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피고는 의약품 제조 판매업 등을 목적으로 하는 회사이고, 원고는 1995. 11. 27. 피고에 입사하여 주로 서울과 수도권에서 영업직 사원으로 근무해 온 자이다.
피고는 2015. 1. 1. 원고를 제주도로 발령하였다가, 2017. 7. 1.에는 경기도로 발령하였는데, 원고가 부당전보 구제신청을 하자 2017. 10. 11. 다시 원고를 제주도로 발령하였다. 이후 원고는 피고에게 위와 같은 발령 과정에서 발생한 비용 등 추가 예산의 지원을 요청하였으나, 피고는 원고가 비용의 세부명세를 제출하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로 원고의 요청을 거절하였다.
한편, 피고는 2021. 12. 10. 원고에게 징계위원회 출석을 통보하였고, 같은 달 17. 원고에 대한 징계위원회를 개최하여 다음과 같은 사유(이하 ‘이 사건 각 해고사유’라 한다)로 원고를 2022. 1. 7. 자로 해고한다는 의결을 한 후, 2022. 1. 5. 원고에게 이를 서면으로 통지하였다(이하 ‘이 사건 해고처분’이라 한다).
피고의 취업규칙 및 징계규정 중 이 사건의 쟁점과 관련 있는 부분은 다음과 같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7, 8호증, 을 제1, 2, 20 내지 22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청구원인의 요지
이 사건 해고처분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무효이므로, 그 확인을 구한다.
징계절차의 위법
피고는 2021. 12. 17. 징계위원회를 개최하였으나, 원고에게 개별 징계사유에 대한 소명 기회를 부여하지 않았고, 이후 징계사유를 추가·변경하여 2022. 1. 7. 자로 원고를 해고하였다.
이 사건 해고처분은 업무상 재해로 원고의 노동력이 상실된 상태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해고 금지 기간을 정한 근로기준법 제23조 제2항에 위반된다.
징계사유의 부존재
이 사건 각 해고사유는 피고의 원고에 대한 발령 지원비 미지급, 업무촉진비 과소 지급, 교통비 및 일비 미지급에서 비롯된 것으로, 피고에 의해 유발되었거나 그동안 아무런 경고 조치 없이 피고에 의해 양해되었다. 따라서 원고에게 고용 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만한 귀책사유가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 사건 해고처분은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에 위반된다.
원고는 무단결근을 한 사실이 없고, 2020. 6. 12.부터 대기발령 상태였기에 대기발령 기간 중 근무태만, 업무지시 불이행, 직장질서 위반은 모두 성립할 수 없으므로, 이 사건 각 해고사유는 인정될 수 없다.
징계양정의 부당
설령 징계사유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피고에 의해 비롯되었고, 피고는 징계양정 시 반드시 요구되는 정상참작을 거치지 않았으므로, 피고가 이 사건 해고처분에까지 나아간 것은 징계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다.
판단
이 사건 해고처분의 절차적 정당성
징계위원회에서 징계대상자에게 징계혐의사실을 고지하고 그에 대하여 진술할 기회를 부여하면 충분하고, 혐의사실 개개의 사항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발문하여 징계대상자가 이에 대하여 빠짐없이 진술하도록 조치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2020. 6. 25. 선고 2016두56042 판결).
갑 제7호증의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피고가 징계절차에서 원고에게 징계혐의사실을 고지하고 구두 또는 서면에 의한 진술 기회를 부여한 사실이 인정되므로, 원고는 징계혐의사실에 관하여 진술 및 소명할 방어권을 보장받았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원고에게 개별 징계사유에 대한 소명 기회가 부여되지 않았음을 지적하는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징계의결이 요구된 당초의 징계사유와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이 인정되는 한도 내에서는 징계사유의 추가·변경이 가능하다(대법원 2015. 8. 27. 선고 2013다99300 판결).
갑 제7, 8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징계위원회 개최 통보서와 해고통지서의 각 기재를 비교하였을 때 해고통지서의 내용 중 ② 근무태만의 상세사유로 ‘회사 email 확인 태만(2020. 6. ~ 현재) 등’이 해고사유로 추가된 사실은 인정되나, 피고의 징계위원회가 징계의결이 요구된 당초의 징계사유의 상세사유로 위 비위사실을 추가하여 이 사건 해고처분을 하였더라도, 이는 징계사유를 근본적으로 변경시키는 사항이라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피고가 징계사유를 추가·변경하였음을 지적하는 원고의 이 부분 주장도 받아들이기 어렵다.
원고는 이 사건 해고처분이 업무상 재해로 노동능력을 상실한 상태에서 해고가 제한되는 시기에 이루어진 것으로서, 근로기준법 제23조 제2항에 위배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갑 제9, 10호증, 을 제26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들, 즉 원고가 제출한 심리평가 보고서와 의무기록은 이 사건 해고처분 이후에 작성된 사실과 근로복지공단이 2022. 10. 31. 원고의 요양급여 신청을 불승인한 사실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원고가 이 사건 해고처분 당시 업무상 질병이 있었다거나 요양을 위하여 휴업을 할 필요가 있는 상태였다고 보기 어려우며,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원고의 징계절차 위법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 사건 해고처분의 실체적 정당성
징계해고에 있어서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의 ‘정당한 이유’는 사회통념상 근로계약을 존속시킬 수 없을 정도로 근로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가 있는 것을 말한다(대법원 1994. 1. 11. 선고 93다49192 판결). 이는 징계사유의 해당 여부를 가려본 다음 징계권을 일탈·남용하였는지 살피는 순서로 판단하게 되는바, 이하에서는 순서대로 살펴본다.
