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지방법원판결

수원지방법원 2022. 10. 11. 선고 2022가단536012 판결

2022

주문

1.

원고(반소피고)의 본소 청구와 피고(반소원고)의 예비적 반소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 중에서 본소 부분은 원고(반소피고)가, 예비적 반소 부분은 피고(반소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사실의 인정

가.

피고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상 일반택시 운송사업 등을 하는 회사이고, 원고는 2012. 1. 17.부터 2021. 5. 31.까지 피고에서 택시운전근로자로 근무하였다.

나.

원고는 1일 2교대제로 일하면서 일정액의 운송수입금(사납금)을 피고에게 납입하고 이를 제외한 나머지(초과운송수입금)를 개인적인 수입으로 하며, 피고로부터 일정한 고정급을 지급받는 방식인 '정액사납금제' 형태로 임금을 지급받아 왔다. 피고는 2020년부터 '전액관리제'를 시행하였는데, 원고는 그와 같은 2020년 임금협정의 유예를 희망하여 종전과 같은 형태로 근무하였다.

다.

피고와 그 노동조합은 다음과 같이 택시운전근로자(조합원)의 소정근로시간을 변경하는 내용으로 임금협정을 체결하였다.

라.

최저임금법의 특례조항 신설

최저임금법 제6조 제5항<1>은 '일반택시 운송사업에서 운전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의 경우 최저임금에 산입되는 임금의 범위는 생산고에 따른 임금을 제외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임금으로 한다'는 조항(이하 '특례조항')을 신설하였다. 특례조항은 수원시에 2010. 7. 1.부터 시행되었다.

[근거] 다툼이 없거나, 갑 제1 내지 3호증, 을 제48 내지 51호증,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의 주장

소속 근로자들의 실제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이 변경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소정 근로시간을 단축하는 것으로 변경한 임금협정 중 소정근로시간에 관한 합의는 강행규정인최저임금법을 잠탈하기 위한 것으로서 무효이며,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임금협정 체결 중에서 유효한 것으로 인정하는 2010. 6. 30.의 임금협정서(2010. 7. 1.에 따른 소정근로시간 6시간 40분에 최저임금법에 다른 최저임금으로 계산한 임금과 실제 지급한 임금과의 차액, 그리고 2010. 6. 30.의 임금협정에 따른 소정근로시간을 고려한 퇴직금과 실제 지급한 퇴직금과의 차액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그리고 2011. 7. 21. 임금협정 체결 이후 입사한 원고의 경우에도 그 임금협정을 포함하여 이후의 임금협정이 모두 무효가 되므로, 2010. 6. 30.에 체결된 6시간 40분의 소정근로시간이 유효하다고 할 것이어서, 이것을 기준으로 청구한다.

3.

판단

가.

관련 판결

근로기준법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1주간의 근로시간은 40시간을, 1일의 근로시간은 8시간을 초과할 수 없도록 기준근로시간을 정하여 규제하면서(제50조 제1항, 제2항), 그 기준근로시간의 범위 내에서 근로자와 사용자가 합의한 근로시간을 소정근로시간으로 규정하고 있다(제2조 제1항 제8호). 근로자는 합의한 소정근로시간 동안 근로의무를 부담하고, 사용자는 그 근로의무이행에 대하여 임금을 지급하게 되는데, 사용자와 근로자는 기준근로시간을 초과하지 않는 한 원칙적으로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소정근로시간에 관하여 합의할 수 있다. 다만 소정근로시간의 정함이 단지 형식에 불과하다고 평가할 수 있는 정도에 이르거나, 노동관계법령 등 강행법규를 잠탈할 의도로 소정근로시간을 정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소정근로시간에 관한 합의로서의 효력을 부정하여야 한다.

헌법 및 최저임금법 관련 규정 내용과 체계, 특례조항의 입법 취지와 입법 경과,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의 규정 취지 및 일반택시운송사업의 공공성,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하는 합의 관련 전후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정액사납금제 하에서 생산고에 따른 임금을 제외한 고정급이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것을 회피할 의도로 사용자가 소정근로시간을 기준으로 산정되는 시간당 고정급의 외형상 액수를 증가시키기 위해 택시운전근로자 노동조합과 사이에 실제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의 변경 없이 소정근로시간만을 단축하기로 합의한 경우, 이러한 합의는 강행법규인 특례조항 등의 적용을 잠탈하기 위한 탈법행위로서 무효라고 보아야 한다. 이러한 법리는 사용자가 택시운전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하는 내용으로 취업규칙을 변경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대법원 2019.4. 18. 선고 2016다2451 전원합의체 판결).

나.

