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인정사실
피고는 주정의 제조와 판매 등을 목적으로 하는 회사이고, 원고들은 피고의 근로자로 재직하다가 이 사건 변론종결일 현재 퇴직한 사람들로, 원고 A, F는 1962년 3월생, 원고 B은 1963년 2월생, 원고 C은 1962년 12월생, 원고 D는 1962년 9월생, 원고 E는 1963년 8월생이다.
피고는 2017. 1.경 직원의 정년을 만 55세로 정하고 있던 취업규칙을 개정하여 만 60세로 정년을 정하면서 2017. 1. 1.부터 만 55세가 되는 월의 말일을 초과하여 계속 고용되는 직원에 대하여 임금피크제를 시행하기로 하고, 임금피크제 대상자에 대한 급여는 만 55세 전의 연봉을 기준으로 연봉을 순차로 삭감하여 만 56세까지는 위 기준연봉의 90%, 만 57세까지는 위 기준연봉의 80%, 만 58세까지는 위 기준연봉의 70%, 그 이후에는 위 기준연봉의 60%를 지급하기로 하였다(이하 ‘이 사건 임금피크제’라 한다).
이 사건 임금피크제 시행으로 변경된 피고의 취업규칙 및 위 취업규칙에 따른 피고의 이 사건 임금피크제 운영요령 중 이 사건에 관련된 부분은 아래와 같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원고들의 주장 및 그에 관한 판단
원고들의 주장 요지
아래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무효이고, 피고가 이 사건 임금피크제 시행으로 성과금을 제외하고 원고들에게 미지급한 구체적 임금 내역은 별지2 기재와 같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들에게 부당이득금 내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금으로 별지1 표 합계란 기재금액(별지2 기재 금액에 성과금을 더한 금액, 다만 원고 F의 경우 성과금을 제외한 금액만 구하고 있다)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각 지급할 의무가 있다.
임금피크제 대상 근로자들의 임금을 삭감하는 내용이 포함된 취업규칙의 개정은 근로조건의 불리한 변경에 해당함에도 그 절차적 요건인 근로자들의 회의방식에 의한 동의를 받지 않았으므로 효력이 없다.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합리적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임금피크제 대상 근로자들을 차별한 것으로 강행법규인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고령자고용법’이라 한다)에 위반하여 무효이다.
취업규칙 변경의 절차적 하자 존부에 대한 판단
취업규칙의 변경이 근로자에게 불이익한지 여부를 판단할 때 근로조건을 결정짓는 여러 요소 중 한 요소가 불이익하게 변경되더라도 그와 대가관계나 연계성이 있는 다른 요소가 유리하게 변경되는 경우라면 그와 같은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대법원 2022. 3. 11. 선고 2018다255488 판결 참조).
앞서 든 증거, 을 제2, 3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을 고려하면, 피고가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것이 취업규칙의 불이익한 변경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이와 달리 볼 만한 증거가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취업규칙의 불이익한 변경에 해당하여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 단서의 근로자의 집단적 의사결정방법에 따른 동의를 거쳐야 한다는 원고들의 주장은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임금피크제는 근로자의 정년연장 또는 보장으로 고용안정을 도모하면서도 이에 따른 사업주의 인건비 부담을 완화하고, 신규 채용을 증가시켜 청년 일자리를 제공하는 등 노사 간의 입장을 적절히 조율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이다.
피고는 2017. 1. 1.부터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시행하면서 직원들의 정년을 55세에서 60세로 연장하고, 정년 이전 5년간의 임금지급률을 56세 해당연도의 경우 90%, 57세 해당연도의 경우 80%, 58세 해당연도의 경우 70%, 59세, 60세 해당연도의 경우 각 60%로 조정하였다.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시행으로 인하여 피고의 임금지급률이 감소되기는 하였지만,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만 55세였던 정년을 만 60세로 5년간 연장하면서 정함이 없던 연령 구간에 대하여 새로운 임금제도를 신설한 것으로, 원고들이 55세에 지급받은 임금 총액을 100%로 보았을 때 5년간 370%의 임금을 지급받게 되므로, 이 사건 임금피크제로 인하여 원고들이 불이익만을 입게 되었다고 볼 수 없다.
