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이 사건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기각한다.
이유
위헌심판의 대상인 법률조항
신청인들 주장의 요지
도급인으로 하여금 실질적인 고용관계도 없는 관계수급인의 근로자에 대하여 구체적인 안전·보건조치의무를 일률적으로 부담하게 하고, 이를 위반하여 관계수급인의 근로자를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는 이유로 형사처벌하는 산업안전보건법 제63조 본문, 제167조 제1항 중 제63조 본문에 관한 부분은 헌법상 체계정당성의 원리 및 평등의 원칙, 명확성의 원칙, 과잉금지의 원칙 및 책임주의에 위배된다.
재판의 전제성
신청인들에 대한 이 법원 2023고단613 사건(이하 ‘본안사건’이라 한다)의 공소사실 중 산업안전보건법위반의 점은 ‘피고인 A은 도급인인 피고인 B 주식회사에 의하여 이 사건 공사현장의 현장소장 겸 안전보건총괄책임자로 임명된 사람으로, 도급인으로서의 안전조치의무를 위반하여 관계수급인인 C 주식회사 소속의 근로자 피해자 D, E, F을 각각 사망에 이르게 하고, 피고인 B 주식회사는 그 사용인인 피고인 A이 위와 같이 안전조치의무를 위반하여 피해자들을 각각 사망에 이르게 함으로써 산업안전보건법 제167조 제1항, 제63조 본문(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을 위반하였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에 따라 본안사건의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재판의 전제성이 인정된다.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 여부에 관한 판단
헌법상 체계정당성의 원리 및 평등의 원칙 위배 주장에 관한 판단
체계정당성의 원리는 동일 규범 내에서 또는 상이한 규범 간에 그 규범의 구조나 내용 또는 규범의 근거가 되는 원칙 면에서 상호 배치되거나 모순되어서는 아니 된다는 하나의 헌법적 요청이다. 이처럼 규범 상호간의 체계정당성을 요구하는 이유는 입법자의 자의를 금지하여 규범의 명확성, 예측가능성 및 규범에 대한 신뢰와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고, 이는 국가공권력에 대한 통제와 이를 통한 국민의 자유와 권리의 보장을 이념으로 하는 법치주의원리로부터 도출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일정한 공권력작용이 체계정당성 원리를 위반한다 해서 곧 위헌이 되는 것은 아니고, 그것이 위헌이 되기 위해서는 결과적으로 비례의 원칙이나 평등의 원칙 등 일정한 헌법의 규정이나 원칙을 위반하여야 한다. 또한 입법의 체계정당성 원리의 위반과 관련하여 그러한 위반을 허용할 공익적인 사유가 존재한다면 그 위반은 정당화될 수 있으며, 따라서 입법상의 자의금지원칙을 위반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나아가 체계정당성 원리의 위반을 정당화할 합리적인 사유의 존재에 대하여는 입법의 재량이 인정되어야 한다. 다양한 입법의 수단 가운데서 어느 것을 선택할 것인가 하는 것은 원래 입법의 재량에 속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점에 관한 입법의 재량이 현저히 한계를 일탈한 것이 아닌 한, 위헌의 문제는 생기지 아니한다(헌법재판소 2010. 6. 24. 선고 2007헌바101 결정, 헌법재판소 2015. 7. 30. 선고 2013헌바120 결정 등 참조).
한편, 법정형의 종류와 범위의 선택은 그 범죄의 죄질과 보호법익에 대한 고려뿐만 아니라 우리의 역사와 문화, 입법 당시의 시대적 상황, 국민 일반의 가치관 내지 법감정 그리고 범죄예방을 위한 형사정책적 측면 등 여러 가지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입법자가 결정할 사항으로서 광범위한 재량이 인정되어야 할 분야이므로, 어느 범죄에 대한 법정형이 그 범죄의 죄질 및 이에 따른 행위자의 책임에 비하여 지나치게 가혹한 것이어서 현저히 형벌체계상의 균형을 잃고 있다거나 그 범죄에 대한 형벌 본래의 목적과 기능을 달성함에 있어 필요한 정도를 일탈하였다는 등 헌법상의 평등의 원칙 및 비례의 원칙 등에 명백히 위배되는 경우가 아닌 한, 쉽사리 헌법에 위반된다고 단정하여서는 아니 된다(헌법재판소 2006. 12. 28. 선고 2005헌바35 결정 등 참조).
