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은 무죄.
이유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울산 남구 B에 있는 'C'의 대표자로서 상시근로자 28명을 사용하여 제조업을 경영하는 사용자이다.
사용자는 근로자가 사망 또는 퇴직한 경우에는 그 지급 사유가 발생한 때부터 14일 이내에 임금, 보상금, 그 밖에 일체의 금품을 지급하여야 한다. 다만, 특별한 사정이 있을 경우에는 당사자 사이의 합의에 의하여 기일을 연장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2017. 8. 1.부터 2023. 10. 31.까지(고용 승계 이전 근로기간 포함) 위 사업장에서 근로하다 퇴직한 근로자 D의 연차유급휴가 미사용수당823,472원을 당사자 사이의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않았다.
사건정보
울산지방법원
판결
사건
2024고정992
판결선고
2025. 4. 22.
울산지방법원
판결
판단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
이 사건 공소사실은 피고인이, 근로자 D의 입사일인 2017. 8. 1.부터 퇴직일인 2023. 10. 31.까지의 근로기간을 기준으로 산정되는 연차유급휴가 수량 107개에서 회계연도를 기준으로 산정하여 이미 보상된 수량 96.3개를 뺀 나머지 10.7개(수사기록 98쪽 참조)에 대한 연차수당 823,472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음을 전제로 한다.
그러나 피고인은 E으로부터 영업양도를 받으면서 D과, 피고인이 D에 대한 고용을 승계하되 2021. 12. 31.까지 발생한 연차에 관한 정산은 E으로부터 받기로 하는 내용의 합의를 하였다. 피고인은 이러한 합의에 따라 2022. 1. 1.부터 발생한 연차에 관하여는 연차수당을 모두 지급하였으므로, 피고인이 고의로 연차수당을 미지급하였다고 볼 수 없다.
판 단
인정사실
이 법원이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에 의하면, 다음의 각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피고인이 운영하는 C은 주식회사 F의 협력업체로서, 피고인은 2021. 12. 26. 기존협력업체인 E을 운영하던 G와 제품포장 및 출하업무에 관한 포괄양도 · 양수계약을 체결하였다. 위 포괄양도 · 양수계약서에는 'C은 E의 종업원을 기존과 동일 조건으로 승계하여 계속 근무하도록 한다'는 내용이 있다(수사기록 156쪽).
C의 협력업체는 H, E 및 피고인이 운영하는 C으로 변경되어 왔는데, D의 근로관계는 협력업체가 변경될 때마다 변경된 협력업체에 승계되어 왔다. 이에 D은 2017. 8.1.부터 2019. 12. 31.까지는 H에서, 2020. 1. 1.부터 2021. 12. 31.까지는 E에서 근무하다가 2022. 1. 1.부터는 C에서 근무하였다.
D은 2021. 12. 22. 피고인과 고용승계서약서를 작성하였는데, 위 서약서에는 "C에 입사 전 2022. 1. 1. 이전에 발생한 E과 근로자 간의 급여, 퇴직금, 연차수당(2021년 사용 잔여분 및 2021년 연말 신규발생분), 연말정산비, 재해보상금, 손해보상금 등 일체의 금전적 사항을 E과 정산하고, 그에 대한 책임을 귀 업체에 전가하지 않을 것임과 귀 업체의 모든 회사규정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라는 내용이 있다(수사기록 9쪽).
피고인과 D 간에 2022. 2. 7. 작성된 근로계약서는 근로조건 중 연차발생에 관하여, "입사 후 1달 만근시 1일 발생하며, 1년간 80% 이상 근무하고, 다음해 1. 1.까지 근무시 15개 발생한다. 전년도 근무에 따른, 금년도 1. 1. 발생 연차는 전 회사(E)에서 기정산하였으므로 금년도에 사용할 연차는 없으나 내년도 발생 예정분을 미리 당겨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 연중 연차사용 후 남은 개수는 현금으로 지급한다."라고 정하고 있다(수사기록 10쪽).
피고인이 작성 · 제출한 2022년도 년차사용내역 및 2023년 퇴직정산서에 따르면, D은 2022년에 연차 17개 중 5개를 사용하고 남은 연차가 12개임을 확인하여 서명한 다음 이를 2023년으로 이월하였고, 2023년에는 연차 6개를 사용하였다. 피고인은 D이 퇴직할 때 남은 연차 6개에 대한 연차수당 461,760원을 정산하여 D에게 지급하였다(수사기록 11, 13, 14쪽).
