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판결

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 2022. 4. 27. 선고 2022가단103995 판결

2022

주문

1.

피고(반소원고)는 원고(반소피고)에게 64,877,651원 및 이에 대하여 2020. 3. 5. 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피고(반소원고)의 반소청구를 기각한다.

3.

소송비용은 본소와 반소를 합하여 피고(반소원고)가 부담한다.

4.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이유

본소와 반소를 함께 본다.

1.

기초사실

가.

원고는 2010. 12. 1.부터 2020. 1. 20.까지 피고 회사에서 택시 운전 근로자로 근무하였다. 원고는 택시 운행으로 발생하는 운송수입금 중 일정액의 기준 운송수입금(이하 ‘사납금’이라 한다)을 피고에게 납입하고 이를 제외한 나머지 운송수입금(이하 ‘초과 운송수입금’이라 한다)을 자신의 수입으로 하며, 이에 더하여 피고로부터 일정한 고정급을 지급받는 방식인 이른바 ‘정액사납금제’ 형태로 임금을 지급받아 왔다.

나.

최저임금법이 2007. 12. 27. 법률 제8818호로 개정되어 일반택시운전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의 최저임금에 산입되는 임금의 범위에서 ‘생산고에 따른 임금’을 제외하는 제6조 제5항(이하 ‘이 사건 특례조항’)이 신설되었고, 위 법률 부칙 및 2008. 3. 21. 법률 제8964호 개정 최저임금법 부칙에 따라 이 사건 특례조항이 2010. 7. 1.부터 피고가 소재한 안양시 지역에도 시행되었다.

다.

1) 피고가 이 사건 특례조항 시행 전 피고 소속 근로자로 구성된 노동조합과 체결한 단체협약(유효기간 2009. 11.~2011. 10.)과 임금협정(2010. 1. 1.~2010. 6. 30.) 상 소정근로시간은 1일 6시간 40분, 주 40시간, 월 200시간이었다.

2)

피고와 노동조합은 이 사건 특례조항 시행 후 단체협약(2010. 7. 1.~2011. 6. 30.)과 임금협정(2010. 7. 1.~2011. 6. 30.)에서 소정근로시간을 1일 2시간 30분, 월 76시간으로 변경하였고, 그 이후의 단체협약과 임금협정에서도 소정근로시간 1일 2시간 30분을 유지하였다(이하 2010. 7. 1. 이후의 단체협약/임금협정을 ‘개정 후 단체협약/임금협정’이라 하고, 그 이전 단체협약/임금협정을 ‘종전 단체협약/임금협정’이라 함).

라.

피고는 원고에게 2010. 11. 4.부터 2014. 1. 31.까지 중간정산한 퇴직금 1,111,330원을 2015. 2. 25.에, 2014. 2. 1.부터 2015. 9. 30.까지 중간정산한 퇴직금 670,920원을 2015. 11. 2.에 각각 지급하였다.

마.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최저임금법에 따라 고용노동부 장관이 결정, 고시한 시간당 최저임금은 다음과 같다.

[인정근거: 다툼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13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들의 주장

가.

원고

1)

최저임금 미달액 청구

개정 후 임금협정에서 실제 근무형태나 운행 시간의 변경 없이 소정근로시간만 줄이는 내용의 합의는 이 사건 특례조항을 잠탈하기 위한 탈법행위로서 무효이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종전 임금협정에서 정한 소정근로시간을 적용하여 최저임금법에 따른 최저임금과 실제 지급한 임금과의 차액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아울러 종전 소정 근로시간을 적용하여 다시 산정한 상여금 및 주휴수당과 실제 지급한 수당과의 차액, 야간근로수당 지급도 함께 구한다.

2)

퇴직금 미달액 청구

퇴직금 중간정산은 무효이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2010. 12. 1.부터 2020. 1. 20.까지를 계속근로기간으로 하여 산정한 퇴직금에서 중간정산한 퇴직금을 공제한 금액을 지급하여야 하는데, 퇴직금은 종전 소정근로시간을 기준으로 원고가 받을 최저임금과 초과운송수입금이 반영된 평균임금을 기초로 산정하여야 한다.

나.

