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 A을 징역 1년에, 피고인 B를 금고 10월에, 피고인 C를 금고 6월에, 피고인 D를 금고 4월에, 피고인 E 주식회사를 벌금 100,000,000원에 각 처한다.
다만, 이 판결 확정일부터 각 2년간 피고인 A, B, C, D에 대한 위 각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
피고인 E 주식회사에 위 벌금에 상당한 금액의 가납을 명한다.
사건정보
수원지방법원 평택지원
판결
사건
2023고단1983
판결선고
2025. 1. 21.
범죄사실
피고인 E 주식회사(이하 ‘피고인 회사’ 또는 ‘E’이라 한다)는 평택시 F에서 상시근로자 1,135명을 사용하여 냉동생지류·과자류 등 식품(빵류) 제조업 등을 영위하는 법인 사업주이다.
피고인 A은 2022. 6. 17. 피고인 회사의 대표이사로 취임하여 피고인 회사를 위하여 소속 근로자의 안전·보건에 관한 사항을 총괄하여 관리하는 대표자로서 2022. 11. 14. 안전보건관리책임자로 선임되었으며,<1> 피고인 회사의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경영책임자이다.
피고인 B는 피고인 회사의 공장장이자 안전보건사무국장 및 경영지원부문장으로서 그 사업장의 안전·보건 업무에 관하여 피고인 A을 보좌하고 안전보건팀장, 안전관리자 등을 지휘·관리·감독하는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이다.
피고인 C는 피고인 회사의 안전보건팀장으로서 그 사업장의 안전·보건 업무에 관하여 피고인 A, B를 보좌하고, 안전보건팀 소속 안전관리자 등을 지휘·관리·감독하는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이다.
피고인 D는 피고인 회사의 안전보건팀 및 안전보건사무국 소속 안전관리자로서 안전·보건 업무에 관하여 피고인 A, B, C를 보좌하고, 관리감독자에게 지도·조언하는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이다.
피고인 A의 중대재해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산업재해치사)
경영책임자는 사업주나 법인이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근로자의 안전·보건상 유해 또는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그 사업 또는 사업장의 특성 및 규모 등을 고려하여 재해 발생 시 재발방지 대책의 수립 및 그 이행에 관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E의 사업장에서는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이후인 2022. 4. 1.경 페스츄리 라인에서 수평 배합기 청소 중 문 틈새로 손을 넣고 작동시켜 발생한 끼임 사고로 근로자에게 약 4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손가락 인대 손상 등이 발생하였고, 2022. 4. 18.경 같은 라인에서 반죽이 나오는 롤러에 손을 넣어 발생한 끼임 사고로 근로자에게 약 12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손등 압궤 손상 등이 발생하였고, 2022. 6. 17.경 파베이크 라인에서 가동 중인 컨베이어 벨트에 손을 넣어 반죽을 제거하던 중 발생한 끼임 사고로 근로자에게 약 4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손등 압궤 손상 등이 발생하였고, 2022. 8. 17.경 냉장 샌드위치 라인에서 포장실링기 안전장치를 일시 해제한 상태에서 위 설비를 손으로 가리키다 발생한 끼임 사고로 근로자에게 약 4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손목 등에 손상 등이 발생한 것을 비롯하여 최근 3년간 ‘설비 가동 중 손 투입 등으로 인한 끼임 사고’ 12건이 발생하였다.
피고인은 2022. 6. 17.경 E의 대표이사로 취임하여 이와 같이 근로자가 가동 중인 기계·기구·설비에 신체를 접촉하여 발생한 끼임 사고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상황이었으므로, 근로자에 대한 작업절차 및 안전수칙 교육, 가동 중인 설비에 신체접촉이 불가능하거나 신체접촉의 위험성이 있으면 가동이 정지되는 방호장치 설치,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적절한 근로인력 배치 등 종합적인 끼임 사고 재발방지대책을 수립·이행하여야 함에도 사고가 발생한 기계에 한정한 조치 외에 동종·유사한 끼임 사고의 예방을 위한 근본적인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 및 이행하지 아니하였다.
결국 피고인은 위와 같은 안전·보건확보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여 근로자 H(여, 23세)으로 하여금 2022. 10. 15. 06:18경 E의 냉장 샌드위치 라인이 있는 2공장 3층 배합실에서 야간 근무를 하면서 혼자 이 사건 혼합기의 탈착식 덮개를 개방한 채 가동 중인 혼합기에 손을 집어넣어 배합작업을 하던 중, 피해자의 손이 회전축과 회전날개 사이에 끼이고 혼합기의 작동 힘으로 인해 피해자의 신체 상부가 이 사건 혼합기에 말려 들어가도록 하여 위 일시경 그 자리에서 오른쪽 상완골 골절 등의 손상이 동반된 상태에서 발생한 기도폐색성 질식으로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재해 발생 시 재발방지 대책의 수립 및 그 이행에 관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여 근로자가 사망하는 중대산업재해에 이르게 하였다.<2>
피고인 A, B, C, D의 업무상과실치사
피고인 A의 업무상 주의의무
피고인은 E을 위하여 소속 근로자의 안전·보건에 관한 사항을 총괄하여 관리하는 대표자이자 E의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경영책임자로서, 재해가 발생한 경우 재발방지 대책의 수립 및 그 이행에 관한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었는바, B, C, D로 하여금 이 사건 혼합기를 이용한 작업과 관련하여 작업안전표준서를 작성토록 함은 물론 근로자들이 작업안전표준서에 따라 작업을 하도록 하고, 작업시간대 및 통용되어 온 작업방식을 고려하여 2인 1조의 근로자배치를 하도록 하고, 이 사건 혼합기를 이용한 작업에서 발생하는 산업재해를 실질적으로 예방하기 위하여 연동형 덮개를 설치하도록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었다.
피고인 B의 업무상 주의의무
피고인은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와 관련하여 A을 보좌하며 안전보건팀 소속 직원들을 지휘·관리·감독하는바, 안전보건팀 소속 직원들로 하여금 이 사건 혼합기를 이용한 작업의 절차, 위험성, 작업시 필요한 안전수칙 등을 포함한 작업안전표준서를 작성토록 하고, 근로자들이 작업안전표준서에 따라 혼합기를 가동할 경우에는 덮개를 개방하지 않도록 하며, 혼합기 안의 뭉친 내용물을 풀어주거나 이물질을 제거하는 경우에는 혼합기를 반드시 정지하도록 교육 등 관리·감독하도록 하여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었다.
또한, 피고인은 관리감독자의 위험성 평가가 충실하게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 안전보건팀 소속 직원들로 하여금 이를 보완하도록 요구하는 등 그 내용을 실질적으로 검토한 후 위험성평가 결과 및 위험요인들을 개선한 조치사항을 보고하도록 하여야 하고, 산업재해가 발생한 경우 피고인 A의 지시에 따라 그 원인을 조사하고 재발 방지대책을 수립하여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었다.<3>
피고인 C, D의 업무상 주의의무
피고인들은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와 관련하여 A, B를 보좌하며 이 사건 혼합기를 이용한 작업의 절차, 위험성, 작업시 필요한 안전수칙 등을 포함한 작업안전표준서를 작성하고, 근로자들이 작업안전표준서에 따라 혼합기를 가동할 경우에는 덮개를 개방하지 않도록 하며, 혼합기 안의 뭉친 내용물을 풀어주거나 이물질을 제거하는 경우에는 혼합기를 반드시 정지하도록 교육 등 관리·감독하여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었다.
또한, 피고인들은 각 작업별 관리감독자들이 작업과 관련된 위험을 파악하여 평가를 진행해오면 위 위험성 평가가 충실하게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 보완을 요구하는 등 그 내용을 실질적으로 검토한 후 위험성평가 결과 및 위험요인들을 개선한 조치사항을 안전보건관리책임자에게 보고하여야 하고, 산업재해가 발생한 경우 피고인 A의 지시에 따라 원인을 조사하고 재발 방지대책을 수립하여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었다.<4>
피고인들의 주의의무위반
그럼에도 피고인들은 위와 같은 업무상 주의의무를 게을리하여 이 사건 혼합기를 이용한 작업의 절차, 위험성, 작업시 필요한 안전수칙 등을 포함한 작업안전표준서를 작성하지 않았다.
