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검사의 피고인들에 대한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
피고인 B 주식회사(이하 ‘B’이라 한다)와 그 대표이사인 피고인 A은 산업안전보건법 제2조 제7호 본문에서 정한 ‘도급인’에 해당하여 같은 법 제63조의 도급인으로서의 의무를 부담함에도 필요한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피고인 A에게는 피해자의 사망에 대한 업무상 과실도 인정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같은 법 제2조 제7호 단서, 제2조 제10호의 “건설공사발주자”를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관리해야 할 ‘지위’에 있지 않은 사람”을 의미한다고 해석하여 피고인들이 건설공사발주자에 해당하여 같은 법 제63조의 도급인으로서의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고 보아 피고인들의 산업안전보건법위반죄 및 피고인 A의 업무상 과실치사죄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였는바,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판단
관련 법률
원심의 판단
원심은, 산업안전보건법의 입법 취지 및 사업주와 도급인에게 적극적인 조치의무를 부과하고 있는 산업안전보건법의 내용에 비추어 볼 때, 산업안전보건법 제2조 제10호에서 “건설공사발주자”로 정의하는 “건설공사의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ㆍ관리하지 아니하는 자”는 실제로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ㆍ관리하지 아니한 자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고 ‘건설공사의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ㆍ관리해야 할 지위에 있지 않은 자’를 의미한다고 해석하는 것이 규범의 목적에 부합한다고 보면서, ① 이 사건 건설공사는 B의 공장동 지붕 및 벽체 일부 보수공사인바, 이 사건 건설공사의 목적물인 공장건물이 용융 아연도금 제조업, 선박부품 제조업, 화공약품 제조업 등 B의 사업 수행에 필수적인 고 유의 생산설비에 해당한다고 볼 증거가 없으므로, 공장건물 지붕 및 벽체의 보수공사자체가 B이 영위하는 사업의 일부라고 인정할 수 없고, ② 이 사건 건설공사를 도급받은 주식회사 C(이하 ‘C’이라 한다)이 산업안전보건법이 정한 각종 안전조치의무(작업발판 및 추락방지망 설치, 안전대 부착설비 설치 등)를 이행함에 있어, B은 C이 공장 지붕에 출입하면서 안전발판 등 설비를 반입하고 안전대 부착설비를 설치하는 것을 허용하고 C의 요청에 따라 추락방지망 설치를 위해 필요한 위치에 놓여 있던 자재들을 치워주는 등의 일반적인 협조를 하면 충분할 것으로 보이고, 나아가 이 사건 공장건물 지붕에 B만이 파악할 수 있는 특수한 위험요소가 있거나, 위 피고인이 이 사건 건설공사의 시공을 주도적으로 총괄ㆍ관리하지 않고서는 수급인이 산업안전보건법이 정한 안전·보건조치를 실질적으로 이행하는 것이 현저히 곤란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만한 증거도 없으며, ③ 이 사건 건설공사에 대한 B과 C의 각 전문성, 각 업체의 규모 및 이 사건 공사 도급계약의 내용에 비추어, 도급인인 B은 지붕 보수공사의 시공을 주도하여총괄ㆍ관리할 능력을 갖춘 반면 수급인인 C은 산업안전보건법이 정한 안전조치를 스스로 이행할 능력이 없음이 B의 입장에서 명백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도 없으므로,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B이 이 사건 건설공사의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ㆍ관리해야 할 지위에 있는 자로서 산업안전보건법 제63조의 안전조치를 취할 책임을 부담하는 “도급인”에 해당함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이를 전제로 한 피고인 A의 산업안전보건법위반의 행위자로서의 책임 및 업무상 과실도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
당심의 판단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의 사실 내지 사정들을 종합하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B과 피고인 A이 도급인으로서 이 사건 건설공사의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 · 관리한 것이라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이를 전제로 한 피고인 A의 업무상 과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원심이 피고인들에게 각 무죄를 선고한 것은 정당하고 판결에 영향을 미친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볼 수 없다. 검사의 주장은 이유 없다.
산업안전보건법 제2조 제10호에 의하면 같은 법 제63조에서 정하는 도급인으로서의 책임을 지지 않는 ‘건설공사발주자’는 건설공사를 도급하는 자로서 건설공사의 시 공을 주도하여 총괄 · 관리하지 않는 자를 말한다<1>. 기록에 의하면 B은 ‘용융아연도금 제조업, 선박부품 제조업, 자동차부품 제조업 등’을 업종으로 하는 제조업 회사인 사실이 인정된다[증거기록 127쪽 참조]. 한편 이 사건 건설공사는 B의 공장동 지붕 및 벽체 일부의 보수공사로서 B의 업종과 무관하고, 그에 따라 ‘지붕판금, 건축물조립공사업 등’을 주된 업종으로 하는 건설업 회사인 C에게 이 사건 건설공사를 도급한 것으로 보인다. C은 이 사건 공사의 시공자로서 전무인 D을 현장에 상주하도록 하고, D으로 하여금 이 사건 공사의 진행사항이나 안전계획에 대한 사항을 C 대표인 E에게 보고하게 하였으며[증거기록 94쪽, 95쪽], 현장 관리소장인 F를 이 사건 공사현장에 상시 배치하여 F로 하여금 이 사건 공사를 직접 진행하면서 안전교육을 구두로 실시하고 안전시설을 설치하게 하였다[증거기록 96쪽]. 이 사건 사고 당일 작업지시 역시 위 F에 의해 이루어졌다[증거기록 13, 17쪽].
