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지방법원판결

수원지방법원 2018. 10. 15. 선고 2018노1494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 A를 벌금 2,000,000원에, 피고인 주식회사 B를 벌금 3,000,000원에 각 처한다.

피고인 A가 위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하는 경우 100,000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위 피고인을 노역장에 유치한다.

위 각 벌금에 상당한 금액의 가납을 명한다.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피고인 A에 대한 근로자 사망으로 인한 산업안전보건법위반의 점 및 업무상과실치사의 점, 피고인 주식회사 B에 대한 근로자 사망으로 인한 산업안전보건법위반의 점은 각 무죄.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피고인들의 사실오인 주장

이 사건 공소사실 중 근로자 사망으로 인한 산업안전보건법위반의 점 및 업무상과실치사의 점에 관하여, 피고인 A에게 위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업무상 주의의무가 없고, 설령 주의의무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주의의무 위반과 피해자의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없다.

나.

피고인들 및 검사의 피고인 A에 대한 양형부당 주장

원심의 형(피고인들 각 벌금 5백만 원)은 너무 무겁거나(피고인들) 너무 가벼워서(검사의 피고인 A에 대한) 부당하다.

2.

피고인들의 사실오인 주장에 대한 판단

가.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 주식회사 B는 서울 구로구 C빌딩 D호 소재 본점을 두고 철구조물 제작 시 공업을 영위하는 사업주이고, 피고인 A는 피고인 주식회사 B의 이사로 화성시 E 소재 위 회사 화성공장에서 상시 근로자 47명을 사용하여 철구조물 생산, 설치 작업을 총괄하는 사람이다.

1)

피고인 A(산언안전보건법위반 및 업무상과실치사)

사업주는 기계의 원동기·회전축·기어·풀리·플라이휠·벨트 및 체인 등 근로자가 위험에 처할 우려가 있는 부위에 덮개·울·슬리브 및 건널다리 등을 설치하여야 하고, 공작기계·수송기계·건설기계 등의 정비·청소·급유·검사·수리·교체 또는 조정 작업 또는 그 밖에 이와 유사한 작업을 할 때에 근로자가 위험해질 우려가 있으면 해당 기계의 운전을 정지하여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2016. 12. 1. 11:50경 위 회사 화성공장 기계실에서 피해자인 근로자 F(45세, 이하 '피해자'라고만 한다)로 하여금 NC다축드릴머신(이하 '이 사건 기계'라 한다)을 이용하여 H빔 홀 가공작업을 하도록 함에 있어 근로자가 위험에 처할 우려가 있는 위 기계의 드릴기에 덮개 등을 설치하지 아니하고, 기계의 정비·검사·조정 작업 또는 이와 유사한 작업을 하면서 기계의 운전을 정지하지 아니하고 그대로 작업하도록 함으로써 위 기계를 이용하여 H빔 홀 가공작업 중이던 피해자로 하여금 위 기계의 조정 작업 등을 하면서 작동 중인 위 기계의 상부 드릴기에 작업복 상의가 말려들어가 기계 사이에 상체가 협착되게 하여 같은 날 12:10경 그 자리에서 다발성 늑골골절 및 폐출혈 등으로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

2)

피고인 주식회사 B(산업안전보건법위반)

피고인은 전항 기재 각 일시, 장소에서 피고인의 사용인인 A가 피고인의 업무에 관하여 전항 기재와 같은 각 행위를 하였다.

나.

원심의 판단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이 피고인 A에게 위험예방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책임이 있음에도 피고인 A가 이를 취하지 아니하였고 위와 같은 조치의무의 위반과 피해자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아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다.

당심의 판단

검사는 피고인 A가 산업안전보건법 제23조 제1항 제1호, 제4항에 의하여 사업주가 하여야 할 안전상의 조치 사항을 위임받은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87조 제1항을 위반하여 이 사건 기계 드릴기에 덮개 등을 설치하지 아니하였거나 같은 규칙 제92조 제1항을 위반하여 피해자로 하여금 이 사건 기계의 조정 작업 등을 하면서 위 기계의 운전을 정지하지 아니하고 그대로 작업하도록 하였다는 점이 산업안전보건법 제66조의2의 구성요건인 안전조치 미이행에 해당함과 동시에 형법 제268조의 구성요. 건인 업무상과실에 해당한다고 보아 이 부분 공소를 제기하였다.

그러나 기록 및 변론에 의하여 알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 A에게 이 부분 공소사실에 기재된 안전상 조치 의무가 있다거나 그 미이행으로 내지 위반과 피해자의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단정할 수 없고, 검사가 달리 안전상 조치 의무나 업무상과실의 내용을 특정한 바도 없으므로, 결국 이 부분 공소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다. 피고인들의 사실오인 주장은 이유 있다.

1)

사고 발생 경위 및 원인

이 사건 기계는 컨베이어 이송 장치에 의하여 하부를 통과하는 H빔(H형강)에 상부의 드릴기가 하강하여 홀(hole)을 가공하는 방식으로 공정이 이루어지는데, 이 사건 사고 당시 피해자가 이 사건 기계 담당 작업자로서 그 공정 진행을 주관하던 중이었다는 것 외에 이 사건 기계에 근접하게 된 구체적인 경로나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이 사건 사고의 발생 원인에 관하여, 이 사건 기계 드릴기는 작업장 바닥에서 약 1.6m 높이에 있고 컨베이어 등과의 간섭이 있어 일부러 손을 뻗기 전에는 직접 접촉할 수 없는 위치에 있으므로 피해자가 H빔 위에 올라간 상태에서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거나(다만 일반적으로 드릴 척을 교체하는 경우 외에 H빔 위에 올라가는 경우는 없으나 앞서 본 바와 같이 드릴 척은 이미 교체된 상태였다), 피해자가 드릴기 인근에서 넘어져서 혹은 피해자의 옷이 드릴기에 말리면서 사고를 당한 것으로 추측되기는 하나, 목격자나 CCTV 등 그 발생 당시에 관한 자료가 확보되지 않았고 이후의 조사에서도 그 구체적인 발생 경위나 원인이 규명되지 않았다.