그리고 피고인 B, C, D는 2022. 5.경 진행된 냉장 샌드위치 라인의 위험성평가를 진행함에 있어 기계·기구목록표 및 작업공정설명서에 이 사건 혼합기 및 이를 이용한 작업을 제외한 채 사전안전보건정보를 제공하여 냉장 샌드위치 라인에서 이 사건 혼합기 및 이를 이용한 작업에 대한 위험성평가가 누락되도록 하였고, 이 사건 혼합기와 유사한 수평배합기, 교반기들에 대하여 전반적으로 산업재해를 예방할 수 있는 연동형 덮개 설치 등 실질적인 방호조치가 없음에도 안전장치가 갖추어져 피해발생 가능성이 낮아 추가 안전조치가 필요 없다는 부실한 위험성평가가 이루어졌음에도 해당 작업라인에 재검토를 요청하지 않았으며, 근로자들이 이 사건 혼합기와 구조와 기능이 유사한 교반기에 대해 회전체에 말릴 위험이 있어 2인 1조 작업이 필요하며, 수직 믹서기 사용시 협착 사고 발생의 위험이 있어 안전 커버 장착이 필요하다는 내용 등의 잠재위험발굴 카드를 작성하여 제출하였음에도 이를 위험성 평가에 반영하지 아니하였다.
또한, 피고인들은 피고인 A이 E의 대표이사로 취임한 이후 발생한 끼임 사고 2건을 포함하여 E의 최근 3년간 혼합기 등 가동 중인 설비에 신체가 끼이는 사고가 12건에 달하고, 2020. 4.경, 2021. 10.경, 2022. 8.경 한국산업안전공단, I협회 점검 및 E의 자체 주간점검에서 혼합기 등의 덮개 개방 문제가 지적되어 인터록 설비가 연동된 연동형 덮개의 설치가 대책으로 검토되었음에도 특별한 사유 없이 끼임 사고 재발방지를 위한 연동형 덮개를 설치하지 아니하였고, 2022년 상반기 안전·보건법령 이행 여부 점검에서 기계 방호장치가 제대로 갖추어져 있다는 사실과 다른 평가를 하였고, 당시 작업시간대 및 통용되어 온 작업방식을 고려하여 이 사건 혼합기를 이용한 작업 시 2인 1조의 근로자 배치를 하지 아니함으로써 피해자가 이 사건 혼합기의 탈착식 덮개를 개방한 채 가동 중인 혼합기에 손을 집어넣어 위험한 방식으로 작업을 하도록 방치하였다.
소결
이로써 피고인들은 공동하여 위와 같은 업무상 과실로 피해자로 하여금 2022. 10. 15. 06:18경 혼자 이 사건 혼합기의 탈착식 덮개를 개방한 채 가동 중인 혼합기에 손을 집어넣어 배합작업을 하던 중 피해자의 손이 회전축과 회전날개 사이에 끼이고 혼합기의 작동 힘으로 인해 피해자의 신체 상부가 이 사건 혼합기에 말려 들어가도록 하여 위 일시경 그 자리에서 오른쪽 상완골 골절 등의 손상이 동반된 상태에서 발생한 기도폐색성 질식으로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
피고인 A의 산업안전보건법위반
사업주는 기계·기구, 그 밖의 설비에 의한 위험으로 인한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하고, 이에 따라 사업주는 기계의 원동기·회전축·기어·풀리·플라이휠·벨트 및 체인 등 근로자가 위험에 처할 우려가 있는 부위에 덮개·울·슬리브 및 건널다리 등을 설치하여야 한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2023. 1. 26.부터 2023. 1. 31.까지 E의 위 사업장에서, 1공장 야채반 상자 이송 컨베이어 구동부와 2공장 1층 페스츄리 라인 동력전달부에 덮개 설치 등의 안전조치를 하지 아니하였다.
사업주는 전기, 열, 그밖의 에너지에 의한 위험으로 인한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하고, 이에 따라 사업주는 물 등 도전성이 높은 액체가 있는 습윤장소에서 사용하는 저압(1,500볼트 이하 직류전압이나 1,000볼트 이하의 교류전압)용 전기 기계ㆍ기구에 대하여 누전에 의한 감전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해당 전로의 정격에 적합하고 감도(전류 등에 반응하는 정도)가 양호하며 확실하게 작동하는 감전방지용 누전차단기를 설치해야 한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위 가항 기재 일시·장소에서, 2공장 1층 세척실 중탕기 등 E 주식회사 공장 내 습윤장소 53개소에서 사용하는 총 203개 기계·기구에 대해 누전차단기를 설치하지 않거나 전로의 정격에 적합하고 감도가 양호하지 않은 누전차단기를 설치하였다.
사업주는 근로자가 추락할 위험이 있는 장소에서 작업을 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하고, 이에 따라 사업주는 근로자가 작업발판 및 통로의 끝이나 개구부로서 근로자가 추락할 위험이 있는 장소에는 안전난간, 울타리, 수직형 추락방망 또는 덮개 등(이하 ‘난간 등’이라 한다)의 방호 조치를 충분한 강도를 가진 구조로 튼튼하게 설치하여야 하며 덮개를 설치하는 경우에는 뒤집히거나 떨어지지 않도록 설치하여야 한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위 가항 기재 일시·장소에서, 근로자가 추락할 위험이 있는 장소인 폐수처리장 반응조 개구부 및 2공장 1층 수평배합기 상부에 난간 등 설치 등의 안전조치를 하지 아니하였다.
피고인 E 주식회사
중대재해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산업재해치사)
피고인은 경영책임자인 A이 위 제1항 기재와 같이 피고인의 업무에 관하여 재해 발생 시 재발방지 대책의 수립 및 그 이행에 관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여 근로자 H이 사망하는 중대산업재해에 이르게 하였다.
산업안전보건법위반
피고인은 안전보건관리책임자인 A이 위 제3의 각 항 기재와 같이 피고인의 업무에 관하여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안전조치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는 위반행위를 하였다.
증거의 요지
피고인 A, B, C, D의 각 일부 법정진술
증인 J, K, L의 각 법정진술
M, N에 대한 각 경찰 진술조서
사체검안서(증거기록 25권 6쪽), 부검감정서(증거기록 31권 3,513쪽)
재해조사의견서(증거기록 15권 7,112쪽)
생산3팀 조직도(증거기록 25권 13쪽), 사업자등록증(증거기록 25권 14쪽), 등기사 항전부증명서(증거기록 25권 16쪽), E 안전보건관리 조직도(증거기록 25권 302쪽) 1. 안전보건총괄책임자 선임서(증거기록 1권 63쪽), 안전관리자·보건관리자 선임서(증거기록 1권 200쪽), 2022년 잠재위험발굴카드(증거기록 4권 1,852쪽), 안전작업계획서(증거기록 12권 5,853쪽), 냉장샌드위치 공정 설명서 및 위험성평가표(2020~2022년)(증거기록 14권 6,320쪽), 안전보건경영지침서(작업안전표준)(증거기록 34권 5,136쪽) 1. CCTV 영상 파일(증거기록 30권 3,251쪽)의 영상
수사보고서(피해자 H의 입사 후 경력 및 작업장 확인 수사)(증거기록 29권 2,362쪽) 피고인들 및 변호인의 주장에 대한 판단
주장의 요지
피고인 A, E의 중대재해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산업재해치사)의 점에 관한 주장<5> ① 피고인 A은 중대재해처벌법이 정한 재해 발생 시 재발방지 대책의 수립 및 그 이행에 관한 조치의무를 이행하였고, 위와 같은 조치의무 위반에 관한 고의도 없었다.
이 부분 공소사실이 유죄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경영책임자의 중대재해처벌법상 안전·보건확보의무 위반행위, 그로 인한 행위자의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보건조치의무 위반행위, 그로 인하여 근로자가 사상에 이르는 재해의 발생 사이에 순차적으로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어야 한다. 그러나 피고인 A의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보건조치의무 위반행위를 인정할 수 없으므로, 이를 전제로 하여 위 피고인의 중대재해처벌법상 안전·보건확보의무 위반행위와 피해자의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볼 수 없다.
