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지방법원판결

수원지방법원 2023. 12. 19. 선고 2023노1617 판결

주문

검사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피고인은 주식회사 F(이하 ‘F’이라 한다)에 건설업 면허가 없음을 알고 있었고 F이 고용한 근로자들이 임금을 받지 못하여 현장을 찾아온 사실도 알고 있어 피고인이 운영하는 주식회사 D(이하 ‘D’이라 한다)이 위 근로자들에게 미지급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점, ② 피고인이 부담하는 채무의 성질은 연대채무인 바 G이 미지급 임금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말을 하였다고 하여 D에게 임금 지급 의무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였다는 피고인의 변소는 납득하기 어려운 점, ③ H은 일관되게 미지급 임금이 502만 원이라고 진술하였고 G 또한 H에게 502만 원의 임금을 지급하지 못하였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는 점, ④ 피고인은 H이 2020. 8. 17.까지 일을 했다는 사실 자체는 인정하고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은 자신에게 임금 지급의무가 있음을 인식하였음에도 임금을 지급하지 아니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그럼에도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함으로써 사실을 오인하고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을 범하였다.

2.

판단

가.

관련법리

근로기준법 제44조의2는 건설업에서 2차례 이상 도급이 이루어진 경우 건설산업기본법 규정에 따른 건설사업자가 아닌 하수급인이 그가 사용한 근로자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못할 경우 그 하수급인의 직상 수급인은 하수급인과 연대하여 하수급인이 사용한 근로자의 임금을 지급할 책임을 지도록 규정하고 있고, 같은 법 제109조는 이를 위반한 직상 수급인을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직상 수급인이 건설업 등록이 되어 있지 않아 건설공사를 위한 자금력 등이 확인되지 않는 자에게 건설공사를 하도급하는 위법행위를 함으로써 하수급인의 임금지급의무 불이행에 관한 추상적 위험을 야기한 잘못에 대하여, 실제로 하수급인이 임금지급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이러한 위험이 현실화되었을 때 그 책임을 묻는 취지이다. 이에 따라 근로기준법 제44조의2의 적용을 받는 직상 수급인은 근로기준법 제44조의 경우와 달리 자신에게 직접적인 귀책사유가 없더라도 하수급인의 임금 미지급으로 말미암아 위와 같은 책임을 부담하고, 하수급인이 임금지급의무를 이행하는 경우에는 함께 책임을 면하게 되는바, 결국 건설업에서 2차례 이상 도급이 이루어지고 건설사업자가 아닌 하수급인이 그가 사용한 근로자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못하였다면, 그 하수급인의 직상 수급인은 자신에게 귀책사유가 있는지 여부 또는 하수급인에게 대금을 지급하였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하수급인과 연대하여 하수급인이 사용한 근로자의 임금을 지급할 책임을 부담한다(대법원 2019. 10. 31. 선고 2018도9012 판결 등 참조). 그러나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재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 것이라면 사용자가 그 임금 등을 지급하지 아니한 데에는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어서 사용자에게 그 임금미지급에 관한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대법원 2007. 6. 28. 선고 2007도1539 판결 등 참조). 근로기준법 제44조의2에 따라 임금지급의무를 연대하여 부담하는 직상 수급인의 경우에도 제반 사정에 비추어 그 임금 등을 지급하지 아니한 데에 상당한 이유가 있다면 근로기준법 제44조의2, 제109조 위반죄의 고의가 인정되지 않아 형사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2021. 7. 8. 선고 2020다296321 판결 등 참조).

나.