한편 이 사건 사고 이전에도 이 사건 기계에 관하여 다른 사고들이 발생하였던 정황은 보이나, 이 사건 수사과정에서 위 다른 사고들의 발생 경위나 원인에 관한 조사가 이루어지지는 않았고, 원심 및 당심 법정 변론에 의하여 보더라도 이를 알 수 없음은 여전하다.

2)

덮개 등 설치 의무 인정 여부(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87조 제1항)

이 사건 기계는 드릴기 노출 부위 전부에 덮개 등을 설치하게 되면 H빔이 통과할 수 없어 공정 자체가 불가능하고, 결국 드릴기 노출 부위 일부에만 덮개 등을 설치할 수 있을 뿐이다. 실제로 이 사건 사고 이후 피고인 주식회사 B는 이 사건 기계 상단부 일부만 덮는 투명 아크릴 재질 덮개를 설치하고도 시정명령을 이행한 것으로 인정받아 작업중지 조치를 해제받기도 하였다. 그러나 다양한 규격의 H빔이 가공될 가능성을 고려하면, 위와 같이 이 사건 기계 상단부 일부를 덮는 덮개 설치 역시 대형 H빔을 가공하는 경우에 있어서는 그 통과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간섭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과연 적절한 안전상 조치에 해당하는지 의문이다.

나아가 설령 위와 같은 안전상 조치 의무를 인정하더라도, 앞서 본 바와 같이 그 발생 경위나 원인이 규명되지 않은 이 사건 사고에 있어 위와 같은 상단부 덮개 설치 미이행과 이 사건 사고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92조 제1항은 기계의 '정비·청소·급유·검사·수리·교체 또는 조정 작업 또는 그 밖에 이와 유사한 작업을 할 때에 해당 기계의 운전 정지 의무를 규정하고 있으므로, 이 사건 사고에 있어서도 이 사건 기계의 '정비·청소·급유검사·수리·교체 또는 조정 작업 또는 그 밖에 이와 유사한 작업' 중이었음이 인정되어야 한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사고는 그 발생 경위나 원인이 규명되지 않았다. 또한 이 부분 공소사실 기재에 의하더라도 이 사건 사고 당시 이루어진 작업 이 사건 기계의 '정비·청소·급유·검사·수리·교체 또는 조정 작업 또는 그 밖에 이와 유사한 작업' 중 어느 것에 해당하는지 구체적으로 특정된 바 없고, 달리 증명된 바도 없다. 특히 이 사건 당시 이 사건 기계는 H빔 한 쪽 플랜지의 홀 총 8개 중 7개째 홀을 가공하던 중이었는바, 처음 4개 홀(∅27mm) 가공 후 드릴 척(chuck)이 교체된 다음 나머지 홀(∅18mm) 가공 중이었으므로, 이 사건 사고는 드릴 척을 교체하는 조정 작업과도 무관하다고 보인다.

결국 이 사건 사고에 관하여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92조 제1항에 규정된 안전상 조치 의무 미이행 내지 위반이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4)

기타 안전상 조치 의무 내지 업무상과실 인정 여부

이 부분에 관하여 원심은, 작업자가 이 사건 기계의 드릴 구동부 등에 접근하여 작업할 필요가 있을 때 드릴기를 정지할 것을 철저하게 교육, 관리 감독하고, 작업자가 회전날에 접근하면 기계가 자동으로 정지되도록 하는 연동장치를 설치하거나, 적어도 작업자가 기계 작동 중에는 드릴기에 접근할 수 없도록 하는 방호 울을 설치하는 등으로 위험예방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책임이 있다고 설시한 바 있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공소 제기에 있어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87조 제1항, 제92조 제1항의 안전조치 의무 미이행의 점 이외에 다른 가능한 안전조치나 주의의무는 특정된 바 없고, 이를 대상으로 하는 조사가 이루어진 바도 없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위와 같은 안전상 조치 의무나 주의의무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나아가 사업주에 대한 산업안전보건법 제66조의2, 제23조 제1항 위반죄는,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에서 정한 안전조치 외의 다른 가능한 안전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위험성이 있는 작업이 이루어졌다는 사실만으로 성립하는 것도 아닌바(대법원 2009. 5. 28. 선고 2008도7030 판결, 대법원 2014. 8. 28. 선고 2013도3242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에서 근로자 사망으로 인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죄를 인정하기는 더더욱 어렵다고 할 것이다.

3.

결론

피고인들의 사실오인 주장은 이유 있으므로, 이와 달리 이 사건 공소사실 전부를 유죄로 판단한 원심판결 중 근로자 사망으로 인한 산업안전보건법위반 및 업무상과실치사 부분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게 되었고, 이와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다는 이유로 하나의 형이 선고된 안전조치 미이행으로 인한 산업안전보건법위반 부분도 파기를 면할 수 없게 되었다. 따라서 피고인들의 양형부당 주장과 검사의 피고인 A에 대한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 제6항에 의하여 원심판결을 모두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아래와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