피고인 E의 경영책임자인 피고인 A의 중대재해처벌법상 안전·보건확보의무 위반행위가 인정되지 않으므로, 이를 전제로 하여 피고인 E이 양벌규정에 따라 처벌될 수도 없다.
피고인 A, B, C, D의 업무상과실치사의 점에 관한 주장
이 사건 당시 E의 대표자였던 피고인 A과 공장장이었던 피고인 B에게 개별 작업의 방법, 안전대책 등을 강구할 구체적이고도 직접적인 주의의무가 있다고 볼 수 없다. 설령 위 피고인들에게 위와 같은 주의의무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위 피고인들은 이를 모두 이행하였다고 보아야 한다.
피고인 C, D는 이 사건 당시 끼임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재발방지대책을 수립하여 시행하였는바, 안전관리자 또는 관리감독자로서 끼임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업무상 주의의무를 다하였다고 보아야 하고, 판시 제2의 라항 기재와 같은 사정만으로 위와 같은 주의의무를 게을리하였다고 평가할 수 없다.
이 사건 사고는 피해자가 탈착식 덮개를 개방한 채 가동 중인 혼합기에 오른팔을 깊숙이 집어넣는 행위를 하여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바, 피고인들이 이 사건 사고를 예견할 수 있었다거나 피고인들의 주의의무위반과 피해자의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볼 수 없다.
피고인 A의 중대재해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산업재해치사)의 점에 관한 주장에 대한 판단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업주, 법인 또는 기관 등이 운영하는 사업장 등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한 경우에도 일선 현장노동자나 중간관리자에 대하여만 가벼운 처벌이 이루어지고, 안전·보건 확보조치를 할 권한이 있는 사업주, 경영책임자 등에 대하여는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주의의무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처벌이 이루어지 않는 현실에 대한 반성적 고려에 의하여 제정되었다(위 법률의 제정이유 참조).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및 법인 등에게 구체적인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부과하고 이를 위반하여 중대재해가 발생하는 경우에는 형사처벌을 함으로써 기업의 조직문화 또는 안전관리 시스템 미비로 인해 일어나는 중대재해를 예방하고 시민과 종사자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하는 것을 그 목적으로 하고 있다(위 법률 제1조 참조).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E은 2000. 8. 22. 냉동생지류 제조·판매업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주식회사이고, 이 사건 당시 사업장은 평택시 F에 소재한 본점 1곳이었으며, 상시 근로자가 1,135명이었다.
2022. 6. 15. E의 대표이사이자 안전보건관리책임자였던 G이 사망하였고, 같은 날 B가 E의 안전보건관리책임자<6>로 선임되었다. 피고인은 2022. 6. 17. E의 대표이사로 선임되었다.
피해자는 2020. 1. 6. E에 입사한 이래 이 사건 당시까지 계속하여 냉장샌드위치 라인에서 근무하여 왔고, 2021. 11.경부터 혼합기를 이용하여 소스를 배합하는 업무도 담당하기 시작하였다.
이 사건 당시 E의 냉장샌드위치 라인에는 총 158명의 근로자가 근무하고 있었는데, 그 중 126명은 주간(08:00~20:00)에 근무하고, 피해자를 포함한 32명은 2개 조로 나뉘어 2주마다 주간과 야간(20:00~08:00)을 교대하면서 근무하고 있었다. 냉장샌드위치 라인은 야간 근무조가 샌드위치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소스 등의 재료를 준비하는 이른바 ‘전처리’ 작업을 하고, 주간 근무조가 전처리 작업을 통해 준비된 재료를 조립하여 샌드위치를 생산하는 방식으로 업무를 분담하고 있었다.
피해자는 이 사건 당시 야간 근무조에 속하여 야간 근무 중이었고, 냉장샌드위치 라인 야간 근무자 중 가장 선임자였던 L가 2019. 1.경부터 관리감독자로 선임되어 있었으며, E의 냉장샌드위치 라인에는 휴무자를 제외한 11명이 작업 중이었고, 그 중 배합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은 L, 피해자, M, N 총 4명이었다.
피해자는 2022. 10. 15. 05:38경 고추냉이 소스를 만들기 위한 재료를 냉장샌드 위치 라인의 전처리실로 운반하였고, 그 무렵부터 위 전처리실에서 L와 함께 마요네즈를 제외한 재료를 바트(vat, 액체를 담는 용도로 사용하는 통)에 소분하여 먼저 손으로 배합하였으며, 그 후 위 전처리실에 설치되어 있는 식품혼합기(이하 ‘이 사건 혼합기’라 한다)에 위 소스 배합물을 투입하였다. 피해자는 같은 날 06:04경 10kg 단위로 비닐포장된 마요네즈를 혼자 운반하여 위 혼합기에 투입한 후 이를 작동시켰고, 그 무렵부터 L는 위 전처리실 밖에서 치즈 포장지 탈피 작업을 하였으며, 피해자는 위 전처리실에서 혼자 위 혼합기를 이용한 소스 배합 작업을 하였다.
L는 같은 날 06:18경 위 전처리실에서 둔탁한 소리가 나는 것을 듣고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위 전처리실에 들어갔는데, 피해자가 이 사건 혼합기의 회전날에 오른 팔이 끼인 상태로 빨려 들어가 있는 모습을 발견하였다. L를 비롯한 근무자들은 곧바로 E의 공무팀 직원들에게 사고 사실을 알리고 119 신고를 하여 관계자들이 피해자를 구조하기 위해 사고현장으로 출동하였으나, 피해자는 그 무렵 그 자리에서 오른쪽 상완골 골절 등의 손상이 동반된 상태에서 발생한 기도폐색성 질식으로 사망하였다.<7>
살피건대, 위 인정사실에 더하여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고인 판시 제1항 기재와 같이 중대재해처벌법상의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위반하여 피해자가 사망하는 중대재해에 이르게 한 사실이 인정된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정한 경영책임자 등의 안전·보건 확보의무 중 ‘재해 발생 시 재발방지 대책의 수립 및 그 이행에 관한 조치의무’(제4조 제1항 제2호)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일(2022. 1. 27.) 이후에 발생한 재해에 관한 사후 조치를 전제로 하는 것으로, 동일·유사한 재해가 반복하여 발생하는 것으로 확인되는 경우에는 재해에 대한 조사·분석, 현장 담당자 및 전문가의 의견 수렴 등을 통해 유해·위험요인과 발생 원인을 파악하고, 유해·위험요인별로 이를 제거하거나 통제하는 방안을 검토하여 ‘종합적인 개선 대책’을 수립하는 것을 핵심적인 내용으로 한다.
E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에 판시 제1항 기재와 같이 근로자들이 작업 중에 사용하는 기계에 신체의 일부가 끼이는 사고(이하 ‘끼임 사고’라 한다)가 단기간에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었고, 피고인도 이를 인식하고 있었다는 사실 자체는 인정하고 있는바, 경영책임자인 피고인으로서는 끼임 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있는 기계·기구의 현황을 파악한 후 그 가동 실태와 현장 담당자 등의 의견을 조사하여 끼임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종합적인 개선 대책을 수립하여 시행할 의무가 있었다.
끼임 사고는 기계·기구가 가지는 위험성과 근로자의 부주의한 행동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발생한다. 이러한 끼임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 2인 1조 근무 등 실효성 있는 안전수칙을 만들고 근로자의 안전의식을 고취하는 교육을 충분히 실시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이러한 조치만으로 작업환경이나 숙련도가 동일하지 않은 다수의 근로자어 있는 호퍼 안으로 빨려 들어가 오른팔이 골절되는 부상을 입은 상태에서 기도를 막은 이물질에 의해 질식하여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증거기록 15권 7,136~7,137쪽 참조).
들이 모두 2인 1조로 근무하면서 끼임 사고 발생의 위험이 있는 기계·기구를 이용한 작업 중에 부주의한 행동을 전혀 하지 않을 것으로 기대하는 것이 비현실적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위와 같은 조치뿐만 아니라 기계·기구가 가지는 위험성을 감소시키기 위한 조치(산업안전보건법 제38조 제1항 제1호, 제4항,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8> 제87조 참조)를 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보아야 한다.