징계사유의 존부
을 제7 내지 12, 14, 17 내지 19, 23, 24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아래와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이 인정된다.
피고의 영업직군은 피고의 내부시스템인 C에 Call Data를 입력하는 것으로 출근 여부를 확인받아 왔는데, 원고는 2019. 10.부터 이 사건 해고처분일인 2022. 1. 7.까지 위 시스템에 단 한 차례도 Call Data를 입력한 사실이 없었다. 피고가 2019. 11.부터 2020. 6.까지 원고에게 Call Data 미입력과 관련하여 다섯 차례나 독촉 이메일을 보냈음에도 원고는 Call Data를 전혀 입력하지 않았는바, 피고는 2019. 10.부터 이 사건 해고처분일까지 원고의 출근 여부를 확인할 수 없었다.
2021. 11. 11. 자 제주지역 D 거래처 인터뷰 결과에 의하면, 제주지역의 거래처로는 E병원과 F병원이 있는데, E병원의 경우 원고가 최근 1년 동안 E병원을 방문하지 않아 전량 경쟁사 제품으로 전환하였고, F병원의 경우에도 최근에 원고가 방문한 적이 없어 경쟁사 제품을 사용하게 되었으며 약 두 달 전 원고에게 독감 물량을 요청하였음에도 회신을 받지 못한 것으로 확인되었는바, 원고는 영업직 사원임에도 장기간 거래처 영업활동을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피고가 원고에게 이메일로 수차례 Call Data 입력을 지시하였음에도 원고가 아무런 회신도 하지 않자, 당시 원고가 소속된 G본부 Unit1의 사업부장 H은 원고에게 업무지시 불이행을 이유로 2020. 6. 16.부터 2020. 6. 22.까지 영업활동 대신 재택근무를 통한 학습을 지시하면서 영업활동비가 지급되지 않음을 고지하였고, 재택교육 및 테스트를 수행하지 않을 경우 원고에게 인사상 불이익이 있을 것이라는 경고를 하였다. 그럼에도 원고는 위 기간 중 교육 및 테스트를 수행하지 않았고, H은 2020. 7. 1. 원고에게 ‘2차 업무지시’라는 제목으로 이메일을 보내 업무지시 불이행에 따른 사유서 작성 및 2020. 7. 2.부터 2020. 7. 17.까지 재택근무를 통한 학습을 재차 지시하였으나, 원고는 위 업무지시도 이행하지 않았다.
이로 인하여 원고를 관리하는 직책에 있었던 G본부의 H, I, J은 원고를 장기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였다는 이유로 각 2021. 1. 1. 또는 2022. 1. 1. 자로 유닛장 또는 팀장의 보직에서 해지되었다.
그 밖에도 원고는 법정필수교육인 2020년도 상반기 산업안전보건 교육 이수 관련 이메일, 2021. 6., 2021. 7., 2021. 10., 2021. 11. 제품·질환 교육 이수 관련 이메일, 2019. 12. PoA 자료 제출 관련 이메일, 2021년 실적 평가 등에 필요한 행정업무 요청 관련 이메일에 모두 응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위와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을 종합하면, 원고가 2019. 10. 이후 Call Data 미입력, 재택 기간 중 교육 및 테스트 불이행, PoA 및 매출실적 미제출, 제품·질환교육 및 법정필수교육 미참여 등의 행위를 하였고[원고가 제출한 갑 제11호증(교육 이수내역), 갑 제12호증(2022. 1. 19. 자 노트북 사진), 갑 제13호증(J과의 문자메시지)의 각 기재는 위와 같은 인정에 방해가 되지 않는다], 이는 피고 징계규정 제16조 제11호(정당한 이유 없이 무계출 결근이 연간 15일 이상인 때), 제6호(상사의 지시에 불응하여 종업원 상호 간의 친목을 저해하고 부도덕한 행위를 하였을 때), 제15호(기타 징계위원회에서 해고시킬 수 있는 정도의 비행이 있다고 인정할 때)에서 정한 징계 사유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원고의 징계사유 부존재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원고 주장에 관한 판단
원고는 영업직으로 근로기준법 제58조 제1항 및 피고 취업규칙 제28조에 따른 근로시간 계산 특례가 적용되어 실제 근무 여부와 관계없이 소정 근로시간을 근무한 것으로 간주되므로 무단결근은 성립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간주근로시간이란 통상의 방법으로 근로시간을 계산하기 어려운 경우에 실제의 근로시간과 상관없이 소정근로시간 등을 근로한 것으로 간주하는 것인데, 피고의 영업직군은 피고의 내부시스템인 C에 Call Data를 입력하는 방법으로 출근 여부와 업무내역을 확인받아 왔으므로, 통상의 방법으로 근로시간을 계산하기 어려운 경우에 해당하지 않고, 위 간주근로시간 규정은 실제로 근로를 하지 않은 원고에게는 적용될 수 없으므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원고는 재택근무를 지시받은 2020. 6. 12.부터 이 사건 해고처분시까지 대기발령 상태였으므로 해당 기간에는 업무지시 불이행 등이 성립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원고가 피고의 취업규칙 제65조에 따라 ‘보직을 면하고’ 대기중이었다고 볼 증거가 없으므로, 원고의 이 부분 주장도 받아들일 수 없다.