임금협정의 소정근로시간이 무효인지 여부

앞서 든 증거와 쌍방이 제출한 다른 증거들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보면, 원고가 제출한 증거로는 임금협정에서 정한 소정근로시간이 단지 형식에 불과하다고 평가할 수 있을 정도이거나 특례조항을 잠탈하기 위한 목적에서 정해진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①

근로자가 근로의무를 부담할 것을 약정하고, 사용자가 그 근로의무의 이행에 관하여 임금을 지불하기로 약정한 시간인 소정근로시간은 근로기준법상 연장근로수당 등을 산정하기 위한 전제가 되는 통상임금의 계산, 최저임금법상 비교대상 임금의 시간급 환산,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상 퇴직금 제도의 설정의무 존부 결정 등을 위한 도구개념으로 이용되고 있는 반면, 판례는 근로기준법 제50조가 정한 '근로시간'이란 근로자가 사용자의 지휘 · 감독을 받아 근로계약상의 근로를 제공하는 시간, 즉 실근로시간을 말한다고 하고 있어, 소정근로시간과 실근로시간은 개념상 구분되는 것으로, 양자가양적으로 반드시 일치해야만 소정근로시간에 관한 합의가 유효하다고 할 수는 없다.② 택시근로자들이 택시를 운행하면서 승객들로부터 받은 수익을 관리하고, 정액사납금제에 따라 받은 일정액을 피고에게 지급하고 나머지 수입은 택시근로자들이 갖는 방식으로 일하였다. 그 특성상 택시의 운행시간 중 피고가 택시근로자들의 근로 여부나 행태를 실질적으로 지휘 · 감독하거나 실제 근로시간을 정확하게 파악하기는 어려워, 노사합의를 통하여 소정근로시간을 정해놓을 필요성이 있고, 소정근로시간은 위에서 본 바와 같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경우 원칙적으로 유효하다고 보아야 한다.

③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에는 택시근로자가 운송수입금 전액을 회사에 납부할 의무를 부담하는 전액관리제가 규정되어 있지만, 실제 수입 총액이 감소한다는 이유 등으로 대부분의 택시근로자가 정액사납금제를 선호하는 등으로 많은 택시회사들이 정액사납금제로 운영하고 있다. 그와 같은 상황에서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하는 협의를 하게 된 것은 초과운송수입금이 줄어드는 결과를 가져오는 사납금과 기본급의 상승을 원치 않는 택시근로자의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초과운송수입금이 줄어들지 않도록 하는 가능한 방편으로 삼은 것이 기본적이고 가장 큰 이유라고 보인다. 택시근로자의 안정적인 생활을 보장하려는 최저임금법의 취지를 잠탈할 의사가 있다고 보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④

원고는 2011년 이후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가 특례조항을 잠탈하기 위한 것으로서 무효라고 하면서, 그 동안 택시근로자의 실제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에 변경이 없다고만 할 뿐 그에 대한 구체적인 주장과 입증을 추가로 하지는 않고 있으며, 그러한 단축이 특례조항을 잠탈할 의도로 이루어진 것이라는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도 별 주장을 하지 않고 있다. 실제 그 동안 있었던 택시요금의 인상, 모바일 및 고객 연결시스템 등의 기술발전 등이 택시근로자의 실제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된다.

⑤

피고는 특례조항이 시행되기 직전 2010년 임금협정을 체결하면서 소정근로시간을 6시간 40분으로 정하였는데 1년 뒤 이를 3시간 40분으로 대폭 줄이고, 그 이후 2019년까지 1시간을 더 줄이는 것으로 변경하여 임금협정을 체결하였다. 이와 같이 2011년 임금협정에서부터 소정근로시간을 대폭 줄이게 된 것은 특례조항의 시행에 따라 발생한 결과를 의식한 것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그런데 소정근로시간은 실제 근로시간을 산정하기 어려운 경우에 당사자 사이에 정하는 근로시간으로, 결국 임금을 지급받는 시간을 말하는데, 특례조항의 시행으로 종전과 다르게 초과운송수입금이 최저임금에 산입되는 임금에서 제외됨으로써 초과운송수입금을 위한 운행시간이 근로시간에 포함되어야 하는지 문제가 되고 이것은 곧바로 사납금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소정근로시간을 정하는데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므로, 택시근로자의 실제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에 커다란 변화가 생긴 셈이 된다. 이를 반영하여 소정근로시간을 변경한 것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므로, 이것은 그 단축 합의가 특례조항을 잠탈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게 하는 사정이 된다.

4.

결론

소정근로시간에 관한 합의가 무효라고 볼 수 없는 이상, 사용자와 근로자가 합의한 소정근로시간이 최저임금 지급의 기준이 된다. 그와 다른 전제에서 구하는 원고의 본소 청구는 이유가 없고, 본소 청구가 인정되는 것을 전제로 하는 피고의 예비적 반소<2>도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가 없다.

판사 김연하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