이 사건 당시 E에서 보유하고 있는 식품혼합기는 총 10대(1~10호기)였는데, 그 중 8대(1~8호기)는 1공장에 있는 내용물 라인에서 가동하고 있었고, 1대(9호기)는 유휴설비로서 가동하지 않았으며, 나머지 1대인 이 사건 혼합기(10호기)를 냉장샌드위치 라인에 설치하여 가동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 사건 당시 E이 관리하고 있던 냉장샌드위치 라인 기계·기구 목록표 및 위험성평가표(증거기록 14권 6,321~6,405쪽)에는 이 사건 혼합기가 기재되어 있지 않았고, 위 혼합기에 대하여 작업안전표준서도 마련되어 있지 않은 상태였다.
이 사건 혼합기는 호퍼를 덮을 수 있는 비고정식 덮개가 제작되어 기계 옆에 비치되어 있기는 하였으나, 고정식 덮개가 설치되거나 덮개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열리면 스스로 가동을 멈추는 자동연동장치(이른바 ‘인터락’)가 부착되어 있지는 않은 상태였다.
E의 안전보건팀 직원인 D는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직후인 2022. 10. 17. 이루어진 경찰 조사에서 ‘E이 보유하여 가동하고 있는 9대의 식품혼합기가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 안전검사, 안전인증, 자율안전인증대상에 해당하는지’를 묻는 특별사법경찰관의 질문에 대하여 “기계 설치·점검·수리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팀에 문의하였으나 오래되어서 알 수 없다는 답변만 받아서 정확하게 잘 모르겠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고, 이 사건 혼합기가 냉장샌드위치 라인 전처리실에 배치된 시기를 묻는 특별사법경찰관의 질문에 대하여도 “설치년도는 잘 모르겠는데 명판에 2019년이라고 기재되어 있으면 2019년에 설치된 것 같다.”라고 진술하기도 하였다. 그 후 E의 공무팀 과장인 O가 2022. 10. 31. 이루어진 경찰 조사에서 이 사건 혼합기가 냉장샌드위치 라인 전처리실에 배치된 시기를 묻는 경찰관의 질문에 대하여 “10대의 식품혼합기 중 1호기와 2호기가 2011~2012년에 입고된 사실과 7호기가 2018년 1월에 입고된 사실만 확인되고, 나머지는 입고된 시기가 확인되지 않으나, 2015년 이전에 입고된 것으로 추측된다. 이 사건 혼합기는 2019. 3.경 외부업체를 통해 오버홀 수리(전면수리)를 한 후에 포카챠 라인에 배치하였다가 2021. 10. 말경에 냉장샌드위치 라인을 확장하면서 위 라인 전처리실로 이동하여 배치하였다.”라고 진술하였다.
L는 수사기관에서 “자신은 주로 내용물 배합을 담당하였고, 피해자가 소스 배합을 담당하였다. 원래는 내용물 배합만 혼합기를 사용하였고, 소스 배합은 손으로 하여 왔었다. 그런데 다른 주·야간 교대조에서 소스 배합에 혼합기를 사용해 보니 훨씬 수월하게 작업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 내용을 자신의 교대조에도 공유해 주어 주·야간 교대조 전체가 소스 배합에도 혼합기를 사용하게 되었다. 포카챠 라인에서 이 사건 혼합기를 옮겨 올 때에 작동방법과 안전수칙 등을 구두로 들었고, 상급 관리자들로부터 조심해서 사용하라는 말은 들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 작업 중에 손을 넣지 말라는 말은 들었지만 덮개를 덮고 사용하라는 말을 들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자신도 내용물 배합을 할 때에 잘 섞이는지를 보아야 하기 때문에 덮개를 덮지 않은 채 혼합기를 가동하였다. 야간근무를 하는 중에 노사 합동점검이나 안전보건팀 점검이 이루어지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자신이 관리감독자로 선임되면서 교육을 받은 사실은 있지만, 실제로는 다른 작업자와 동일한 업무를 하였고, 특별히 관리감독자로서의 업무를 하지는 않았다. 배합 업무를 할 때에 혼합기에서 2인 1조로 근무하라는 지시를 받은 사실은 없고, 2인 1조 근무는 무거운 거 들 때나 다른 작업자로부터 도움을 요청받으면 서로 도와주면서 작업을 하라는 의미로 이해하였다.”라고 진술하였고, 이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하여서도 수사기관에서의 위 진술과 대체로 동일한 취지로 진술하면서 “잠깐 자리를 비우거나 청소를 할 때에 덮개를 덮는 경우는 있지만, 그 외에는 거의 덮개를 덮지 않았다. 혼합기와 관련하여 체계적인 안전교육을 받거나 안전수칙, 작업매뉴얼이 적혀 있는 문서를 제공받은 사실도 없다. 선임 작업자로부터 작동법을 알음알음 전수받는 방식으로 교육이 이루어졌다.”라고 진술하기도 하였다.
M 역시 경찰 조사에서 “같이 일하는 N, L, 피해자로부터 식품혼합기의 작동방법을 배웠고, 회사 측으로부터 따로 교육받은 사실이 없다. 혼합기 사용에 관하여 안전 교육을 받았는지 여부가 잘 기억나지 않는다. 덮개를 덮으면 소스가 얼마나 잘 배합되고 있는지 볼 수 없기 때문에 평소에 덮개를 덮지 않고 혼합기를 가동한다. 자신뿐만 아니라 L, N, 피해자 모두 평소에 덮개를 덮지 않고 혼합기를 가동하였다.”라고 진술하였고, N 역시 경찰 조사에서 “섞이는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덮개를 덮지 않은 상태에서 혼합기를 가동하였고, 덮개는 이물질이 들어가지 않도록 하기 위한 장치로 이해하였다. 관리자인 P, Q으로부터 혼합기 작동방법으로 배운 사실은 있으나, 덮개를 덮고 혼합기를 사용해야 한다고 교육받은 사실은 없고, 덮개를 덮지 않고 가동하는 것과 관련하여 상급자로부터 지적을 받은 사실도 없다.”라고 진술하기도 하였다.
위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대표이사로 취임한 이래 끼임 사고가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었음에도, E은 이 사건 혼합기를 전면수리·설치·이전하는 과정에서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위 혼합기에 대한 위험성평가를 하거나 유해위험 방지계획을 수립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안전관리자인 D 등이 이와 관련된 사실관계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으며, 위 혼합기에 관한 관리담당자를 지정하거나 별다른 작업안전표준서도 마련하지 않은 채 냉장샌드위치 라인 근무자들이 임의로 이를 사용하도록 하였고, 위 혼합기의 배치 장소, 가동 실태와 그 회전축에 근로자의 신체가 끼일 위험성을 충분히 인식하지 못한 나머지, 위 혼합기의 호퍼와 분리되지 않는 고정식 덮개를 설치하거나 인터락이 부착된 연동형 덮개를 설치하는 방안도 계획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E은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자 식품혼합기로 인한 끼임 사고가 발생할 위험성을 인지하였고, 그 직후인 이 사건 당일 오후에 이 사건 혼합기를 제외한 나머지 9대의 식품혼합기에 자체적으로 보유하고 있었던 부품을 사용하여 인터락을 부착한 연동형 덮개를 설치하기도 하였다.<9> 만약 E이 이 사건 이전에 위 혼합기로 인하여 끼임 사고가 발생할 위험성을 인지한 후 근로자가 가동 중인 위 혼합기의 호퍼에 손을 넣지 못하도록 고정식 덮개 또는 연동형 덮개를 설치하였더라면, 별도의 추가적인 조치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피해자가 위 혼합기의 호퍼로 상체가 빨려 들어가 사망에 이르는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E의 경영책임자인 피고인은 끼임 사고가 발생한 당해 기계에 한정된 조치를 취하는 것 외에 위와 같은 근본적인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하거나 이를 이행하지 아니하여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는바, 피고인의 안전·보건 확보의무 위반, E 소속 안전관리 업무 담당자들의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조치의무 위반 및 피해자의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한편, 이 부분 공소사실에는 ① 피고인이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 및 그 이행에 관한 조치의무를 위반하여 관리감독자 R, L에게 해당 업무 수행에 필요한 권한과 예산을 부여하지 아니하였고(중대재해처벌법 제4조 제1항 제1호, 같은 법 시행령 제4조 제5호 가목 참조), ② 피고인이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 및 그 이행에 관한 조치의무를 위반하여 L가 해당 업무를 충실하게 수행하는지를 평가하는 기준을 마련하고 그 기준에 따라 반기 1회 이상 평가·관리하지 아니하였고(중대재해처벌법 제4조 제1항 제1호, 같은 법 시행령 제4조 제5호 나목 참조), ③ 피고인이 안전·보건 관계 법령에 다른 의무이행에 필요한 관리상의 조치의무를 위반하여 안전·보건 관계 법령에 따른 의무를 이행했는지를 반기 1회 이상 적정하게 점검하지 아니하였다(중대재해처벌법 제4조 제1항 제4호, 같은 법 시행령 제5조 제2항 제1호)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제출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위 ①과 같이 R, L에게 관리감독자로서의 업무 수행에 필요한 권한과 예산을 부여하지 아니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또한, 위 ②, ③과 같은 내용의 안전·보건 확보의무는 이를 규정하고 있는 법률조항의 문언상 ’해당 경영책임자가 적어도 반기(6개월) 이상 재직한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고 해석되는데, 피고인은 이 사건 당시 대표이사로 취임하여 E의 경영책임자 신분을 취득한 때로부터 6개월이 지나지 않은 상태였으므로, 이를 전제로 하는 위 ②, ③과 같은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부담하고 있었다고 볼 수 없다.<10>
피고인 E의 중대재해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산업재해치사)의 점에 관한 판단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의 경영책임자인 A의 중대재해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산업재해치사)의 점이 유죄로 판단되고, 증거들에 의하면 피고인이 A의 위반행위를 방지하기 위하여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다하였다고 볼 수 없는바, 피고인 역시 양벌규정에 따라 중대재해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산업재해치사)죄의 책임을 진다고 봄이 타당하다. 4. 피고인 A, B, C, D의 업무상과실치사의 점에 관한 주장에 대한 판단
살피건대,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고인들이 공동하여 판시 제2의 라항 기재와 같은 업무상 과실로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사실이 인정된다.