원심의 판단

원심은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H 스스로도 원심 법정에서 2020. 8.경 및 9.경 근무 당시 G에게 출력일보를 작성하여 제출하지 않은 적이 있다는 취지로 진술하는 등 공소사실 기재 미지급노임의 산정근거가 되는 H의 근로일수를 입증할 객관적인 자료는 없는 것으로 보이는 점, ② H의 미지급임금 액수의 산정근거가 되는 노임명세서 중 일부 기재는 출력일보 등 뒷받침되는 자료 없이 임의로 작성된 것으로 보이는 점, ③ G은 피고인에게 자신이 H에게 현금 등으로 미지급 임금 등을 전부 지급하였다는 취지로 이야기를 하였는데, H과 직접 근로계약을 체결한 것이 아닌 직상수급자의 입장에 놓인 피고인으로서는 하수급인인 G의 말을 믿을 만한 것으로 받아들였을 가능성이 있는 점, ④ H을 제외한 나머지 근로자들에게는 노무비 지급이 모두 완료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과 H 사이에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재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충분히 있는 경우라고 봄이 타당하므로,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에게 근로기준법위반의 고의가 있었음을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단하였다.

다.

당심의 판단

위 법리와 원심이 판시한 사정들에다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에게 근로기준법을 위반하여 임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 따라서 이 사건 공소사실이 합리적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의 위법은 보이지 않으므로 검사의 주장은 이유 없다.

1)

피고인은 H이 2020. 7. 5.부터 2020. 8. 17.까지 28일간 근무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검사는 H이 주장하는 것처럼 H이 2020. 7. 4.부터 2020. 9. 1.까지 야간 근무를 포함하여 46.5일간(그 중 8월은 23.5일, 9월은 1일) 근무하였음을 전제로 공소를 제기하였다. 피고인이 주장하는 H의 근무일수는 2020. 7.경부터 8.경까지 작성된 출력일보의 기재와 상당 부분 일치하는 반면, H이 작성한 노임명세서는 다음과 같은 사정으로 인하여 믿기 어렵고, 공사현장을 촬영한 사진 등 나머지 증거만으로는 H이 주장하는 근무일수를 인정하기 부족하다.

가)

H이 원심에서 ‘8월 출역일보는 거의 작성하지 못하였다.’, ‘종이에 근무 인원과 근무 내용을 수기로 작성한 데스라를 각 D과 F에 제출하였으나 이를 매일 작성하여 제출한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어 데스라나 출력일보에 기재되지 않은 일자에 H이 근무하였음을 입증할 수 있는 객관적 자료는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나)

건설기계임대차 표준계약서를 보면 출력일보에 H이 근무하였다고 기재되어 있지 않는 날에도 H이 서명한 날이 일부 있기는 하다. 그러나 H이 자신이 근무하였다고 주장하는 모든 날에 직접 서명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이므로(더구나 노임명세서상으로도 H이 출근하지 않은 일자에 H의 서명이 있는 표준계약서가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위와 같은 표준계약서만으로 H이 출력일보에 기재된 근무일수보다 더 많이 근무하였다거나 야간에도 작업하였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

다)

순환 가열 아스팔트 혼합물 납품서도 2020. 8. 28.까지 작성된 것밖에 존재하지 않는 이상, 이것만으로 피고인이 아스콘 포장공사를 포함한 각종 보완공사를 이유로 2020. 9. 1.까지 근무하였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어렵다.

2)

D의 관리이사로 현장관리 업무를 도맡았던 T은 수사기관에서부터 원심에 이르기까지 일관하여 ‘2020. 9. 1.경 경계석 작업을 하였는데 그 날 H을 보지 못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고, 피고인으로서도 H이 출력일보에 기재된 일자 외의 날에도 현장에 나와 근무하였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을 것으로 봄이 경험칙에 부합한다.

