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이 법원의 심판범위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 중 B, C, D, E, F에 대한 각 근로기준법위반의 점에 관한 공소를 기각하고, 나머지 공소사실에 대해서는 유죄를 선고하였다. 이에 대하여 피고인만이 유죄 부분에 대하여 항소하였고, 공소기각 부분에 대하여는 피고인과 검사 모두 항소하지 아니함으로써 원심판결 중 공소기각 부분은 그대로 분리‧확정되었다. 따라서 이 법원의 심판범위는 원심이 유죄를 선고한 부분에 한정된다.
항소이유의 요지
사실오인
피고인은 M 주식회사(이하 ‘M’이라 한다)와 하도급계약 관계에 있지 않았다. 1차 기성금이 지급된 시점까지 L 주식회사(이하 ‘L’이라 한다)는 대전 동구 G 지상 주택신축공사(이하 ‘이 사건 공사’라고 한다)에 참여하지 않았고, 모든 기성금은 M의 부사장인 J의 지시로 처리되었으며, J가 대표인 O 주식회사이 자재비 관련 세금계산서를 발행하였고, M이 원심 판시 별지 범죄일람표 순번1 내지 34 기재 근로자 34명(이하 ‘이 사건 근로자들’이라 한다)의 임금을 직접 지급하였다.
피고인이 L 명의를 빌려 M로부터 일부 공사를 하도급 받은 것이 아니라, J가 L의 명의를 빌려 직접 이 사건 공사를 진행한 것이었다. J는 단종 면허가 있는 L을 직접 섭외하였으며, 피고인은 당시까지 L의 대표를 알지도 못하였다. L이 M과 하도급계약을 체결할 당시 피고인은 전혀 관여하지 않았고 그 내용을 알지도 못하였다. 또한 피고인은 L과 아무런 계약관계에 있지 않았고 내부적으로 정산 등에 관한 어떠한 합의도 하지 않았었다.
그럼에도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은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양형부당
원심의 형(징역 6월,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명령 120시간)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사실오인 주장에 관한 판단
원심의 판단
원심은, I, J, H, K, B의 진술을 종합하면, 피고인은 L의 면허를 빌려 M로부터 이 사건 공사 중 일부를 하도급 받은 사람으로서, 이 사건 근로자들에 대한 근로계약의 실질적인 당사자에 해당한다고 보아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당심의 판단
원심과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고인은 이 사건 근로자들에 대한 근로계약의 실질적인 당사자에 해당하여 근로기준법상의 사용자로서 동법상의 책임을 이행하여야 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원심이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것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피고인이 지적한 바와 같은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피고인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L의 대표이사 P이 당심에서 “L은 공사대금의 3%에서 5%를 관리비로 받기로 했을 뿐이고, L의 다른 직원들은 이 사건 공사 현장에서 근무하지 않았으며, L 이름으로 발행된 세금계산서에 대하여 잘 알지 못하고, 피고인이 P을 대리하여 작성한 공사대금수령확인증과 유치권포기각서를 본 적도 없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을 종합하여 보면, L은 이 사건 공사를 실질적으로 하도급 받아 시행하지 않았으며 이 사건 근로자들 사이에도 직접고용 관계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은 M이 L 명의를 빌려 공사를 진행한 것이지 피고인이 L 명의를 빌려 M로부터 공사를 하도급 받은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피고인이 P을 대리하여 공사대금수령확인증, 유치권 및 시공권 포기각서에 서명한 것으로 보아 피고인은 P을 대리하여 L의 사무처리를 전담해온 것으로 보이는 점, P이 당심에서 피고인이 현장관리를 해주고 어떤 보수를 받기로 하였냐는 질문에 “공사를 해서 남는 것이 있으면 피고인이 가지고 가야지.”라고 진술한 것으로 보아 피고인이 노동에 대한 대가 외에 사업상의 수익 중 일정 부분을 취득할 수 있는 지위에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이 사건 공사 현장에서 공무소장 업무를 맡았던 I이 원심에서 “처음에 제가 A에게 얘기 듣기로는 M으로 소속된다고 갔는데, J가 M 소속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그리고 얼마 있다가 A에게 단종 면허가 있는 회사를 섭외해 오라는 요구를 했는데, A이 그 사항은 이행이 안 되니 J가 L이라는 회사 사업자를 가지고 온 것으로 알고 있고, A과 협의해서 L으로 진행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사건 건설 현장에서 공무소장으로 A의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라며 ‘자신이 피고인에게 L을 소개해준 것’이라는 J의 진술에 부합하는 진술을 한 점, I의 원심 증언에 의하면 M을 사용자로 한 근로계약서를 작성하려다 피고인으로부터 J가 섭외한 L을 사용자로 하라는 말을 듣고 L을 사용자로 한 근로계약서 초안을 작성하기도 한 점 등을 고려해 보면, 피고인은 J와 협의를 통해 L의 면허를 빌려 M로부터 이 사건 공사 중 일부를 하도급 받았다고 봄이 상당하다. 설령 M이 L의 면허를 빌린 사실을 숨기고 피고인과 하도급계약을 체결하였다가 이후 J가 섭외한 L의 면허를 빌려 계속 공사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은 J와 협의하에 그와 같은 사정을 수용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P은 당심에서 “J, 피고인과 2019. 10. 20.경 광명시 소화동 커피숍에서 만났는데 커피숍에서 만나기 전에 이미 M과 L 사이에 계약서가 작성되어 있었고, 위 계약 체결 당시 피고인이 동석하지는 않았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그러나 피고인과 J는 L과 사이에 이 사건 공사에 대한 재하도급 계약을 체결하기 이전부터 단종 면허를 가지고 있는 업체를 물색해 왔던 것으로 보이는 바, 피고인이 J와 P이 계약을 체결할 당시 동석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피고인이 M이 단종 면허를 가지고 있는 L의 명의를 빌려 이 사건 공사 중 일부를 진행하려고 한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거나 차후에도 이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고 보기 어렵다.