E의 경영책임자인 피고인 A이 중대재해처벌법이 정한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여 피해자가 사망에 이르는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피고인 D는 2018. 8. 1.경 E에 입사하여 같은 날 안전관리자로 선임되었고, 피고인 C는 2017. 3. 1.경 E에 입사하여 2021. 12. 8.경 인사총무팀장 겸 안전보건팀장으로 선임되었으며, 피고인 B는 2005. 3.경 E에 입사하여 2022. 4.경 E의 공장장으로 선임되고, 2022. 6. 15.경 안전보건관리책임자로 선임된 사람이다.
E의 안전보건경영지침서(2022. 4. 1.자로 개정된 것) 제4.3조는 안전관리자로 하여금 작업공정 및 내용, 위험요인, 필요한 안전조치 및 착용보호구, 작업절차, 작업안전수칙 등이 기재된 작업안전표준서를 작성하도록 하고, 안전보건팀장으로 하여금 작업안전표준서에 대하여 승인 후 이를 안전보건총괄책임자에게 보고한 후 각 팀장에게 전달하도록 하고 있다(증거기록 34권 5,138쪽). 그러나 이 사건 혼합기에 대하여는 아무런 작업안전표준서가 작성되지 아니하였고, 위 혼합기를 사용하는 근무자들은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할 때까지 작업안전수칙 등도 알지 못한 채 위 혼합기로 인한 끼임 사고의 위험성에 노출된 상태였는바, 피고인 C, D는 위와 같은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보아야 한다.
피고인 C, D는 판시 제2의 라항에 기재된 바와 같은 미비사항이 있었다는 사실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이 사건 무렵에 발생하였던 다수의 끼임 사고에 관한 재발방지대책을 충분히 마련해 오고 있었으므로, 끼임 사고의 예방에 관한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피고인 D는 검찰 조사에서 “식품혼합기를 사용하는 근무자들이 덮개를 덮지 않은 상태로 가동하는 관행을 알고 있었다.”라는 취지의 진술을 하였으며, 피고인 C도 검찰 조사에서 “작업반장들로부터 ’근무자들이 가동 중인 식품혼합기에 손을 넣어서 작업을 하기도 한다‘는 말을 들었다.”라고 진술하기도 하였다. 이처럼 위 피고인들은 식품혼합기를 사용하는 근무자들이 끼임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위험한 방식으로 작업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였음에도, E의 공장에서 가동 중인 식품혼합기의 설치 장소, 가동 실태 등을 직접 조사하거나 안전보건관리책임자인 피고인 B에게 그 필요성에 관하여 보고하지 않았고, 피고인 D는 이 사건 당시 냉장샌드위치 라인에 이 사건 혼합기가 배치되어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바, 위 피고인들이 주장하는 사정만으로 안전관리 업무의 담당자로서 식품혼합기로 인한 끼임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업무상 주의의무를 다하였다고 볼 수 없다.
피고인 B는 검찰 조사에서 “냉장샌드위치 라인에 이 사건 혼합기가 배치되어 소스 배합 등의 업무를 위해 가동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라고 진술하기도 하였는데, 끼임 사고의 발생 위험성이 있는 이 사건 혼합기의 가동 사실을 알고 있었고, 이 사건 무렵에 E의 사업장에서 끼임 사고가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었던 이상, 안전보건관리책임자로서 위 혼합기로 인한 끼임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하고 기계·기구로 인한 위험성을 적절하게 평가하여 끼임 사고가 발생할 위험성이 있는 이 사건 혼합기를 비롯한 식품혼합기에 고정식 덮개 또는 연동형 덮개를 설치할 의무가 있었다(산업안전보건법 제15조 제1항 제1호, 제36조 제1항, 제38조 제1항 제1호, 안전보건규칙 제87조 제8항).<11> 그런데 위 피고인은 2022. 5.경 안전관리 업무를 담당하는 실무자인 피고인 C, D가 위 혼합기를 기계·기구 목록표에 누락한 채로 위험성평가를 진행하여 위 혼합기의 끼임 사고 발생 위험성이 전혀 평가되지 않았음에도, 위 피고인들에게 이 점을 지적하면서 위험성평가를 보완하도록 지시하지 아니하였고, 위 혼합기에 관하여는 비고정식 덮개만 제작되어 비치되어 있었음에도 고정식 덮개 또는 연동형 덮개를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하지도 아니하였다.
피고인들은 E의 사업장에서 안전관리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들로서 위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근로자들에 대한 산업재해를 예방한다는 공동의 목표와 의사연락이 있었고, 개별적인 업무상 과실만으로는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다른 관계자들의 업무상 과실이 합쳐지면 근로자가 사상의 결과에 이르는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은 쉽게 예상할 수 있는바, 피고인들의 업무상 과실과 피해자의 사망 사이에서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한편, 변호인은 ’이 사건 혼합기의 호퍼에 팔을 깊숙이 넣은 피해자의 행동은 이례적인 것이어서 예견할 수 없었다‘는 취지의 주장도 하고 있다. 그러나 끼임 사고는 그 특성상 근로자의 다소간의 부주의한 행동이 동반될 수밖에 없는 점, 고정식 덮개 또는 연동형 덮개가 설치되지 않은 이 사건 혼합기에 근로자의 신체가 끼이는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는 충분히 예견할 수 있는 점, 이 사건 당시 위 혼합기의 가동 실태<12> 등을 종합하면, 덮개를 덮지 않은 상태에서 배합 상태를 관찰하던 중 팔을 넣어 소스를 배합하려고 하였던 피해자의 행동이 E의 공장에서 근무하는 통상적인 근로자들을 기준으로 할 때 도저히 예견할 수 없는 이례적인 행동이라고 평가하기는 어려운바, 변호인의 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피고인 A, E의 안전조치의무위반으로 인한 산업안전보건법위반의 점에 대한 판단
증거들에 의하면, 피고인 A이 2022. 11. 14.경 E의 안전보건관리책임자로 선임된 사실, 피고인 E은 2023. 1. 26.경부터 2023. 1. 31.경까지 그 사업장에서 이루어진 중대재해 발생 사업장 감독에서, ① 1공장 야채반 상자 이송 컨베이어 구동부와 2공장 1층 패스츄리라인 동력전달부에 덮개를 설치하지 아니하는 안전조치의무 위반행위(안전보건규칙 제87조 제1항), ② 2공장 1층 세척실 중탕기 등 공장 내 습윤장소 53개소에서 사용하는 203개 기계·기구에 대하여 누전차단기를 설치하지 않거나 전로의 정격에 적합하고 감도가 양호하지 않은 누전차단기를 설치하는 안전조치의무 위반행위(안전보건규칙 제304조 제1항), ③ 2공장 1층 수평배합기 상부 및 폐수처리장 반응조 개구부에 추락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난간 등을 설치하지 아니하는 안전조치의무 위반행위(안전보건규칙 제43조 제1항)가 적발된 사실, 피고인 A은 2023. 4. 24. 경찰 조사에서 위와 같이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조치의무를 위반한 사실을 인정하는 진술을 하였고, 같은 날 동일한 취지가 기재된 피고인 E의 법인 진술서도 제출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피고인 A은 이 부분 공소사실과 같은 내용의 안전조치의무위반으로 인한 산업안전보건법위반죄의 죄책을 부담한다.
