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한 2020. 4. 22.자 대기발령은 무효임을 확인한다.
피고는 원고에게
2,666,664원 및 이에 대하여 2021. 3. 3.부터 2021. 3. 8.까지는 연 6%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고,
2020. 4. 22.부터 원고가 복직하는 날까지 매월 25일에 월 6,333,333원을 지급하라.
원고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제2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제1항, 제2의 나항 및 피고는 원고에게 2,666,664원 및 이에 대하여 2021. 3. 2.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이유
기초사실
피고는 의약품, 의료기기 연구개발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이다. 피고는 2020. 3. 무렵 전 대표이사였던 C와 당시 대표이사였던 D 사이에 경영권 분쟁이 있었고, D은 경영권 분쟁으로 피고의 E 사무실에 출입하지 못하게 되자 피고의 F 사무실에서 업무를 수행하였다.
원고는 2020. 3. 2.경 피고와 근로계약을 체결하고(당시 피고의 대표이사였던 D이 피고를 대표하였다. 이하 ‘이 사건 근로계약’이라 한다), 피고의 F사무실로 출근하며 임상팀 부장으로 임상시험 관리 및 진행 업무를 수행하였다. 이 사건 근로계약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D이 2020. 4. 13. 피고의 대표이사에서 해임되자, 당시 피고의 경영지배인이었던 G은 D에게 F사무실을 비우라고 하였고, D은 원고를 포함한 피고의 F사무실 직원들에게 ‘F사무실을 비워야 한다, 인사발령이 있을테니 대기하라’고 하였다. F사무실은 2020. 7.경 폐쇄되었다.
피고는 원고에게 2020. 4. 21.까지의 급여를 지급하였다.
원고는 2020. 7. 20.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피고가 원고에게 대기하라고 지시한 후 인사발령을 하지 않고 있으므로 이는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며 부당해고구제신청을 하였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2020. 10. 16. ‘피고가 원고에게 행한 해고는 부당해고임을 인정한다’는 판정을 하였다(H). 이에 대해 피고가 재심신청을 하였고, 중앙노동위원회는 2021. 2. 2. ‘피고의 전 대표이사 D이 원고에게 기간의 정함이 없는 대기발령을 한 것으로 보일 뿐 원고를 해고하였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서울지방노동위원회의 판정을 취소하고 원고의 구제신청을 기각하였다(I).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4호증, 을 제1, 5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대기발령무효확인청구에 대한 판단
원고의 주장
피고의 전 대표이사였던 D은 원고에게 ‘F사무실을 비워야 한다, 다음 주 안으로 인사발령이 있을테니 대기하라’고 지시하였는바 이는 원고에 대해 대기발령을 한 것이다. 위 대기발령은 대기발령사유를 통지하고 소명기회를 부여하지 않아 절차적으로 위법하며, 정당한 사유 없이 대기발령을 하고 1년 이상 아무런 인사명령을 하지 않아 실체적으로도 위법하여 무효이다.
피고의 주장
D이 원고에게 대기하라고 지시하였더라도, 이는 D이 피고의 대표이사에서 해임된 이후에 권한 없이 지시한 것이어서 원고에 대한 대기발령처분이 존재한다고 할 수 없다.
판단
대기발령의 존부에 대한 판단
앞서 든 증거들에 의하면 D이 원고에게 대기하라고 지시할 무렵 D이 이미 피고의 대표이사에서 해임되었고 원고도 D의 해임사실을 알고 있었던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앞서 든 증거들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원고에 대한 대기 지시는 F사무실 폐쇄의 일환으로 이루어진 것이고, F사무실 폐쇄는 피고의 경영권 분쟁 결과 D을 대표이사에서 해임하면서 D이 업무를 수행하던 F사무실을 폐쇄한 것으로 당시 피고 경영진의 의사에 따라 이루어진 것인바, 당시 피고에게 원고를 포함한 F사무실에서 근무하던 근로자들의 근로를 중지시킬 의사가 있었다고 봄이 상당한 점, ② 당시 D은 대표이사에서는 해임되었으나 2020. 7. 3.까지는 사내이사의 지위에 있었고, D이 피고의 사내이사로서 대기하라고 지시한 이상 설령 D에게 인사명령권한이 없었더라고 하더라도 피고의 지시 자체가 없다고 할 수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대기발령(이하 ‘이 사건 대기발령’이라 한다)을 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대기발령의 무효 여부에 대한 판단
기업이 그 활동을 계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하여는 노동력을 재배치하거나 그 수급을 조절하는 것이 필요불가결하므로, 대기발령을 포함한 인사명령은 원칙적으로 인사권자인 사용자의 고유권한에 속한다 할 것이고, 따라서 이러한 인사명령에 대하여는 업무상 필요한 범위 안에서 사용자에게 상당한 재량을 인정하여야 하지만(대법원 2005. 2. 18. 선고 2003다63029 판결 참조), 대기발령이 일시적으로 당해 근로자에게 직위를 부여하지 아니함으로써 직무에 종사하지 못하도록 하는 잠정적인 조치이고, 근로기준법 제30조 제1항에서 사용자는 근로자에 대하여 정당한 이유 없이 전직, 휴직, 기타 징벌을 하지 못한다고 제한하고 있는 취지에 비추어 볼 때, 사용자가 대기발령 근거규정에 의하여 일정한 대기발령 사유의 발생에 따라 근로자에게 대기발령을 한 것이 정당한 경우라고 하더라도 당해 대기발령 규정의 설정 목적과 그 실제 기능, 대기발령 유지의 합리성 여부 및 그로 인하여 근로자가 받게 될 신분상․경제상의 불이익 등 구체적인 사정을 모두 참작하여 그 기간은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고, 만일 대기발령을 받은 근로자가 상당한 기간에 걸쳐 근로의 제공을 할 수 없다거나, 근로제공을 함이 매우 부적당한 경우가 아닌데도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없을 정도로 부당하게 장기간 동안 대기발령 조치를 유지하는 것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그와 같은 조치는 무효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대법원 2007. 2. 23. 선고 2005다3991 판결 참조).
