등법원 2022노2366).
위 판결은 검사와 원고들이 상고하지 않아 확정되었다.
관련 민사판결의 선고와 원고들의 공탁
피고는 원고들의 이 사건 범행과 관련하여 2019. 8. 9. 원고들을 상대로 3,168,369,600원과 그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청구하는 내용의 소를 제기하였고, 서울남부지방법원은 2022. 12. 13. 원고들에게 총 1,686,194,000원의 손해를 배상하라는 판결을 선고하였다(서울남부지방법원 2019가합110903). 당사자들이 항소하지 아니하여 위 판결(이하 ‘관련 민사판결’이라 한다)은 그대로 확정되었다.
원고들은 관련 민사판결에서 인정된 채무의 원금과 지연손해금을 전액 공탁하였고, 피고는 2023. 2. 15. 이 사건 가압류의 취하 및 집행해제를 신청하였으며 이에 따라 2023. 3. 6. 가압류 집행이 해제되었다.
원고들의 내용증명 발송, 노동청 진정 및 고소
원고들은 2023. 2. 23. 피고에게 피고로부터 아직 지급받지 못한 퇴직금의 지급을 구하는 취지의 내용증명을 발송하였고, 2023. 3. 31.에는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안양지청에 원고들이 퇴직할 당시 피고의 대표이사였던 K가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았다는 내용으로 진정하였다.
원고들은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안양지청에 퇴직금을 지급하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로 원고들이 퇴직할 당시 피고의 대표이사였던 K를 고소하였다.
원고들의 이 사건 소 제기
원고들은 2023. 8. 17.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5호증, 을 제1 내지 13호증의 각 기재, 이 법원에 현저한 사실, 변론 전체의 취지.
당사자들의 주장 요지
원고 주장의 요지
원고 A
원고 A는 근로자는 아니나 피고 내규 및 계약관계 등에 의하여 피고로부터 퇴직금을 지급받을 권리가 있다. 또한 피고는 원고 A에게 2019. 8. 16. 퇴직금의 2분의 1에 해당하는 금액을 지급하였고, 2019 회계연도의 재무제표(이하 ‘2019년 재무제표’라 한다)에 원고 A의 퇴직금에 관한 내용을 기재하였으며, 위 재무제표를 2020. 3. 30. 주주총회에서 승인하여 결의하는 방식으로 원고 A의 퇴직금 채권을 추인하기도 하였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 A에게 미지급 퇴직금 160,000,00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머지 원고들
나머지 원고들은 근로자에 해당한다. (i) 주위적 청구로서, 피고는 이 사건 가압류 결정으로 인하여 가압류되었던 피압류 퇴직금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해야 한다. 이에 대한 피고의 소멸시효 완성 주장은 권리 남용이다. (ii) 예비적 청구로서, 피고가 피압류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은 것은 위법행위이므로 피고는 불법행위에 기하여 피압류 퇴직금 상당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피고 주장의 요지
피고가 원고 A에게 퇴직금을 지급하려면 피고가 정관에서 그 액을 정하거나, 주주총회의 결의가 있었어야 한다. 피고의 정관은 ‘이사의 퇴직금은 주주총회에서 결의된 회사의 규정에 따라 지급된다’고 정하고 있는데, 피고의 주주총회에서는 이사의 퇴직금에 관한 결의를 하지 않았으므로 원고 A는 피고에게 퇴직금을 구할 권리가 없다.
나머지 원고들의 (i) 주위적 청구 관련하여, 퇴직금 채권의 소멸시효는 3년인데, 그로부터 3년이 이미 도과하였으므로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 소멸시효 주장이 권리남용에 해당하지도 아니한다. (ii) 피압류 퇴직금을 지급하지 아니하였던 것이 위법하다고 볼 수 없으며, 피압류 퇴직금 채권이 시효완성으로 소급하여 소멸한 이상 피고의 지급의무가 인정되지 아니하므로 불법행위 책임이 존재하지 않는다.