피고

1)

최저임금 미달액 청구에 대하여

가)

개정 후 단체협약/임금협정이 이 사건 특례조항 적용을 잠탈하기 위하여 근무 형태나 운행 시간 변경 없이 소정근로시간만 줄이기로 하는 합의라는 증거가 없다. 나) 개정 후 단체협약/임금협정은 초과운송수입금을 최대한 확보하고자 하는 택시운전 근로자들의 의사와 고정비용 억제를 원하는 피고의 의사에 따라 자율적으로 이루어진 합의인데 원고가 이제 와서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 무효를 주장하는 것은 신의칙에 반하고 권리남용에 해당한다.

다)

또한 종전 단체협약/임금협정도 고정급을 정해놓은 다음 시급을 고려하여 소정근로시간을 기계적으로 산출한 것이므로, 개정 후 단체협약/임금협정이 무효라면 그 전의 협약도 무효여서 이 사건에서 소정근로시간 기준으로 삼을 수 없다.

2)

퇴직금 미달액 청구에 대하여

가)

원고는 2015. 9. 30.까지의 퇴직금에 관하여 민사상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을 확약했으므로 원고 청구 중 이 부분은 부제소합의가 있어 각하되어야 한다.

나)

퇴직금 중간정산은 원고의 신청에 따라 원고의 자유로운 의사로 이루어졌고 원고가 이의없이 수령하였으므로 유효하다.

다)

초과운송수입금이 이 사건 특례조항 시행으로 최저임금 산입 범위에서 제외된 이상 퇴직금 산정의 기초인 평균임금에서도 제외되어야 한다.

3)

예비적 반소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가 무효라면 이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사납금 합의도 무효라고 보아야 한다.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가 무효여서 고정급을 추가로 지급해야 한다는 사실을 피고가 알았다면 사납금도 더 높게 책정했을 것이므로, 원고는 정당하게 재산정한 사납금 중 미지급 금액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사납금 인상 비율은 인상되는 임금액의 131.35%가 적당하므로(한국노동연구원 보고서), 원고는 피고에게 본소로 청구하는 임금 인상분(22,198,169원)의 131.35%인 29,157,294원과 반소장 부본 송달 다음날부터의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3.

최저임금 미달액 청구

가.

개정 후 단체협약/임금협정 중 소정근로시간 단축 부분이 무효인지 여부

1)

구 근로기준법(2018. 3. 20. 법률 제1551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1주간의 근로시간은 40시간을, 1일의 근로시간은 8시간을 초과할 수 없도록 기준근로시간을 정하여 규제하면서(제50조 제1항, 제2항), 기준근로시간의 범위 내에서 근로자와 사용자가 합의한 근로시간을 소정근로시간으로 규정하고 있다(제2조 제1항 제7호).

근로자는 합의한 소정근로시간 동안 근로의무를 부담하고, 사용자는 근로의무이행에 대하여 임금을 지급하게 되는데, 사용자와 근로자는 기준근로시간을 초과하지 않는 한 원칙적으로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소정근로시간에 관하여 합의할 수 있다. 다만 소정근로시간의 정함이 단지 형식에 불과하다고 평가할 수 있는 정도에 이르거나, 노동관계법령 등 강행법규를 잠탈할 의도로 소정근로시간을 정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소정근로시간에 관한 합의로서의 효력을 부정하여야 한다.

헌법 및 최저임금법 관련 규정 내용과 체계, 이 사건 특례조항의 입법 취지와 입법 경과,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의 규정 취지 및 일반택시운송사업의 공공성,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하는 합의 관련 전후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정액사납금제하에서 생산고에 따른 임금을 제외한 고정급이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것을 회피할 의도로 사용자가 소정근로시간을 기준으로 산정되는 시간당 고정급의 외형상 액수를 증가시키기 위해 택시운전근로자 노동조합과 사이에 실제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의 변경 없이 소정 근로시간만을 단축하기로 합의한 경우, 이러한 합의는 강행법규인 최저임금법상 특례조항 등의 적용을 잠탈하기 위한 탈법행위로서 무효라고 보아야 한다. 이러한 법리는 사용자가 택시운전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하는 내용으로 취업규칙을 변경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대법원 2019. 4. 18. 선고 2016다2451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2)

위 인정사실에 갑 제11 내지 15, 갑 제17호증의 각 기재와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 사정들을 보태어 보면, 개정 후 단체협약/임금협정 중 소정근로시간에 관한 합의 부분은 이 사건 특례조항 시행에 따라 생산고에 따른 임금을 제외한 고정급이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것을 회피할 의도로 소정근로시간을 기준으로 산정되는 고정급을 외형상 증액시키기 위해 변경한 것으로 강행법규인 이 사건 특례조항의 적용을 잠탈하기 위한 탈법행위로서 무효라고 봄이 타당하다.