한편, 원고는 나)항 기재와 같은 행동이 피고의 발령 지원비 미지급, 업무촉진비 과소 지급, 교통비 및 일비 미지급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원고가 피고의 관련 내규에 따라 사전승인 또는 증빙서류 첨부의 절차를 거쳐 정당하게 비용을 청구하였다고 볼 증거가 없으므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원고는 이 사건 각 해고사유가 그동안 아무런 경고 조치 없이 피고에 의해 양해되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가)항의 ③에서 본 바와 같이 피고는 원고에게 재택근무 전환 및 영업활동비 삭감 통보, 업무지시 불이행으로 인한 인사상 불이익 경고 등의 조치를 하였는바, 원고의 이 부분 주장도 받아들일 수 없다.
징계양정의 적정성
관련 법리
피징계자에게 징계사유가 있어서 징계처분을 하는 경우, 어떠한 처분을 할 것인지는 징계권자의 재량에 맡겨져 있다. 다만 징계권자의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징계권자에게 맡겨진 재량권을 남용하였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그 처분이 위법하다고 할 수 있다.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재량권의 범위를 벗어난 위법한 처분이라고 할 수 있으려면 구체적인 사례에 따라 징계의 원인인 비위사실의 내용과 성질, 징계로 달성하려는 목적, 징계양정의 기준 등 여러 요소를 종합하여 판단할 때 징계 내용이 객관적으로 명백히 부당하다고 인정되어야 한다(대법원 2017. 3. 15. 선고 2013두26750 판결 등 참조).
근로자에 대한 해고는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근로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가 있는 경우에 행하여져야 정당하다고 인정된다. 이때 사회통념상 해당 근로자와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에 이르렀는지 여부는 해당 사용자의 사업 목적과 성격, 사업장의 여건, 해당 근로자의 지위 및 담당직무의 내용, 비위행위의 동기와 경위, 이로 인하여 기업의 위계질서가 문란하게 될 위험성 등 기업질서에 미칠 영향, 과거의 근무태도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되, 근로자에게 여러 가지 징계혐의 사실이 있는 경우에는 징계사유 하나씩 또는 그중 일부의 사유만을 가지고 판단할 것이 아니고 전체의 사유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4. 11. 27. 선고 2011다41420 판결 등 참조).
구체적 판단
갑 제4, 5호증, 을 제7 내지 12, 15, 16, 24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외근이 주를 이루는 영업업무의 특성상 영업직 사원에 대한 피고의 직접적인 관리 및 감독이 이루어지기 어려우므로, 영업직사원인 원고에게는 성실하게 업무수행 내역을 보고하고 업무지시에 응할 직무상 의무가 있는 점, ② 그럼에도 원고는 2019. 10.부터 이 사건 해고처분일인 2022. 1. 7.까지 피고의 내부시스템에 단 한 차례도 Call Data를 입력하지 않았고, 피고의 거듭된 Call Data 입력 지시, 교육 명령, 상급자의 이메일 및 유선 연락 등에 모두 응하지 않은 점, ③ 확인된 기간(약 2년 3개월)과 빈도에만 비추어 보더라도 근무태도 불량의 정도가 매우 중한 점, ④ 원고는 피고의 업무지시를 따르지 않으면서도, 2020. 6. 1. ~ 2021. 12. 24. 기간의 교통비·일비 요청 및 2020. 1. 22. 자 추가 예산의 요청을 하였고 임금도 지급받아 왔던 점, ⑤ 피고는 원고에게 원고의 활동보고 전무 및 교육·테스트 불참을 이유로 재택근무를 통한 학습을 지시하면서 영업활동비가 지급되지 않음을 고지하였고, 향후 인사상 불이익이 없도록 지시 준수 및 이행을 촉구하는 취지의 이메일을 보내기도 하였던 점, ⑥ 피고의 취업규칙 제96조 제1항 및 징계규정 제10조는 징계 결정시 공적을 참작하도록 정하고 있을 뿐 반드시 감경하도록 정하고 있지는 않은 점 등을 종합하면, 원고와 피고 사이의 신뢰관계는 더 이상 근로관계의 존속을 기대하기 어려울 정도로 손상되었다고 봄이 타당하고, 이 사건 해고처분은 징계 재량의 범위 내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정당하다.
따라서 피고의 징계양정이 재량권을 남용하여 위법하다는 원고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오창민(재판장) 유주현 김경하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