판단
원고 A의 청구에 관한 판단
관련 법리
상법 제388조는 “이사의 보수는 정관에 그 액을 정하지 아니한 때에는 주주총회의 결의로 이를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서 말하는 이사의 보수에는 월급·상여금 등 명칭을 불문하고 이사의 직무수행에 대한 보상으로 지급되는 대가가 모두 포함되고, 퇴직금 내지 퇴직위로금도 그 재직 중의 직무집행의 대가로 지급되는 보수의 일종이다. 위 규정은 강행규정이므로, 정관에서 이사의 보수 또는 퇴직금에 관하여 주주총회의 결의로 정한다고 되어 있는 경우에 그 금액·지급시기·지급방법 등에 관한 주주총회의 결의가 있었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면 이사는 보수나 퇴직금을 청구할 수 없다(대법원 2014. 5. 29. 선고 2012다98720 판결 참조).
판단
원고 A의 피고에 대한 퇴직금 채권의 존부
을 제18, 19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1996. 3. 21.자 피고의 정관 및 2017. 11. 17.자 피고의 정관은 모두 동일하게 제21조 제3항에서 ‘상근이사와 감사의 퇴직금은 주주총회에서 결의된 이사와 감사의 퇴직금에 관한 회사의 규정에 따라 지급된다.’고 규정하고 있는 사실이 인정된다. 이와 같은 사실을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피고의 대표이사였던 원고 A의 퇴직금은 ‘주주총회에서 결의된 이사의 퇴직금에 관한 회사의 규정’이 있어야만 지급할 수 있다. 그러나, 을 제20 내지 46호증에 각 기재된 피고의 1996년부터 2020년까지의 주주총회 의사록을 전부 살펴보아도, 피고의 주주총회에서 이사의 퇴직금에 관하여 회사의 규정을 설정하였다는 점이 드러나지 아니한다. 따라서 주주총회에서 결의된 이사의 퇴직금에 관한 회사의 규정이 존재하지 아니하므로, 원고 A의 피고에 대한 퇴직금 채권은 존재하지 않는다.
원고 A에 대한 퇴직금 지급을 피고 주주총회에서 추인하였는지 여부
기초 사실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피고가 2019. 8. 16. 원고 A에게 피압류 퇴직금을 제외한 나머지 퇴직금 명목으로 192,964,411원(실제로는 위 192,964,411원에 대한 퇴직소득 세액을 제외한 금액인 177,680,940원)을 지급한 사실, 또한 갑 제2호증의 1, 을 제13, 46, 47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피고가 국세청장에게 원고 A의 전체 퇴직금을 352,964,411원으로 신고하였던 사실, 피고가 2020. 3. 30.자 주주총회(이하 ‘이 사건 주주총회’라 한다)에서 2019년 재무제표를 승인한 사실, 2019년 재무제표에 첨부된 표준대차대조표에 비유동부채로 퇴직급여충당 부채 231,668,522원이 기재되어 있고, 표준손익계산서에는 매출총손익 중 판매비와관리비 항목에 퇴직급여충당부채전입액 149,141,074원이 기재되어 있으나, 그 외 원고 A 또는 나머지 원고들에게 지급된 나머지 퇴직금 액수에 상당하는 기재가 보이지 않는 사실이 인정되므로, 피고가 원고 A에 대한 나머지 퇴직금 지급을 이 사건 주주총회를 통하여 추인한 것이 아닌지 본다.
무효인 행위를 추인하기 위해서는 주주들의 추인의사가 인정되어야 하고, 주주들이 추인할 당시 종전의 법률행위가 무효임을 알았어야 한다. 그런데 원고가 해임된 후 최초로 열린 이 사건 주주총회의 의사록을 보면, 피고의 주주들이 2019년 재무제표에 관하여 포괄적인 승인을 하였다는 점이 드러날 뿐이고, 2019년 재무제표에는 원고 A에게 지급된 나머지 퇴직금이 포함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설령 2019년 재무제표에 기재된 숫자 중 원고 A에게 지급한 나머지 퇴직금이 포함되어 있었다고 하더라도, 주주총회에 참석한 주주들이 위 재무제표에 기재된 숫자만을 보고 피고가 원고 A에게 퇴직금을 지급하였다는 점을 인지하였다거나, 위와 같은 퇴직금 지급을 승인할 의사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또한 피고가 국세청장에게 원고 A의 전체 퇴직금을 신고하기도 하였던 점을 고려하면, 주주들이 원고 A에 대한 피고의 퇴직금 채무가 부존재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추인한 것이라는 점을 인정하기도 어렵다. 이에 더하여 상법 제388조는 이사가 자신의 보수와 관련하여 개인적 이익을 도모하는 폐해를 방지하여 회사와 주주 및 회사채권자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강행규정(대법원 2020. 4. 9. 선고 2018다290436 판결 참조)이므로 이사의 퇴직금에 관한 추인을 인정함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비록 이 사건 주주총회에서 2019년 재무제표를 승인하였다고 하더라도 피고가 원고 A의 피고에 대한 퇴직금 채권을 추인하였다고 볼 수 없다.