①

개정 후 임금협정에서는 이 사건 특례조항 시행일에 맞추어 근로시간을 종전 6시간 40분에서 2시간 30분으로 대폭 단축하는 것으로 변경하였다.

②

한편, 택시운전 근로자들이 피고 회사에 내야 하는 사납금은 이 사건 특례조항 시행 전후로 변화가 거의 없거나 소폭 상승하였다. 이 사건 특례조항 시행 직전 임금협정서(2010. 1. 1.~2010. 6. 31.) 상 사납금은 옵티마 오토차량이 13만 원, 엔에프쏘나타 및 로제 오토차량이 13만 6,000원이었는데, 개정 후 임금협정서(2010. 7. 1.~2011. 6. 30.) 상 사납금은 옵티마 차량이 13만 1,000원, 로체 차량이 13만 7,000원이었고, 그 후 계속 상승하였다.

서울 지역의 2교대 근무제 하에서 사납금 133,500원을 채우기 위하여 필요한 근로시간은 8.2시간, 경기도 성남 지역에서 사납금 103,000원을 채우기 위하여 필요한 근로시간은 6.7시간(2021. 9. 24.자 원고 준비서면 첨부자료 ‘택시업종 최저임금 현장연구 및 제도개선방안 연구’)인 점을 고려하면, 피고의 택시운전 근로자들은 이 사건 특례조항 시행 후에도 종전과 같은 수준의 사납금을 내기 위해 비슷한 강도로 근무할 수밖에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③

이 사건 특례조항 시행 전후로 운송수입 변화(기본요금 인상 등), 영업환경 변화(실차율 증가, 대기시간 감소 등), 배차시간 단축 등 근무 형태나 운행 시간에 영향을 줄 만한 사정이 있었다고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배차시간은 이 사건 특례조항 시행 전부터 2019년도 임금협정서까지 10시간으로 변함이 없었다.

④

이 사건 특례조항 시행 직후 개정된 임금협정(2010. 7. 1.~2011. 6. 30.) 상 기본급 204,000원과 제 수당(주휴수당, 승무수당, 호봉수당, 상여금) 150,560원 합계 354,560원을 종전 소정근로시간인 월 200시간을 기준으로 시간급 임금으로 환산하면 1,772원으로 최저시급에 현저히 미달하게 된다. 그 이후 임금협정에서 정한 기본급과 제 수당 합계액을 종전 소정근로시간으로 환산할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종전 소정근로시간을 줄이지 않고는 고정급이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것을 피할 수 없는 현상이 가장 최근의 단체협약(2019. 11.~2021. 10.)과 임금협정(2019. 1. 1.~2019. 12. 31.)까지 계속 유지되었다.

2)

신의칙 위반, 권리남용 여부

신의성실의 원칙(이하 ‘신의칙’이라고 한다)은, 법률관계의 당사자는 상대방의 이익을 배려하여 형평에 어긋나거나 신뢰를 저버리는 내용 또는 방법으로 권리를 행사하거나 의무를 이행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추상적 규범을 말하는 것으로서, 신의칙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그 권리행사를 부정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에게 신의를 공여하였거나 객관적으로 보아 상대방이 신의를 가지는 것이 정당한 상태에 이르러야 하고 이와 같은 상대방의 신의에 반하여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정의관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없는 정도의 상태에 이르러야 한다. 단체협약 등 노사합의의 내용이 근로기준법 등의 강행규정을 위반하여 무효인 경우에, 그 무효를 주장하는 것이 신의칙에 위배되는 권리의 행사라는 이유로 이를 배척한다면 강행규정으로 정한 입법 취지를 몰각시키는 결과가 되므로, 신의칙을 적용하기 위한 일반적인 요건을 갖춤은 물론 강행규정성에도 불구하고 신의칙을 우선하여 적용하는 것을 수긍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 한 그러한 주장이 신의칙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18. 7. 11. 선고 2016다9261, 9278 판결 등 참조).