P은 당심에서 피고인은 L의 피고용인으로서 L의 지시․감독 하에 이 사건 현장에서 일한 것이라고 진술하였으나, 피고인이 L과 어떠한 근로계약 관계에도 있지 않았던 점은 피고인이 자인하는 사실이고 P의 당심 진술에 의하더라도 피고인은 2019. 10. 20. 이후 P을 포함한 L 측과 이 사건 공사 관련하여 협의를 한 적이 전혀 없다는 것이어서 피고인이 실질적으로 L에 소속되어 이 사건 공사 현장에서 근무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I이 원심에서 “인력이나 자재를 관리함에 있어 J가 피고인에게 지시를 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한 점을 보면 J가 이 사건 공사 현장에 대한 관심을 지속적으로 기울여온 것은 사실로 보이나, Q의 원심에서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피고인이 이 사건 공사 현장에서 인력이나 자재 등을 총괄하는 업무를 맡았던 것으로 보이는 점, 이 사건 공사현장에서 근무한 H, K, B 모두 피고인으로부터 채용되었다고 진술한 점, 피고인이 면허를 빌린 L이 이 사건 근로자들을 포함한 인부들에 대한 인건비를 지급하고 이에 대한 세금계산서를 발행해온 점 등을 고려하면 J가 원수급인의 관리․감독을 넘어 사용자로서 이 사건 근로자들을 지휘․감독하였고 피고인은 J의 지휘․감독을 받으면서 이 사건 근로자들에게 단순히 노무도급을 준 것이라고 보기 어렵고, 하수급인인 피고인이 자기 책임 하에 이 사건 근로자들을 채용하고 근로조건을 결정하며 임금을 지급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는 하수급인인 피고인이 근로기준법상의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근로기준법 제109조 제1항, 제36조 위반죄의 주체는 사용자인바, 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2호는 "사용자"란 사업주 또는 사업 경영 담당자, 그 밖에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위하는 자를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에서 ‘그 밖에 근로자에 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위하는 자’라 함은 근로자의 인사, 급여, 후생, 노무관리 등 근로조건의 결정 또는 업무상의 명령이나 지휘·감독을 하는 등의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로부터 일정한 권한과 책임을 부여받은 자를 말한다(대법원 2006. 5. 11. 선고 2005도8364 판결 등 참조). 설령 피고인이 이 사건 공사를 하도급 받은 것이 아니라 L 소속의 현장소장으로 현장을 총괄하면서 자신의 책임 하에 이 사건 피해자들을 선발․고용하고 지휘․감독하면서 회사로부터 임금명목의 돈을 지급받아 이를 위 피해자들에게 지급하는 업무를 행하여 왔다면, 피고인은 위 피해자들에 대한 관계에 있어서는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위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한데(대법원 1983. 11. 8. 선고 83도2505 판결 등 참조), 피고인은 직접 또는 R 등 다른 직원을 통해서 이 사건 근로자들을 모집하여 이 사건 공사 현장에 투입한 점, L의 대표자인 P은 이 사건 현장에 대하여 아무런 지휘․감독을 하지 않았고 피고인과 피고인이 고용한 I이 공사현장을 전적으로 지휘․감독하면서 M에 기성금을 청구한 점, L은 피고인 등 현장에서 근무하는 사람으로부터 인건비나 자재비를 통보받고 별다른 확인절차 없이 근로자들에게 인건비를 지급한 것으로 보이는 점, 달리 근로자들이 초기에 직불 받은 것 외에 피고인이 이 사건 공사 현장소장으로 있었음에도 M이 이 사건 근로자들에게 계속해서 노임을 직불하였다고 볼만한 사정은 없는 점 등에 비추어보면, 피고인이 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2호 소정의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위하는 자’에 해당하여 그에 따라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음은 마찬가지이다.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
공판중심주의와 직접주의를 취하고 있는 형사소송법에서는 양형판단에 관하여도 제1심의 고유한 영역이 존재하고, 항소심의 사후심적 성격 등에 비추어 보면, 제1심과 비교하여 양형의 조건에 변화가 없고 제1심의 양형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이를 존중함이 타당하며, 제1심의 형량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 내에 속함에도 항소심의 견해와 다소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제1심판결을 파기하여 제1심과 별로 차이 없는 형을 선고하는 것은 자제함이 바람직하다(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5도3260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원심은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상과 불리한 정상을 모두 참작하여 형을 정한 것으로 보이고, 피고인이 주장하는 양형부당의 사유는 원심의 양형 판단에서 이미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원심판결 선고 이후 원심의 형을 변경할 만한 특별한 사정변경이 없다. 그 밖에 피고인의 나이, 성행, 환경,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여러 가지 양형사유들을 종합하여 보면, 원심의 형은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 내에 있고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피고인의 양형부당 주장은 이유 없다.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따라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정재욱(재판장) 이춘근 이종문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