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들은 모두 무죄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
산업안전보건법(이하 '법'이라고만 한다) 제23조 제1항은 '사업주는 사업을 행함에 있어서 발생하는 다음 각 호의 행위를 예방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법 제67조 제1호는 '제23조 제1항의 규정에 위반한 자'를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위 각 규정에 의하면 사업주의 안전조치 불이행이라는 행위 자체로 법 제23조 제1항 위반죄의 구성요건이 충족되는 것이지 이로 인한 결과 발생을 요건으로 하지 않는다 할 것이고, 나아가 법 제23조 제1항은 '안전조치의무의 수범자'로 '사업주'를 규정하고 있을 뿐 '재해를 입을 수 있는 자'에 대하여 그 범위를 지정하지 않고 있는데, 위 각 규정과 법의 입법목적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재해를 입은 자가 '해당 사업주의 사업장 내 위험영역에서 근로하는 자'이면 족하다 할 것인바, 이 사건 사고는 피고인들의 안전조치의무가 존속하고 있는 위험영역 내에서 피고인들의 안전조치 불이행으로 발생하였음이 명백함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피해자가 피고인 주식회사 B의 소속 근로자가 아니라는 점만으로 피고인들의 안전조치의무 불이행에 대하여는 판단하지 아니한 채 이 사건 공소사실을 무죄로 인정하고 말았으니, 결국 원심판결에는 법리를 오해하여 판단을 그르친 위법이 있다.
판단
검사의 주장에 대한 판단에 앞서 직권으로 보건대, 검사는 당심에 이르러 이 사건 공소사실의 내용을 일부 변경하면서 적용법조 중 '법 제23조 제3항'을 '법 제23조 제1항 제3호'로 변경하고, 피고인 A에 대하여 '법 제71조'를 추가하였으며, 이에 더하여 업무상과실치사의 점을 상상적 경합으로 추가하는 내용의 공소장변경신청을 하였고 당원은 이를 허가하였으므로, 변경 전의 공소사실을 전제로 하는 원심판결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다.
결론
따라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 제6항에 의하여 직권으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 A은 피고인 주식회사 B(변경 전 주식회사 C, 이하 '피고인 회사'라고 한다)의 사용인으로, 한국전력 주식회사(이하 '한국전력'이라 한다) F지점 신축 전기공사 현장에서 상시근로자 5명을 사용하여 전기공사를 시공하는 현장대리인으로서 소속근로자에 대한 안전관리에 대하여 책임을 지고 있는 안전관리책임자 겸 현장대리인이고, 피고인 회사는 전기공사업을 목적으로 설립된 법인으로 한국전력으로부터 위 신축 전기공사를 1억 2,052만원에 도급받아 시공하고 있는 사업주인바, 2003. 9. 20. 12:10경 위공사현장 지하변전실 고장구간 자동개폐기 구간에서 주식회사 G 소속 근로자인 망 H가 22,900V의 전류에 감전되어 치료를 받다가 2003. 9. 23. 사망한 재해와 관련하여,
⑴ 피고인 A은,
2003. 9. 20. 12:10경 위 F지점 신축 전기공사 현장에서, 위 공사현장 지하변전실 자동개폐기 구간은 고압의 전류가 흘러 감전의 우려가 있는 곳이므로 감전의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방책을 설치하거나 감시인을 배치하여야 할 뿐 아니라 근로자에게는 절연용 보호구를 착용토록 하는 등 위험방지를 위한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게을리한 업무상 과실로 위 H로 하여금 22,900볼트의 전류에 감전되어 치료 도중 같은 해 9. 23. 사망에 이르게 하고,
⑵ 피고인 주식회사 C는,
사업주를 위하여 행위한 위 피고인 A이 전항 기재와 같이 산업재해방지를 위한 안전상의 조치 등을 이행하지 아니하였다.
판단
산업안전보건법위반의 점
살피건대, 법 제1조는 '이 법은 산업안전·보건에 관한 기준을 확립하고 그 책임의 소재를 명확하게 하여 산업재해를 예방하고 쾌적한 작업환경을 조성함으로써 근로자의 안전과 보건을 유지·증진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되어 있고, 법 제2조 제2호 제3호에서는 근로자와 사업주의 정의에 대하여 근로자는 근로기준법 제14조의 규정에 의한 근로자를 말하고, 사업주는 근로자를 사용하여 사업을 행하는 자를 말한다고 규정되어 있으며, 법 제23조에서는 안전조치의무의 주체를 사업주로 한정하고 있다.