이 사건 특례조항은 택시운전 근로자들이 받는 임금 중 고정급의 비율을 높여 운송수입이 적은 경우라고 하더라도 최저임금액 이상의 임금을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함으로써, 택시를 이용하는 시민들을 장시간 저임금 노동으로 인한 위험하고 무리한 운행으로부터 보호하고자 하는 목적도 갖고 있다. 단순히 택시운전 근로자들의 근로시간과 임금에 관한 문제로만 보아 사적 자치 영역에만 맡길 수는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 이러한 입법취지를 고려하면, 원고를 비롯한 근로자들이 비록 자발적 의사로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강행법규를 앞세워 무효를 주장하는 것이 정의관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없는 정도에 해당한다거나,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가 유지되리라는 피고의 신뢰를 공익에 우선시켜야 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나.

원고에게 적용되는 소정근로시간

1)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이라 한다) 제33조에 의하면, 단체협약 중 근로조건 기타 근로자의 대우에 관하여 정한 부분은 이른바 규범적 부분으로서 근로자와 사용자 사이의 근로계약관계를 직접 규율하는 효력을 가진다. 이러한 규범적 부분은 단체협약이 실효되더라도 그 단체협약의 적용을 받고 있던 근로자의 근로계약의 내용이 되어 그것을 변경하는 새로운 단체협약 내지 취업규칙이 체결․작성되거나 또는 개별적인 근로자의 동의를 얻지 아니하는 한 개별적인 근로자의 근로계약의 내용으로서 여전히 남아 있어 사용자와 근로자를 규율한다(대법원 2007. 12. 27. 선고 2007다51758 판결, 대법원 2014. 6. 26. 선고 2011다33825 판결 등 참조). 마찬가지로 새로이 체결된 단체협약상 규범적 부분인 소정근로시간 조항이 애초부터 탈법행위에 해당하여 무효인 경우라면, 종전 단체협약이 유효기간 만료 등으로 실효된 채 노사 간에 무협약 상태가 계속되고 있는 것과 규범적 상황이 다르지 않으므로, 위와 같은 법리가 이 사건과 같은 경우에도 원칙적으로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앞서 본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중 다수의견의 보충의견 참조).

위 법리에다가, 이 사건 특례조항 시행 전에 체결된 2009년 단체협약 제98조에서는 ‘유효기간이 만료되더라도 갱신을 위한 교섭이 진행 중일 때는 본 협약은 계속 효력을 갖는다’고 규정하고 있다는 점(갑 제10호증)을 보태어 보면, 종전의 단체협약 상소정근로시간이 원고와 피고에게 구속력을 갖는다고 봄이 타당하다.

2)

피고는, 종전 단체협약/임금협정에서도 고정급을 미리 정해놓고 그에 맞춰서 시급을 고려하여 소정근로시간을 정하였으므로 개정 후 단체협약/임금협정과 마찬가지로 무효여서 이 사건에서 소정근로시간의 기준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소정근로시간과 근로자가 실제로 근로를 제공한 실근로시간이 반드시 일치해야만 소정근로시간에 관한 합의가 유효하다고 볼 수는 없다(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중 다수의견 보충의견 참조). 정액사납금제 하의 택시운전근로자들에게는 택시운전근로 및 임금 구조의 특수성으로 말미암아 소정근로시간이 실질적으로는 약정된 근로의무시간으로 기능한다기보다는 사용자가 초과운송수입금이 아닌 고정급을 지급하는 기준이 되는 임금지급시간으로서의 역할만을 사실상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즉, 소정근로시간이 근로의무 있는 근로시간을 실제 반영하고 있다고 보기 어려운 사정이 있다(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중 반대의견 참조).

개정 후 단체협약/임금협정 상 소정근로시간 단축 조항이 무효인 이유는 단순히 실제 근로시간과 괴리되어 형식적으로 정해져서가 아니라, 총 수입 중 고정급의 비율을 높이려는 이 사건 특례조항의 입법취지를 정면으로 위반하는 탈법행위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종전 단체협약/임금협정 상 소정근로시간이 실제 근로시간과 무관하게 일정한 고정급 산출을 위해 기계적으로 정해졌다는 사정만으로, 이 사건 특례조항과 동일한 무효 사유가 존재한다고 볼 수 없다. 종전 단체협약/임금협정에서 소정근로시간이 단지 형식에 불과하다거나 노동관계법령 등 강행규정을 잠탈할 의도로 소정근로시간을 정하였다는 사정이 있어야 무효로 볼 수 있을 것인데, 이에 대한 주장과 증명은 없다.

다.