소결론
따라서 피고에게 퇴직금의 지급을 구하는 원고 A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나머지 원고들의 청구에 관한 판단
주위적 청구에 관한 판단
청구원인 및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에 관한 판단
앞서 기초 사실에서 살핀 바와 같이 나머지 원고들은 모두 근로기준법상 피고의 근로자에 해당하고, 피고에서 퇴사하였다. 따라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는 나머지 원고들에게 근로기준법에 따라 나머지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나머지 원고들의 퇴직금 채권은 3년의 소멸시효가 경과하여 소멸하였다고 항변한다. 살피건대,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10조는 퇴직금을 받을 권리는 3년간 행사하지 않으면 시효로 소멸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퇴직금 채권은 퇴직한 날부터 행사할 수 있어 그때부터 시효가 진행되는바, 나머지 원고들이 모두 2019. 8. 2. 퇴직한 사실은 앞서 살펴본 바와 같고, 이 사건 소가 그로부터 3년이 경과된 후인 2023. 8. 17. 제기된 사실은 기록상 명백하다. 따라서 나머지 원고들의 퇴직금 채권은 3년의 소멸시효 기관이 경과함으로써 소멸되었다.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은 이유 있다.
피고의 소멸시효 주장이 권리남용에 해당되는지에 관한 판단
원고는 (i) 피고가 나머지 원고들의 퇴직금 채권을 가압류함으로써 나머지 원고들이 퇴직금 채권을 행사하는 것을 현저히 곤란하게 하였고, (ii) 피고가 퇴직금을 공탁하지 않음으로써 퇴직금의 소멸시효가 3년에서 공탁금출급청구권의 소멸시효인 10년으로 연장되지 않고 3년으로 제한되었으며, (iii) 피고는 피고의 손해가 모두 회복될 경우 나머지 원고들의 퇴직금이 지급될 것이라는 신뢰를 형성하였으며, (iv) 이 사건 가압류 결정은 과잉가압류에 해당하므로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이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므로 이에 관해 살핀다.
관련 법리
채무자의 소멸시효에 기한 항변권의 행사도 우리 민법의 대원칙인 신의성실의 원칙과 권리남용금지의 원칙의 지배를 받는 것이어서, 채무자가 시효완성 전에 채권자의 권리행사나 시효중단을 불가능 또는 현저히 곤란하게 하였거나, 그러한 조치가 불필요하다고 믿게 하는 행동을 하였거나, 객관적으로 채권자가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거나, 또는 일단 시효완성 후에 채무자가 시효를 원용하지 아니할 것 같은 태도를 보여 권리자로 하여금 그와 같이 신뢰하게 하였거나, 채권자보호의 필요성이 크고, 같은 조건의 다른 채권자가 채무의 변제를 수령하는 등의 사정이 있어 채무이행의 거절을 인정함이 현저히 부당하거나 불공평하게 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채무자가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 그러나 채무자의 소멸시효 완성 주장이 신의칙에 반하고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하려면 앞서 본 바와 같은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어야 하고, 또한 위와 같은 일반적 원칙을 적용하여 법이 두고 있는 구체적인 제도의 운용을 배제하는 것은 법해석에 있어 또 하나의 대원칙인 법적 안정성을 해할 위험이 있으므로 적용에는 신중을 기하여야 한다(대법원 2014. 5. 29. 선고 2011다95847 판결 등 참조).
구체적 판단
기초 사실 및 갑 제7, 8호증(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을 종합하면, 나머지 원고들의 주장 및 제출된 증거만으로 피고의 소멸시효 완성 주장이 신의칙에 반하고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나 사정이 없다.