3)

또한 F을 경영하는 G은 수사기관의 최초 조사에서 H에 대한 임금체불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H이 임금과 관련된 자료를 보내었으나 인정하지 못한다고 다투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가 이후 이루어진 수사기관 조사에서 H에 대한 체불임금을 인정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원심법정에서의 증언 내용에 비추어 보면, G이 H이 주장하는 미지급 임금을 인정한 이유는 실제 미지급 임금이 있음을 확인하였기 때문이 아니라 근로자들과 빨리 합의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고 빨리 합의를 하지 못한 이유는 H이 근로자들 인건비를 높게 책정해서 청구하였기 때문인 것으로 보이는 점, 그리고 G은 원심에서 “H한테 제가 충남 보령으로 일을 갈 때, 수주를 해 놓고 보름이면 끝난다고 해서, 본인하고 약속하기를 일을 빨리 끝내면, 15일 안에 끝내주면 노임 28만 원을 책정하고 안 그러면 23만 원으로 책정한다고 이야기까지도 했습니다.”라고 진술하였고, T 또한 수사기관에서 “임금은 제가 G에게 2020년 7월 초 작업 투입될 당시에 물어본 적이 있습니다. G에게 단가가 얼마냐고 했더니 G이 저에게 H만 일당 23만 원씩 하고, 나머지 일반 작업자는 일당 16만 원으로 하기로 했다고 했습니다. H에게 전화를 걸어확인하였더니 H은 자기 일당이 28만 원이라고 했습니다. 제가 G과 합의본거냐고 물었더니 H이 ‘다른데 가도 그 정도 받는데’라고 해서 제가 G과 합의보라고 했습니다.”라고 진술한 점, 피고인도 수사기관에서 ‘2020. 7월 임금은 G이 먼저 지급하였다고 하여 2020. 9. 3. F에 해당금액을 이체하였고, G이 이후 임금도 H에게 지급하였다고 하여 모두 해결되었을 것으로 생각하였다. 수사기관의 출석요구에 해결되지 않은 것을 알게 되어 G에게 물어보니 일당에 차이가 있어 합의를 보겠다고 하여 해결한 것으로 알았다. F에서 지급했기에 D이 지급할 이유가 없다.’는 취지로 진술하였고 D의 이사 R도 수사기관에서 ‘G에게 정확한 체불임금 내역을 보내라고 했는데 지금까지 보내지 않고 있다.’는 취지로 진술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H과 G 사이에 모든 근로기간에 걸쳐 일당을 28만 원으로 하기로 합의하였다는 사실이 명확하지 않을 뿐더러 상호 일당액수에 대하여 다툼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출력일보나 G을 통해서 임금 지급여부 및 그 범위를 파악할 수 밖에 없었던 피고인으로서는 G을 통해 H에게 임금을 모두 지급한 것으로 알고 있어 미지급 임금이 없다고 생각하여 수사기관에서부터 계속 다툰 것으로 보인다(피고인이 수사기관에서 한 진술에 의하더라도 피고인은 다른 근로자들과 달리 H의 임금은 얼마인지 모른다고 진술하였다).

4)

G은 H에게 2020. 8. 18.경 600만 원을, 2020. 8. 21.경 200만 원을 지급하였고 원심에서도 ‘H에게 노임을 다 지급했다고 생각한다.’는 취지로 진술하였고, R도 수사기관에서 “G이 ‘근로자들에게 이미 정해진 만큼의 임금을 주었는데, 근로자들이 일당을 더 달라고 요구한다’고 하였습니다.”라고 진술한 점에 비추어 보면, G은 H에게 임금 전액을 모두 지급했다고 인식하여 피고인 및 D의 다른 직원들과 이와 같은 문제에 대하여 적극적으로 논의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5)

위와 같이 G과 H 사이에 근로시간이나 일당, 임금의 미지급 여부에 대한 다툼이 있었고, 피고인 입장에서는 그로 인하여 임금의 미지급 여부나 미지급된 임금 액수가 얼마인지 그 판단이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6)

이 사건 당시 D에 경영상 어려움이 있었다거나 재무상태가 악화되었다는 등의 사정을 발견하기 어렵고, H을 제외한 나머지 근로자들에게는 노무비 지급이 모두 완료된 상태에서 앞서 본 사정 외에 피고인이 H에 대하여만 임금을 지급하지 않을 동기나 이유를 찾아볼 수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검사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따라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정재욱(재판장) 이춘근 이종문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