또한, 피고인 E이 피고인 A의 위반행위를 방지하기 위하여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다하였다고 볼 수 없는바, 피고인 E 역시 양벌규정에 따라 산업안전보건법위반죄의 책임을 진다고 봄이 타당하다.
법령의 적용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피고인 A :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6조 제1항, 제4조 제1항 제2호, 제2조 제2호 가목(산업재해치사의 점), 형법 제268조, 제30조(업무상과실치사의 점), 산업안전보건법 제173조, 제168조 제1호, 제38조 제1항 제1호, 제3호, 제38조 제3항 제1호(안전조치의무위반의 점)
피고인 B : 형법 제268조, 제30조
피고인 C : 형법 제268조, 제30조
피고인 D : 형법 제268조, 제30조
피고인 E 주식회사 :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7조 제1호, 제6조 제1항, 제4조 제1항 제2호, 제2조 제2호 가목(산업재해치사의 점), 산업안전보건법 제173조 제2호, 제168조 제1호, 제38조 제1항 제1호, 제3호, 제38조 제3항 제1호(안전조치의 무위반의 점)
상상적 경합
피고인 A : 형법 제40조, 제50조[중대재해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산업재해치사)죄와 업무상과실치사죄 상호간, 형이 더 무거운 중대재해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산업재해치사)죄에 정한 형으로 처벌]
형의 선택
중대재해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산업재해치사)죄, 산업안전보건법위반죄에 대하여 각 징역형을, 각 업무상과실치사죄에 대하여 각 금고형을 각 선택
경합범가중
피고인 A, E 주식회사 : 각 형법 제37조 전단, 제38조 제1항 제2호, 제50조
집행유예
피고인 A, B, C, D : 각 형법 제62조 제1항(아래 양형의 이유 중 유리한 정상 참작) 1. 가납명령
피고인 E 주식회사 : 형사소송법 제334조 제1항
양형의 이유
공통의 양형이유
피고인들의 중대재해처벌법상 안전·보건 확보의무 위반 및 업무상 과실로 인하여 이 사건 혼합기를 가동하여 작업을 하던 피해자가 사망에 이르는 중대한 결과가 발생하였다. 현재까지도 피고인들은 피해자의 유족으로부터 용서받지 못한 상태이다.
한편, 피고인들이 자신이 한 객관적인 행동은 대체로 인정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 사건 사고는 피고인들의 업무상 과실과 함께 가동 중인 혼합기 호퍼에 팔을 깊숙이 넣었던 피해자의 과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발생한 것으로 보이는바, 그 경위에 일부 참작할 사정이 있다. 피고인 회사가 피해자의 유족에게 이 사건 사고로 인한 민사상 손해배상금 명목으로 합의금을 지급하는 등 피해 회복을 위해 진지한 노력을 하였다.<13> 피고인 회사는 이 사건 이후에 산업재해가 발생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한 개선조치를 시행한 것으로 보이고, 유사한 사고의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할 것을 다짐하고 있다.
이 법원은 피고인들의 지위와 역할, 주의의무 위반의 정도 등과 함께 피고인들의 연령, 성행, 환경,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공판에 나타난 여러 양형요소를 종합적으로 참작하여 형을 정한다.
피고인 A
이 사건 범행은 피고인이 피고인 회사의 경영책임자로서 중대재해처벌법상의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위반함과 동시에 B, C, D와 공동하여 업무상 과실로 피해자로 하여금 산업재해로 사망에 이르게 하고, 피고인 회사의 안전보건관리책임자로서 안전조치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죄질이 나쁘다. 피고인은 대표이사로 취임한 이후 다수의 끼임 사고가 발생하여 동종·유사 사고가 재발하는 것을 근본적으로 방지할 대책을 수립하고 안전관리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들로 하여금 이를 이행하도록 조치할 의무가 있었음에도 개별적인 사고에 관한 단편적인 대책만 수립한 나머지 이 사건 혼합기에 대하여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였다.
한편, 피고인은 식품제조업을 운영한 경력이 전혀 없음에도 갑작스럽게 사망한 전임 대표이사의 후임자로서 피고인 회사의 대표이사로 취임한 것으로 보이고, 대표이사 취임일로부터 약 4개월이 지난 시점에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는바, 피고인의 안전·보건 확보의무 위반행위에 대한 비난가능성이 크다고 보기는 어렵다. 피고인은 대표이사로 재직하였던 기간 동안 산업재해의 예방을 위해 그 나름대로 노력하였던 것으로 보이고, 피고인 회사의 노조위원장을 비롯한 직원들이 피고인의 선처를 구하고 있다. 피고인은 이 사건 이전에 아무런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다.
피고인 B, C, D
이 사건 범행은 피고인들이 피고인 회사의 안전보건관리책임자, 안전보건팀장, 안전관리자로서 A과 공동하여 업무상 과실로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것으로, 죄질이 나쁘다. 피고인 B는 이 사건 당시 17년 이상 피고인 회사에서 재직한 경력이 있는 안전보건관리책임자이자 공장장으로서 냉장샌드위치 라인에 이 사건 혼합기가 배치되어 가동 중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피고인 C, D는 E의 공장에서 식품혼합기를 사용하는 근무자들이 가동 중인 혼합기에 손을 넣어 작업을 하는 관행이 있다는 점을 인지하였던 것으로 보임에도, 끼임 사고 발생의 위험성이 높은 이 사건 혼합기에 대하여 적절한 안전조치가 취해질 수 있도록 하급자에 대한 지휘·감독 및 상급자에 대한 보좌·조언 등을 하여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를 다하지 아니하였는바, 이 사건 사고의 발생에 대하여 책임이 있다.
한편, 피고인들의 위와 같은 주의의무 위반행위가 이루어진 것에는 경영책임자인 A의 안전·보건 확보의무 위반행위가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 B는 이 사건 이전에 동종범죄로 처벌받거나 벌금형을 초과하는 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고, 피고인 C, D는 이 사건 이전에 아무런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다.
피고인 E 주식회사
위반행위자인 A과 관련한 위 사정들에 더하여 피고인의 운영상황, 위반행위의 내용과 정도, 범행 후의 정황 등 공판에 나타난 양형요소를 참작함
무죄 부분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 A에 대한 공소사실 중 안전조치의무위반치사로 인한 산업안전보건법위반의 점(공소사실 제1의 가항)
피고인은 E의 대표이사로 취임하여 위 사업장에 상주하며 E을 위하여 소속 근로자의 안전·보건에 관한 사항을 총괄하여 왔다.
E은 2015. 3.경부터 위 사업장에 있는 2공장 3층에 컨베이어벨트, 공급기, 슬라이스기, 컷팅기, 자동포장기 등의 설비를 갖추어 놓고, 원료 운반·내용물 배합·정형·포장·출하의 공정을 거쳐 냉장 샌드위치를 생산하기 시작하였고, 이와 같은 냉장 샌드위치라인의 근무 인원은 총 140여명으로 그 중 약 110명은 주간(08:00 ~ 20:00), 나머지 2~30명은 2개조로 나눠 주·야간(20:00 ~ 익일 08:00) 2교대 근무를 하였으며, 야간에는 냉장 샌드위치 소스 등 각종 재료를 준비하는 전처리 작업을 진행하고, 주간에는 전처리 작업을 통해 준비한 재료로 냉장 샌드위치를 생산하였다.