위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피고가 2020. 4.경 업무상 필요에 의해서가 아닌 피고 내부의 경영권 분쟁에 따라 원고에 대해 대기발령을 한 후 현재까지 1년 이상의 기간 동안 아무런 인사발령을 하지 않고 대기발령 조치를 유지한 것은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없을 정도로 부당하게 장기간 동안 대기발령 조치를 유지한 것으로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이 사건 대기발령은 무효이다.
임금 및 연차수당청구에 대한 판단
원고의 주장
피고는 원고에게 부당한 대기발령을 당하지 않았더라면 지급받았을 급여 월 6,333,333원 및 2021. 3. 2.까지 발생한 연차수당 11일 분 2,666,664원을 지급하여야 한다.
피고의 주장
대기발령이 부당한 경우 대기발령 기간을 소정근로일에서 제외하고 휴가일수를 비례삭감해야 한다.
판단
급여 청구에 대한 판단
이 사건 대기발령이 무효인 이상 부당한 대기발령기간 동안 원고가 근로를 제공하지 못한 것은 사용자인 피고의 책임 있는 사유로 인한 것이므로, 피고는 민법 제538조 제1항에 따라 원고가 정상적으로 근무하였더라면 받을 수 있었던 임금 상당액을 지급하여야 한다. 원고의 월 임금이 6,333,333원인 사실, 피고는 원고에게 2020. 4. 21.까지의 급여를 지급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2020. 4. 22.부터 원고를 복귀시킬 때까지 매월 6,333,333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연차수당청구에 대한 판단
사용자가 근로자를 해고하였으나 해고에 정당한 이유가 없어 무효인 경우에 근로자는 부당해고기간 동안에 정상적으로 일을 계속하였더라면 받을 수 있었던 임금을 모두 지급받을 수 있다. 해고 근로자가 해고기간 동안 근무를 하지는 않았다고 하더라도 해고가 무효인 이상 그동안 사용자와의 근로관계는 계속되고 있는 것이고, 근로자가 해고기간 동안 근무를 하지 못한 것은 근로자를 부당하게 해고한 사용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로 인한 것이기 때문이다. 근로자가 부당해고로 인하여 지급받지 못한 임금이 연차휴가수당인 경우에도 해당 근로자의 연간 소정근로일수와 출근일수를 고려하여 근로기준법 제60조 제1항의 요건을 충족하면 연차유급휴가가 부여되는 것을 전제로 연차휴가수당을 지급하여야 하고, 이를 산정하기 위한 연간 소정근로일수와 출근일수를 계산할 때 사용자의 부당해고로 인하여 근로자가 출근하지 못한 기간을 근로자에 대하여 불리하게 고려할 수는 없으므로 그 기간은 연간 소정근로일수 및 출근일수에 모두 산입되는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대법원 2014. 3. 13. 선고 2011다95519 판결 등 참조). 위와 같은 법리는 부당한 대기발령으로 인하여 사용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로 대기발령기간 동안 근무하지 못한 근로자에게도 적용되어야 하고, 따라서 부당한 대기발령기간은 연간 소정근로일수 및 출근일수에 모두 산입되는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근로기준법 제60조 제2항은 사용자는 계속하여 근로한 기간이 1년 미만인 근로자에게 1개월 개근 시 1일의 유급휴가를 주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원고는 2020. 3. 2. 피고에 입사하였으므로 2021. 3. 2. 11일 분의 연차휴가수당청구권이 발생하였다. 원고의 소정근로시간은 하루 8시간, 소정근로일은 주 5일이므로 월 소정근로시간은 209시간[(주 소정근로시간 40시간 + 주휴시간 8시간) × 4.35주]이고, 시간당 통상임금은 30,303원(월급 6,333,333원 ÷ 209시간), 1일당 통상임금은 242,424원이므로, 11일분의 연차수당은 2,666,664원(242,424원 × 11일)이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2,666,664원 및 이에 대하여 연차휴가수당청구권 발생일 다음날인 2021. 3. 3.부터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인 2021. 3. 8.까지는 상법이 정한 연 6%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결 론
원고의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한다.
판사 김순열(재판장) 유재영 박지숙
각주1) 원고는 연차휴가수당발생일인 2021. 3. 2.부터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구하나,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상 법정이율은 금전채무의 이행을 구하는 소장 또는 이에 준하는 서면이 채무자에게 송달된 다음 날부터 적용되는 것이므로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 다음날부터 적용되고, 이행기인 연차휴가발생일 다음 날부터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까지는 상법상 법정이율이 적용된다고 봄이 상당하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