살피건대, 형법은 과실로 사람을 사망이나 상해에 이르게 하는 행위를 형사처벌하면서(형법 제266조 제1항, 제267조), 업무상 과실로 사람을 사망이나 상해에 이르게 하는 행위를 가중처벌하고 있다(형법 제268조). 이는 누구든지 자신의 행위로 인하여 다른 사람이 사망이나 상해에 이르지 않도록 하여야 할 법적인 주의의무를 부담하고, 사회생활상의 지위에 기하여 계속·반복하여 행하는 사무를 수행함에 있어서는 이와 같은 일반적인 주의의무에 비해 고도의 주의의무를 부담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산업안전보건법은 사업주로 하여금 근로자에 대하여 산업재해가 발생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하여 안전·보건조치의무를 부담하게 하고(제38조 제1항 내지 제3항, 제39조 제1항), 도급인에 대하여도 ‘관계수급인 근로자가 도급인의 사업장에서 작업을 하는 경우에’ 자신의 근로자와 관계수급인의 근로자의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관계수급인 근로자의 작업행동에 관한 직접적인 조치를 제외한 안전·보건조치의무와 도급에 따른 산업재해 예방조치의무를 부담하게 하면서(제63조), 관계수급인에 대한 시정조치권을 부여하고 있다(제66조 제1항). 이는 도급인이 자신의 지배 하에 있는 자신의 사업장에서 관계수급인 근로자가 작업을 하는 경우에 자신의 근로자와 마찬가지로 관계수급인 근로자에 대하여도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안전·보건조치의무를 부담하되, 고용관계에 있지 않은 관계수급인 근로자에 대하여는 작업행동에 관한 직접적인 조치의무는 부담하지 아니하고, 자신의 사업장에서 관계수급인의 안전·보건조치의무 위반을 인지한 경우에는 관계수급인에게 이를 시정하도록 조치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함으로써 관계수급인의 관계수급인 근로자에 대한 직접적인 안전·보건조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한 것으로, 도급인이 자신의 사업장에서 자신의 근로자와 관계수급인 근로자 모두에 대하여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안전·보건조치의무를 부담한다는 원칙을 정하면서도 도급인과 관계수급인의 역할과 책임이 서로 다르다는 점을 고려하여 관계수급인 근로자에 대한 안전·조치의무의 내용과 범위를 일부 조정하려는 취지로 이해되는바, 이러한 입법자의 선택에는 합리적인 이유가 존재하고 여기에 입법재량의 한계를 현저히 일탈한 잘못이 있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이 도급인이 자신이 체결한 도급계약에 따라 자신의 사업장에서 작업하는 관계수급인 근로자에 대하여 자신의 근로자에 대한 안전·보건조치의무와 동일한 내용의 안전·보건조치의무를 부담하게 하는 것 자체가 헌법상 체계정당성의 원리에 위배되고 평등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취지의 신청인들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또한, 산업안전보건법은 사업주의 안전·보건조치의무 또는 도급인의 안전·보건조치의무를 위반하여 근로자를 사망에 이르게 하는 행위를 모두 동일한 법정형(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일반적인 근로자에 비해 생명과 신체에 대한 위험이 높은 작업환경에서 근무하는 근로자가 사업주 등의 안전·보건조치의무 위반으로 인하여 사망 또는 상해에 이르는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것으로, 형법상 업무상과실치사상죄의 법정형(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보다 다소 높은 법정형을 정하고 있는 것 자체가 현저히 형벌체계상의 균형을 잃고 있다거나 형벌 본래의 목적과 기능을 달성함에 있어 필요한 정도를 일탈하였다고 평가하기는 어려운 점, 이 사건 법률조항은 징역형과 벌금형의 상한만을 정하고 있을 뿐 그 하한을 정하고 있지는 않으므로, 법관이 관계수급인의 안전·보건조치의무위반의 정도와 도급인의 안전·보건조치의무위반의 정도를 고려하여 양형재량권을 적절하게 행사함으로써 도급인이 자신의 죄책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을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이 사건 법률조항이 사업주가 안전·보건조치의무를 위반하여 근로자를 사망에 이르게 하는 행위와 도급인이 안전·보건조치의무를 위반하여 관계수급인 근로자를 사망에 이르게 하는 행위를 동일한 법정형으로 처벌하는 것 자체가 헌법상 체계정당성의 원리에 위배되고 평등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취지의 신청인들의 주장 역시 받아들일 수 없다.
명확성의 원칙 위배 주장에 관한 판단
헌법 제12조 제1항 후문은 “누구든지 법률과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처벌, 보안처분 또는 강제노역을 받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서 파생되는 명확성의 원칙은 법률이 처벌하고자 하는 행위가 무엇이며 그에 대한 형벌이 어떠한 것인지를 누구나 예견할 수 있고, 그에 따라 자신의 행위를 결정할 수 있도록 구성요건을 명확하게 규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처벌법규의 구성요건이 명확하여야 한다고 하여 모든 구성요건을 단순한 서술적 개념으로 규정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다소 광범위하여 법관의 보충적인 해석을 필요로 하는 개념을 사용하였다고 하더라도 통상의 해석방법에 의하여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감정을 가진 사람이면 당해 처벌법규의 보호법익과 금지된 행위 및 처벌의 종류와 정도를 알 수 있도록 규정하였다면 처벌법규의 명확성에 배치되는 것이 아니다(대법원 2014. 1. 29. 선고 2013도12939 판결 등 참조).