나머지 원고들이 피고를 퇴사한 2019. 8. 2.로부터 며칠 후인 같은 달 8. 피고의 신청에 의한 이 사건 가압류 결정이 있었다. 이 사건 가압류 결정은 피고가 청구금액을 700,000,000원으로 하여 원고들의 예금채권, 부동산 임대차보증금 반환채권에 대한 가압류를 신청하여 2019. 7. 24. 이루어진 가압류 결정(서울남부지방법원 2019카단202283) 이후에 이루어지기는 하였으나, 피고가 청구금액을 2,700,000,000원으로 하여 원고들의 부동산에 대한 가압류를 신청하여 2021. 1. 14. 이루어진 가압류결정(서울남부지방법원 2019라209)보다는 앞서 이루어졌다. 따라서 이 사건 가압류 결정이 이루어질 당시 피고에 의하여 집행이 보전되었던 금액은 700,000,000원에 불과한데, 이는 관련 민사판결에서 인정한 피고의 원고들에 대한 손해배상채권 1,686,194,000원을 상당히 하회한다. 따라서 이 사건 가압류 결정은 과잉가압류라고 볼 수 없고, 이를 전제로 한 나머지 원고들의 주장은 이유 없다.
피고는 자신이 나머지 원고들에 대하여 가지는 손해배상청구권의 집행을 보전하기 위하여 이 사건 가압류를 신청하였고, 이 사건 가압류는 민사집행법의 규정에 따라 나머지 원고들의 퇴직금의 2분의 1에 상당하는 부분에 한하여 이루어졌다. 달리 이 사건 가압류가 위법하다고 볼만한 사정도 발견되지 아니하므로 이 사건 가압류는 정당한 가압류에 해당한다. 이 사건 가압류 결정에 의하여 나머지 원고들의 피압류 퇴직금이 가압류되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나머지 원고들이 피고로부터 현실로 급부를 추심하는 것만을 금지하는 것이므로 나머지 원고들은 피고를 상대로 퇴직금의 지급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할 수 있고, 법원은 가압류가 되어있음을 이유로 이를 배척할 수 없다(대법원 2002. 4. 26. 선고 2001다59033 판결 등 참조). 따라서 이 사건 가압류로 인하여 나머지 원고들의 퇴직금 채권에 관한 권리행사가 제약되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이 사건 가압류의 피보전채권이 피고의 나머지 원고들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이라고 기재되어 있었던 사실, 피고가 나머지 원고들로부터 손해배상금을 모두 공탁받은 후 이 사건 가압류의 취하 및 집행해제를 신청하였던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가압류의 피보전채권은 가압류 신청시 필요적으로 기재해야 하는 사항인 점, 피고가 나머지 원고들에 대하여 손해배상청구권을 가지고 있었으므로 그 손해배상청구권의 집행을 보전할 목적으로 가압류를 신청하면서 위와 같이 기재한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가 이 사건 가압류의 취하 및 집행해제를 신청한 것은 나머지 원고들로부터 손해배상금을 모두 공탁받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의 위와 같은 행동이 나머지 원고들에게 어떠한 신뢰를 부여하였다고는 보기 어렵다.
피고는 2023. 4. 7. 원고들에게 내용증명 우편을 발송하여 나머지 원고들의 퇴직금 채권은 이미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는 취지의 의사를 표시하였을 뿐인 것으로 보이고, 달리 시효완성 후에 시효를 원용하지 아니할 것 같은 태도를 보였다는 사실은 인정되지 않는다.
아래 2) 다)항에서 살피는 바와 같이 제3채무자가 압류와 관련된 금전채권의 전액을 공탁할 의무가 있다고 볼 수 없고, 제3채무자로서는 지체책임의 발생을 감수하고 공탁을 하지 아니할 수 있으며,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채권자는 제3채무자가 공탁을 하지 않더라도 퇴직금 지급의 소를 제기함으로써 소멸시효를 중단시킬 수 있으므로, 제3채무자에 해당되는 피고가 공탁을 하지 아니하였다고 하여 채권자의 권리행사나 시효중단을 불가능 또는 현저히 곤란하게 하였다고 볼 수 없다.
소결론
따라서 피고에게 퇴직금의 지급을 구하는 나머지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예비적 청구에 관한 판단
기초 사실, 갑 제10호증, 을 제14 내지 17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가 피압류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은 것이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피고에게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된다는 나머지 원고들의 주장은 이유 없다.
사용자는 근로자가 퇴직한 경우에는 그 지급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14일 이내에 퇴직금을 지급하여야 한다(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9조). 다만 위와 같은 퇴직금 채권이 가압류되면 제3채무자인 사용자는 채무자인 근로자에게 그 채권을 지급할 수 없는데(민사집행법 제296조 제3항), 민사집행법은 공익적 또는 사회적·정책적 배려에 기반하여 퇴직금 그 밖에 이와 비슷한 성질을 가진 급여채권의 2분의 1에 해당하는 금액은 가압류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민사집행법 제291조, 제246조 제1항 제5호).