피해자 H(여, 23세)은 위 냉장 샌드위치 라인에서 주·야간 2교대로 근무하는 사람으로, 2022. 10. 15.경 위 냉장 샌드위치 라인이 있는 2공장 3층 배합실(이하 ‘이 사건 사고현장’이라 한다)에서 야간 근무를 하면서 고추냉이 소스 등 샌드위치 소스 생산 업무를 담당하였고, 이 사건 사고현장에서 이 사건 혼합기에 고추냉이 분말가루, 마요네즈 등 고추냉이소스 재료를 투입하여 배합 작업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피해자는 혼합기 사용방법, 안전수칙 등에 대한 교육을 받지 않은 채 이 사건 혼합기를 사용하였고, 당시 이 사건 혼합기는 정확히 언제 생산된 것인지 확인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손접촉 금지’ 등 기본적인 안전수칙과 관련된 스티커도 부착되어 있지 않는 등 안전관리가 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E의 사업장에는 피해자를 비롯한 근로자들이 소스 등 내용물 혼합이 잘 이루어지는지 살피기 위하여 탈착이 가능한 혼합기의 덮개를 개방한 채 혼합기 가동을 하고, 신속한 작업 등을 위하여 가동 중인 혼합기 안에 손을 집어넣어 뭉친 재료를 풀어주거나 혼합기 안의 이물질 제거를 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이러한 경우에는 혼합기 안의 회전축과 회전날개에 근로자들의 손이 끼고 나아가 상체가 혼합기 안으로 말려들어가는 등 끼임·협착 사고의 위험성이 존재하였다.
피고인은 위와 같이 기계의 운전을 시작할 때에 근로자가 위험해질 우려가 있으면 근로자 배치 및 교육, 작업방법, 방호장치 등 필요한 사항을 미리 확인한 후 위험 방지를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하고, 혼합기로부터 내용물을 꺼내거나 원심기 또는 분쇄기 등의 정비·청소·검사·수리 또는 그 밖에 이와 유사한 작업을 하는 경우에 그 기계의 운전을 정지하는 안전조치를 하여야 하며, 혼합기의 개구부로부터 가동 부분에 접촉함으로써 위해를 입을 우려가 있는 경우 덮개 또는 울 등을 설치하여야 한다.
구체적으로, 피고인은 안전·보건 업무를 담당하고 있던 공장장 및 안전보건팀 소속 직원들로 하여금 이 사건 혼합기를 이용한 작업의 절차, 위험성, 작업시 필요한 안전수칙 등을 포함한 작업안전표준서를 작성토록 하고, 근로자들이 작업안전표준서에 따라 혼합기를 가동할 경우에는 덮개를 개방하지 않도록 하며, 혼합기 안의 뭉친 내용물을 풀어주거나 이물질을 제거하는 경우에는 혼합기를 반드시 정지하도록 관리·감독하여야 한다.
그리고 피고인은 이 사건 혼합기의 경우 호퍼와 혼합기 제어장치 사이 간격이 호퍼의 오른쪽, 왼쪽 각 끝을 기준으로 약 1~2m 떨어져 있어 근로자가 가동 중인 혼합기 속에 손을 집어넣어 작업을 하다가 회전축과 회전날개에 손이 끼는 등 위험상황에 노출되더라도 스스로 비상정지장치 스위치를 누를 수 없으므로 중대재해를 방지하기 위하여 2인 1조의 근로자 배치를 하여야 한다.
나아가 근로자들의 잦은 끼임사고로 인하여 혼합기는 2013년 이후부터 제작된 기계는 밀폐 또는 연동형 덮개(덮개를 열면 회전날이 멈추도록 인터록 설비가 연동되는 형태)가 의무화되어 있고, E은 2022. 7. 5. S 안전경영본부의 산업안전점검 등 여러 안전점검을 통해 근로자들이 덮개가 개방된 채 혼합기와 유사한 배합기·교반기 작업을 하고 있는 사실을 지적받는 등 근로자들이 가동 중인 혼합기의 덮개를 개방한 채 작업을 하는 작업방식이 통용되고 있어 탈착식 덮개로는 산업재해 예방에 한계가 있었으며, 최근 3년간 E 사업장에서 12건의 ‘기계 끼임 사고’가 발생하여 ‘설비 작동 중 손투입’이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었으므로, 피고인은 이 사건 혼합기에도 산업재해를 실질적으로 예방할 수 있는 연동형 덮개를 설치하여야 한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위와 같은 안전조치의무를 게을리하여, 이 사건 혼합기를 이용한 작업에 대한 작업안전표준서가 마련되어 있지 않음을 확인한 후 이에 대한 작업안전표준서를 마련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피해자를 비롯한 근로자들이 이를 준수하도록 관리하지 아니하고, 혼합기를 이용한 작업의 안전성을 위하여 2인 1조 근로자 배치를 하지 아니하고, E이 인터록 설비 재고를 다수 보관하고 있음에도 연동형 덮개를 이 사건 혼합기에 설치하지 아니하여, 피해자로 하여금 2022. 10. 15. 06:18경 혼자 이 사건 혼합기의 탈착식 덮개를 개방한 채 가동 중인 혼합기에 손을 집어넣어 배합작업을 하던 중 피해자의 손이 회전축과 회전날개 사이에 끼이고 혼합기의 작동 힘으로 인해 피해자의 신체 상부가 이 사건 혼합기에 말려 들어가도록 하였다.
결국 피고인은 위와 같이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조치의무를 위반하여 피해자로 하여금 위 일시경 그 자리에서 오른쪽 상완골 골절 등의 손상이 동반된 상태에서 발생한 기도폐색성 질식으로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
피고인 E에 대한 공소사실 중 안전조치의무위반치사로 인한 산업안전보건법위반의 점(공소사실 제4의 가항)
피고인은 안전보건관리책임자인 A이 위 가항 기재와 같이 피고인의 업무에 관하여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조치를 하지 아니하여 피해자 H을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
판단
피고인 A에 대한 공소사실 중 안전조치의무위반치사로 인한 산업안전보건법위반의 점에 대한 판단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조치의무위반치사의 범행은 행위자가 산업안전보건법이 정한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작업하도록 지시하거나 그러한 안전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방치하는 등 그 위반행위가 행위자에 의하여 이루어졌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성립하는 것이고, 단지 사업장에서 위와 같은 위험성이 있는 작업이 필요한 안전조치가 취해지지 않고 이루어졌다는 사실만으로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2011. 9. 29. 선고 2009도12515 판결 등 참조).
E의 대표이사였던 피고인이 판시 제1항과 같이 중대재해처벌법상의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위반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그러나 증거들에 의하면, 피고인은 이 사건 당시 냉장샌드위치 라인에 이 사건 혼합기가 배치되어 가동되고 있다는 사실과 위 혼합기에 산업안전보건법상 설치되어야 하는 고정식 덮개 또는 연동형 덮개가 설치되지 않은 상태로 배합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등의 사실 자체를 인식하지 못하였던 것으로 보일 뿐, 위 피고인이 위와 같은 안전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위 혼합기를 가동하여 배합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하였음에도 이를 방치하였던 것으로 보이지는 아니한다.
따라서 피고인이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조치의무를 위반한 행위자임을 전제로 하는 위 제1의 가항의 공소사실은 유죄로 판단될 수 없다.
피고인 E에 대한 공소사실 중 안전조치의무위반치사로 인한 산업안전보건법위반의 점에 대한 판단
위 가항에서 본 바와 같이, A이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조치의무를 위반한 행위자라는 점이 인정되지 않으므로, A이 안전조치의무위반치사의 범행을 하였음을 전제로 하여 양벌규정에 따라 피고인이 처벌되어야 한다고 볼 수는 없다.