원청인 주식회사 F는 각 협력업체들과 협의하여, 근로자가 이전 업체에서 근무한 기간에 대해 발생하는 연차(연차유급휴가 미사용수당)에 대해서 다음 업체가 부담을 가지지 않도록 이전 업체에서 모두 정리를 하고 다음 업체로 고용을 승계하도록 관리해 왔다(수사기록 65쪽). 이에 따라 협력업체가 변경되어도 근로관계의 승계를 반영하여 근로자의 연차 발생은 최초 업체의 입사일을 기준으로 적용을 하면서도 협력업체 변경시까지 발생한 연차수당은 정산을 하였고, 이 사건에서 문제되는 D도 마찬가지로서 D은 그 이전 사용자인 H, E과도 피고인과 사이에 한 것과 같은 내용의 합의를 하였다.
이 사건에서 문제된 협력업체들은 변경시마다 근로자들에게 퇴직금을 지급받을지 여부를 물어보았고, 근로자들은 자신의 선택에 따라 퇴직금을 정산하여 지급받거나 지급받지 않았는데, D은 자신의 의사에 따라 퇴직금을 지급받았다(수사기록 79쪽).
판단
위 인정사실 및 그 밖에 제출된 증거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해 보면, 피고인이 D에게 상당한 이유 없이 연차수당을 지급하지 않음으로써 근로기준법 제36조를 위반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피고인이 영업양도를 받을 당시 D은 근로관계의 승계를 거부하지 않았고 근로관계가 C으로 승계되었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D의 연차는 최초 업체의 입사일을 기준으로 한 계속근로기간에 따라 산정되어야 하고 양수인인 피고인이 위 계속근로기간에 따라 산정된 연차수당을 지급할 의무가 있는 것은 맞다.
그런데 피고인과 D 사이에는 연차에 관한 근로조건의 내용에 관하여 특별한 합의 가 존재한다. 즉, 근로관계의 승계에 따라 이전 업체에서의 계속근로일수를 근로기준법 제60조 제4항에서 정한 유급휴가 가산에는 반영하되, 다만 이전 업체에서 발생한 연차에 관한 사항은 이전 업체와 정산을 마치고, 그러한 정산결과 남아 있는 유급휴가가 없게 되는 점을 고려하여 내년도 발생 예정인 연차를 미리 사용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D에 대한 진정인 진술조서의 기재(수사기록 79, 80쪽)만으로는 이러한 합의가 피고인의 일방적인 요구에 따른 것이라거나 D의 자유로운 의사에 반하여 이루어진 것이라고 보기에는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는 이 사건에서, 위 합의는 유효하다고 봄이 타당하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영업양도가 있는 경우 근로관계는 근로자가 그 승계를 거부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같은 조건으로 양수인에게 승계되는데, 이는 영업양도를 이유로 근로관계를 종료하게 되면 근로자를 사실상 해고하는 것과 같은 결과가 되기 때문이다.그러나 근로관계가 양수인에게 승계되더라도 그 승계되는 근로조건 중 일부를 양수인과 근로자가 특별히 달리 정하는 것은 사적 자치의 영역에 해당하고, 그러한 합의가 불가능하다고 볼 근거는 없다. 영업양도가 있을 때 근로관계를 승계시키는 것이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함이라는 측면을 고려할 때 그러한 조건이 근로자에게 불리한 것이 아니라면 더욱 그러하다.
이 사건에서 제출된 객관적 증거[D의 연차사용내역(수사기록 14~20쪽), 예금거래내역서(수사기록 31쪽)]만으로는 D이 H 또는 E과의 각 고용 관계를 마치면서 그때까지 발생한 입사일을 기준으로 한 연차수량에서 회계연도를 기준으로 한 연차수량을 비교하여 차감한 연차 개수만큼 연차수당을 정확히 정산받았는지는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보인다.
즉, D의 연차사용내역에 기재된 연차수당 금액과 D의 I조합 예금거래내역에 기재된 연차수당 입금내역의 금액이 2020년도 618,480원이 2021. 1. 8. 지급된 것 이외에는 일치하지 않는다. 2018년도 연차사용내역에 따르면 11일에 해당하는 662,640원의 연차수당이 지급되어야 하지만, 2019. 2. 15. 위 계좌로 977,760원이 이체되었고(수사기록 19, 31쪽), 이는 계산상 5.23일분이 더 지급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2019년도 연차사용내역에 따르면 9일분에 해당하는 601,200원의 연차수당이 지급되어야 하지만, 2020.2. 21. 319,540원이 위 계좌로 이체되었다.