앞서 1) 나) (2) (가), (나) 항목에서 살핀 바와 같이 이 사건 가압류는 정당한 가압류이고, 피고가 나머지 원고들에게 피압류 퇴직금을 지급하지 아니한 것은 이 사건 가압류의 취지에 따른 것이다.
나머지 원고들은 피고가 나머지 원고들에게 피압류 채권을 지급할 수는 없었더라도, 위 채권을 나머지 피고들 앞으로 공탁할 의무가 있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민사집행법은 압류에 관련된 금전채권의 전액을 공탁할 수 있다고만 정하고 있을 뿐이고(민사집행법 제291조, 제248조 제1항), 이는 제3채무자로 하여금 이중변제의 위험 및 이행지체로 인한 불이익을 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제3채무자가 채권자평등의 원칙 등에 따라 민사집행법 제248조 제2, 3항에 의한 공탁의무가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제3채무자에게 추심금을 공탁할 의무가 발생한다고 볼 근거는 없다.
나머지 원고들은 민사집행법의 해석에 따르면 퇴직금의 공탁은 재량사항이지만,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9조에 따르면 퇴직금을 공탁할 의무가 있다고도 주장한다. 그러나, 앞서 살핀바와 같이 민사집행법 제246조에서 압류금지채권들에 관하여 상세히 규정하면서 퇴직금에 관하여는 ‘퇴직금 그 밖에 이와 비슷한 성질을 가진 급여채권의 2분의 1에 해당하는 금액에 관하여는 가압류가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와 같은 민사집행법 제246조의 내용은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9조의 취지인 ‘근로자와 그 가족의 생활의 안정보장’이라는 가치와 ‘금전채권에 대한 강제집행을 통한 채권자의 권리실현‘이라는 가치를 조화하기 위한 취지의 규정이다. 즉,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제9조의 취지는 이미 민사집행법 제246조에 반영이 되어있다. 그러므로 가압류된 퇴직금 채권에 관하여 제3채무자가 공탁할 의무가 있는지에 관해서는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에 명시적인 규정이 없는 이상 민사집행법상의 규정에 따라야 할 것으로 보이는데,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은 제3채무자의 공탁의무에 관한 아무런 내용을 규정하고 있지 아니하다. 따라서 피고에게 피압류 퇴직금의 공탁의무가 있다고 인정할 수 없다.
나머지 원고들은 2023. 3. 31.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안양지청에 원고들이 퇴직할 당시 피고의 대표이사였던 K가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았다는 내용으로 진정하였다. 이에 대하여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안양지청은 2023. 6. 29. ‘진정인들에 대한 퇴직금 미지급에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인정되고, 고의성이 있었다고 판단되지 아니한다는 수원지방검찰청 수사지휘에 따라 행정종결(죄가안됨)하였다’는 취지를 원고들에게 통보하였다.
나머지 원고들은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안양지청에 퇴직금을 지급하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로 나머지 원고들이 퇴직할 당시 피고의 대표이사였던 K를 고소하였는데, (i)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안양지청은 2023. 11. 24. 불기소(혐의없음) 의견으로 위 사건을 수원지방검찰청 안산지청에 송치하였다. (ii) 수원지방검찰청 안산지청은 2023. 11. 30. 피고의 대표이사였던 K의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 혐의에 관하여 ‘K가 퇴직금을 지급하지 아니한데에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는 취지로 혐의없음(증거불충분) 처분을 하였다. (iii) 나머지 원고들은 2023. 12. 21. 위 불기소처분에 관하여 항고하였으나 수원고등검찰청은 2024. 3. 13. ‘원 불기소처분이 부당하다고 인정할 자료를 발견할 수 없다’는 취지로 항고를 기각하였다. (iv) 나머지 원고들은 2024. 3. 29. 수원고등법원에 재정신청을 하였는데, 수원고등법원은 2024. 6. 26. 나머지 원고들의 재정신청을 모두 기각하는 결정을 하였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 A의 청구, 나머지 원고들의 주위적 청구와 예비적 청구는 모두 이유 없으므로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임정택(재판장) 우민제 유소영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