산업안전보건법 제38조 제4항은 “사업주가 제1항부터 제3항까지의 규정에 따라 하여야 하는 조치”를 그 이하의 조문에서 ‘안전조치’로 지칭한다는 점을 명백히 하고 있고, 같은 법 제39조 제1항은 “사업주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건강장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취해야 할 조치”를 그 이하의 조문에서 ‘보건조치’로 지칭한다는 점을 명백히 하고 있다. 그리고 안전·보건조치의무의 개략적인 내용은 같은 법 제38조 제1항 내지 제3항, 제39조 제1항 각 호에서 규정하면서 구체적인 사항은 산업안전보건법 제38조 제4항, 제39조 제2항의 위임에 따라 고용노동부령인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이 정하고 있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이 구체적인 사안에서 사물의 변별능력을 갖춘 일반인에 의하여 일의적으로 파악되기 어렵다거나 법관에 의한 적용단계에서 그 행위유형을 정형화하거나 한정할 합리적 해석기준을 찾을 수 없고 다의적으로 해석될 우려가 있다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 제12조 제1항이 요구하는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
과잉금지의 원칙 및 책임주의 위배 주장에 관한 판단
이 사건 법률조항은 도급인의 안전·보건조치의무 위반으로 관계수급인 근로자가 사망에 이르게 하는 행위를 처벌하고 있으므로, 그 범위 내에서 도급인 또는 그 사용인이 직업수행의 자유를 제한받게 된다. 직업수행의 자유에 대한 제한입법 역시 다른 기본권을 제한하는 입법과 마찬가지로 과잉금지의 원칙을 준수하여야 하므로(헌법재판소 2018. 5. 31. 선고 2015헌마853 결정 등 참조), 이 사건 법률조항이 과잉금지원칙에 위반하여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여부가 문제된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산업안전 및 보건에 관한 기준을 확립하고 그 책임의 소재를 명확하게 하여 산업재해를 예방하고 쾌적한 작업환경을 조성함으로써 근로자의 안전 및 보건을 유지·증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는바(산업안전보건법 제1조), 입법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된다(목적의 정당성). 또한, 이 사건 법률조항은 도급인에게 자신의 사업장에서 작업하는 관계수급인 근로자에 대한 안전·보건조치의무를 부담하게 하고, 이를 위반하여 관계수급인 근로자가 사망에 이르는 경우 도급인을 형사처벌함으로써 근로자의 안전 및 보건을 유지·증진한다는 입법목적 달성에 기여한다(수단의 적합성).
관계수급인 근로자에 대하여는 해당 관계수급인이 사업주로서의 안전·보건조치의무를 부담하므로, 도급인의 사업장에서 작업하는 관계수급인 근로자에 대하여 도급인까지 안전·보건조치의무를 부담하게 하고, 이를 위반하여 관계수급인 근로자가 사망에 이르는 경우 형사처벌하는 것이 지나친 기본권 제한인지 여부가 문제될 수 있다. 그러나 관계수급인 근로자가 도급인의 사업장에서 작업하는 경우에는 관계수급인으로부터 직접적으로 지시받은 작업행동과 무관하게 작업장소 또는 작업환경에서 비롯된 위험에 노출되어 산업재해를 당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는바, 관계수급인 근로자가 작업하는 사업장을 지배·관리하지 아니하는 관계수급인에 대하여만 안전·보건조치의무를 부담하게 하는 경우에는 이윤 추구라는 영업활동의 본질상 도급인은 관계수급인 근로자의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충분한 조치를 취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이고, 도급인에게 안전·보건조치의무를 부담하게 하고 이를 위반하여 관계수급인 근로자가 사망에 이르게 하는 행위를 형사처벌하는 것 이외에 도급인의 사업장에서 작업하는 관계수급인 근로자의 산업재해를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다른 실효적인 수단이 존재한다고 볼 수도 없다. 따라서 도급인으로 하여금 자신의 사업장에서 작업하는 관계수급인 근로자에 대하여도 안전·보건조치의무를 부담하게 하고, 이를 위반하여 관계수급인 근로자가 사망에 이르는 경우 이를 형사처벌하는 것이 과도한 기본권 제한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침해의 최소성).
그리고 도급인은 기본적으로 자신이 고용한 근로자에 대하여 사업주로서의 안전·보건조치의무를 부담하는바, 자신이 고용한 근로자들과 함께 자신의 사업장에서 작업하는 관계수급인 근로자에 대하여도 안전·보건조치의무를 부담한다고 하여 직업수행의 자유의 제한 정도가 그다지 크다고 볼 수 없다. 반면에, 도급인의 사업장에서 작업하는 관계수급인 근로자의 산업재해를 예방하고 쾌적한 작업환경을 조성함으로써 근로자의 안전 및 보건을 유지·증진하고자 하는 공익은 공공복리의 증진에 기여하는 것으로 도급인의 불이익에 비하여 더 크고 중요하다(법익의 균형성).
한편, 이 사건 법률조항은 법령이 정한 ‘안전·보건조치의무 위반’이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형사처벌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고용관계가 존재하지 않는 관계수급인 근로자에 대하여는 ‘작업행동에 관한 직접적인 조치의무’를 도급인의 안전·보건조치의무에서 명시적으로 제외하고 있는바, 책임주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볼 수도 없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이 과잉금지의 원칙을 위반하여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한다거나 책임주의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다.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은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2024. 9. 24.
판사 박효송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