구체적인 최저임금 미달액

최저임금 미달액은 비교대상임금을 시간급 임금으로 환산한 금액과 법정 최저임금액과의 차액이 되는바, 원고가 매월 지급받은 기본급, 주휴수당, 호봉수당, 상여금, 승무수당을 소정근로시간(6시간 40분)과 근무일수로 나누어 계산한 비교대상임금은 별지 3. 임금산정표 중 3. 원고의 비교대상임금 및 원고의 미지급 임금 청구금액 표의 “비교대상임금”란 기재 금액과 같고, 이 비교대상임금과 법정 최저시급의 차액에 소정근로시간(6시간 40분)과 근무일수를 곱하여 산정한 최저임금 미달액은 같은 표의 “최저임금 미달액”란 기재 금액(19,297,757원)과 같다.

한편, 소정근로시간을 6시간 40분으로 할 경우 원고가 매월 지급받아야 할 주휴수당과 상여금 액수는 별지 3. 임금산정표 중 1. 원고가 지급받아야 할 임금 표의 “주휴수당”란과 “상여금”란 기재 각 금액과 같고, 원고가 지급받아야 할 야간근로수당 액수는 같은 표의 “야간근로수당”란 기재와 같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월별 최저임금 미달액 및 야간근로수당, 원고가 구하는 바에 따른 주휴수당 차액 및 상여금 차액 합계 33,520,069원 및 각 월별 미달 임금에 대한 지급일부터 소장 부본 송달일인 2020. 3. 4.까지의 지연이자(별지 4. 임금 지연이자 산정표) 3,113,391원을 합한 36,633,461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라.

사납금 조항도 무효인지 여부

근로기준법 제15조 제1항은 ‘이 법에서 정하는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근로조건을 정한 계약은 그 부분에 한하여 무효로 한다.’라고, 제2항은 ‘제1항에 따라 무효로 된 부분은 이 법에서 정한 기준에 따른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바 이는 근로기준법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노사 간의 합의라는 형식을 빌려 근로자로 하여금 근로기준법이 정한 기준에 미달하는 근로조건을 감수하도록 하는 것을 저지함으로써 근로자에게 실질적으로 최소한의 근로조건을 유지시켜 주는 것이다. 이 규정은 일부 무효에 관한 민법 제137조에 대한 특칙에 해당한다.

또한 최저임금법 제6조 제3항은 ‘최저임금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와 사용자 사이의 근로계약 중 최저임금액에 미치지 못하는 금액을 임금으로 정한 부분은 무효로 하며, 이 경우 무효로 된 부분은 이 법에서 정한 최저임금액과 동일한 임금을 지급하기로 한 것으로 본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바 이는 근로자에 대하여 임금의 최저수준을 보장하여 근로자의 생활안정과 노동력의 질적 향상을 도모하려는 것이다. 이 규정은 최저임금법의 위와 같은 입법 목적의 달성을 위하여 일부 무효에 관한 민법 제137조에 대한 특칙을 정한 것이다.

위 법리에 비추어 볼 때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가 최저임금법 제6조 제3항을 잠탈하는 것에 해당하여 무효일 경우 그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는 이유로 사납금 관련 조항도 함께 무효로 된다고 할 수는 없다. 합의의 전제가 된 사정이 무너져 결과적으로 피고 의사에 부합하지 않은 조항이 되었으나, 효력을 부인할 것인지 여부는 별개의 문제이다. 또한 사용자가 고정급 인상을 위해 그 재원이 되는 사납금을 증액하는 것이 통상적일 수는 있으나 반드시 필연적인 것은 아니어서, 소정근로시간 조항과 사납금 조항이 하나의 합의로 볼 정도로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4.

퇴직금 미달액 청구

가.

퇴직금 재산정 필요성

일반택시운송사업을 영위하는 사용자로서는 이 사건 특례조항 시행일 이후 퇴직한 근로자가 위 조항에서 정한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임금을 받아왔던 경우에는 퇴직일 이전 3개월 동안 위 근로자에게 실제로 지급된 임금뿐만 아니라 위 조항에 따라 당연히 지급되어야 할 임금 중 지급되지 아니한 금액이 포함된 평균임금을 기초로 산정한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대법원 2014. 10. 27. 선고 2012다70388 판결 참조).

따라서 피고가 원고에게 지급할 퇴직금은 종전 단체협약/임금협정 상 소정근로시간 6시간 40분을 기준으로 산정한 기본급 등을 평균임금에 반영하여 산정하여야 한다.