위 각 규정 및 법의 입법목적을 종합하여 보면, 법 제23조에서 규정한 사업주의 안전조치의무는 '그 소속 근로자'가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 입을 수 있는 산업재해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하여야 할 의무라 할 것이므로(대법원 2004. 6. 25. 선고 2004도1264 판결 참조), 그 소속 근로자가 아닌 제3자가 입게 될 재해까지 예상하여 이를 방지함에 필요한 조치까지 취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 할 것이고(제3자가 재해를 입게 될 경우에는 형법에 의하여 처벌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소속 근로자가 아니라도 당해 근로자가 근로의 실질에 있어 그 사업주에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하는 등 사업주로부터 사실상 지시, 감독을 받는 관계에 있다고 보이는 경우에는 그 근로자를 소속 근로자로 보아, 사업주의 안전조치불이행으로 인하여 재해를 입었다고 인정되는 경우 그 사업주를 위 법 위반죄로 처벌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뒤에서 보는 바와 같이 피해자가 비록 피고인 회사가 한국전력으로부터 도급받아 전기공사를 수행하고 있던 신축가옥 내 지하변전실 내에서 이 사건 사고를 당하기는 하였지만, 피해자는 피고인 회사 소속이 아니라 한국전력으로부터 위 공사 중 지하변전실 내 전기 수배전반 패널의 제작·설치공사를 따로 도급받은 주식회사 G(이하 'G'이라 한다)에 소속되어 있는 근로자이고, 나아가 기록을 살펴보아도 피해자가 피고인 회사나 피고인 A로부터 사실상 지시, 감독을 받는 등 피고인 회사의 소속 근로자라고 볼만한 아무런 증거가 없는 이상, 피해자에 대한 관계에 있어 피고인 회사를 법 제23조 제1항 소정의 '사업주'로 볼 수 없으므로, 피고인들을 위 법 위반죄로 처벌할 수는 없다.
⑵ 업무상과실치사의 점
기록에 의하면, ① 피고인 회사는 한국전력으로부터 F지점 신축사옥에 대한 전기공사 중 G이 도급받은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전기공사를 도급받았고, G은 한국전력으로부터 위 전기공사 중 신축사옥의 지하변전실 내 전기수배전반 패널 제조, 설치공사를 따로 도급받은 사실, ② 한편 이 사건 사고 당일은 위 공사가 모두 마무리되고 한국전력 본사에서 파견된 전기공사 감독관인 I의 지시·감독 하에 전기를 투입하여 전기공사 이상 유무를 최종적으로 점검받고 계량기에 봉인을 받는 날이었던 사실, ③ 피해자 망 H는 G 소속 생산부장(공장장)으로서 이 사건 사고 당일 11:10경부터 같은 회사 소속 설계부장 J과 함께 G이 도급받아 제작·설치한 지하변전실 내 전기수배전반 안에 설치된 배선용 차단기 2개를 적정용량의 것으로 교체하는 작업을 하였고, 피고인 회사의 현장대리인인 피고인 A 등은 지하변전실에서 전기계량기 설치작업을 하였던 사실, ④ 위 I은 같은 날 11:40경 공사가 모두 완료되자 1차 전원 투입을 지시하였고, 이에 따라 피고인 회사의 직원이 위 신축사옥 밖에 있는 전신주에 올라가 1차 전원을 투입하였으며, I을 비롯한 피해자, J, 피고인 A 등은 모두 지하변전실 밖에서 전기시설 이상 유무를 확인한 사실, ⑤ 그 후 피해자는 I의 지시에 따라 I, 피고인 A 등과 함께 지하변전실을 빠져나와(따라서 지하변전실에서는 당시 아무도 없었던 상태였다) 1층 복도에서 2차 점검을 받기 위하여 한국전력 F지점 고압계량기 담당직원을 기다리고 있던 중, 아무에게도 이야기하지 아니한 채 아무런 보호장비 없이 몰래 지하변전실로 내려갔다가 공소사실과 같이 이 사건 사고를 당하게 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살피건대, 피해자가 감전사고를 당한 이 사건 지하변전실은 감전의 우려가 있는 위험한 장소이므로, 피고인 A로서는 위 공사현장의 현장대리인으로서 평상시에는 방책을 설치하는 등으로 위 지하변전실 출입을 통제하거나 감시인을 배치하여 출입을 감시하여야 함이 마땅할 것이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사고 당일은 전기공사를 모두 완료하고 감독관으로부터 전기공사 이상 유무에 대한 최종점검을 받는 날이었고, 감독관의 지시에 따라 피해자, 피고인 A 등 공사를 수행한 모든 사람들이 위 지하변전실 밖에서 전기시설 이상 유무를 확인하고 모두 지하변전실 밖으로 나와 있는 등 감독관이 사고현장을 통제하고 있던 상황이었던 점에 비추어, 피고인 A이 지하변전실 출입을 통제하기 위하여 방책을 설치하거나 감시인을 배치하지 않아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고(피해자가 지하변전실에서 모두 나가 있으라는 감독관의 지시에도 불구하고 몰래 지하변전실로 들어갔다가 사고를 당한 경위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 A이 위 조치들을 취하였다고 하더라도 사고가 발생하였을 개연성이 높고 또 피고인 A에게 사전에 피해자의 위와 같은 비정상적인 행위를 예측하고 이에 대비하여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조치를 취할 것까지 기대할 수는 없다.), 나아가 피해자에게 절연모, 절연화, 절연장갑 등 절연용 보호구를 착용토록 하여야 할 책임은 피해자의 소속 회사인 G에게 있을 뿐, 피고인 A이나 피고인 회사에 있다고 할 수는 없다.
결국 피고인 A에게 이 사건 사고와 관련하여 어떠한 과실이 있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각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피고인들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한병의(재판장) 서형주 방윤섭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