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피고인은 사용자와의 근로조건 교섭을 위하여 쟁의행위를 하였을 뿐이므로 피고인에게 업무방해 및 주거침입의 고의가 없었고,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 행위는 피고인 소속 노동조합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41조 제1항에서 정한 쟁의행위에 관한 찬성 결정을 거쳐 적법한 절차와 방식에 따라 쟁의행위를 한 것이어서 구성요건해당성이 없거나 형법 제20조의 정당행위에 해당하여 위법성이 없다. 그런데도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고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판단
원심의 판단
피고인은 원심에서도 위 항소이유 주장과 같은 취지의 주장을 하였고, 이에 대하여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피고인의 주장을 모두 배척하고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인정사실
업종별 노동조합의 성격을 띠는 'D 노동조합'(이하 '이 사건 노동조합'이라 한다)은 피고인을 조합장으로 두고 있고, 원심 공동피고인 B, C 등 수십 명을 조합원으로 두고 있으며, E요양원에서 근무하던 I 외 1인도 조합원으로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 노동조합은 E요양원을 운영하는 사용자인 '주식회사 J'와 사이에 I 외 1인 등을 위하여 단체교섭을 진행하였으나 교섭이 결렬되었다. 이 사건 노동조합은 노동쟁의 조정신청을 하였으나 경기지방노동위원회는 조정종료결정을 내렸다.
I 외 1인은 2019. 2. 10. 11:30 경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실시한 것으로 보이고, 2명 전원의 찬성표가 나온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과 B, C은 2019. 2. 24. 17:40경 E요양원에 들어가서 그때부터 18:20경까지 그곳 프로그램실(휴게실)에서 확성기를 틀고 노동가를 불렀다(이하 '이 사건 쟁의행위'라 한다).
피고인은 2019. 2. 25.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2019. 2. 23.자 쟁의행위신고서(이하 '이 사건 쟁의행위신고서'라 한다)를 제출하였다. 이 사건 쟁의행위신고서의 내용은 I 외 1인의 2019. 2. 10.자 쟁의행위 찬성투표를 근거로 피고인과 B, C(남 2명, 여 1명)이 2019. 2. 24.부터 E요양원의 프로그램실에서 점거농성의 형태로 쟁의행위를 하겠다는 내용이다.
구체적 판단
E요양원에서 근무하던 I 외 1인의 찬성투표를 근거로, I 외 1인이 판시 범죄사실과 같은 쟁의행위를 하였다면, 그 쟁의행위는 형법상 정당행위가 되기 위한 필요조건인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41조 제1항의 '조합원의 찬성투표'라는 요건은 충족하였다고 평가될 것이고, 그 쟁의행위에 피고인들이 참여하였다면, 이는 지회 소속 조합원들인 I 외 1인의 쟁의행위를 지원·조력하기 위한 업종별 노동조합의 조합활동으로서 정당하다고 평가될 여지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E요양원에서 근무하던 I 외 1인의 찬성투표를 근거로 E요양원과 아무런 관계가 없는 피고인과 B, C이 E요양원에 들어가서 이 사건 쟁의행위를 하였을 뿐, I 외 1인은 이 사건 쟁의행위에 참여하지 않았고, 이 사건 쟁의행위신고서에 의하더라도, I 외 1인이 이 사건 쟁의행위에 참여하는 것은 예정조차 되어 있지 않았다. 그렇다면 이 사건 쟁의행위를 지회 소속 조합원들의 쟁의행위를 지원·조력하기 위한 업종별 노동조합의 조합활동으로 보기는 어렵고, 오히려 지회 소속 조합원들이 자신들이 해야 할 쟁의행위를 전적으로 외주화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런데 이러한 '쟁의행위의 전적인 외주화'를 적법한 것으로 간주하면, 쟁의행위의 개시를 결정한 조합원들과 쟁의행위에 참가한 근로자들이 분리되어, 쟁의행위의 양상이 폭력이나 파괴행위로 전개되더라도 그 쟁의행위의 개시를 결정한 조합원들에게 그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없게 되고, 결국 그 개시에 관한 조합의사의 결정에 보다 신중을 기하기 위하여 마련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41조 제1항의 취지가 완전히 몰각되게 된다. 또한 쟁의행위를 전문으로 하는 폭력단체 등이 스스로 산업별 노동조합 내지 업종별 노동조합임을 내세워 쟁의행위를 외주받는 사례도 나타날 것이다.
따라서 지회 소속 조합원들의 찬성투표의 내용이 그 지회에 소속되지 않은 산업별 노동조합 내지 업종별 노동조합의 조합원들만 쟁의행위에 참석하는 것에 찬성하는 내용인 경우에, 그 찬성투표는 '쟁의행위의 전적인 외주화'에 찬성하는 투표로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41조 제1항의 '조합원의 찬성투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 즉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41조 제1항의 '조합원의 찬성투표'는 '투표에 참가한 조합원이 "스스로" 쟁의행위를 하는 것에 찬성하는지 여부를 묻는 투표'라고 해석함이 지극히 타당하다.