나.

초과운송수입금이 평균임금에 포함되는지 여부

이 사건 특례조항이 초과운송수입금을 비교대상임금에서 제외하고 있으나, ‘임금’에서 제외한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는 없다(비교대상임금은 근로자에게 지급하기로 정한 임금 중에서 최저임금액 미달 여부 판단의 비교 대상이 되는 임금을 뜻하는 것이어서 임금과 범위가 다른 개념이다). ‘임금’에 해당하는지 여부 및 퇴직금 산정의 기초가 되는 평균임금에 포함되는지 여부는 초과운송수입금의 성격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그런데 운송회사가 그 소속 운전사들에게 매월 실제 근로일수에 따른 일정액을 지급하는 이외에 그 근로형태의 특수성과 계산의 편의 등을 고려하여 하루의 운송수입금 중 회사에 납입하는 일정액의 사납금을 공제한 잔액을 그 운전사 개인의 수입으로 하여 자유로운 처분에 맡겨 왔다면 위와 같은 운전사 개인의 수입으로 되는 부분 또한 그 성격으로 보아 근로의 대가인 임금에 해당한다 할 것이므로, 사납금 초과 수입금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퇴직금 산정의 기초가 되는 평균임금에 포함된다고 봄이 타당하다(대법원 2007. 7. 12. 선고 2005다25113 판결 참조).

다.

산정 기간

1)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이하 ‘퇴직급여법’) 제8조 제2항에 따르면 주택 구입 증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일정한 사유가 있는 경우 퇴직 전에 미리 퇴직금을 정산하여 지급할 수 있고, 그 후의 퇴직금 산정을 위한 계속근로기간은 정산시점부터 새로 계산한다. 근로자의 요구 없이 또는 퇴직급여법 시행령 제3조 제1항 각 호에 규정된 사유 없이 이루어진 중간정산은 무효이고, 그 경우 근로자는 ‘최종퇴직 시 지급받을 수 있었을 퇴직금액’에서 ‘중간에 정산하여 지급받은 퇴직금액’을 뺀 나머지 금액을 청구할 수 있다.

원고가 피고 회사에서 2010. 12. 1.부터 2020. 1. 20.까지 근무한 사실, 근무기간 중 2010. 11. 4.부터 2014. 1. 31.까지의 퇴직금 1,111,330원을 2015. 2. 25.에, 2014. 2. 1.부터 2015. 9. 30.까지의 퇴직금 670,920원을 2015. 11. 2.에 각각 수령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따라서 위 퇴직금 중간정산이 유효한지 여부에 따라 원고의 퇴직금 산정을 위한 계속근로기간이 달라지는데, 원고는 퇴직금 중간정산이 무효임을 전제로 전체 근무기간을 기초로 한 퇴직금을 주장하고, 피고는 유효임을 전제로 중간정산 이후의 퇴직금만 인정하는 한편, 원고가 중간정산 퇴직금 수령 시 부제소 합의를 했으므로 2015. 9. 30.까지의 퇴직금에 대해서는 더 이상 청구할 수 없다는 취지의 본안 전 항변도 한다.

2)

본안 전 항변에 대한 판단(2015. 9. 30.까지의 퇴직금 부분)

소극적 소송요건의 하나인 부제소합의는 소송당사자에게 헌법상 보장된 재판청구권의 포기와 같은 중대한 소송법상의 효과를 발생시키는 것으로서 합의 당사자가 처분할 권리 있는 범위 내의 것으로서 특정한 법률관계에 한정될 때 허용되며, 그 합의 시에 예상할 수 있는 상황에 관한 것이어야 유효하고, 그 효력의 유무나 범위를 둘러싸고 이견이 있을 수 있는 경우에는 당사자의 의사를 합리적으로 해석한 후 이를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3. 11. 28. 선고 2011다80449 판결 참조).

갑 제7, 16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원고가 2015. 2. 25., 2015. 11. 2. 중간정산 퇴직금을 수령하면서 ‘앞으로 본 퇴직금 수령에 대하여 민형사상에 이의를 제기치 아니할 것을 확약함’이라고 기재된 영수증에 각각 서명한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이를 두고 중간정산 시까지 원고가 받은 임금이 최저임금에 미달하여 퇴직금의 기초인 평균임금 산정이 잘못되는 경우까지 원고가 감수하겠다는 의사였다고 해석하기는 어렵다. 위 합의가 최저임금법에 따라 산정한 정당한 퇴직금과 실제 지급받은 퇴직금의 차액을 구하는 청구에는 미치지 않는다고 봄이 타당하다.