또한, 이 부분 공소사실은 A이 이 사건 당시 피고인의 안전보건관리책임자였다는 점을 전제로 하고 있으나,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2022. 10. 15.에는 A이 아닌 B가 피고인의 안전보건관리책임자로 선임되어 있었으므로, 이러한 측면에서도 이 부분 공소사실은 유죄로 판단될 수 없고,<14> 공소장변경 없이 직권으로 안전보건관리책임자를 B로 수정하여 이 부분 공소사실을 인정하는 것은 피고인의 방어권행사에 실질적인 불이익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허용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결론
그렇다면 이 부분 공소사실은 모두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각 무죄를 선고하여야 할 것이나, 이와 상상적 경합 관계에 있는 판시 각 중대재해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산업재해치사)죄를 모두 유죄로 인정한 이상 주문에서 따로 무죄를 선고하지 않는다.
판사 박효송
각주1) 공소사실에는 이 부분이 ‘안전보건관리책임자이고’라고만 기재되어 있다. 그러나 증거들에 의하면, 이 사건 이전에는 E의 전임 대표이사였던 G이 안전보건관리책임자로 선임되어 있었으나(증거기록 15권 7,101쪽), G이 2022. 6. 15. 사망하여 같은 날 피고인 B가 안전보건관리책임자로 선임되었고(증거기록 1권 63쪽), 피고인 A은 2022. 6. 17. 대표이사로 취임하였음에도 이 사건 사고 이후인 2022. 11. 14. 안전보건관리책임자로 선임된 사실(증거기록 12권 5,880쪽)이 인정되는바, 피고인들의 방어권 행사에 실질적인 불이익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와 관련된 공소사실을 직권으로 수정하여 인정한다.
각주2) 이 부분 공소사실에는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 및 그 이행에 관한 조치의무 위반의 점과 안전·보건 관계 법령에 따른 의무 이행에 필요한 관리상의 조치의무 위반의 점도 포함되어 있으나, 아래에서 살펴보는 바와 같이 이에 관하여는 피고인 A이 위와 같은 의무를 위반하였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없으므로, 위 피고인의 방어권행사에 실질적인 불이익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와 관련된 공소사실을 직권으로 수정하여 인정한다.
각주3) 이 부분 공소사실에는 피고인 B가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중대재해처벌법’이라 한다) 제4조 제1항 제1호, 제4호, 같은 법 시행령 제4조 제3호, 제5조 제2항 제1호가 정한 주의의무를 부담하는 것을 전제로 하는 부분이 있으나, 위 공소사실에 위 피고인이 ‘경영책임자 등’에 해당한다는 기재가 없을 뿐만 아니라, 위 피고인이 실제로 중대재해처벌법상의 경영책임자 등에 해당한다고 볼 수도 없으므로, 위 피고인의 방어권행사에 실질적인 불이익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와 관련된 공소사실을 직권으로 수정하여 인정한다.
각주4) 이 부분 공소사실에는 피고인 C, D가 중대재해처벌법 제4조 제1항 제4호, 같은 법 시행령 제5조 제2항 제1호가 정한 주의의무를 부담하는 것을 전제로 하는 부분이 있으나, 위 공소사실에 위 피고인들이 ‘경영책임자 등’에 해당한다는 기재가 없을 뿐만 아니라, 위 피고인들이 실제로 중대재해처벌법상의 경영책임자 등에 해당한다고 볼 수도 없으므로, 위 피고인들의 방어권 행사에 실질적인 불이익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와 관련된 공소사실을 직권으로 수정하여 인정한다.
각주5) 피고인 A, E은 안전조치의무위반으로 인한 산업안전보건법위반의 점(공소사실 제3항)에 관하여 공소사실을 부인한다고 진술하였을 뿐, 구체적인 주장을 하지 않았다.
각주6) B에 대한 임명장(증거기록 1권 63쪽)에는 ‘안전보건총괄책임자’라고 기재되어 있으나, 위 임명장에 기재된 산업안전보건법 제15조는 ‘안전보건관리책임자’의 선임에 관한 근거규정이므로, 이는 ‘안전보건관리책임자’의 오기로 봄이 타당하다.
각주7) 위 전처리실 내부에는 CCTV가 설치되어 있지 않아 피해자가 이 사건 혼합기로 빨려 들어가게 된 경위는 확인되지 않으나, 피해자는 위 혼합기의 호퍼를 덮개로 닫지 않은 상태에서 이를 가동하던 중 불상의 경위로 오른손을 위 혼합기의 호퍼 안으로 깊숙이 집어넣는 과정에서 회전날에 오른팔이 끼이게 되었고, 그 회전날의 힘에 의하여 상체가 다량의 소스 배합물이 들
각주8) 이하 ‘안전보건규칙’이라 한다.
각주9) 증거들에 의하면, 이 사건 사고 직후에 E의 식품혼합기에 부착된 인터락은 모두 B의 지시에 따라 공무팀 직원들이 부착한 사실이 인정되고, 대표이사인 피고인은 이 사건 사고 당일에 식품혼합기에 인터락이 부착된 사실을 알지 못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B는 수사기관에서 ‘근로감독관의 지도를 받고 직접 설치를 지시하였다’는 취지의 진술을 하였으나(증거기록 13권 5,894쪽), 근로감독관이 실제로 B에게 그와 같은 지시를 하였는지 여부는 불분명하다(증거기록 15권 7,015쪽 참조).
각주10) 설령 이와 달리 경영책임자로 재직한 기간과 관계없이 상반기의 말일(6. 30.) 또는 하반기의 말일(12. 31.)에 반기별 평가·관리·점검을 적정하게 하지 않은 경우에는 이와 같은 안전·보건 확보의무의 위반이 인정될 수 있다‘는 해석에 의하더라도, 2022. 6. 17. E의 대표이사로 취임하였던 피고인이 2022. 6. 30.까지 이루어져야 하는 상반기 평가·관리·점검을 중대재해처벌법이 요구하는 수준으로 적정하게 할 것이라고 기대할 수는 없다고 보아야 한다(피고인은 전임 대표이사의 갑작스런 사망으로 대표이사로 선임되었는바, E이 전·후임 대표이사로 하여금 위와 같은 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회피하게 할 의도로 탈법적으로 대표이사를 피고인으로 변경하였다고 볼 수도 없다).
각주11) 변호인은 “안전보건규칙 제87조 제8항이 단순히 ‘덮개’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으므로, 비고정식 덮개를 제작하여 근로자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이 사건 혼합기 옆에 비치하는 것만으로도 위 조항이 정한 안전조치의무를 다한 것이고, 고정식 덮개나 연동형 덮개를 설치할 법적인 의무는 없다.”라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안전보건규칙 제87조는 ‘원동기·회전축 등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필요한 안전조치’를 구체적으로 규정하는 조항인바, 근로자가 임의로 제거한 상태로 가동하는 것이 가능한 비고정식 덮개를 제작하여 비치하는 것만으로 안전보건규칙 제87조 제8항에 따라 위와 같은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다하였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
각주12) 피해자 외에도 이 사건 혼합기를 사용하여 배합 작업을 하였던 근무자들(L, M, N) 모두 이 사건 무렵에 덮개를 덮지 않은 상태에서 가동하였다고 진술하고 있고, 이 사건 무렵에 이루어진 내용물 라인의 작업장면이 촬영된 CCTV 영상(증거기록 30권 3,251쪽)에서도 근무자들이 가동 중인 혼합기에 수시로 팔을 넣어 작업하는 모습이 다수 관찰된다.
각주13) 다만, 피고인들과 피해자의 유족 사이에 형사합의가 이루어지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증거기록 12권 5,492쪽 참조).
각주14) 검사는 A이 사업장이 1개인 피고인의 대표이사로서 사업장에 상주하였으므로, 당연히 안전보건관리책임자가 된다는 것을 전제로 하여 이 부분 공소를 제기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보건관리책임자는 사업주의 선임행위를 예정하고 있고(산업안전보건법 제15조 제4항, 같은 법 시행령 제14조 제3항 참조), 안전보건관리책임자를 선임하지 아니하거나 부적절하게 선임하는 행위는 과태료의 부과대상이 될 뿐이며(산업안전보건법 제175조 제5항 제1호, 제15조 제1항, 같은 법 시행령 제119조 및 [별표 35]의 제4항 다목 참조), 대표이사가 유일한 사업장에서 상주하고 있다는 등의 사정만으로 별도의 선임행위 없이도 당연히 안전보건관리책임자가 된다고 해석할 수는 없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