B과 C 사이에 작성된 공사도급계약서 제17조에는 ‘C이 B의 안전관리규정 및 시행사항을 준수하고, 안전교육을 이수한 후 현장안전책임자를 선임 후 현장에 상주시키도록 한다’고 기재되어 있고, 실제로 B이 위 F와 별도로 C의 근로자들에게 작업안전교육을 실시한 사실이 인정되기는 하나, 이는 공장 내부 유해물질로 인한 안전문제로 인한 것일 뿐 B이 고소작업 등에 대한 일반적인 안전교육을 실시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이 사건 건설공사의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 · 관리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B은 일반적인 안전교육을 제외한 이 사건 공사의 구체적인 시공계획이나 공정계획 등에 대하여 이를 총괄 · 관리할 전문성 역시 없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B이 C이 작업하기에 앞서에 규정된 ‘같은 장소에서 행하여지는 사업으로서 사업의 일부를 분리하여 도급을 주어 하는 사업 중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업의 사업주’를 의미한다고 하면서, 구 산업안전보건법 제29조 제1항은 사업의 일부를 도급한 발주자 또는 사업의 전부를 도급받아 그 중 일부를 하도급에 의하여 행하는 수급인 등사업의 전체적인 진행과정을 총괄하고 조율할 능력이나 의무가 있는 사업주에게 그가 관리하는 작업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를 하여야 할 의무를 규정한 조항이다」라고 판시한바 있다.
고소작업허가서 및 화기작업허가서 등을 발부한 사실은 있으나, 이는 B이 유해 위험물질을 규정량 이상 취급하여 산업안전보건법 44조<2>에 따른 사업주로서의 공정안전보고서의 작성 · 제출의무를 부담하기 때문에 B 사업장으로 들어오는 C 직원들에 대하여도 유해물질에 관한 공정안전관리(PSM)절차를 따르게 하기 위한 것으로 보아야 할 뿐, 이를 두고 이 사건 건설공사의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 · 관리한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이 사건 건설공사는 태풍에 의하여 손상된 B 공장건물의 지붕공사 및 벽체 일부보수공사로 부분적 보수공사에 해당할 뿐 상시적으로 발생하는 건설공사라거나 공장 건물의 대규모 수선에 해당하지 않고, 이 사건 건설공사가 진행되지 않으면 당장 B의 제품 생산에 차질이 발생하는 상황이었다거나 B의 사업을 수행하는 데 있어 필수적인 공사였다고 보기도 어렵다.
B과 피고인 A이 이 사건 건설공사의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 · 관리하지 아니한 이상 피고인들은 산업안전보건법 제2조 제10호 “건설공사발주자”에 해당하여, 같은 법 제63조의 도급인의 안전조치 책임을 부담한다고 보기 어려워 이를 전제로 한 피고인들의 산업안전보건법위반 및 피고인 A의 업무상 과실을 인정하기 어렵고, 피고인 A에게 D의 업무상 과실치사죄에 대한 공동정범의 책임을 물을 수도 없다(검사는 피고인 A에 대한 공소장 적용법조에 형법 제30조를 기재하였다).
결론
검사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한다.
판사 김현진(재판장) 최희동 오수진
각주1) 구 산업안전보건법(2019. 1. 15. 개정되어 2020. 1. 16. 법률 제16272호로 시행되기 전의 것)은, 도급인과 건설공사발주자를 명시적으로 구별하지는 않았다. 대법원 2016. 3. 24. 선고 2015도8621 판결은 「구 산업안전보건법(2013. 6. 12. 법률 제1188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29조 제3항은 “제1항에 따른 사업주는 그의 수급인이 사용하는 근로자가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산업재해 발생위험이 있는 장소에서 작업을 할 때에는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바, 여기서 말하는 ‘제1항에 따른 사업주’란 구 산업안전보건법 제29조 제1항
각주2) 산업안전보건법 제44조(공정안전보고서의 작성ㆍ제출) ① 사업주는 사업장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유해하거나 위험한 설비가 있는 경우 그 설비로부터의 위험물질 누출, 화재 및 폭발 등으로 인하여 사업장 내의 근로자에게 즉시 피해를 주거나 사업장 인근지역에 피해를 줄 수 있는 사고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고(이하 "중대산업사고"라 한다)를 예방하기 위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공정안전보고서를 작성하고 고용노동부장관에게 제출하여 심사를 받아야 한다. 이 경우 공정안전보고서의 내용이 중대산업사고를 예방하기 위하여 적합하다고 통보받기 전에는 관련된 유해하거나 위험한 설비를 가동해서는 아니 된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