3)

유효한 중간정산인지 여부

가)

퇴직급여법 시행령(2015. 12. 15. 법률 제2671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관련 조항은 다음과 같다.

나)

2010. 11. 4.~2014. 1. 31. 중간정산

갑 제16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원고가 2015. 3. 3. ‘본인, 배우자, 부양가족의 6개월 이상의 요양’을 이유로 한 퇴직금 중간정산 신청서를 피고에게 제출한 사실, 신청서에는 ‘첨부: 중간정산사유 증빙서류 일체 1부’가 부동문자로 인쇄되어 있는 사실이 인정된다. 그러나 원고가 위 사유에 대한 증빙서류를 실제 제출하였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는다. 시행령 제2항에 따르면 사용자는 근로자 퇴직 후 5년 동안 증명 서류를 보존하여야 함에도, 이 사건 변론에서 신청서 외에 ‘본인, 배우자, 부양가족의 6개월 이상의 요양’에 관한 증빙서류는 증거로 제출되지 않았다. 사정이 이와 같다면, 신청서만으로는 퇴직급여법 시행령에서 정한 사유가 있어 원고가 퇴직금 중간정산을 요구하였음을 인정하기 부족하다.

다)

2014. 2. 1.~2015. 9. 30. 중간정산

갑 제16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2015. 11. 2.자 퇴직금 중간정산 신청서에는 중간정산 사유로 ‘개인 사정’만 기재되어 있어, 신청서 기재내용 자체로 시행령 상 중간 정산 사유에 해당하지 않음이 명백하다. 퇴직급여법령에 따른 유효한 퇴직금 중간정산이라 볼 수 없다.

4)

따라서 피고는 원고의 전체 근무기간을 계속근로기간으로 하여 최저임금 미달액과 초과운송수입금을 평균임금에 포함시켜 산정한 퇴직금에서 이미 지급한 퇴직금액을 공제한 나머지를 지급할 의무가 있고, 구체적인 미지급 퇴직금 액수는 아래 라.항과 같다. 피고는 기지급 퇴직금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채권과 원고의 최저임금 미달액 청구권 등과의 상계를 주장하나, 원고가 기지급 퇴직금을 이미 공제하고 나머지 퇴직금만 청구하고 있는 이상 상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라.

미지급 퇴직금액

퇴직금 산정의 기초가 되는 평균임금에 소정근로시간을 6시간 40분으로 한 기본급 등을 반영하고 초과운송수입금을 포함한 후 계속근로기간을 2010. 11. 4.부터 2020. 1. 20.까지로 하여 퇴직금을 산정하면 별지 5. 퇴직금 산정표 기재와 같이 29,887,837원이고, 여기서 중간정산 명목으로 지급받은 퇴직금 1,782,250원을 공제하면 미지급 퇴직금액은 28,105,588원이 된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미지급 퇴직금 28,105,588원과 이에 대하여 퇴직일로부터 14일이 되는 날의 다음날인 2020. 2. 3.부터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인 2020. 3. 4.까지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연 20%의 비율로 계산한 금액의 범위 내에서 원고가 구하는 지연이자 138,602원을 합한 28,244,191원을 지급하여야 한다. 5. 예비적 반소청구에 대한 판단

3.

라.항에서 본 바와 같이 개정 후 단체협약/임금협정 중 소정근로시간에 관한 부분이 무효라고 하여 위 단체협약/임금협정 중 다른 부분인 사납금에 관한 부분까지 무효라고 볼 수는 없으므로, 이를 전제로 재산정한 사납금과 이미 지급한 사납금과의 차액을 구하는 피고의 반소청구는 받아들이지 않는다.

6.

결론

그렇다면 피고는 원고에게 ① 미지급 임금(최저임금 미달액과 주휴수당 및 상여금 차액, 야간근로수당)과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까지의 지연이자 36,633,461원, ② 미지급 퇴직금과 소장 부본 송달일까지의 지연이자 28,244,191원 합계 64,877,651원 및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 다음날인 2020. 3. 5.부터 다 갚는 날까지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에서 정한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원고의 본소청구를 전부 인용하고 피고의 반소청구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영림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