그렇다면 이 사건 쟁의행위는 형법상 정당행위가 되기 위한 필요조건인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41조 제1항의 '조합원의 찬성투표'라는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였다고 할 것이므로, 이 사건 쟁의행위가 적법한 쟁의행위로서 구성요건해당성이 없거나 정당행위에 해당하여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볼 수 없다.
당심의 판단
피고인의 행위가 업무방해 및 주거침입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는지 여부
관련 법리
건조물침입죄는 사실상의 주거의 평온을 그 보호법익으로 하는 것이므로, 사람이 관리하는 건조물에 그 관리자의 명시적·묵시적 의사에 반하여 들어가는 경우에는 건조물침입죄가 성립한다(대법원 1996. 5. 10. 선고 96도419 판결, 대법원 2012. 5. 24. 선고 2010도9963 판결 등 참조), 업무방해죄의 고의는 반드시 업무방해의 목적이나 계획적인 업무방해의 의도가 있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고, 자신의 행위로 인하여 타인의 업무가 방해될 가능성 또는 위험에 대한 인식이나 예견으로 충분하며, 그 인식이나 예견은 확정적인 것은 물론 불확정적인 것이라도 이른바 미필적 고의로 인정된다(대법원 2009. 1. 15. 선고 2008도9410 판결, 대법원 2012. 5. 24. 선고 2009도4141 판결 등 참조).
구체적 판단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을 종합하면 위 2의 가.1)항 기재와 같이 원심이 인정한 사실들이 모두 인정되고, 여기에 위 증거들에 따라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 즉 ① 이 사건 발생 전인 2019. 2. 7.경에도 피고인과 B, C(이하 '피고인 등'이라 한다)이 쟁의행위를 하기 위하여 E요양원에 들어와서 스피커 없이 노래를 불렀다가 잠시 화장실을 가기 위해 나간 사이에 요양원 측에서 피고인 등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문을 잠근 사실이 있는 점, ②. 피해자 G는 경찰에서 'E요양원은 환자나 보호자가 아닌 일반인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라고 진술하였고, 이 사건 당일 피고인 등이 E요양원에 들어가는 모습이 촬영된 CCTV 영상에 의하면, 위 요양원을 방문한 보호자가 문이 열려 들어갈 때 피고인 등도 함께 뒤따라 들어가는 모습이 보이며, 피고인 등이 위 요양원에 들어가면서 별도로 요양원 측으로부터 신원 확인을 받지는 않은 점, ③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피고인 등이 E요양원의 프로그램실 내에서 튼 확성기 에서 나오는 음량이 치매환자 및 노인들과 그 보호자들이 정상적으로 휴식을 취하는 데 방해가 될 정도로 상당히 컸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E요양원의 관리자인 피해자 G가 피고인 등이 위와 같은 방법으로 쟁의행위를 할 것임을 알았더라면 피고인 등이 E요양원 내부로 들어오는 것을 승낙하거나 양해하지 않았을 것임이 경험칙상 명백하고, 피고인 등의 행위로 E요양원의 관리업무가 방해될 위험이 발생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피고인이 B, C과 함께 E요양원에 들어간 행위와 피고인이 그 안에서 확성기를 틀어놓고 노래를 부르는 등의 행위는 각각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공동주거침입) 및 업무방해의 구성요건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형법 제20조의 정당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
관련 법리
근로자의 쟁의행위가 형법상 정당행위가 되기 위하여는 첫째 그 주체가 단체교섭의 주체로 될 수 있는 자이어야 하고, 둘째 그 목적이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한 노사간의 자치적 교섭을 조성하는 데에 있어야 하며, 셋째 사용자가 근로자의 근로조건 개선에 관한 구체적인 요구에 대하여 단체교섭을 거부하였을 때 개시하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조합원의 찬성결정 등 법령이 규정한 절차를 거쳐야 하고, 넷째 그 수단과 방법이 사용자의 재산권과 조화를 이루어야 함은 물론 폭력의 행사에 해당되지 아니하여야 한다는 여러 조건을 모두 구비하여야 한다(대법원 2001. 10. 25. 선고 99도4837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구체적 판단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 및 관련 법리와 관련 규정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과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의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 각 행위가 정당행위에 해당하여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 사건 노동조합은 E요양원을 운영하는 사용자인 '주식회사 J'와 사이에 I 외 1인 등을 위하여 임금 등 근로조건에 관한 단체교섭을 진행하였으나 교섭이 결렬되었다. 이에 별도의 지부나 분회가 구성되어 있지 아니한 상태에서 E요양원 소속 조합원인 I 외 1인, 총 2명이 2019. 2. 10. 쟁의행위 찬성투표를 진행하여 2명의 찬성표가 나오자 쟁의행위를 개시한 것으로 보인다[그 근거로는 피고인이 이 사건 다음날인 2019. 2. 25.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제출한 이 사건 쟁의행위신고서(공판기록 68쪽)가 있는데, 기록상 그 기재 내용이 허위임을 인정할 자료가 없다]. 이러한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인 등이 쟁의행위에 관한 절차를 준수한 것으로 보이기는 한다.