그런데 D은 수사기관에서 H과 E에서 연차수당은 모두 지급받았고 진술하였고(수사기록 25쪽), 2017년도 연차수당은 제출된 계좌가 아닌 다른 계좌로 지급받은 것으로 기억한다고 진술하면서도 객관적 자료는 제출하지 않았다(수사기록 64쪽)].
위와 같은 방식으로 근로관계 승계시마다 연차수당을 정산하는 것은, 근로자가 퇴직할 당시의 사용자가 그때까지의 계속근로기간을 산정하여 연차수당을 정산하는 방식과 비교할 때 근로자들로 하여금 연차휴가의 개수 및 그 사용 · 지급 여부에 대한 관리를 어렵게 만들어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연차유급휴가를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게 할 우려가 있어 보이기는 한다(수사기록 91쪽).
그러나 위와 같은 합의는 고용 승계를 전제로 계속근로기간을 인정하여 추후 연차 발생에 반영하고 연차를 당겨쓸 수 있도록 하되 기발생 연차수당은 이전 업체와 정산한다는 정도의 내용으로서 근로자에게 현저히 불리하다고 보기는 어렵고, 협력업체 변경 또는 영업양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근로관계 단절이나 경력 인정 여부 등에 관하여 근로자에게 발생할 수 있는 현실적인 위험을 줄일 수 있는 측면이 존재한다. 또한 이러한 합의가 있는 이상 근로자로서는 이전 업체에 그 합의에서 정한 방식대로 고용 관계가 마쳐질 때까지 발생한 연차에 대한 연차수당의 지급을 청구할 수 있어 보인다.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볼 때 앞서 본 사용자의 변경에 따른 연속적인 연차 관리에 관한 다소의 어려움을 이유로 근로관계 승계시 연차수당에 관한 일부 근로조건에 관한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의 개별적 합의의 효력을 부인하기는 어렵다고 판단된다.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재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 것이라면 사용자가 그 임금 등을 지급하지 아니한 데에는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어서 사용자에게 근로기준법 제36조, 제112조 위반죄의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 임금등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지 여부는 사용자의 지급거절이유 및 그 지급의무의 근거, 그리고 사용자가 운영하는 회사의 조직과 규모, 사업목적 등 제반 사항, 기타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한 다툼 당시의 제반 정황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하며, 사후적으로 사용자의 민사상 지급책임이 인정된다고 하여 곧바로 사용자에 대한 구 근로기준법 제36조, 제112조 위반죄의 고의가 인정된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대법원 2007. 6. 28. 선고 2007도1539 판결 참조).
앞서 본 것과 같이 D은 수사기관에서 H과 E에서 연차수당을 모두 지급받았다'고 진술하였고, 그가 이에 관한 이의를 제기한 사정을 찾아볼 수 없다(수사기록 25, 64쪽).또한 D의 최초 진정 취지는 이 사건 공소사실과는 무관한 '2023. 10. 31.까지 근무하고 퇴사하였기 때문에 2023. 1. 1.자로 발생한 17일분의 83.3%인 14일분의 수당을 지급받아야 한다'는 것이었다(수사기록 25쪽).
H 및 E이 D에게 그때까지 발생한 연차에 관한 수당을 모두 지급하였는지 여부에 관한 객관적 자료를 찾기는 어렵기는 하나, 피고인이 위와 같은 합의 내용 및 그에 따라 이전 업체에서 이미 기발생 연차수당에 대한 정산이 이루어졌을 가능성이 있음을 이유로 그 지급을 거절하였던 점, 위와 같은 D의 진술내용 및 진정 취지, 원청 회사가 위와 같은 내용으로 협력업체 변경 및 근로관계 승계가 이루어지도록 계속적으로 관리해왔던 점 등의 사정을 종합해 보면, 가사 연차수당에 관한 피고인과 D 간의 합의의 효력이 없다고 보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곧바로 피고인에게 임금 미지급으로 인한 근로기준법위반죄의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결 론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한다.
판사 임정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