피고는 정년이 연장된 기간에 한하여 기본급을 감액 지급하였을 뿐 기존 정년까지의 임금은 전혀 삭감하지 않았고 기본급 외 기타 수당(자격수당 등) 등에 대하여는 감액율을 적용하지 않았다. 또한 임금피크제 적용 후에도 연장된 정년까지 사택무상 지원, 주택자금 대출, 경조금, 자녀학자금, 종합건강검진, 생일식사권 등의 복리후생 혜택은 종전과 동일하게 유지하였다.
연령차별금지원칙 위반 여부에 대한 판단
관련 법리
2008. 3. 21. 법률 제8962호로 개정된 구 고령자고용법(2020. 5. 26. 법률 제1732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고령자고용법’이라고 한다)은 제4조의4를 신설하여 제1항에서 “사업주는 모집‧채용(제1호), 임금, 임금 외의 금품 지급 및 복리후생(제2호), 교육‧훈련(제3호), 배치‧전보‧승진(제4호), 퇴직‧해고(제5호) 분야에서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근로자 또는 근로자가 되려는 자를 차별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하고, 제2항에서 “제1항을 적용할 때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 외의 기준을 적용하여 특정 연령집단에 특히 불리한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에는 연령차별로 본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연령차별을 당한 사람은 국가인권위원회법 제30조에 따라 국가인권위원회에 그 내용을 진정할 수 있다(제4조의6 제1항). 국가인권위원회로부터 구제조치 등의 권고를 받은 사업주가 정당한 사유 없이 권고를 이행하지 아니하는 등 일정한 경우에 고용노동부장관은 해당 사업주에게 시정명령을 할 수 있고(제4조의7 제1항), 시정명령을 정당한 사유 없이 이행하지 아니하는 자에게는 3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제24조 제1항). 한편 모집‧채용에서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차별한 사업주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제23조의3 제2항).
이와 같은 규정들의 내용과 고용의 영역에서 나이를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여 헌법상 평등권을 실질적으로 구현하려는 구 고령자고용법상 차별 금지 조항의 입법 취지를 고려하면, 구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제1항은 강행규정에 해당한다. 따라서 단체협약, 취업규칙 또는 근로계약에서 이에 반하는 내용을 정한 조항은 무효이다.
연령을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는 구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제1항에서 말하는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경우란 연령에 따라 근로자를 다르게 처우할 필요성이 인정되지 아니하거나 달리 처우하는 경우에도 그 방법‧정도 등이 적정하지 아니한 경우를 말한다. 사업주가 근로자의 정년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임금을 정년 전까지 일정 기간 삭감하는 형태의 이른바 ‘임금피크제’를 시행하는 경우 연령을 이유로 한 차별에 합리적인 이유가 없어 그 조치가 무효인지 여부는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의 타당성, 대상 근로자들이 입는 불이익의 정도, 임금 삭감에 대한 대상 조치의 도입 여부 및 그 적정성, 임금피크제로 감액된 재원이 임금피크제 도입의 본래 목적을 위하여 사용되었는지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2. 5. 26. 선고 2017다292343 판결 참조).
구체적 판단
앞서 든 증거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고려하면,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 연령차별’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연령차별에 해당하여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무효라는 취지의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의 타당성
2013. 5. 22. 법률 제11791호로 개정된 고령자고용법은 제19조에서 근로자의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하도록 의무화하는 한편, 제19조의2를 신설하여 “제19조 제1항에 따라 정년을 연장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의 사업주와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의 과반수를 대표하는 자를 말한다)은 그 사업 또는 사업장의 여건에 따라 임금체계 개편 등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라는 규정을 두었다. 이는 정년 연장의 법적 의무화를 계획할 당시부터 근로자의 정년 연장에 따라 사업주의 재정적 부담이 증가할 것을 예상하고, 정년 연장으로 발생할 수 있는 기존 인력에 대한 구조조정, 신규 인력 채용의 감축 등과 같은 부작용을 방지 또는 완화하기 위하여 사업주가 정년 연장에 따른 임금체계 개편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고용보험법령 역시 고령자고용법 개정에 따른 정년 연장이 시행되기 전부터 정년 연장에 따른 근로자의 임금 삭감 제도를 예정하고 이에 대한 지원금 제도에 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있었고(고용보험법 제23조, 고용보험법 시행령 제28조<2> 참조), 정년 연장이 시행될 무렵에는 고용보험법 시행령(2015. 12. 4. 대통령령 제26690호로 일부 개정된 것)에 제28조의2<3>를 신설하여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한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55세 이후부터 임금을 감액하는 제도를 시행하는 경우 2018. 12. 31.까지 일정한 지원금을 지원하도록 규정하였다.