원심은, 이 사건 쟁의행위신고서의 기재 내용을 근거로 E요양원에 근무하는 조합원들이 한 찬성투표는 쟁의행위가 예정된 사업장 소속 근로자들이 아닌 산업별 내지 업종별 노동조합의 조합원들만 참석하는 쟁의행위, 즉 쟁의행위의 전적인 외주화에 찬성하는 것이고, 이러한 찬성결정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41조 제1항의 '조합원의 찬성투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으나, ㉠ 지역별·산업별·업종별 노동조합의 경우에는 총파업이 아닌 이상 쟁의행위를 예정하고 있는 당해 지부나 분회 소속 조합원의 과반수의 찬성이 있으면 쟁의행위는 절차적으로 적법하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쟁의행위와 무관한 지부나 분회의 조합원을 포함한 전체 조합원의 과반수 이상의 찬성을 요하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인데(대법원 2004. 9. 24. 선고 2004도4641 판결), 피고인 등은 쟁의행위가 예정된 사업장인 E요양원에 근무하는 조합원들의 찬성투표를 거친 후 쟁의행위를 개시한 점, ㉡ 이 사건 쟁의행위신고서의 기재 내용만으로 위 조합원들이 처음부터 산업별 내지 업종별 노동조합의 조합원들만 참석하는 쟁의행위를 예정하고 이에 찬성하였다고 단정할 수 없는 점, ㉢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41조 제1항을 위반하여 조합원의 직접·비밀·무기명투표에 의한 조합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결정하지 아니하고 쟁의행위를 한 경우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므로(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91조) 그 구성요건인 찬성 결정을 거치지 아니하였는지 여부는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하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 등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41조 제1항의 '조합원의 찬성투표'라는 요건을 거치지 않았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37조 제1항은 '쟁의행위는 그 목적·방법 및 절차에 있어서 법령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되어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제38조 제1항에서 '쟁의행위는 그 쟁의행위와 관계없는 자 또는 근로를 제공하고자 하는 자의 출입·조업 기타 정상적인 업무를 방해하는 방법으로 행하여져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 E요양원은 약 90명의 치매 및 노인 환자들이 입소해 있는 요양시설로서 입소자들의 심신의 안정을 위하여 고요한 상태로 유지되어야 할 필요성이 큰 곳인 점, ㉡ E요양원의 프로그램실은 요양원의 중앙 부분에 위치하고 입소자들 모두가 이용할 수 있는 개방된 장소로서 복도를 통하여 입원실과 연결되어 있는 곳인데, 피고인 등은 E요양원의 프로그램실 내에서 확성기(스피커)를 설치하여 약 30분 이상 음악을 틀어두었고, 구호를 외치며 노래를 하기도 하였는바, CCTV 영상[파일명 : 20190224_181912 경찰체포현장(A,B,S).mp4]에 의하면 피고인 등이 틀어놓은 확성기에서 나오는 음악 소리는 요양 중인 치매환자 및 노인들과 그 보호자들이 정상적으로 휴식을 취하기가 어려웠을 정도로 컸고, 실제로 이 사건 당시 E요양원의 입소자와 보호자가 피고인 등이 틀어놓은 음악 소리와 노래 소리로 인하여 상당한 고통을 받았던 것으로 보이는 점(증거기록 13-17쪽), ㉢ 피고인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피고인은 이 사건 당시 요양원 입소자의 보호자로부터 시끄러워서 입소자가 힘들어하니 중지해달라는 요청을 받기까지 하였음에도 이에 응하지 아니하고 음악을 계속 틀었다가 경찰관이 도착하여 현행범으로 체포되기에 이른 점, ㉣ 피고인 등은 요양원 건물 외부나 복도에서 피켓을 드는 등으로 입소자들의 심신의 안정을 해하지 않고서도 쟁의행위를 할 수 있었음에도 그와 같은 방법을 택하지 아니하고 비정상적인 절차로 요양원에 들어간 다음 그 내부에서 확성기를 틀고 노래를 한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집회나 시위 과정에서 어느 정도의 소음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것은 부득이한 것이어서 집회나 시위에 참가하지 아니한 일반인도 이를 어느 정도 수인할 의무가 있고 확성기 등을 사용한 행위 자체를 위법하다고 할 수 없다 하더라도, 앞서 본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 행위가 이루어진 장소와 상황, 피고인 등이 한 행위의 방법과 내용 등을 고려할 때 피고인 등의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 각 행위는 쟁의행위로서의 수단과 방법의 상당성을 갖추지 못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소결론
따라서 이 사건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은 결론에 있어 정당하므로, 피고인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따라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형식(재판장) 박지은 이은경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