이처럼 관련 법령에서는 법정 정년 연장에 대응하여 일정 연령 이상 고령자를 대상으로 일정 연령에 도달한 시점부터 임금을 삭감하는 임금피크제와 같은 임금체계 개편 조치를 이미 예정하고 있고, 특히 고용보험법령은 임금피크제 등으로 인해 정년이 연장된 근로자의 임금이 감액될 수도 있음을 예상하고 있었다.
원고들은 피고가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시행한 2017. 1. 1.부터 2021. 12. 31.까지 피고에 신규로 입사한 생산직 근로자가 퇴직한 생산직 근로자보다 적은 점, 위 기간 동안 피고가 생산직 근로자에게 지급한 총 급여지출액이 감소한 점 등을 이유로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도입목적이 타당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위 기간 동안 피고에 신규 입사한 생산직 근로자의 수가 퇴직한 생산직 근로자의 수 보다 적다거나 같은 기간 생산직 근로자에게 지급한 총 급여지 출액이 감소하였다고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고, 원고가 주장하는 위 사정만으로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도입목적이 타당하지 않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임금피크제 적용대상 근로자들이 입는 불이익의 정도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고령자고용법 개정에 따른 정년 연장의 합리적인 시행을 위해 도입된 조치로 정년 연장과 유기적 연관성을 갖는다. 따라서 비록 원고들의 정년 연장이 법률 개정에 따른 당연한 결과로 기대되었다고 하더라도, 원고들에게 유리한 정년 연장의 측면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임금 감액만을 이유로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원고들에게 일방적으로 불이익하다고 평가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종전 정년인 만 55세까지는 기존 임금체계에 따른 임금을 그대로 지급하고, 정년 연장된 5년의 기간에 한하여 직전 임금의 90%, 80%, 70%, 60%, 60%를 각 지급하는 내용으로, 정년 연장된 기간에 대한 새로운 임금제도를 신설하였다고 볼 수 있다. 이에 원고들이 임금피크제 기간 동안 직급 승급에 따른 임금 인상률이 적용되지 않는 임금을 지급받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임금피크제 시행으로 기존 정년인 만 55세까지의 근무로 인한 임금이 삭감되지 않으면서 만 55세 이후 근로의 제공 및 임금 수령의 기회가 생겼으므로, 이 사건 임금피크제 시행 이전보다 ‘임금 총액’ 측면에서 더 많은 이익을 얻게 되었다.
이 사건 임금피크제에 따른 임금 감액률은 임금피크제 적용 1년차에는 임금피크제 적용 직전 기준연봉의 90%, 2년차에는 기준연봉의 80%, 3년차에는 기준연봉의 70%, 4, 5년차에는 기준연봉의 60%로 보수의 삭감 정도가 크지 않고, 임금피크제 적용대상 근로자들에 대한 학자금 지원 등 복리후생은 그대로 유지되었다.
임금 삭감에 대한 대상 조치의 도입 여부 및 그 적정성
이 사건과 같이 정년연장에 연계하여 임금피크제가 실시되는 경우 정년연장 자체가 임금 삭감에 대응하는 가장 중요한 보상이고, 연장된 근로기간에 대하여 지급되는 임금이 감액된 인건비의 가장 중요한 사용처라고 볼 수 있는데, 임금피크제 적용대상 근로자들에게 반드시 별도직군을 부여하거나 업무강도를 경감하여 줄 법적 의무가 발생한다고 볼 수는 없으므로, 업무량이나 업무강도 등을 명시적으로 감소시키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합리적인 이유 없는 연령차별에 해당한다 볼 수도 없다.
소결론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시행과 관련하여 원고들이 주장하는 절차적, 실체적 하자가 인정되지 않고, 달리 위 임금피크제가 무효라고 할 만한 증거가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무효임을 전제로 한 원고들의 부당이득금 내지 손해배상금 청구는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청구는 모두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강경숙(재판장) 박관형 이창건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